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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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막내의 하극상, 기아 올 뉴 니로 하이브리드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소형 SUV의 열풍이 상당히 거세다. ‘자동차는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이라던 기존 인식을 깨고 운전이 편하고 유지비 부담도 줄여주는 소형 SUV에 대한 인기가 꺼질줄 모르는 상황. 여기에 유지비를 절감시켜주는 하이브리드의 조합은 전동화에는 공감하지만 인프라의 문제로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최상의 선택일 것이다. 국산차 시장에선 소형 하이브리드 SUV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데, 그 중 하나인 기아 니로가 2세대째를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1월 27일, 시승회가 개최되어 경쟁력을 확인해보았다.

전시물에 어떤 차량 부품이 사용됐는지 찾아보자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도 만날 수 있다

시승회장에 도착하니 친환경 모델에 맞게 숲을 콘셉트로 꾸며놓은 전시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두어달만 늦게 출시됐다면 이 곳이 아니라 강원도 어느 숲속으로 불러들였어도 놀라지 않을 분위기인데, 그만큼 니로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제품에 대한 영상을 본 후 무대 뒤편에 마련된 전시장 문이 열리자 신형 니로와 함께 친환경 특성을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공인연비 20.8km/L에 달하는 뛰어난 경제성은 물론이고, 페트병을 재활용한 PET 소재를 혼합해 만든 헤드라이너, 유독성분을 배제한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한 외장 컬러 등에서 기획 단계에서부터의 많은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업사이클링을 위해 제작과정에서의 부산물이나 수명이 끝난 자동차에서 추출한 자재들을 사용해 전문 업체들과 협업해 만든 다양한 제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비용이나 수고가 더 들어가는 번거로운 일이지만, 그래도 친환경을 위한 활동들을 꾸준하게 이어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달려볼 시간. 오늘의 시승회에는 연비왕 선발대회를 함께 진행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차로 연비 경쟁이라니, ‘고수’를 넘어 ‘괴수’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지라 맘 편히 달리는 쪽을 택했다. 시승 코스는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도로, 시내구간 등이 골고루 섞여있다. 눈길을 끄는 건 어린이 보호구역을 굳이 코스에 넣었다는 점인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니로의 재밌는 기능 중 하나인 그린존 드라이브 기능 때문인데, 특정한 구간, 예를 들어 어린이 보호구역과 같은 곳을 지나게 되면 자동으로 전기모드를 사용해 주행한다고. 이번 신형에 탑재된 것은 2세대로, 기본 설정된 작동 구간 외에도 사용자가 원하는 곳을 추가할 수도 있다.

시내를 빠져나와 자동차전용도로에 올랐으니 주행보조기능을 적극 사용하기로 했다. 준중형 SUV인 셀토스 바로 아랫급이지만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하이브리드 모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구간에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규정속도보다 조금 높게 설정하면 차량이 알아서 과속단속 카메라나 구간단속에 맞춰 속도를 줄여주기 때문에 교통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어 좋다. 여기에 차로 유지 보조 기능까지 작동시키면 더더욱 편해진다. 2.5단계 정도라는 현재의 자율주행도 이렇게 편리한데, 3단계 이후부터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GPS를 기반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등 미리 설정된 구간에선 전기모터 위주로 운행한다

시내구간에 접어들어 드디어 코스에 포함된 어린이 보호구역을 달릴 차례. 구간에 들어서 규정속도에 맞추자 그린존 아이콘이 계기판에 점등되며 엔진 소리가 사라진다. 전기모터로만 구동이 이루어지다 구간을 벗어나 속도를 높이자 다시 엔진이 작동해 힘을 보탠다. GPS를 기반으로 미리 설정해놓은 지역에서는 모터 작동을 극대화시킨다고 하니, 잘 설정해놓으면 연비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만한 기능이다.

교통 흐름에 맞춰 달리면서 자동차전용도로 등에선 ACC 기능을 적극 활용했더니 반환점에 도착했을때의 연비는 18.3km/L를 기록했다. 물론 이정도로 연비왕이 되기엔 한참 부족하다. 사람들이 속속 들어오며 기록이 갱신될 때마다 내 순위가 하나둘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순위권에서 한참 멀어진 곳에 자리잡았다. 함께 시승했던 사람 중 가장 뛰어났던 기록은 24km/L를 훌쩍 넘겼을 정도. 역시 욕심을 버린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C필러는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독특할 뿐 아니라 공기역학까지 고려한 설계가 이뤄졌다
C필러 뒤쪽으로 통풍구를 만들어 공기저항을 낮췄다

사진을 촬영하며 차량 전반을 살펴봤다.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역시 C필러가 아닐까. 과감하게 차체와 다른 색상을 적용하고 테일라이트를 더한 덕분에 새로운 느낌이 든다. 여기에 공기역학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통풍구를 더한 점도 인상적. 전면 주간주행등과 후면 브레이크등은 심장박동 그래프를 닮은 라인으로 만들어졌는데, 최근 기아차들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어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실내는 익숙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반갑다. 스크린 뒤 대시보드를 송풍구와 절묘하게 이어지도록 디자인한 점도 눈에 띄는데, 실내 곳곳에서 이렇게 이어지는 요소들을 도어핸들이나 대시보드 등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기어 레버는 다이얼식에 좌우로 기능 버튼들을 배치했는데, 하이브리드임에도 별도의 EV모드 버튼이 없다. 그만큼 시스템적으로 연비를 높이는데 최적화돼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린존 드라이브 2세대의 기능으로 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재활용 소재를 더했다는 헤드라이너는 조금 거칠고 뻣뻣한 느낌이지만, 천장에 얼굴을 비빌일은 없으니 손으로 만져보는 그 순간을 제외하곤 그리 신경쓰이지 않는다. 시트는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비건 레더인데, 일단 질감에 있어서는 실제 가죽과 꽤 흡사하다. 덕분에 통풍시트 기능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헤드레스트 후면은 외투 등을 걸 수 있도록 디자인됐는데, 재료 사용을 줄이면서 실용적으로 다듬은 아이디어가 좋다.

뒷좌석 공간은 차급 이상으로 넓다. 성인 4명이 타기에도 적당한 수준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깜짝 놀랐는데, 이유는 뒷좌석 공간과 높이 때문. SUV긴 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 그렇게 높은 차는 아닌데, 뒷좌석에 타서 앉아보면 공간이 위아래로 상당하다. 여기에 좌우 공간도 널찍하고, 앞뒤 공간도 휠베이스가 길어져 무릎에 여유가 있는데다 뒷좌석 리클라이닝 기능도 있어 더 편한 자세도 가능하다. 분명 기아 SUV 라인업 중 막내 모델인데 이런 공간이 나온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자세히 보지 않았던 제원표를 다시 살펴보니 이전 모델 대비 전장에서 65mm, 전폭과 휠베이스 20mm가 늘어났다. 크기로만 따졌을 때 니로가 막내의 자리를 셀토스에게 넘겨주게 된 것. 내연기관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자리 교체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일까?

정해진 시간 안에 돌아가야 하는지라 복귀길에선 조금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행히 경로도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도로 중심으로 구성되어 늦을 걱정은 덜었다. 자동차전용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깊이 밟자 가속이 제법 시원스럽다. 스마트스트림 G1.6 엔진은 100마력 조금 넘는 정도의 수준인데, 하이브리드 모델이니만큼 성능보다는 연비 중심으로 세팅된 앳킨슨 사이클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32kW(약 43.5마력)의 전기모터를 더해 시스템 총출력은 141마력으로, 1.6L 자연흡기 방식과 비슷한 수준. 에코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꿔주면 회전한계까지 엔진을 돌려가며 변속하기 때문에 가속이 꽤 나아지지만 그래도 규정속도를 넘긴 이후부터는 더뎌진다는 느낌이 든다. 성능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가야할 길은 먼데 내연기관의 끝은 머지 않았다. 현재의 상황에서 만족하는 수밖에.

하이브리드 SUV 중 가장 높은 연비를 달성했다

이렇게 연비에 신경쓰지 않고 막 달렸음에도 출발지로 되돌아왔을때의 최종기록은 17.3km/L. 일반적인 내연기관 모델이라면 10km/L를 넘길 수나 있을까 싶은 주행이었는데 확실히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놀랍다. 여기서 더 놀라운 점은 이번 신형 니로의 미디어 시승이 진행되는 동안 가장 높았던 기록은 28km/L가 넘었었다고. 물론 연비 주행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신경쓰면 공인연비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다.

친환경이 대세인 시대에서 하이브리드는 친환경과 편리함 사이의 타협이지만, 그래도 내연기관이 더해진 모델이라 진정한 친환경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국내 SUV 중 가장 우수한 연비에 그린존 드라이브 등의 기능을 더하고, 적극적으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노력을 고려하면, 신형 니로만큼은 친환경 모델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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