updated. 2020.11.27 금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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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자전거 (2) - 카본 파이버(탄소섬유)초경량 자전거의 필수요소


카본 소재를 이용하면 경량의 가느다란 튜브로 수백kg의 하중을 버티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사진은 델타7의 MTB 아란틱스. 국내에는 극소량 판매되었다.


자동차건 모터사이클이건 고성능 모델은 가벼운 무게를 추구한다. 더 적은 힘으로 빨리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특히 엔진의 힘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힘만으로 달리는 탈것인 자전거는 경량화의 효과를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자전거의 경량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카본’(carbon)이라는 소재에 대해 알게 된다. 이 카본이라는 소재는 ‘무척 가벼울 뿐 아니라, 강철만큼 강하다’ 는 말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과연 이 카본이라는 녀석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전거의 카본 부품과 숯은 비슷한 물질이지만 분자구조가 다르다.
숯은 카본 파츠의 원료가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사실 카본이라는 말은 ‘탄소’를 의미하는데, 그냥 카본이라고만 부르면 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숯 검댕도 여기에 포함된다. 자전거 등에 사용되는 카본 소재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 CFRP) 이라 부르는 것이 정확한 명칭이다.
 


페인트를 벗겨낸 카본 자전거 프레임의 확대사진. 표면에 직조된 카본 무늬가 선명히 보인다.


카본으로 만든 자전거나 부품을 보면 표면에 묘한 무늬가 보인다. 어떤 것은 가느다란 실을 고르고 촘촘하게 짠 것 같고, 가느다란 실을 마구 헝클어놓은 것 같은 무늬의 제품도 있다.

사실 모든 카본 자전거와 부품은 무척 가느다란 실을 이용해서 만든다. ‘이런 덩어리가 실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강철보다 튼튼하다는 카본이 가느다란 실이라는 사실은 뭔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카본 자전거와 부품은 기본적으로 접착제를 바른 얇은 카본 천을 겹쳐서 만든 것이다.
카본 실을 직조한 방식에 따라 표면의 무늬가 달라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청바지의 옷감을 생각해보자. 청바지의 질긴 천은 면소재의 실로 이루어져 있다. 실 한 가닥은 별로 강하지 않지만, 이를 엮으면 무척 질긴 천이 된다. 그리고 이 천에 풀을 먹여 수십 겹을 겹쳐 한 덩어리로 만들면 무척 단단한 덩어리가 될 것이다.

카본 소재도 마찬가지다. 면 실이 아닌, 철사보다 강한 가느다란 ‘카본 실’을 엮어 천을 만들고, 여기에 접착제를 발라 여러 겹 겹쳐 만든 덩어리가 바로 카본 소재의 정체다. 카본 자전거나 부품 표면에 촘촘하게 짜인 옷감같은 무늬가 보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카본 또한 충격에 의해 파손된다.
카본에는 겹쳐진 섬유의 결이 있는데, 이 결의 방향에 따라 특정 방향에서의 충격에 강하거나 취약한 특성이 생긴다.


흔히 ‘카본은 강철보다 강하다’고 말하는데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머리카락 두께의 카본 실한 가닥은 몇 십 kg의 추를 매달아도 잘 끊어지고 버틴다. 같은 굵기의 철사와 비교해도 훨씬 강하다. 하지만 카본 역시 충격을 받으면 부서지거나 쪼개지고, 톱질하면 썰리는 소재인 만큼 ‘카본은 무적’이라는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
 


국내 업체 T4L의 MTB 프레임과 금형.


카본으로 만든 자전거와 부품들은 금형이라는 틀을 이용해 찍어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카본 자체의 무게가 가볍다는 점 외에도, 금속을 이용할 때보다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 강철로 만든 자전거와 최신형 카본 자전거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강철 프레임의 레이스용 로드바이크.
1989년 생산된 모델로 무게는 당시로서는 가벼운 9.8kg.

과거 강철로 만든 자전거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무척 가느다란 파이프를 용접해서 만들었다. 보기에는 가벼워 보이지만 실제 무게는 10kg 정도에 이른다.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으로 자전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모델인 로터스 스포트 110.
프레임과 바퀴를 카본으로 만들었다. 스포츠카 메이커인 바로 그 로터스의 작품.


카본 자전거는 무척 두껍고 근육질의 느낌이다. 속은 텅 비어있기 때문에 보기보다 훨씬 가벼워 무게는 강철 자전거보다 훨씬 가벼운 6kg대에 불과하다. 프레임 강성은 강철보다 훨씬 높다.
 


레오파드-트렉 프로 사이클링 팀의 타임트라이얼 바이크(2011).
프레임과 휠을 비롯한 부품 대부분이 카본으로 만들어졌으며,
두꺼운 프레임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7kg대로 가볍다.


자전거에 카본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무게가 가벼워졌을 뿐 아니라,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의 자전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철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단 복잡한 모양을 만들기가 어려웠고, 만들더라도 파이프가 두꺼워 보통 자전거보다 무거웠다.

하지만 자전거에 카본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비행기와 같은 날렵한 자전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실제로 저런 자전거들은 비행기를 설계하는 과정과 유사한 방법으로 디자인하고, 풍동 터널에서 공기역학적 성능을 테스트한다.

휠세트 역시 카본을 사용하면서 무척 가볍고, 공기역학적으로 뛰어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카본 부품은 단점이 있는데, 약간이라도 부서지면 수리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카본 휠세트는 일상생활용으로 사용하기는 적합하지 않으며, 선수들의 시합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카본 프레임은 100% 수공으로 만들어진다.
공정의 상당 부분이 첨단 공업보다는 오히려 가내수공업에 가까운 형태로 이루어진다.


카본으로 만든 자전거와 부품은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등의 금속제 보다 훨씬 비싸다. 소재 자체도 비싸지만, 생산 설비를 갖추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자동화 생산이 어려워 수공 제작 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고급 카본 자전거라 해도 실제 생산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대만에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Made in Italy' 마크가 붙어있는 자전거도, 실제 카본 파츠는 중국에서 만든 다음 마무리와 조립만 이탈리아에서 하는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100% 이탈리아에서 만든 카본 자전거보다, 중국의 전문 공장에서 생산된 카본 자전거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더욱 뛰어날 수 있다. 어차피 설계와 디자인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전거 전문 숍에 가면 ‘중국산 카본 제품은 믿을 수 없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어째서일까?
 


이탈리아 피나렐로 사의 최신형 로드바이크 ‘도그마 65.1’.
프로 선수들이 레이스에서 사용하는 모델로, 특유의 굴곡진 근육질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카본 자전거와 부품 중에는 ‘짝퉁’ 혹은 ‘싸구려’도 많다. 자전거 뿐 아니라 모든 카본 제품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도, 사실 톱으로 썰어서 내부를 보기 전에는 속까지 카본인지, 혹은 안쪽은 유리섬유나 플라스틱이 들어있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게다가 100% 카본이라 해도 제대로 된 공정으로 고압 압축 성형을 통해 만들었는지, 대강 본을 뜬 형틀에 넣고 찍어내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라도 알아내기 어렵다.
 


중국의 해외 무역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카본 프레임.
프레임의 굴곡진 모양을 보아 앞에서 본 피나렐로 프레임의 복제품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진품의 1/5~1/10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품질과 안전은 보증할 수 없다.


때문에 유명 브랜드의 카본 제품은 가격이 비싸지만 품질에 대해 엄격한 보증이 이루어진다. 만약 이 같은 보증을 포기한다면 유명 브랜드 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싼 카본자전거와 부품도 중국이나 이베이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론 안전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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