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 소식이 들려오는 자동차 시장이지만, 그 중 최근 가장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은 건 역시 기아 EV9이 아니었을까? 전동화 시대에서 전 세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현대차그룹이고, 그 안에서도 가장 먼저 선보이는 대형 전기 SUV이니 말이다. 여기에 탑재된 기술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율주행 3단계에 해당하는 조건부 자율주행까지 갖추고 있어 여러가지 면에서 주목받는 상황이다. 이런 EV9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기아는 EV9 사전 계약 시작에 맞춰 5월 4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EV 언플러그드 그라운드를 재단장해 대중에 공개했다. 공개 전 미디어를 대상으로 사전 공개행사가 진행돼 지난 2일 현장을 방문했다.

이 공간이 낯설지 않은 건 이미 EV6 출시 때도 방문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기아의 첫 번째 전기차인 만큼 제품과 기술 홍보를 위해 마련했던 이 공간을 이번엔 EV9에 맞춰 내부 전시나 구성을 바꿔 새로운 모습으로 공개한 것이다. 외벽의 EV6라는 글자에서 6이 떨어져 나가고 EV만 남은 건 앞으로 자사 전기차들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주 건물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처음 마주하게 되는 건 2대의 EV9과 이 차량에서 뻗어나온 수백 가닥의 실이 천장을 거쳐 측면 벽의 실타래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조형물이다. 사실 이 조형물은 기아의 디자인 철학인 ‘Opposite United(대조의 융합)’ 중 ‘Bold for Nature(자연의 대담함)’을 표현한 것으로, EV6 전시 때도 봤던 것이어서 ‘재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기아를 비롯한 현대차그룹의 차량들이 재활용 소재를 통해 친환경,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같은 형태를 유지하며 브랜드가 목표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한결같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요소인 것이다.

스토리텔러의 설명을 들으며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대형 스크린으로 둘러싼 통로에 도착한다. 좌우의 화면에선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였던 ‘Technology for Life(인간을 위한 삶의 기술)’에 대한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었다. 여기는 EV9으로 이동하는 전이공간을 뜻하는데, 이곳을 지나 문이 열리면 2대의 EV9이 자리한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세 번째 공간에선 EV9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이어지는데, 각종 기능에 대해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좌우 측면에 천장까지 스크린이 배치되어 EV9의 각종 특징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특히 커넥트 스토어를 통해 기능이 구현되는 부분을 전방향에서 펼쳐지는 그래픽을 통해 시각화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을 알기쉽게 표현했다.

안쪽 차량은 턴테이블 위에 얹혀있는데, 이는 EV9의 각종 주행 관련 기능들을 체험해볼 수 있게 한 가상 시뮬레이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국산차 최초로 EV9에서 구현된 자율주행 3단계 수준의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는데, 전면과 양 측면, 천장까지 4면의 스크린을 통해 실제 주행하는 것처럼 화면이 재생되고 방향전환에 맞춰 턴테이블까지 좌우로 회전하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실감 나게 체험이 가능하다. 여기에 앞선 커넥트 스토어를 통해 구입 가능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기능까지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다음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자 벽면에 액자들이 가득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EV9에 적용된 친환경 소재들을 소개하기 위한 것으로, 뒤쪽에는 재활용 전의 상태를 담아놓고 앞쪽에 재활용 후에 어떤 형태로 바뀌어 차량에 적용되는지를 한눈에 볼수 있도록 해 이해하기 쉬웠다. 중앙 테이블에는 재활용으로 재탄생한 소재들을 비치해놔 실제 촉감은 어떠한지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공간은 EV 익스피리언스 존으로, EV9은 물론이고 먼저 선보인 EV6까지 주행 경험을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도록 레이싱 게임 시뮬레이터를 배치해놨다. 실제 차량의 움직임에 맞춰 시트까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앞선 시뮬레이터와는 다른 몰입감으로 주행 성능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반대쪽 벽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배치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성인이 된 ‘어린 왕자’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을 통해 각종 주행 보조 기술을 롤플레잉 게임처럼 설명하는 컨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방문객은 앞쪽에 마련된 터치 스크린을 통해 조작하면 차량에 탑재된 주행 정보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시간이 없어 모든 컨텐츠를 체험해보진 못했는데,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진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주 건물 옆으로 마련된 공간에는 각종 이벤트를 통해 얻은 코인으로 기념품을 얻을 수 있는 자판기가 마련되어 있으며, EV9과 스타벅스와의 협업으로 마련된 다양한 상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마니아들이라면 이 또한 빼놓지 말고 반드시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성수 언플러그드 그라운드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날짜와 시간, 인원을 선택해 예약하면 되고, 별도 비용 없이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기아는 사전계약과 함께 EV9의 주요 정보와 가격을 공개했다. EV9은 E-GMP 플랫폼 기반에 99.8kWh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501km(2WD, 19인치 휠, 산업부 인증 기준)의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GT-라인 트림은 최고출력 283kW(384마력), 최대토크 700Nm의 강력한 성능으로 제로백(0-100km/h) 5.3초라는 막강한 성능을 자랑한다. 탑재된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 기능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본선 주행 시 앞차와의 안전거리와 차로를 유지하며 최고 80km/h의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때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되지만 기능이 해제될 경우를 대비해 언제든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상태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가 적용된 전면부는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과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 램프, 스타맵 LED 주간주행등으로 미래적인 느낌을 보여주며, 전면의 라이팅 패턴 형태는 기본 제공되는 것 외에 기아 커넥트 스토어에서 추가로 구입해 적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2 기능도 온라인으로 구입, 적용 가능한데, 구매, 리스 등 다양한 사용조건에 맞춰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사용기간을 평생, 연간, 월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은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구동계, 시트, ADAS, 빌트인 캠 등 차량 전반 기능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차량이 최신 소프트웨어로 항상 유지, 관리된다.

차량 가격은 에어 2WD 7,671만 원, GT-라인 8,781만 원이며, 친환경 자동차 세제 혜택이 더해지면 각각 7,337만 원, 8,379만 원(모두 개별소비세 3.5% 기준, 구매보조금 미적용)으로 구매할 수 있다.

3단계 자율주행을 비롯한 각종 첨단 기능과 501km의 주행거리를 갖춘 EV9이 앞으로 전기차 시장에 미칠 영향이 상당해 보인다. 특히 대중 브랜드에선 처음으로 선보이는 3단계 자율주행이 적용된 점은 앞으로 경쟁사들의 신제품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다. 다만 국내 도로 여건과는 조금은 동떨어진 80km/h의 제한은 아쉬울 수 있으나 향후 OTA를 통해 업데이트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인 만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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