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시대의 흐름이 바뀌는 모양이다. 과거엔 자동차 산업의 흐름과 미래 방향을 한 눈에 보기 위해선 모터쇼 현장을 찾아야 했지만, 어느샌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자동차 제조사들의 각축장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럴만한 것이 산업 전반의 전동화 흐름이 가속화되며 큰 틀에서도 ‘전자제품’이라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전 세계가 탈(脫)내연기관을 통한 탄소배출 제로를 선언한 마당에 이를 달성하기 가장 좋은 제품이 전기차기 때문. 이런 이유로 CES는 다른 모터쇼만큼이나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역시 이러한 흐름은 비슷한데, GM의 CEO 메리 바라가 기조연설을 맡으며 CES 내에서 자동차 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줄 예정이다. 여기에 자동차 제조사 외에도 다양한 운송 및 차량 기술 관련 브랜드들까지 합류를 결정하며 규모를 더욱 키웠다. CES 2020보다 참가 업체 수는 12% 늘어난 175개 이상의 관련 업체들이 참여한다. 현대자동차그룹, 다임러 AG, BMW, GM, 스텔란티스, 토요타, 웨이모 등이 참여하며, ZF와 보쉬 등 주요 부품 브랜드들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Expanding Human Reach(인적 범위 확장)’을 주제로 로봇과 메타버스에 대한 미래 비전을 발표한다. 기존 이동수단을 넘어 무한한 이동의 자유를 향한 염원을 실현하며,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이 어떻게 주도할 것인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여기에 무생물부터 커뮤니티 공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이동성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MoT(Mobility of Things, 사물 이동성)’의 새로운 개념하에 플러그 앤 드라이브(PnD) 로봇 모듈 플랫폼을 보일 예정이다. 또한 로보틱스 기술이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에서의 경험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는 다양한 방법을 구체적 예시들과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전시 부스에서는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인 ‘모베드(MobED)’, PnD 모듈 모빌리티,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스팟과 아틀라스 등 다양한 로봇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베드는 지난 12월 16일 공개한 제품으로, 납작한 차체에 독립 바퀴 4개를 장착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기울어진 도로나 요철에서도 차체를 수평으로 유지할 수 있고, 휠베이스와 조향각 조절이 자유로워 좁고 복잡한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편심(중심을 벗어난 위치에 고정바가 달린 형태) 메커니즘 기반의 ‘엑센트릭 휠’에 의한 것으로, 각 바퀴마다 탑재된 3개의 모터는 동력, 조향, 차체 자세 제어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통해 360도 제자리 선회와 전방향 이동이 가능할 뿐 아니라 지면 환경에 따라 각 바퀴의 높이를 조절해 차체 흔들림을 최소화한다.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플랫폼이어서 탑재 장치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사람이 탈 수 있을 정도까지 크기를 확장하면 1인용 모빌리티의 역할도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온라인을 통해 비전 EQXX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전 EQXX는 EQ 브랜드를 통해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들의 강점과 함께 ‘전동화 선도(Lead in Electric)’와 ‘자동차 소프트웨어 선도(Lead in Car Software)’라는 브랜드의 목표를 보여주는 모델이기도 하다.

뒤 오버행이 상당히 긴 형태로, 최근엔 보기 드문 모습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모습은 실루엣이 전부로, 쿠페형 4도어 세단의 외관은 마치 AMG GT 4도어 모델의 전기차 버전을 보는 듯하지만, 기존 모델들과 달리 뒤 오버행이 상당히 길어 마치 1950년대 미국 올드카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모델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가장 효율적인 차’라는 설명을 덧붙였는데, 이것이 공기역학적 측면에서의 효율성인지, 전비를 기반으로 한 효율성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1월 3일 유럽 중앙시 기준 오후 6시(한국 시각 4일 오전 2시)에 진행하는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된다.

 

먼저 선보인 BMW iX

BMW는 CES 2022에서 전기 SUV iX의 고성능 버전인 iX M60을 최초로 공개한다. 단순히 성능면에서의 진전은 물론이고 최초로 차량 외장 색상을 변경하는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장 색상의 변경은 복잡한 작업 없이 차내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손쉽게 이뤄지는 방식이라고 한다. 과거에도 색상이 바뀌는 차량이 있었으나, 대체로 태양 아래에서 색상이 변하는 방식이었던 것과 달리 버튼을 통해 바뀐다는 점에서 전기를 이용한 방식으로 보인다.

 

파워트레인은 먼저 공개된 iX가 326~523마력의 성능을 내는 만큼 M60 모델은 최소 600마력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차량에 ‘영화관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하는데, 단순히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이용한 방식을 두고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너무 ‘침소봉대’일 수 있으므로, 전면 윈드스크린에 투영되는 HUD를 이용한 방식으로 추측된다.

 

GM은 지난 CES 2021에서 선보인 얼티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 픽업트럭인 쉐보레 실버라도 EV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전동화의 흐름을 가속화한다.

 

GM CEO인 메리 바라는 CES 2021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전체의 40%로 확대하고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개발에 270억 달러(이후 350억 달러로 확대)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을 최초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GMC 허머 EV, 캐딜락 리릭, 셀레스틱 등 다양한 전기차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그 중 쉐보레 실버라도 EV가 이번 모터쇼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허머 EV가 1,000마력의 최고출력에 563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지만, GMC가 GM의 고성능 브랜드인 만큼 쉐보레 실버라도 EV가 이보다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로는 사륜구동 방식에 사륜 조향 시스템이 탑재되며, 이 밖에도 글래스 루프, 새로운 테일라이트와 테일 게이트 등이 적용된다.

스텔란티스도 이번 CES 2022를 통해 지속가능한 기술 모빌리티 회사로 전환하는 실질적인 예시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스텔란티스는 전동화를 비롯해 자율성, 연결성을 보여주는 전시들을 진행한다. 이는 전동화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들로, 스텔란티스 CEO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전동화, 연결성, 자율성은 미래의 중요한 측면이지만 각각 단독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 우리의 창의성, 엔지니어링과 혁신적인 파트너십은 고객을 위해 가장 지속 가능한 최고의 모빌리티를 구축하기 위한 우리의 추진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라이슬러 에어플로우 콘셉트

이번 전시에서 스텔란티스는 시트로엥 아미 어반 EV, 퓨처 모빌리티 콘셉트, 유커넥트 5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더한 2022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DS 오토모빌 포뮬러 E 경주차, 피아트 뉴 500, 크라이슬러 에어플로우 콘셉트 등을 선보인다. 이러한 전시는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가상현실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팬데믹의 여파로 오프라인 전시 없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던 CES가 올해 다시 오프라인 전시를 병행하게 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백신 접종률 확대로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되어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주최 측이나 참가사에서도 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파악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 우려되는 부분은 기존 모터쇼들의 축소이다. 전 세계 국가들과 각 자동차 제조사들에서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코로나 여파로 취소, 연기된 주요 모터쇼들이 CES의 기세에 눌려 과거와 같은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물론 자동차 외에 다양한 제품들과 함께 전시되는 CES에 비해 자동차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모터쇼가 더 낫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동화 시대 자동차의 또다른 특징인 '연결성(Connectivity)'까지 생각한다면 CES에 힘이 더욱 실릴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만큼, 기존 모터쇼 주최 측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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