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9.27 수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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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마스터 맘모스처음 만난 몬스터 바이크


가볍고 빠른 자전거를 놔두고 무겁고 둔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마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멍청한 선택’일 것이다. 다른 탈것과 비교해 볼 때 자전거는 유난히 무게에 민감한데, 이는 자전거가 탑승자의 근력으로 달리는 탈것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무게의 증가는 고스란히 근육의 피로로 돌아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전거 라이더가 경량화의 길을 추구함에도 이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자전거가 있다. 최근 북미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팻바이크’라는 자전거다. 얼핏 보아도 이 모델은 보통 자전거와 다르다. 기형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두꺼운 타이어를 보면 왜 이름이 뚱뚱하다는 뜻의 팻(Fat)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직경 26인치 휠에 장착된 폭 4인치 타이어는 거리를 달리는 상당수의 모터사이클 타이어보다 크고 육중하다.
 


사실 이런 괴상한 자전거가 외국에서 유행한다는 말을 들어도 ‘남의 나라 얘기’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런 ‘안 팔릴 것 같은 모델’이 국내 수입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해외 자전거 브랜드가 아닌, 토종 자전거 메이커 알톤이 처음으로 팻바이크를 국내시장에 출시한 것이다. 알톤스포츠의 고급 자전거 브랜드 로드마스터의 ‘맘모스’가 그 주인공이다.

로드마스터 맘모스는 코끼리와 닮은 멸종 포유류인 매머드(Mammoth)의 이름을 빌렸다. 프레임에 'MAMMOTH'라 떡하니 적혀있긴 하지만, 제조사인 알톤스포츠는 모델명을 ‘맘모스’라고 표기했다. 문법상으로야 틀렸지만 부르고 듣기에 왠지 친근하다. 어쨌거나 한 덩치 하는 자전거의 이름으로는 잘 어울린다.
 


휠과 타이어는 일반 자전거와는 규격이 전혀 다르다. 앞/뒤 바퀴의 허브 폭은 각각 135mm/190mm로 보통 자전거와 전혀 호환되지 않는 팻바이크 전용 부품이다. 크랭크의 바텀브래킷(크랭크 회전축) 폭도 보통 자전거보다 훨씬 넓다. 타이어는 중국 메이커 이노바의 26x4인치 규격을 장착했다. 스펙을 보니 앞뒤 타이어의 무게만 무려 4kg에 이른다. 타이어가 자전거 전체 무게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변속기는 시마노의 알투스(Altus)급을 달았다. 7단 변속이 가능하며 주로 생활용 자전거에 장착되는 엔트리 레벨의 부품이다. 적어도 8단 이상의 변속기를 달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동은 프로맥스사의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가 담당한다. 고급 생활자전거와 비슷한 수준의 스펙이다. 자전거의 무게를 달아보니 실측 17.6kg이 나온다. 입문용 하드테일 MTB의 무게가 12kg 정도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무겁다.

부품을 점검하고 간단히 안장 높이와 핸들의 세팅을 마친 후 시승을 시작했다.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으니 저단기어임에도 불구하고 페달을 밟는데 상당한 압력이 느껴진다. 맘모스는 묵직한 느낌으로 앞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타이어의 폭이 넓어 달리는 동안 내내 지면과 마찰하며 ‘붕붕붕’ 소리가 울린다. 시승 전 타이어의 공기압을 일반 MTB의 절반 수준인 25psi로 세팅했다. 혹시 푹신푹신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타보니 제법 단단한 느낌이다.

아스팔트 노면에서 본격적인 가속을 위해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댄싱(dancig : 안장에서 일어나 좌우로 자전거와 몸을 흔들며 달리는 동작)을 시작했다. 무거운 바퀴의 회전 관성이 크게 느껴진다. 자전거를 좌우로 흔들어도 옆으로 잘 눕지 않는다.
 


급격한 코너링을 위해 핸들을 돌리면 팔에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회전하는 방향 안쪽으로 상체를 기울여 체중을 실으니 의외로 가볍게 핸들이 돌아간다. 선회를 마치려면 상체를 회전하는 바깥방향으로 기울여 몸을 바로세우면 된다. 핸들 조작보다 체중을 이용하여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요령이 필요한데, 자전거 초보자가 적응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이런 중량급 자전거는 고속주행에 어울리지 않지만, 성능 확인 차 속도를 내보았다. 가속이 느리긴 하지만 서서히 속도가 붙는다. 무거운 고속기어로 변속하여 힘들게 페달을 꾹꾹 눌러 밟기보다는, 가벼운 저단기어로 변속하고 페달링의 회전수를 높이는 것이 편하게 속도를 올리는 비결이다. 한번 속도가 붙으면 자전거도로의 다른 자전거를 추월하기도 하며 제법 경쾌하게 달릴 수 있지만, 언덕만 만나면 초입부터 속도가 뚝뚝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급제동을 해보았는데 브레이크의 반응이 다소 둔하다. 중량급 타이어가 장착되어 바퀴의 회전관성이 큰 탓이다.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가 장착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MTB용 유압 디스크브레이크 정도는 되어야 만족스러운 제동력이 나올 것 같다.
 


해외의 자전거 시승기들을 보면 팻바이크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과연 어떤 느낌일지 맘모스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이 궁금해진다. 그런데 제조사의 맘모스 사용설명서에는 ‘산악자전거가 아니기 때문에 산악주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만일 산악주행 중 자전거가 고장 나거나 부서지더라도 사용자의 과실로 보상받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비포장 길을 달리는 정도야 문제없겠지만, 점프를 해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사실 점프를 시도해도 자전거가 워낙 무겁기 때문에 공중으로 쉽게 떠오르지도 않는다.
 


오프로드 주행은 비교적 평탄한 산길을 달려보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오르막은 괴롭지만, 내리막이 상당히 재미있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가 마치 롤러코스터 같다. 앞서 말했듯 핸들링이 제법 무겁지만, 요철에서 앞바퀴에 충격이 가해져도 튀어 오르거나 핸들이 쉽게 돌아가지 않아 안정적이다. 여기까지가 로드마스터 맘모스의 ‘첫 날 시승기’다.

로드마스터 맘모스를 한 달 간 더 타고 다녔다. 로드바이크와 MTB로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음에도 맘모스를 타던 처음 3일간 엉덩이의 근육통으로 고생했다. 무거운 자전거를 다루다 보니 평소 잘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한 탓이다.
 


평소 로드바이크나 MTB, 미니벨로를 탈 때는 노면의 상태에 주의하며 달리는데, 맘모스를 타는 동안은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다녔다. 얇은 홈에 바퀴가 빠지거나, 돌이나 모래를 밟고 타이어가 미끄러질까봐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솔직히 속편하긴 하다.

로드바이크를 타고 한강 자전거 길을 이용해 강남고속터미널에서 홍대까지 오는데 평소 35분 정도가 걸렸는데, 맘모스를 타니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느리긴 느리다. 하지만 어차피 여유롭게 타는 자전거다 보니 별로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속도는 상대적인 가치다.

한 가지 더 말하는 것을 잊을 뻔 했다. 거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엄청나게 모은다. 동네 꼬마들이 쫓아오는 일도 경험했다. 심지어 자전거 숍에서도 이런 자전거를 처음 본다는 말을 들었다. 자전거도로에서 스친 낯선 MTB 라이더들이 남자답고 멋있다며 엄치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지나갔다. 이것도 분명 맘모스의 상대적인 가치다.
 


세상에는 상당히 많은 종류의 자전거들이 존재한다. 물론 그 수많은 자전거들이 가진 매력들은 천차만별이다. 사람들이 선택할 때 가치의 척도는 모두 다 다르니 다른 사람들의 취향이나 선택을 가지고 왈가왈부 할 필요는 없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맘모스는 분명 색다른, 그리고 특이한 매력을 가진 독특한 자전거다. 최종적으로 선택하기 까지는 아마도 많은 고민의 과정이 수반되겠지만 분명 그 이상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자신이 매일 타는 MTB나 로드가 지겨워 지면 가끔 이런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좋다. 이런 일탈은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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