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소하게 데칼이나 스티커 등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수준을 넘어, 커스텀이나 튜닝으로 차별화를 높이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정판 등으로 불리는 스페셜 모델이 출시되면 이를 구입하려고 줄서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이걸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 그것도 구입하려면 줄을 서도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 포르쉐에서 말이다. 포르쉐는 지난 12일 서울 청담동에 포르쉐 존더분쉬(Sonderwunsch) 하우스를 마련하고 국내 1호 존더분쉬 차량으로 K팝 스타 블랙핑크의 제니의 스페셜 차량을 공개했다.

포르쉐코리아 홀가 게어만 대표(오른쪽)와 포르쉐 개인화 및 클래식 부사장 알렉산더 파비그

포르쉐코리아 홀가 게어만 대표는 “포르쉐코리아 최초의 존더분쉬 프로젝트를 젊은 여성 크리에이티브 리더, Z세대를 대표하는 영향력 있는 글로벌 아이콘 블랙핑크의 제니와 함께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특히 그녀만의 포르쉐를 위한 열정과 아이디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포르쉐코리아가 제공하는 특별한 개인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완벽한 스포츠카에 대한 ‘꿈’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르쉐는 첫 번째 모델인 356 로드스터를 선보인 이후 1962년 고객의 요청으로 당시에는 없었던 리어 와이퍼를 장착한 356 B 쿠페를 만들어 납품하며 특별 주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후 고객들의 요청이 늘어나자 1978년에는 특별 요청 부서를 만들어 엔진과 서스펜션 튜닝 영역까지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춘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으며, 1986년에는 자동차 제조사 중 최초로 차량 개선을 전문으로 하는 특별 부서인 ‘포르쉐 익스클루시브’를 설립, 엔진 성능 향상 외에도 휠, 에어로다이내믹 키트, 인테리어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고객들이 원하는 차량을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태큅먼트는 카시트를 비롯한 포르쉐에서 발매하는 액세서리 등을 의미하는데, 이는 큰 어려움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딜러에서 구입 후 바로 장착이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 옵션이 있다. 여기에는 내장재의 소재나 에어로 킷, 다양한 옵션 컬러 등이 있는데, 이는 제작 과정에서 변경이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조립라인이나 매뉴팩처에서 별도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게 된다.

911 에디션 50주년 포르쉐 디자인과 포르쉐 클래식이 복원한 1972년식 911 S 2.4 타르가

다음으로는 ‘에디션’과 ‘리미티드 시리즈’가 있다. 둘 모두 특별한 지역, 장소, 시간 등을 기념하기 위해 포르쉐가 기획, 제작해 한정발매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일반 에디션의 경우 수백 대 단위로 만들어져 국내에도 수량이 일부 배정되는 반면, 리미티드 시리즈의 경우 희소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전 세계 대상으로 수십 대 정도만 발매해 국내에서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희소성을 더욱 높인 모델이 바로 존더분쉬 프로그램이다. 개인 고객이나 특정 시장에 맞춰 단 한 대, 혹은 극소량만을 생산하는 모델인데, 설계 단계부터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모아 현실화 가능 여부를 판단해 이에 맞춰 부품 등을 개발, 생산해 별도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특별 모델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차량 구입 시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외의 것을 원할 경우 포르쉐 센터에 문의해 개인 컨설팅을 진행하게 된다. 여기에는 현재 출시되고 있는 제품을 기반으로 한 커스텀 외에도 이미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차량에 대한 커스텀도 가능하다. 고객이 상상하는 차량의 현실화 여부에 대해 본사 전문가들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고객을 프로젝트 회의에 초대해 각 부서 디자이너 및 전문가들과 다양한 측면에서 이를 검토하게 된다. 이러한 프로젝트 준비에만 최대 1년의 시간과 10만 유로(약 1억 4천만 원) 이상의 비용(차량 가격은 별도)이 필요하다.

이번 제니의 스페셜 차량의 베이스가 되는 모델은 전기 스포츠카인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로, 여기에 특별한 색상과 디자인을 더했다. 우선 차량 외관은 메탈릭 블랙 컬러이며, 여기에 제니가 특별히 선택한 ‘마이센블루(Meissenblue)’ 컬러를 림에 더했다. 그리고 B 필러에는 제니가 요청한 구름 로고를 더하고 앞문의 엔트리 카드에 ‘제니 루비 제인’ 레터링과 별명인 ‘니니’ 레터링을 더했다. 여기에 사용된 글꼴은 현행 992세대 911에 적용된 것으로, 원래는 규정 외 사용이 불가하나 포르쉐 본사에서 이번 스페셜 모델 제작을 위해 특별히 사용을 허락했다고 한다.

외관 뿐 아니라 실내에도 스페셜 모델다운 요소들이 더해졌다. 시트와 대시보드 상단에 크레용 컬러를 적용했고, 도어패널 트림, 송풍구 외곽, 컵 홀더,스티어링 휠 림 상단 센터 등에 마이센 블루 컬러로 포인트를 더했다. 헤드레스트는 B 필러에도 그려졌던 구름 로고가 더해졌고, 같은 실내 커버도 함께 제작됐다. 또한 제니가 키우는 반려견을 위한 차량용 펫 캐리어 등도 별도로 제작되는 등 특별함을 강조했다.

포르쉐가 운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스페셜 모델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존더분쉬는 철저하게 개인의 요청에 입각한 제품을 통해 고객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오랫동안 꿈꿔온 나만의 자동차, 나만의 포르쉐가 있다면, 그리고 긴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것을 눈앞에서 현실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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