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1 목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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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T로 더 편하게, 더 빠르게, 혼다 포르자 750

제조사마다 내세우는 혁신적인 기술이 하나씩은 있고, 혼다에선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대부분 모터사이클은 클러치를 이용하는 수동변속기와 스쿠터 등에 사용되는 무단변속기(CVT)가 사용됐는데, 혼다는 DCT 개발 이후 자사의 제품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DCT의 장점이라고 하면 적은 동력 손실과 우수한 연비, 편리한 조작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도 2012년 VFR1200 시리즈를 통해 처음 선보인 이후 NC 시리즈, 골드윙, 아프리카 트윈 등의 모델로 점차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중 NC700D 인테그라도 대표적인 DCT 적용 모터사이클이었다. 편안한 포지션에 DCT와의 조합으로 만들어내는 편리하면서도 강력한 성능으로 소비자들에게 DCT의 이점을 널리 인식시켜왔다. 이 인테그라가 2021년 포르자 750으로 이름을 바꿔 국내 시장에 등장했다.

사실 혼다는 이 인테그라가 스쿠터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스쿠터의 편의성과 DCT의 변속 성능을 갖춘 ‘크로스오버’ 장르로 인식하길 바랐고 그렇게 홍보활동을 펼쳤지만, 소비자들은 ‘스쿠터와 유사한 구조’에 ‘자동으로 변속된다’는 점이 같으니 스쿠터로 인식했고, 혼다에서도 노선 재정리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인지 드디어 별도의 모델명으로 분류했던 이 모델을 혼다의 스쿠터 라인업인 포르자 시리즈에 편입시켰다.

소비자들이 그렇게 보는 것도 이해가 가는 구성이다. 긴 시트, 높은 윈드스크린, 길고 널찍한 발판, 그리고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착착 변속해주는 DCT까지, 변속기만 CVT에서 DCT로 바뀐 스쿠터라고 봐도 될 정도. 인테그라에서 포르자 750으로 이름만 바뀐 게 아니냐 싶겠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차체 곳곳에 상당한 변화를 가하며 포르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외관을 갖췄다.

우선 전면부. 이전의 싱글 헤드라이트가 듀얼로 바뀌며 포르자 시리즈들과 모양새를 맞췄다. 함께 공개된 포르자 350과 마찬가지로 차체 곳곳에 각을 세운 디자인 역시 닮아있다. 다만 포르자 350은 스포티함을 입힌 도심형 스쿠터의 느낌이 강한데, 포르자 750은 짧은 머플러와 후미를 더욱 날카롭게 세워올린 디자인으로 스포츠 스쿠터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엔진은 전과 동일한 수랭 2기통 745cc 엔진 그대로지만, 이전에는 D모드와 S모드 두 개 뿐이던 주행모드가 스포츠, 스탠다드, 레인, 사용자 설정까지 총 4개로 늘어났다. 이는 전자식 스로틀인 스로틀 바이 와이어(TBW)의 도입 덕분으로, 각 모드에 따라 출력, 엔진 브레이크, 변속, 트랙션 컨트롤 단계가 바뀐다. 사용자 설정 모드는 취향에 맞춰 각 특성을 변경해 저장할 수 있다.

앞 서스펜션은 정립식에서 도립식으로 바뀌며 스포츠 주행에서 더욱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앞브레이크 역시 싱글 디스크에서 듀얼 디스크로 바뀌며 보다 높은 제동력을 확보했다.

계기판은 LCD 방식에서 5인치 TFT 디스플레이로 바뀌어 화면 디자인부터 구성까지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특히 하단부 상태 표시줄은 총 4단계 4칸으로 구성되어 있어 메인 화면에 표시되지 않는 다양한 정보들, 스로틀 개도각, 연비, 냉각수 온도 등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데로 설정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화면 밝기는 단계별로 조절할 수도 있고 주변 조도에 맞춰 자동으로 바뀌게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키가 도입되어 키를 분실할 염려 없이 편리하게 시동을 걸 수 있다. 글러브 박스 위치에 자리했던 주차 브레이크는 브레이크 오일 리저버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형태도 바뀌어 전체적인 디자인을 해치지 않도록 구성된 점이 좋다. 시트 하단 수납공간은 22L로 풀페이스 헬멧 수납이 가능하고, 내부에는 USB-C 타입 충전 포트가 있어 이동 중 전자기기 충전을 지원한다.

오래간만에 다시 만났지만 자동차에서나 느끼던 DCT 특유의 변속감을 모터사이클에서 느낀다는 건 매번 탈 때마다 신기하다. 시동을 걸고 스로틀을 크게 감으면 속도를 올려가며 알아서 착착 변속해나가는데, 기어가 바뀔 때마다 전해지는 작은 변속 충격은 다른 스쿠터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느낌이다. 이 DCT 덕분에 가속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NC 시리즈 자체가 빠른 속도나 스포츠성 보다는 연비 쪽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여기에 DCT를 더하니 성격이 확 바뀌어버린다. 기어 단수가 하나씩 올라감에 따라 처음의 강력한 가속력이 규정속도를 넘어갈 때까지도 그대로 이어진다. 보통 스쿠터의 가속력은 매뉴얼 스포츠 모터사이클을 이기기 쉽지 않지만, DCT가 장착된 포르자 750이라면 500cc급 정도까지는 충분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강력한 가속력 때문에 일반적인 스쿠터에서 사용하는 벨트 구동 대신 체인 구동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물론 DCT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약점은 무게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빠른 변속이 가능하지만 CBR 시리즈와 같은 스포츠 모터사이클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경량화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스쿠터나 투어러 같은 모델에서는 적용에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신형에서는 도립식 포크가 채용된 덕분에 움직임 역시 상당히 민첩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스포츠 모터사이클의 그것보다는 둔하지만, 안정적으로 커브를 돌아나가는 감각 덕분에 안심이 된다. 늘어난 무게만큼 연비가 낮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WMTC 기준 27.8km/L이고, 실제 시승하는 동안에도 테스트를 위해 급가속과 급제동이 병행된 주행이 이어졌음에도 20km/L는 거뜬히 넘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모터사이클은 수동 변속이 참맛’이라고 생각한다면 DCT가 더더욱 좋다. 왼쪽 핸들바 상하단에 위치한 변속 버튼으로 쉽고 편하고 빠르게 변속할 수 있다. 어설프게 기어 변속을 흉내내는 CVT와는 다른, 진짜 수동 변속이다. 여기에 클러치 조작이 필요 없으니 도심 정체 구간을 지나는 것도 부담이 없고, 자세가 편하니 장거리를 타기에도 좋다.

의외인 점은 윈드스크린이 조절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쟁 모델을 언급할 필요 없이 바로 하위 모델인 포르자 350도 전동식 윈드스크린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최상위 모델에 조절식이 아닌 고정식 윈드스크린이 장착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은 여름에 맑은 날 주행하면 사타구니 쪽으로 열이 모인다는 점이다. 뛰어난 방풍 성능 덕분에 특정 자세에서는 열기가 잘 빠지지 않는데, 여름엔 단점이지만 겨울엔 레그 워머를 사용하면 다리 쪽을 빠르게 데워줄 수 있으니 장점일 수도 있겠다. 기자의 경우 다리를 뻗지 않고 의자에 앉은 자세를 취할 때 이런 현상을 경험했는데, 시내에서는 정체나 교통신호 때문에 다리를 뻗고 주행하기 쉽지 않은 만큼 틈틈이 ‘쩍벌’ 자세를 취해 열기를 빼내주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겠다.

인테그라 때부터 약점인 수납공간은 포르자로 바뀌어도 그대로다. 개선을 하기에는 차량의 방향성이나 설계가 완전히 바뀌게 되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수납공간을 포기한 대신 스포츠성을 높였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이 될 것이다. 그래도 시트 하단과 이너카울 양쪽의 글러브 박스 정도면 출퇴근이나 근교로의 가벼운 투어링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다만 2인 장거리 투어를 준비한다면 별도의 페니어 케이스 장착이 필요하겠지만.

그동안은 방향성이 달라 라이벌이 아니라고 주장해왔지만, 이젠 스쿠터로 노선을 정리한 만큼 야마하 티맥스나 스즈키 버그만 650, 아프릴리아 SRV850과 같은 빅스쿠터들이 라이벌이 될 것이다. 물론 각 모델마다 특징이 있고 개성이 있지만, 그 어떤 스쿠터에서도 느낄 수 없는 DCT 특유의 변속감과 빠른 가속력을 갖춘 포르자 750은 빅스쿠터 분야에서 경쟁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다만 경쟁 모델의 경우 탄탄한 마니아층이 갖춰져 있다는 점은 포르자 750에는 부담스러운 면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극복해나가는 것이 앞으로 성공하는 키워드가 아닐까. 성능이나 첨단기능, 편의장비 등은 모두 충분히 갖춰져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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