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1.27 금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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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로드바이크 PART 2자전거 레이스를 통해 살펴보는 로드바이크 변천사


로드바이크는 오로지 달리는 것만을 위해 만들어진 자전거다. 무게를 조금이라도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장식은 하나도 달려있지 않으며, 심지어 땅에 세워놓을 때 필요한 스탠드조차 없다. 마치 자동차가 그러하듯, 로드바이크는 레이스를 통해 진화해 왔다. 피니쉬 라인에 도달하기까지 0.1초를 단축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온 결과가 바로 지금의 로드바이크다. 자전거 레이스의 역사는 곧 로드바이크의 역사라고 해도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다.



레이스와 함께 진화하다
 


1896년 제작된 레이스용 자전거


기록에 의하면 최초의 자전거 레이스는 1868년 영국 미들섹스 주 헨돈에서 열린 도로경기라고 한다. 그리고 1893년 첫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렸고, 1896년에는 사이클링이 올림픽 종목에 정식으로 포함되었다. 당시의 레이스용 자전거는 변속기가 없었고 모양도 지금의 자전거와 달랐지만, 이것이 지금의 로드바이크의 원형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일제강점기의 사이클 영웅 ‘조선자전거왕’ 엄복동 선수가 타던 러지 휘트워스 자전거.
1910-1014년 사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의 경주용 자전거의 형태를 잘 보여준다.


변속기가 장착된 최초의 로드바이크는 1927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다. 변속기가 나오면서 로드바이크의 성능은 혁신적으로 빨라졌다. 언덕에서는 가벼운 기어로 변속하여 힘을 아끼면서 오르고, 내리막길에서는 고속기어로 변속하여 가속하며 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1937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쉬페르 상피옹’ 변속기의 도면.
초기의 변속기는 손으로 레버를 누르거나 당겨 기어를 변속하는 방식으로, 요즘의 자전거 변속기와는 구조와 형태가 다르다.


1953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비앙키 코르사’ 로드바이크.


현대의 로드바이크와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은 1950년대 이후다. 스프링과 케이블로 움직이는 변속기가 개발되어 장착되었고, 자전거 프레임의 모양도 점차 군더더기가 없는 단순한 형태로 변하게 된다. 장거리 주행을 위해 장착된 물통을 제외하면 어떠한 액세서리도 달려있지 않다.

로드바이크의 역사에서 혁신을 주도했던 나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였다. 프랑스의 생플렉스와 마빅, 이탈리아의 캄파뇰로 등 자전거 부품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했고, 새로운 부품은 곧바로 선수들의 자전거에 장착되어 레이스에서 활약했다.
 


1970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콜나고 슈퍼’ 로드바이크.
이탈리아의 명문 사이클링 팀인 몰테니가 사용했던 모델이다.
1950년대 로드바이크와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경주용 자전거들은 명품으로 인정받았는데, 자전거 레이스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파우스토 코피, 에디 메르크스 등의 전설적인 선수들이 주로 이탈리아산 자전거를 타고 레이스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치넬리’, ‘비앙키’, ‘데로자’, ‘피나렐로’, ‘콜나고’ 같은 이탈리아 자전거 메이커들은 지금까지도 자전거의 명가로 불리며, 이들 메이커가 제작한 레이스용 로드바이크들은 자전거의 클래식이라 여겨지고 있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로드바이크는 외형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진화를 계속해 왔는데, 특히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자전거를 만들기 위한 자전거 메이커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외형적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자전거 프레임을 구성하는 강철 튜브를 조금이라도 더 얇게 뽑아내어 무게를 줄이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자전거 레이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일컬어지는 벨기에 출신의 사이클리스트 에디 메르크스.


특히 레이스에 나가는 프로 선수들의 가벼운 무게에 대한 집착은 광적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조금이라도 자전거의 무게가 가벼워야 언덕을 빨리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자전거 레이스인 뚜르드프랑스와 지로디탈리아에서 5번이나 우승한 전설적인 사이클리스트 ‘에디 메르크스’는 자전거 무게를 줄이기 위한 광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에디 메르크스가 타는 자전거의 부품은 드릴로 수많은 구멍을 내어, 내구성을 희생하면서 조차 무게를 줄였다고 한다.
 


자전거 선수들은 부품에 구멍을 뚫어가며 무게를 줄이기도 했다.
내구성이 줄어들더라도 무게가 가벼운 쪽이 레이스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 로드바이크 무게가 13kg에 이르렀다면, 1980년대 로드바이크의 무게는 10kg 정도로, 모양이 거의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총 무게의 30%에 이르는 많은 감량이 이루어졌다.
 


1981년 일본에서 제작된 ‘츠노다 로터스 슈퍼 에어로’ 로드바이크.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외부에 드러난 자전거의 케이블을 감추고,
프레임과 부품의 모양을 조금씩 공기역학적인 형태로 다듬었다.


레이스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0.1초를 단축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시험대에 오른다.
1980년대를 상징하는 미국의 사이클 영웅 그레그 레몽드의 역주.


1988년 스위스에서 제작된 ‘스티차 타임트라이얼’ 바이크.
선수들이 공기저항이 적은 낮은 포지션으로 달릴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1988년 미국에서 제작된 ‘허피 세븐-일레븐 팀 타임트라이얼’ 바이크.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디스크 휠이 장착되었다.
당시 미국의 강팀이었던 세븐-일레븐 팀이 사용하던 자전거다.


1980년대에 이르러 강철로 만든 자전거의 무게는 거의 한계까지 가벼워졌다. 자전거 메이커들은 더 빠른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공기저항을 최대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시작한다. 외부로 드러난 자전거의 케이블을 내부로 수납하고, 디자인에 곡선을 적용한 자전거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레이서 마르코 판타니가 1998년 사용한 타임트라이얼 바이크.


1990년대 중반 이후 알루미늄 소재의 자전거가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한다. 1980년대 이전에도 알루미늄으로 만든 자전거가 있었지만, 프레임의 내구성이 낮아 선수용으로 쓰기에는 성능이 부족했다. 하지만 합금 기술과 용접기술의 발달로 강철보다 싸고,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 프레임이 등장한다.

알루미늄은 강철보다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기가 쉽다. 자전거 프레임을 알루미늄으로 만들면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 날개와 유사한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이 로드바이크에 적용되기 시작한다. 알루미늄은 2000년대 초반까지 레이스용 로드바이크에 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입문자/중급자용 로드바이크 모델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95년 등장한 ‘로터스 스포트110’ 타임트라이얼 바이크.
자동차 메이커 로터스가 개발한 자전거로 카본 모노코크 구조와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한편 자전거의 디자인은 점점 공기역학적인 형태로 진화를 거듭해 나갔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항공기나 F1 레이싱카를 설계하듯 풍동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된 자전거들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력이 비슷한 선수라면 공기저항이 적은 자전거를 탔을 때 더 좋은 기록이 나오기 때문에 자전거 메이커들은 심혈을 기울여 에어로다이내믹스가 적용된 자전거를 개발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골드메달리스트 미구엘 인두라인이 사용한 ‘피나렐로 에스파다’ 타임트라이얼 바이크.


하지만 UCI(국제사이클링연맹)은 이러한 지나친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이 선수들의 실력 발휘보다는 자전거의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개발한 선진국 선수들의 자전거와 개발도상국 선수들의 자전거 성능차이가 나기 때문에 공정한 레이스를 펼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UCI는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을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한다. 현재는 삼각형 구조의 프레임에 직경 700mm의 바퀴를 장착한 전통적인 형태의 로드바이크가 아니면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과 같은 UCI 공인 레이스에 참가할 수 없다.
 


‘BMC TMR01' 로드바이크.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과 컴퓨터로 제어되는 Di2 전동변속기 등 최신기술로 무장했다.


최신예 로드바이크에는 카본(CFRP :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다. 자전거 메이커들은 비록 예전과 같이 자유로운 디자인은 불가능 하지만, 제한된 규정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공기저항이 적은 자전거를 디자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F1팀과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로드바이크.
좌 - 스캇 포일, 우 - 스페셜라이즈드 벤지.


스위스 자전거메이커 스캇의 로드바이크 ‘포일’은 메르세데스 GP F1팀의 풍동실험을 통해 디자인되었고, 미국 스페셜라이즈드의 로드바이크 ‘벤지’는 맥라렌 F1 팀과의 협력으로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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