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9.27 수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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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라는 이름에 걸맞게 더욱 강력해졌다, 기아 EV6 GT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대성공을 거둔 건 물론이고, 가요나 드라마, 영화 등 등 다양한 분야에서 K-컨텐츠들의 성공 소식이 들려오며 우리의 자부심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여기에 보태 그동안 한국 브랜드가 넘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해외 자동차 시장에까지 한국 브랜드의 성공 소식이 전해지며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이처럼 세계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은 ‘전동화’에 있다. 그동안 내연기관 자동차들을 통해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들을 전기차에 집약시켜 성능은 물론이고 편의사양 등 그동안 다른 브랜드들이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까지 채워주면서 각국의 소비자들에게 호평받으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K-자동차 열풍의 선두에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5와 기아 EV6가 있다. 같은 E-GMP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각각 특색을 달리하며 여러 소비자층을 두루 만족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기차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듀얼 모터를 탑재한 고성능 버전인데, 아이오닉 5는 N 버전으로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 EV6가 먼저 고성능 모델인 EV6 GT를 선보였다. 과연 처음 예고했던 것처럼, 그리고 TV 광고에서 보여준 것처럼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줄까?

EV6를 처음 만난지 벌써 1년이 지났으니 기억을 되짚어보기 위해 1년전의 사진을 뒤져봤다. 외관에서 차이점이 없는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의외로 디테일한 부분에선 차이를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헤드라이트 사이 그릴 자리와 그 아래 센서 주변부를 EV6는 세로 스트라이프를 더한 플라스틱으로 마감했는데, EV6 GT는 이 부분들을 점선 형태로 바꿨고, 그 좌우로도 흡기구처럼 보이는 가니시와 라이트를 더해 좀 더 스포티한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휠은 스포크 중앙에 라인을 더하고 눈에 띄는 컬러를 입힌 브레이크 캘리퍼를 채택하며 스타일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그리고 후면은 전면과 마찬가지로 통기구 형태의 가니시와 세로 라이트를 더해 스포티함을 더하고 작은 GT 배지로 차이를 뒀다.

실내 역시 큰 변화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제일 큰 변화는 스티어링 휠 스포크 하단에 GT 버튼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누르면 주행모드나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 등 설정 가능한 차량 설정들이 스포츠 성향으로 바뀌는데, 여기에 차량 자세 제어 기능이 꺼진다는 안내 메시지가 함께 나온다. 일반도로에서 테스트하기엔 부담스러운데, 넓은 공간에서 드리프트를 즐기거나 서킷에서 오랫동안 주행해온는 사람이라면 이 GT 모드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차이점이 있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해있다. 바로 모터가 2개로 늘어났다는 점. 전륜에는 160kW를, 후륜에는 270kW의 전기모터를 장착해 총 430kW, 출력으로는 585마력이라는 막강한 수치를 자랑한다. 확실히 전동화가 이뤄지며 나타난 변화 중 하나로 ‘성능의 인플레이션’을 꼽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러한 고성능화 덕분에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제어하는 기술 역시 브랜드에서 잘 준비했으리라 생각한다.

다른 요소들은 기존 EV6와 동일하다. 증강현실(AR) 기술을 더한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도 여전하고, 짱짱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 주행모드에 맞춰 스타일이 바뀌는 디지털 클러스터와 전기차에 특화된 정보들을 더한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등 이미 EV6에서 경험했던지라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행 특성에서는 극적인 차이를 보여줄까? 3배 가까이 성능이 늘어났으니 느끼지 못한다면 거짓말일 터. GT의 성능이 과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지가 가장 궁금했다. 우선 차를 타고 한가한 도로로 향했다.

차에 타자마자 느낀 것은 편하라고 만든 차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시트. 일반적인 가죽시트가 아니라 스포츠 버킷 시트가 탑재되어 열선 시트 기능은 있지만 통풍 시트 기능은 없다. 이유는 몸을 단단히 잡아 흔들림을 억제해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편의성을 중시한다면 GT쪽보다는 일반 EV6 쪽을 선택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지만, 반대로 스포티한 주행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EV6 GT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모터가 2개로 늘어났다고 해서 소음이 올라가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모터 특유의 구동음은 존재하지만, 내연기관에 비하면 미미한 정도의 소음이고, 여기에 소음이나 진동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들이 더해진 덕분에 정숙성은 여전히 뛰어나다. 오히려 청각적 요소가 부족해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으로 인공 사운드를 설정할 수 있게 해놓은 배려는 아이러니한 부분이긴 한데, 소리가 빠진 고성능차는 마치 코를 막고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시내에서는 정숙성으로 편안하게 타는 장점이 있지만, 와인딩이나 서킷에선 인공 사운드를 보태 역동성을 한층 배가시켜 운전의 재미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진 차량 흐름이 많아 성능 테스트가 불가하니 그때까진 다른 주변 기능들을 테스트한다…고 설명하지만, 사실 기자가 편하기 위해 주행보조 기능부터 얼른 작동시켰다. 없을 땐 굳이 필요할까 생각이 들지만, 여러 신제품들을 시승하면서 여러차례 경험하고 나니 장거리 운전이나 피곤한 상태에서의 운전에서는 절실해지는 것이 바로 이 주행보조 기능이다. 물론 긴급한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항상 스티어링 휠을 잡은 상태에서 도로 상황을 주시해야 하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피로도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있는 쪽이 훨씬 좋다. 그리고 이러한 보조기능의 일부인 각종 충돌 방지와 같은 안전 기능의 경우도 단 한 번의 사고만 예방해도 충분히 제 값을 하고도 남는 만큼 결코 손해보는 기능이 아니다.

전기차라면 충전이 고민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일명 ‘집밥’, 즉 가정용 충전기 없이도 충분히 운행이 가능하지만, 예정되지 않은 이동에서는 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도 EV6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은 급속 충전보다 더 빠른 초급속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전비는 조금 비싸더라도 이를 활용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18분이면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으니 충전기를 물려놓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정도로도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디에 충전기가 있는지 잘 모르거나, 충전을 언제 해야 할지 타이밍 잡기 어려워도 걱정할 필요 없다. 내비게이션으로 경로를 검색하면 알아서 최적의 경로를 탐색하고, 남아있는 전력으로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경로주변에 위치한 충전소에 들를 수 있도록 안내해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탈 수 있다.

느긋하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주변 차량들이 많이 줄어들고 도로 전반이 꽤나 한적해졌다. 이제 슬슬 EV6 GT의 진면모를 확인할 때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빨간색 위주의 계기판이 떠오르며 최대치의 성능을 발휘할 준비를 마쳤다.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주자 누군가 어깨를 밀친듯한 강한 충격이 등으로 전해진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가속력이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모터 1개로도 강력함을 느꼈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한차원 다른 파워가 ‘노면을 박차고 나간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순식간에 규정속도를 넘기고도 주저함없이 속도계의 숫자가 빠르게 오르는데, 지레 겁이 나 얼른 브레이크 페달을 밟게 된다. 최고속은 260km/h라고 하는데, 옛날 아날로그 속도계를 보면서이 속도를 낼 수 있겠냐’고 피식거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260km/h의 최고속도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주행모드에 따라 계기판 디자인이 바뀐다. 위부터 에코, 컴포트, 스포츠

정지상태에서의 가속뿐 아니라 주행 중의 가속,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의 추월 가속 역시 시트에 몸이 눌릴만큼 강력한 파워를 경험할 수 있다. 물론 항상 이렇게 강력한 파워를 보여준다면 운전이 꽤나 피곤해질테니 에코, 컴포트, 스포츠 3개의 주행모드를 갖춰 부드러운 주행감을 원하면 에코 모드를, 역동적인 주행을 선호하면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잘 달리는 만큼 안전장비 역시 잘 갖춰져야 하는데, 앞뒤 브레이크는 대용량 디스크를 채택하고 전륜에는 모노블럭 캘리퍼를 더해 제동성능을 더욱 높였다. 또한 고속에서도 차량을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전륜 스트럿링, 후륜 러기지 플로어 보강바 등으로 차체를 강화했으며,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는 좌우 바퀴 구동력을 제어해 코너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다. 또한 GT모드에서 활성화되는 회생제동극대화 기능(RBM), 드리프트 모드 등 고성능 모델에 어울리는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됐다.

국산차도 유수의 해외 브랜드 제품과 경쟁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순간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다. ‘너만 그렇게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당장 인터넷에 EV6 GT를 검색해보길 바란다. 수많은 해외 매체들의 호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올해 말과 내년 초 세계 각국에서 올해의 자동차 후보와 수상 리스트에서 EV6 GT의 이름을 보게 되더라도 그리 놀라게 될 것 같지 않다. 그만큼 뛰어나고, 그만큼 재밌는 차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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