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2.3 금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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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을 낮춘 대신 강력한 편의기능으로 실용성을 높여, 기아 니로 EV

이제 전기차는 우리의 일상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출퇴근길에 전기차를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 시장을 두고 초반 돌풍을 일으킨 신생 브랜드 테슬라가 왕좌를 유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품질 관리 문제를 비롯해 물량 부족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친 와중에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들까지 반격에 나서며 시장의 판도가 확 달라졌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각각의 브랜드로 다양한 전기차 제품을 선보이며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어 선두자리를 머지않아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5, 기아의 EV6와 니로 EV, 제네시스의 GV60과 G80 전동화, GV70 전동화 등 다양한 전기차들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전기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중 기아의 니로 EV가 신형 출시와 함께 미디어 시승회가 마련돼 현장을 찾았다.

올해 초 출시한 니로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수출용), 순수전기차로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니로는 전기차로의 전환 단계에서 개발된 차량이라 기존 내연기관도 아닌, 최근에 사용되는 E-GMP와 같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아닌, 둘 사이에 위치하는 친환경 전용 모델이다. 즉 전기차는 물론이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실제 라인업 역시 3개 종류의 친환경차들이 모두 출시(신형 PHEV는 해외 시장에만 판매)되었다.

이번 니로 EV는 첫 번째 완전변경 모델로, 올해 초 출시된 신형 니로와 궤를 함께하는 모델이다. 이미 하바니로 콘셉트를 통해 대략적인 디자인을 공개했는데, 당시 호평받았던 요소들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며 세련미를 보여주는 가운데 전기차 전용 사양들을 더해 니로 EV만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전면부가 아닐까. 전면을 가로지르는 가니시와 아래로 기아에서 자주 사용하는 심장박동 그래프를 형상화한 주간주행등의 조합이 독특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그릴이 있던 자리는 전기차라 막혀 있는데, 아래로 네모난 덮개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전기차 충전포트. 후면에 위치하는 쪽이 사용자 입장에선 주차가 편리해 좋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모델들, 제네시스 G80 전동화나 GV70 전동화처럼 내연기관 모델을 기반으로 한 경우 구조상의 한계로 인해 전면에 위치하게 된다고.

측면에서는 차량 전체 색상과 다른 컬러가 적용된 C필러가 눈길을 끄는 요소. 이 C필러와 도어 하단 가니시의 컬러를 맞춰 차량이 좀 더 콤팩트해 보이는 느낌을 준다. 먼저 선보인 니로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C필러 안쪽으로는 통풍구를 마련해 원활한 공기 흐름으로 전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전기차답게 휠은 공기 저항을 줄이는 전용 휠이 장착됐다.

실내 구성은 하이브리드와 다르지 않다. 차이라고 한다면 전기차 전용 기능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추가됐다는 점, 그리고 패들 시프트의 역할이 기어 변속에서 회생 제동 단계 변경으로 바뀌었다는 정도일까. 회생 제동의 경우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0단계에서 가장 강력한 3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고, 3단계에서 한 단계를 높이면 아이 페달 기능이 작동해 차량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기반으로 알아서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한다고. 효율성을 높이려면 이쪽이 좋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연기관의 엔진브레이크에 익숙하다 보니 이보다 강하게 제동이 걸리는 회생제동은 아직 불편함이 앞선다. 우리에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걸까.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대표 편의기능인 V2L을 사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의 대표 편의장비인 V2L 기능도 당연히 들어가있다. 전면 플러그에 V2L 전용 어댑터를 장착한 후 전기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데, 시간당 3kW 정도의 출력을 제공한다니, 야외에서 어지간한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건 물론이고, 캠핑을 떠나 전기장판 같은 전열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 없겠다.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실내 V2L 커넥터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으니 문제없다.

시승 코스는 경기도 하남을 출발해 고속도로를 타고 가평을 다녀오는 구간이다. 그리 길지 않은 코스지만 고속 주행부터 와인딩까지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차의 다양한 면을 테스트하나 싶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며 노면이 서서히 젖어들기 시작했다. 안전을 위해 욕심을 버리고 느긋하게 달려보기로 했다.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아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지만 부담되는 건 하나도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속도만 적당히 조절해주면 운전자는 옆 차선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거나 갑자기 나타나는 공사구간 같은 돌발상황만 신경쓰면 된다. 설정속도를 규정보다 높여도 내비게이션 정보를 기반으로 알아서 단속구간에 맞춰 조절해주니 훨씬 여유롭다.

전기차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더해 정숙성에선 흠잡을 곳이 없다

전기차의 정숙성에 대해선 긴 말이 필요할까. 여기에 신형 니로는 1열 창문에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기본 적용되어 정숙성이 우수하다. 음악을 틀어도 귀 아플 때까지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되는 건 전기차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는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도 깔끔한 소리로 귀가 더 즐거워진다.

엔진룸에는 작은 수납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그래도 명색이 시승인데 계속 차에만 운전을 맡길수는 없다.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끄고 직접 운전에 나섰다. 앞서 경험했던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 대부분이 대부분 2개의 모터를 장착해 고성능을 발휘하던 모델이었던 반면, 이번 니로는 전 사양에 150kW 싱글모터가 적용되기 때문에 달라진 성능이 확 체감된다. 그렇다고 부족한 수준은 아닌 게 마력으로 환산하면 203마력이다. 여기에 255Nm(26kg‧m)의 최대토크면 거의 K8에 탑재되는 2.5L 가솔린 엔진이랑 비슷한 수준. 물론 실제 주행에선 더 강력하다고 느끼는 건 일정 회전수에 도달해야만 최대토크가 나오는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모터는 작동 즉시 최대토크가 뿜어지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대비 시원한 가속은 규정속도를 넘겨서도 꾸준히 이어지기 때문에 추월 가속 등에서 충분한 성능을 보여준다.

SUV지만 차체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고, 배터리가 차체 바닥면에 위치해 무게중심이 낮아 청평호 주변을 달리는 와인딩에서도 쏠림이 과하게 나타나지 않아 부담이 덜하다. 스포티하다고 말할 정도까진 아니어도, 뒤뚱거리거나 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와인딩을 공략하려는 것만 아니라면 충분히 편하고 즐겁게 탈 수 있겠다.

차박용으로도 쓸만한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배터리는 64.8kWh가 탑재되어 있어 주행거리는 차고 넘친다. 인증받은 주행거리는 401km지만, 국내 인증 거리가 실사용 거리보다 적게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400km 중반대에서 500km까지도 기대할 수 있겠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주요 고속도로에 설치한 E-Pit 초고속 충전기를 고려하면 단거리에서건, 장거리에서건 실용적인 모델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니로 EV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분과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시 에어 트림이 4,640만 원, 어스 트림이 4,910만 원이다. 여기에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3천만 원 초중반대에서 4천만 원 초반의 가격으로 구입 가능하다. 경쟁 모델 대비 높은 가격은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V2L 기능이나 초고속 충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ADAS를 비롯해 각종 편의 안전 기능이 두루 갖춰져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이 갈릴 듯하다.

전기차의 뛰어난 성능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도 많겠지만, 저렴한 유지비와 우수한 정숙성 등 실용적인 이유로 선택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앞서 선보인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전기차들은 뛰어난 성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면, 이번 니로 EV는 성능을 살짝 덜어낸 대신 뛰어난 실용성으로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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