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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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718, 카이엔, 포르쉐의 핫한 GT들 다 모였다! 포르쉐 GT 트랙 익스피리언스

포르쉐 911 GT3와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가 드디어 한국 시장에도 첫선을 보였다. 출시 현장을 찾아 겉부터 속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모든 곳을 살펴봤지만 아쉬운 건 포르쉐의 성능을 직접 확인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이에 부응하듯 포르쉐 GT 트랙 익스피리언스 행사가 지난 10월 20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개최됐다. 이 좋은 기회를 어찌 마다할까.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 행사장으로 향했다.

포르쉐 GT 트랙 익스피리언스니 말 그대로 포르쉐의 온갖 GT 모델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다른 브랜드들에선 GT라는 호칭에 ’그랜드 투어’, 혹은 ‘그란투리스모’ 정도의 의미를 담아 성능을 약간 더 끌어올리는 정도의 과정을 거치지만, 포르쉐에선 다르다. 포르쉐의 GT 모델은 FIA 산하에서 개최되는 GT 레이싱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과 구성을 갖췄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종된 GT1을 비롯해 GT2, GT3, GT4 등으로 이름이 이어진다. 숫자가 작아질수록 레이스 쪽으로 더욱 포커스를 맞췄다고 보면 된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고 소개 영상이 재생된 후 스크린이 열리며 무대에 등장한 것은 911 GT3, 718 카이맨 GT4, 그리고 카이엔 터보 GT까지 가장 핫하다는 포르쉐의 최신 GT 모델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911이나 718 카이맨은 그렇다 치더라도 카이엔이 여기에 낄 수 있겠냐’고 생각하면 안된다. 카이엔은 911을 제치고 포르쉐의 대표적인 볼륨 모델이 된 지 오래된 건 물론이고, 이걸 포르쉐가 GT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 번 더 다듬어냈기 때문이다.

기자가 속한 조는 가장 먼저 서킷 앞 공간에 꾸며놓은 코스에서 짐카나를 진행했다. 짐카나란 좁은 공간 안에 일정한 규칙의 코스를 꾸며 누가 더 빨리 완주하는지를 겨루는 경기로, 빠른 속도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가감속 타이밍과 적절한 선회가 시간 단축의 요인이다. 트랙 주행 전 몸풀기 코스로는 이만한게 없다.

준비된 차량은 911 터보 S와 718 박스터 GTS. 둘 모두 제대로 경험해보지 않은 모델이라 설렘 반 긴장 반이다. 첫 번째 도전은 911 터보 S로 시작했다. 2번의 연습 주행 후 기록 측정이 이뤄지는데, 첫 번째 연습은 코스를 외우기 위해 천천히 부드럽게 돌았다.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하고 두 번째 연습에선 출발과 동시에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주니 강력한 가속력이 마치 가슴을 한 대 때리는 듯하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가속에 당황할 새도 없이 첫 번째 헤어핀 구간이 눈앞에 다가왔다. 고무 콘을 건드렸는지 확인도 못하고 간신히 브레이크를 밟아 돌아나갔다. 이어지는 슬라럼 구간은 가속 페달을 밟았다 떼며 좌우 선회를 이어가는 게 정석이지만, 힘이 너무 넘치니 그러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슬라럼 끝 180도 선회 구간에서 빠르게 머리를 돌려나가는 911의 움직임은 그저 놀라울 따름. 마지막 코스인 360도 회전 구간에선 욕심을 부려 가속을 더하니 선회반경이 넓어져 시간만 더 까먹어버렸다.

그렇게 마지막 연습까지 마치고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다시 출발선에 섰다. 드디어 진짜 기록 측정의 시간이다. 동승한 인스트럭터의 조언대로 최대한 부드럽게 조작하려 노력해 보지만 이성이 본능을 억제하지 못했는지 거칠기만 한 조작으로 연습 때보다도 못한 주행을 하고야 말았다. 600마력이 넘는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으니 그만큼 섬세한 조작이 필요한데, ‘엉망진창’으로 요약될 만한 주행을 보인 자신이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다음은 718 박스터의 차례다. 911 터보 S에 비하면 절반 조금 넘는 400마력 정도밖에 안 되는 모델이니 훨씬 다루기가 수월하다. 물론 성능은 다다익선이지만,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갖고 노는 재미에선 너무 많을 필요는 없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역시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자연 흡기 엔진이다. 911 터보의 엔진 랙이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자연흡기와는 반응 속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 박자 먼저 조작하는 실력을 보이기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 흡기쪽이 반가운 것은 당연한 일. 연습 주행과 기록 주행 모두 순위권에 들 만큼 잘 달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재밌게 달렸고, 718이라는 의외의 매력 덩어리를 발견한 점도 기쁜 일이다.

몸풀기를 모두 마쳤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트랙을 달릴 시간이다. 가장 먼저 체험할 모델은 오늘의 주인공인 GT 시리즈들이다. 포르쉐는 일반도로에서도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자동차임은 분명하지만, 가장 재밌게 탈 수 있는 곳은 역시 서킷이다. 그래서 이번 행사가 더욱 기다려졌던 것이리라. 첫 번째로 올라탄 차는 상당한 덩치의 카이엔 터보 GT다. 그동안 트랙에서의 시승은 주로 낮은 스포츠카가 대부분이었는데, 오랜만에 서킷에서 SUV를 타니 높고 넓은 시야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첫 바퀴는 컴포트 모드로 워밍업에 나섰다. 서스펜션 세팅이 상당히 부드러워 코너를 돌아나가며 좌우로 쏠림이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불안함이 느껴질 정도로 심하게 요동치는 건 아니다. 편안함 속에서도 이 정도의 세팅이라니, 이런 점에서도 포르쉐의 레이스 DNA가 느껴진다. 편안한 일상 주행부터 격렬한 스포츠 주행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것은 강성을 높인 에어 서스펜션과 함께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GT 전용의 4D 섀시 컨트롤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한 바퀴 가볍게 돌며 타이어와 엔진의 온도를 높였으니 이젠 본격적으로 달릴 차례. 메인 스트레이트에 접어들며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660마력의 강력한 파워가 순식간에 계기판의 바늘을 200 근처까지 던져버린다. 은근히 깊은 첫 번째 스푼 코너에서부터 조금 전과는 달리 차체의 좌우 쏠림이 싹 사라졌다. 주행모드를 바꾸는 것만으로 편안한 SUV에서 순식간에 고성능 스포츠 SUV로 탈바꿈한 모습이야말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고 불러도 될 만하다. 스포츠카다운 성능과 장비, 높은 시야까지 갖추니 트랙 주행이 한결 여유있고 즐겁다.

그냥 큰 SUV에 고성능의 엔진만 달아놓은 것이 아니다. 루프나 스포일러를 비롯해 차체 곳곳에 카본 소재를 적용해 경량화한 것은 물론이고, 카본 디퓨저와 50mm 확장 가능한 리어 스포일러 립 등으로 공기역학 성능도 갖췄으며, 여기에 티타늄 스포츠 배기시스템으로 성능에 걸맞은 배기 사운드까지 갖췄다. 대체 포르쉐는 어떤 모델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정말 이 차로 레이스라도 나갈 셈인지 의도가 궁금하다. 물론 늘 그렇듯 카이엔 터보 GT는 뉘르부르크링 SUV 무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 행사의 한 자리를 차지할만한 자격은 차고 넘친다.

다음 주행은 718 카이맨 GT4다. 시야가 낮아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앞선 짐카나에서 718의 재미를 알았으니 트랙에선 더 재밌겠다는 기대가 크다. 기대는 현실이 됐다. 물론 고속에서 911 GT4나 카이엔 터보 GT에 비해선 느리지만, 자연흡기 특유의 배기음과 반응성 덕분에 트랙 주행에서도 덜 긴장하고 주행에 집중할 수 있는 점이 좋다. 6기통 박서 엔진은 이전보다 배기량이 200cc 가까이 늘어나 최고출력은 43마력 상승한 428마력/7,600rpm, 최대토크도 10Nm 상승한 430Nm/5,000~6,800rpm으로 제로백(0-100km/h)이나 제로이백(0-200km/h), 최고속도 등 모든 기록이 월등히 향상됐다. 물론 같이 달리는 다른 두 GT들에 비하면 낮은 성능이지만,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트랙을 즐기는 목적이라면 최고의 모델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GT4 모델에 더해진 요소들은 트랙 주행을 더욱 즐겁게 한다. 대형 리어윙과 디퓨저, 하부 패널과 차체 곳곳의 흡기구 등 공기역학 성능을 높이는 요소를 대거 적용한 덕분에 기존보다 다운포스가 50% 증가해 직선이든 코너든 훨씬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또한 섀시도 트랙에 맞게 최적화한 것은 물론 세팅 변경이 가능하고, 컨트롤 유닛은 새로운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더 잘 달리게 됐다’는 것으로, 뉘르부르크링 기록을 이전보다 무려 12초 앞당기는 것으로 그 실력을 입증했다. 백마디 말보다 한 번 직접 타보면 이런 설명이 몸으로 와닿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911 GT3의 차례다. 앞선 718과 배기량은 같은데, 출력은 82마력이나 높은 510마력이다. 내구레이스에서 검증된 911 GT3 R을 기반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매번 업그레이드마다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도 포르쉐만의 능력이다. 제로백은 3.4초, 최고속도는 318km/h라고. 이번 신형에서 주목할 점은 새로운 리어 윙이다. 일반적으로 윙은 하부를 차체와 연결해 고정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이번에는 윙 상부를 차체와 연결하는 스완넥(swan neck) 방식으로 고정했다. 별 차이 없어보이는 듯한 변경이지만, 공기저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고속 코너링에서의 다운포스를 크게 늘렸다는데, 아쉽게도 오늘 달리고 있는 인제 스피디움에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간이 없다. 911 RSR에서 가져온 후면 디퓨저와 리어 엔드 역시도 공기역학적 요소를 끌어올리기 위한 변경이 더해졌다고.

확실히 911은 명불허전이다. 명성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직선이면 직선, 코너링이면 코너링 모두 다른 스포츠카 브랜드 못지 않은 실력이다. 코너링에서 718보다 훨씬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리어 액슬 스티어링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기저항을 낮추기 위해 극단적이라 할 정도로 차체를 낮추는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키 196cm의 기자가 타기에도 문제없을 만큼 여유있는 높이의 차체로 편안함까지 갖춘 구성이라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여기에 주목할만한 변경점은 전면의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의 적용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맥퍼슨 스트럿 방식의 경우 코너링에서 한쪽 바퀴에 하중이 쏠리면 반대쪽 바퀴에는 하중이 약해져 제대로 그립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는데, 더블 위시본은 양쪽 타이어 모두를 노면에 붙여주기 때문에 코너링에서도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확실히 718을 탔을 때는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노면 감각이 조금 느슨해지는 반면, 911 GT3는 그런 모습 없이 노면의 감각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차의 움직임을 파악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보다 확실한 피드백은 더 자신감 있는 주행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다만 문제는 시승 시간이 너무 짧다. 카이엔도, 718도, 911도 2바퀴씩으로 끝나고 나니 정말 혀끝으로 살짝 맛만 본 느낌이다. 그럼에도 강렬하게 이미지가 남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쉽지만 마지막 세션을 위해 차에서 내렸다.

마지막은 E-퍼포먼스로, 포르쉐의 전기 스포츠카인 타이칸을 만나는 시간이다. 지난 911 GT3와 함께 출시됐던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이번 행사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어떤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타이칸 4S, 터보, 터보 S까지 총출동해 모두 경험할 수 있으니 아쉬움을 달래기엔 충분하다. 먼저 타이칸 4S부터 올라탔다. 이날 시승한 타이칸 중에선 가장 출력이 낮지만, 그렇다고 얕보기엔 상당히 강력하다. 최고출력은 435마력에 오버부스트시에는 530마력(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모델은 490/571마력)이나 될 정도로 강력하다. 가속 페달을 주의 깊게 조작하지 않으면 자칫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불상사를 겪게 될 수도 있으니 재미를 조금 포기하고 안전한 주행에 집중했다.

타이칸에서 제공하는 주행모드 중 레인지는 그나마 유순한 가속 성능을 보여주지만, 단계를 노멀에서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올려갈수록 강력해지는 성능과 단단해지는 서스펜션이 트랙에서의 재미를 점점 배가시킨다. 조금 손에 익어 익숙해지려는 찰나 차량 교대를 위한 피트인. 다음 차량은 타이칸 터보로, 처음엔 전기차에 ‘터보차저’가 장착되진 않으니 우스운 작명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실제 제품이 공개되고 성능을 확인한 사람들은 그렇게 이름을 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타이칸 터보는 최고출력 625마력에 오버부스트 시 680마력을 내고, 타이칸 시리즈 중 가장 강력한 터보 S는 오버부스트로 761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터보가 86.7kg‧m이고 터보 S는 무려 107.1kg‧m로 12기통 6.0L 엔진보다도 강력하다. 이런 강력한 파워가 즉각적으로 뿜어지는 타이칸이니 짜릿한 재미도 있지만 조금은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짧은 시승 시간이 아쉬웠던 이전 세션과 달리, 오히려 이번 세션에서는 너무 길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살짝 들 정도로 타이칸의 강력함은 대단했다.

포르쉐 차량들은 일상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지만, 진짜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면, 포르쉐가 어떤 의도로 이 차를 만들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무조건 트랙에 와야 한다. 일반도로에서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확실히 경험할 수 있다. 특히 GT라고 이름붙은 모델이 있다면, 포르쉐의 레이스 DNA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꼭, 반드시 트랙을 달려보자. 새로운 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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