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라는 이미지가 강한 가와사키는 확실히 독특한 모델을 선보여 왔다. 가장 최근작이라면 슈퍼차저를 적용한 H2 시리즈들일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이러한 슈퍼차저를 선보인 모델이 있었지만, 내구성이나 단가 등의 문제로 단종됐던 것을 부활시켜 양산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것. 이런 가와사키가 또 한 번의 괴짜 행보에 나선다. 가와사키는 지난달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H2에 처음 적용했던 '강'을 형상화한 새로운 브랜드 로고를 발표하고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밝혔다. 여기서 향후 제품 라인업에 대해 전기 및 하이브리드 모터사이클과 같은 친환경 제품 출시와 함께 H2 엔진을 바탕으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fuelled) 내연 기관 개발 내용을 발표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BMW도 수소 내연기관을 연구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수소 연료전지 쪽으로 전환한 듯하다.

현재 자동차 산업에서도 전기차의 충전 속도와 인프라의 한계점으로 인해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소는 내연기관이 아닌, 연료전지 방식으로 활용하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상황. 수소를 이용한 내연기관은 1800년대 초부터 연구되어 온 부분이나, 다른 연료들에 비해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 대부분 수소 내연기관에서 수소 연료전지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추세다. BMW도 2008년 ‘하이드로젠 7’이라는 수소자동차 콘셉트카를 선보인 바 있으나, 이후로는 ‘iX5 하이드로젠’과 같은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콘셉트카로 방향이 바뀌었다.

5년 전 실패를 교훈삼아 연구 개발을 거듭한 끝에 수소 내연기관을 양산에 가까운 형태까지 완성시켰다.

현재 수소 내연기관을 연구하는 브랜드는 토요타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월 일본 후지스피드웨이에서 개최된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수소 100%를 연료로 하는 코롤라GR로 출전, 평균 67.963km/h의 속도로 358랩 1,638km 주행이라는 성적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2016년 참가했을 땐 수소 100%를 사용하자마자 5분 만에 엔진이 고장 났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기술 발전이다. 이러한 결과에 힘입었는지 2023년에는 수소를 연료로 하는 프리우스와 코롤라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는데, 프리우스의 경우 휘발유 대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이라고 하며, 코롤라는 올해 내구 레이스에 참가한 모델을 기반으로 양산화하는 것이다.

지멘스에서 개발한 수소 내연기관용 터빈. 30% 수소 혼합물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상용차 파워트레인 등을 전문으로 하는 커민스, CMB 테크, 현대중공업 등에서 대형 트럭이나 선박 등에 사용하는 엔진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특히 선박이나 발전소 등에 사용하는 대형 엔진의 경우 현재의 탈탄소 정책과 발맞추고 있지 못하는 분야인데, 이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수소 내연기관을 개발하면 기존 내연기관 구조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갖고 있기 때문.

현대 넥쏘에 적용된 수소 저장 탱크. 모터사이클에 적용할 땐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과 충분한 수소 저장 공간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서 관건은 수소의 저장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이다. 수소의 특성상 특수 탱크를 사용해야 하는데, 모터사이클에 이러한 구조를 충분한 용량으로 탑재하는 것, 그리고 안전하게 탑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제품도 마찬가지로 연료와 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하기 위해선 충분한 공간이 필요한데, 모터사이클의 구조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 역시 충분한 용량을 확보하는 것이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와사키에서 개발중인 전기 모터사이클. 2025년 이전에는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와사키는 2035년까지 주요 모델들을 전기(순수 전기 및 하이브리드)로 전환해 나가고, 2025년까지 전기와 하이브리드 모터사이클 10개를 포함, 총 16개의 신제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목표까지 불과 3년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단순한 목표점 제시 수준을 넘어 완성에 가까운 정도까지 도달한 상황으로 추측된다. 

수소 내연기관을 모터사이클에 적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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