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9.30 금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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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시대에도 미니는 여전히 매력적일까, 미니 일렉트릭

전기차의 장점은 즉각적인 토크와 뛰어난 정숙성, 저렴한 유지비를 꼽을 수 있지만, 비싼 구입비용과 충전 시간 등과 같은 단점도 있다. 특히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내연기관의 주유에 비해 최소 몇 배 이상은 소요되고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선 기다리는 시간도 더해지다 보니 소비자들은 충전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용량의 배터리를 가진 모델을 선택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 맞춰 제조사들 역시 최대한 많은 용량의 배터리를 얹은 전기차를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흐름에 따라가지 않는 곳도 있다. 바로 BMW 그룹. 가장 먼저 선보였던 순수전기차 i3도 그렇고 이번 미니 일렉트릭 역시 주행거리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던 듯하다. i3 초기형의 경우 22.6kWh 배터리로 132km의 주행거리를 제공했고, 이번 미니 일렉트릭은 32.6kWh 배터리로 국내 인증 기준 159km(WLTP 기준 225~233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미니 일렉트릭의 경우 배터리를 차량 후방에 가로로, 차량 중앙에 세로로 조합해 T자 형태로 배치했는데 작고 낮은 차량 특성과 처음부터 전기차 설계를 고려하지 않았던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미니로써는 최선을 다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제조사에서 원했던 것처럼 미니 특유의 재미를 전기라는 동력원을 통해 고스란히 구현해냈을까? 소비자들이 미니라는 브랜드에 바라는 점들을 미니 일렉트릭에도 잘 담아냈을까?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지난 3월 10일 시승회 현장을 찾았다.

최근에 선보인 전기차들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1년 치 물량이 모두 동나는 것에 비해, 미니 일렉트릭은 출시 이후 2달여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입 가능한 물량이 남아있는 상황.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볼 것만은 아닌 것이 올해 판매량의 90%에 달하는 700여 대가 이미 계약을 마쳤으니 나머지도 머지않아 판매될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볼 건 다양한 브랜드에서 전기차를 내놓고 있고, 소비자들 역시 이러한 소식들을 토대로 여러 모델을 놓고 비교해봤을텐데, 그럼에도 수많은 소비자가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외관에서는 일렉트릭 모델에만 적용되는 사이드미러의 노란 컬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입가를 덮은 수염 같은 느낌의 그릴 가니시는 여전하다. 후미에는 헤드라이트와 같은 컬러로 전기를 뜻하는 E와 충전기 플러그 형상을 잘 조합한 아이콘 배지로 전기차임을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좋다. 크게 뚫린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으니 전면부를 적당히 막았지만 일부 부품의 냉각을 위해 살짝 통풍구를 만들어놨다.

외관은 색상이나 배지로 차별화를 했지만, 실내에선 달라진 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계기판은 지난해 선보인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동일한 방식이지만 좌우로 배터리 잔량이나 실시간 전력 소모량 등 전기차 위주로 바뀐 점이 눈에 띈다. 8.8인치 센터 스크린은 연비 대신 전비를 표시한다거나 하는 소소한 변경점이 눈에 띄긴 하나 전반적인 구성은 역시 동일하다. 보통 사용하고 나면 손자국이 남는 다른 스크린들과 달리 특수 코팅 처리를 했는지 화면이 깨끗하게 유지되는 점이 좋다. 빨갛게 칠해졌던 시동 스위치나 기어레버도 노란색을 더해 외관과 일체감을 줬고, 스티어링 휠 하단에도 차량 후면에 부착한 배지와 동일한 모양의 아이콘을 넣어 일렉트릭 모델만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전기차라면 ‘넓은 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니는 어떨까? 미니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만들었다면 좀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었겠지만, 2+2 구성의 쿠퍼 S를 베이스로 한 모델이고,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활용하다 보니 공간적으로 큰 변화가 느껴지진 않는다. 차량 가운데에 세로로 배치된 배터리 때문에 센터 터널 역시 그대로 이어져 전동화로 인한 공간의 이점은 없다. 다행인 점은 그래도 기존 공간을 희생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가 트렁크 용량은 기본 211L, 뒷좌석 폴딩 시 731L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전기모터의 성능은 최고출력 184마력에 최대토크 27.5kg‧m로 내연기관과 비교할 때 그리 특출나진 않으나, 차량의 무게가 1,390kg에 불과하고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곧바로 토크가 뿜어지는 전기차 고유의 특성이 어우러져 속도계가 순식간에 치솟는다. 동승한 PD 역시 고성능 모델인 미니 JCW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일렉트릭의 압도적인 가속력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 최고속도가 150km/h에서 제한이 걸려있긴 하지만, 최고속도를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두고 만든 모델도 아니고, 고속도로 등에서의 추월에는 충분한 수준인지라 일상 주행에서는 문제 되지 않을 수준이다. 모터 특유의 정숙성은 실내로도 이어져 별다른 노이즈 캔슬링 기능 없이도 충분히 조용한 실내가 유지되기 때문에 시승 내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작년에 시승했던 내연기관 모델과의 차이점을 느낀 부분은 운동성능 쪽이었다. 당시 시승기에서도 날렵하게 머리를 돌려나가며 경쾌하게 움직여주는 ‘고-카트 필링’에 대해 매우 감탄했었는데, 의외로 이번 모델에서는 당시의 감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주행 감각이 당황스러웠다. ‘고-카트’의 감각은 덜해졌고 평범한 소형차의 움직임만이 더 크게 다가온다. 여기에 대해 함께 시승한 PD는 미니 오너답게 바로 ‘서스펜션의 변화’라고 짚어낸다. 이 미니 일렉트릭은 기존 내연기관 미니를 보유한 마니아들도 선택하겠지만, 그보다는 이제 막 미니에 입문하는 초심자들을 위해, 그리고 차량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팩 보호를 위해 최저지상고를 내연기관 대비 18mm 높이고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했다는 것. 물론 서스펜션 세팅을 단단하게 바꾸거나 사외품 등으로 교체한다면 이전과 같은 고-카트 필링을 느낄 수 있을테니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겠지만, 미니만의 매력 포인트를 굳이 억누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미니 일렉트릭을 주행하는 사람이라면 묘한 이질감에 당황하게 될 것이다. 바로 회생제동 때문인데, 높은 전력 효율과 원 페달 드라이빙을 구현하기 위해 기본 회생제동을 높은 단계로 설정한 덕분에 세밀하게 가속 페달을 조절해주지 않으면 내연기관의 엔진 브레이크보다 훨씬 강하게 감속이 이루어진다. 다행이 회생제동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단계는 높고 낮음 단 2가지 뿐, 회생제동을 끌 수는 없다. 조금 더 여러 단계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매번 시동을 껐다 다시 켤 때마다 회생제동 단계가 기본인 높음 단계로 되돌아가는 것도 번거로운 부분. 약점을 만회하기 위한 노력은 이해하지만 편의성에 조금 더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주행보조기능으로 크루즈 컨트롤이 있긴 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유지보조 등이 일상화된 요즘에는 아쉬운 부분. 주차 브레이크는 이전 페이스리프트 때와 마찬가지로 전자식 스위치가 적용됐으며, 인포테인먼트에는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기본 내비게이션을 대체할 수 있는 점은 반가우나, 안드로이드 오토는 지원하지 않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입장에선 불만인 요소다. 시트 조절은 전동이 아닌 모두 수동식이긴 하나 기자처럼 답답한 걸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이쪽이 더 나을 듯 하고, 열선 시트 기능은 있지만 통풍 시트는 없어 올 여름이 걱정된다. 반사판 방식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범위가 넉넉해 196cm의 기자에게도 무리 없이 높이를 맞출 수 있었다. 콘솔박스 안쪽의 무선 충전기는 페이스리프트 때와 동일한 부품이 적용됐는지 일정 이상의 크기의 스마트폰은 여전히 사용이 불가능하다.

미니 일렉트릭에 대해 짧은 주행가능거리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700여 명의 계약자들을 보면 미니 일렉트릭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을 것이다. 특유의 주행감각은 조금 둔해졌지만, 전기차 특유의 뛰어난 가속력이 아쉬움을 달래줄 것이고,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유지비도 한몫한다. 여기에 미니 특유의 디자인적인 매력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니, 일상 주행 위주로 활용하고 싶은 운전자들이라면, 생활 반경이 시내 중심인 사람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미니 특유의 감성에 전기차의 매력까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이번 미니 일렉트릭에도 충분한 선택의 이유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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