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9.30 금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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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아구스타 브루탈레 675MV의 진정한 스트레스 킬러
 
MV 아구스타는 이탈리안 정신이 살아있는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다. 특히 이탈리아 내 자동차나 모터사이클 브랜드 중에서도 작은 규모로 디테일 높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핸드메이드’, ‘소량생산’, ‘하이퀄리티’와 같은 흔치 않은 수식어를 떠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브랜드가 바로 MV 아구스타다.
 
 
과거 3,000회 이상의 레이스 우승 타이틀을 보유한 MV 아구스타는 많은 이들이 인식하듯 레이싱 테크놀로지가 원류다. 지금까지 라인업은 슈퍼바이크인 F4 시리즈와 네이키드 스타일인 브루탈레 시리즈가 전부다. 이 단출한 두 가지 라인업으로도 전 세계 모터사이클리스트에게, 혹은 일반인들에게 ‘드림바이크’를 꿈꾸게 한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탈리안 4기통 모터사이클이라 하면 쉽게 MV 아구스타를 떠올리듯, 과거 일제 모터사이클의 4기통 엔진 대량생산 체제가 자리 잡기 전까지 MV 아구스타는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가졌다. 또한 레이스 테크놀로지를 그대로 판매형 모터사이클로 현실화한 덕에 MV의 모터사이클은 값비싼 고성능 레이스 바이크의 표본이었다.
 
 
그 명성을 이은 슈퍼바이크 F4의 등장은 파격적이었다. 당시로써 혁신적이라 칭송받았던 스타일과 초고성능 퍼포먼스가 단연 돋보였다. 그리고 그 모델을 스트리트 버전으로 바꾼 것이 브루탈레 시리즈다.
 
 
브루탈레는 F4의 4기통 엔진과 프레임 등 거의 모든 차체 구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핸들 바를 높이고 포지션을 편안하게 다듬는 등 단지 페어링 없는 슈퍼바이크나 마찬가지였다. 이름만큼이나 거친 성능 덕에 스트리트에서 레이싱 스피릿을 만끽하는 즐거움이 남달랐다.
 
 
브루탈레는 슈퍼바이크 F4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엔진 배리에이션을 구축했다. 그리고 최근 등장한 3기통 엔진의 F3를 스트리트 버전으로 옮겨 놓은 브루탈레 시리즈 또한 하나씩 일반 소비자 앞에 공개됐다.
 
 
이번 시승한 브루탈레 675는 새롭게 개발된 MV 아구스타의 3기통 엔진인 800cc와 675cc 엔진 중에서 가장 낮은 배기량인 675cc 엔진을 얹은 엔트리 급이다. 슈퍼바이크인 F3 675의 엔진을 리세팅해 스트리트에서 즐길 수 있는 콘셉트로 매만진 버전이다.
 
 
브루탈레의 명성답게 아름다운 실루엣을 자랑하는 브루탈레 675는 3기통 엔진을 품으면서 다소 콤팩트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유지되나 엔진룸 폭이 줄어들면서 흡사 2기통 슈퍼스포츠를 보는 듯 심플한 레이아웃이 돋보인다.
 
 
엔진 앞으로 뻗어나온 3개의 매니폴더 배기 파이프가 흔치 않은 3기통 엔진임을 드러낸다. 하단으로 숨겨진 커다란 알루미늄 박스에 내장된 삼원촉매장치로 이어진 짤막한 숏 컷 스타일의 사일렌서가 레이시한 느낌을 강하게 연출한다.
 
 
웅크린 듯한 실루엣의 브루탈레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원조인 만큼 공격적인 네이키드 바이크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지난 모델보다도 섬세한 디테일이 더욱 보강되어 헤드라이트나 시트의 만듦새, 전자 장비를 컨트롤하는 버튼류의 질감은 더욱 향상됐다. 특히 고강성 경량으로 제작된 휠은 한 쪽 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모노 스윙암 방식으로 마치 고성능 스포츠카의 휠을 보는 듯 스포티하다.
 
 
고회전 엔진을 품은 모델인 만큼 엔진열기를 방출하기 위한 대형 수냉 라디에이터가 장착되어 있다. 에어 인테이크 기능을 갖춘 흡입구가 연료 탱크 양쪽으로 장비되는 등 고성능을 암시하는 디테일이 각 부마다 살아있다. 리어 섹션은 짤막한 마무리로 브루탈레 고유의 공격적인 실루엣을 그대로 가져왔다.
 
 
알루미늄 금속 느낌을 연출한 MV의 키를 꽂고 ON 위치로 돌리면 독특한 형상의 커다란 디지털 액정이 작동을 시작한다. 화면 빼곡히 정리된 정보들이 한 가득 펼쳐진다. 엔진 회전계, 속도계, 수온계 등이 기본으로 표시되고, 트립미터나 시계, 랩타임 측정 등 다양한 기능을 핸들부 버튼으로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
 
 
S(스포트), R(레인) 등 4개로 구분된 라이드 셀렉트 모드를 변경하거나 트랙션 컨트롤 수치를 조절하는 등 전자 장비를 섬세하게 동작할 수도 있다. S모드는 이 엔진이 가진 본연의 출력을 모두 발휘하므로 가장 화끈하며, 그와 상반되는 R모드는 엔진 맵핑에 출력제한을 걸어 파워가 줄어들며 스로틀 반응도 둔감해진다.
 
 
엔진을 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부분은 독특한 맥박의 3기통 음색이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단기통 엔진이나 2기통엔진의 끊어치는 듯한 리듬과 전혀 다르며, 오히려 4기통 음색의 부드러운 느낌과 닮아있다. 하지만 실린더가 하나 적은 만큼 맥동 사이에 간격이 넓어 좀 더 리드미컬하다. MV 엔진 특성상 정숙성보다는 엔진 각 파트에서 나는 메커니컬 노이즈(기계음)가 특색 있다.
 
 
스로틀 반응은 무척 가볍다. 레이스 베이스 엔진인 만큼 극단적인 숏 스트로크(피스톤 왕복 행정이 짧은)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1단에서 약 110km/h를 마크하며 빠르게 rpm이 상승하는데, 2단, 3단으로 풀 스로틀로 가속하다보면 가벼운 차체 특성과 어우러져 빠르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엔진은 극 저회전인 2,000rpm 정도에서 클러치를 완전히 연결해도 부조 없이 부드럽게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14,000rpm까지 손쉽게 회전시킬 수 있는 엔진치고 무척 의외다. 스트리트 바이크 특성상 저속주행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요소다. 4,000rpm을 벗어나면 슬슬 회전에 속도가 붙으면서 엔진의 본 영역에 진입했음을 알린다.
 
 
엔진 회전수 약 5,000~9,000rpm 사이의 영역에서 브루탈레 675는 가장 빛난다. 매끄럽고도 끈기 있는 회전질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전율을 일으키는 야성적인 엔진음이 쉴 새 없이 들려온다. 언제든 스로틀을 감으면 원하는 만큼 튀어나가는 민첩함이 일품이다. 160kg대의 경량 설계와 기민한 엔진 회전 특성이 좋은 궁합을 보인다.
 
 
일반적인 자동차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10,000rpm 이상의 영역도 브루탈레에게는 일상적인 영역일 뿐이다. 최고출력이 나오는 이 영역대의 회전질감은 가히 슈퍼바이크와 다를 바 없다. 스로틀 반응도 영민하며 그만큼 라이더의 섬세한 조작이 필요하게 된다. 브루탈레 675는 비록 스트리트 바이크로 분류되고 있지만, 슈퍼바이크 F3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날카로움을 지녔다.
 
 
브레이크 또한 믿음직한 시스템을 구성했다. 브렘보 래디얼 마운트 캘리퍼와 대구경 디스크 로터의 조합으로 기민하고도 충직한 브레이킹 성능을 발휘한다. 일제 스포츠 바이크로 따지자면 리터(1,000cc)급 슈퍼바이크와 동일한 43mm 구경 포크 덕분에 가혹한 브레이킹 조건에서도 잘 견딘다. 순간적인 레버의 응답력은 물론 하드 브레이킹 시에도 불안감 없이 무서운 감속G를 선사한다. 이 역시 가벼운 차중이 관계하는 바가 크다.
 
 
리어 브레이크는 상당히 민감한 편인데, 둔감한 쪽보다는 이 편이 한결 낫다. 친절한 ABS 따위는 없는지라 강하게 밟으면 타이어가 잠겨버리지만 라이딩 포지션이 자연스럽고 차체 밸런스가 좋아 컨트롤 하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된다. 요컨대 흔히 이 계통 시승기에서 이야기하는 단순 자세잡기용 브레이크가 아니라 감속이나 제동 시 적극적인 컨트롤을 요구하는 파츠다.
 
 
가벼운 차중과 자연스러운 라이딩 포지션이 가장 큰 빛을 발휘하는 것은 다름 아닌 코너링 성능이다. 그야말로 경량 스포츠 바이크가 시사하는 그대로 날렵하게 기울일 수 있다. 원하는 시점에서 코너링을 시작할 때 전혀 저항하는 느낌이 없으며 원하는 앵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혹은 순간적으로 더 깊은 앵글이나 얕은 앵글로 수정하기도 편하다.
 
 
리어 서스펜션은 레이싱 스펙이라고 하기에 어렵지만 이 세그먼트에는 큰 부족함이 없다. 100% 풀 그립이 아니라 슬쩍슬쩍 미끄러뜨리는 용도로는 더 재미있는 요소가 된다. 반면 하이 그립이 필요한 고속 코너링 시 다소 불안한 요소는 존재한다. 애초에 경량 차체에 고회전 엔진을 바탕으로 한 민첩성이 설계 목표이므로 큰 불만이 되기는 어렵다. 
 
 
서스펜션에서 아쉬운 요소는 트렐리스와 알루미늄 주조 형태가 융합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프레임이 충분히 감싸 안는다. 레이싱에서 다독여진 이 프레임 설계는 단순한 파이프의 연결인 트렐리스 방식에서 한 단계 더 진보한 방식이다. 지나친 연성위주의 구조에서 약점을 보완하고 특히 하체 강성을 충족시킨 획기적인 솔루션이다. 이 덕에 노면에서 오는 다양한 진동을 흡수하고 간혹 스로틀 조작실수나 브레이킹 조작 실수로 밸런스를 잃어도 마지막에는 프레임이 받아준다.
 
 
좌, 우로의 연속 코너링 동작도 무척 민첩하게 다듬어져 있다. 이 능력은 현실적으로 차량 정체로 복잡한 시내 주행에서 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마음먹는 순간 방향을 바꾼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말을 잘 듣는 모터사이클이다. 게다가 방향 전환하는 도중에도 어느 영역에서든지 순간적으로 튀어나가는 맛이 속을 후련하게 해준다. 완벽한 스트레스 킬러다.
 
 
퀵 시프터는 차량 가격에 약간의 비용을 추가 지불하면 장착할 수 있는 옵션이다. 하지만 이 파츠 하나에 라이딩 스타일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포효하는 엔진음을 뒤로한 채 클러치 조작 없이 맹수처럼 가속해 나가는 짜릿함은 옵션 추가 비용인 50만원을 정말 보람 있게 썼다는 흐뭇함마저 선사한다.
 
 
순정 타이어인 피렐리 엔젤 ST는 훌륭한 값어치의 스포츠 투어링 타이어로 정평이 나있다. 몇 시즌을 함께 할 수 있는 내구성은 물론 충분한 그립도 갖췄다. TCS(트랙션 컨트롤)가 작동하는 브루탈레 675에게 특화된 타이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트레드에 그려진 천사 얼굴 콘셉트의 위트는 덤이다.
 
 
경량 차체에 휠베이스가 짧은 명실상부 단거리 스프린터이긴 하지만 고속 주행 능력도 생각 외로 나쁘지 않다. 특히 계기반을 감싸는 바이저가 무척 기능적으로 디자인 됐다. 에어로 다이내믹스(공기역학)를 연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연히 갖춰야 할 파츠에 의외의 기능성을 추가한 것이다. 게다가 디자인 콘셉트도 전혀 해치지 않는다. 이탈리안 모터사이클이 주목 받는 진짜 이유다.
 
 
탱크는 홀딩성이 좋은데다 프레임 폭 자체가 좁아 우수한 발 착지성 등 스포츠 바이크이자 스트리트 바이크 모두의 영역을 두루 만족시킨다. 탱크 쪽으로 밀착해 앉을 경우 매우 편안한 포지션으로 느긋하게 달릴 수 있고 엉덩이를 뒤로 바짝 붙여 요추 받침대에 밀착할 경우 적극적인 스포츠 라이딩 포지션이 갖춰진다. 특히 시트가 적당히 매끄러워 재빠른 체중이동을 할 수 있고 얇은 시트 두께에 비해 착좌감도 나쁘지 않다.
 
 
MV가 내놓은 3기통 엔진 모터사이클은 우리나라에 무척 생소하다. 국산은 단기통 혹은 2기통, 외제는 4기통 모터사이클이라는 인식이 깊숙이 자리잡힌 현실에서 3기통 엔진의 독특한 존재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기계다운 메커니컬 노이즈라던지 남자다운 2기통 박동과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4기통 음색 사이에서 중성적인 목소리를 내는 3기통 엔진의 새로운 매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도 중요하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즐거움을 받아들일 것인가, 어색한 이질감으로 치부하고 기존의 모터사이클에 머무를 것인가는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MV 아구스타는 자타공인 희귀하고 독특한 프리미엄 브랜드다. 희소가치가 높고 존재감도 충분하며 기계적인 가치자체로도 훌륭하다. 그로 인해 꽤 많은 수의 모터사이클리스트가 처음 헬멧을 썼던 시절부터 ‘드림바이크’로 그려왔다는 사실을 회상한다.
 
 
상징성 높은 MV 아구스타와 같은 브랜드에서 발표한 엔트리 바이크 브루탈레 675의 등장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고가의 고성능 모터사이클만을 제작해왔던 콧대 높은 MV가 대중에게 눈을 돌린 첫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 즐거운 사실은 엔트리 클래스라고 주장하는 브루탈레 675의 기계적인 완성도, 퍼포먼스 측면에서의 한계치, 라이딩의 즐거움, 상품측면에서의 가치 등 모든 부분에서 MV의 가치를 대부분 외면치 않고 이어받았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가격적인 부담은 최소한으로 잘 묶어 뒀다.
 
 
이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의 모터사이클은 흔치 않다. 앞으로 등장할 브루탈레 800과 그 이상 3기통 대형 모터사이클의 몇몇 베리에이션이 더 남아 있지만, 브루탈레 675는 이 상태 그대로 MV의 하한선을 그대로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대가에 MV의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오래된 모터사이클리스트들의 꿈이 비로소 현실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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