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1 목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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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MotoGP 12라운드 ENG Silverstone 리뷰

영국 실버스톤 서킷은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북쪽으로 약 77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유럽의 다른 오래된 서킷과 마찬가지로 공도 레이스에서 시작하여 현대화된 서킷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실버스톤 서킷은 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 공군의 전투기 비행장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도 서킷 내에는 세 곳의 활주로 흔적이 있습니다.

1947년 처음 레이스를 시작으로 1950년에는 F1을 개최했고 모토GP는 1977년부터 1987년까지 개최했으며 영국 본토에서 개최된 첫 번째 모토GP입니다. 1977년 이전의 그랑프리는 맨섬 TT였으며 당시 1랩의 거리는 무려 60.72km에 달했습니다.

​1977년부터 1986년까지 서킷은 총 연장 4.71km였으며 11년간의 개최 이후 모토GP는 도닝턴 파크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도닝턴 파크의 재정난으로 모토GP는 다시 실버스톤 서킷에서 2010년부터 개최되었고 올 시즌이 11번째입니다. 1991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실시했고 1997년, 2000년에도 레이아웃에 사소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서킷은 아레나 그랑프리 서킷, 모터사이클 서킷, 인터내셔널 서킷, 내셔널 서킷, 스토우 서킷 등 레이아웃에 따라 네 가지로 사용됩니다. 모토GP와 F1이 사용하는 레이아웃은 아레나 그랑프리 서킷이며 총 연장은 4.891km입니다. 다만 모토GP와 F1의 메인 스트레이트가 다릅니다.

모토GP는 내셔널 피트 스트레이트 구간을 사용하며 스타트도 여기에서 하게 되지만 F1은 인터내셔널 피트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스타트하게 됩니다.

​코너는 총 18개로 좌 코너 8, 우 코너 10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긴 스트레이트 구간은 770m이며 가장 긴 행거 스트레이트, 웰링턴 스트레이트, 내셔널 피트 스트레이트, 인터내셔널 피트 스트레이트로 네 곳이 있습니다. 특히 T2, 3, 4는 연속으로 이어지는 고속 시케인, T8, T9, T14 저속 코너, T18 고속 코너 등 무척 다양한 레이아웃을 갖추고 있습니다. 평균 속도는 176km/h로 고속 서킷에 속합니다.

​2018년에는 전면적인 노면 리노베이션을 실시했지만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모토GP 클래스가 취소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노면은 크게 개선되었지만 F1,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정확한 노면의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010년부터 다시 개최되었던 그랑프리 모토GP 클래스는 호르헤 로렌조가 2010, 2012, 2013년, 발렌티노 롯시가 2015년 야마하로 우승을 했었고 케이시 스토너 2011년, 마크 마르케즈가 혼다로 우승, 매버릭 비냘레스 2016년, 알렉스 린스 2019년 스즈키로 우승, 2017년 안드레아 도비지오소가 두카티로 우승했습니다. ​스트레이트 구간이 길지 않고 여러 종류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스즈키, 야마하에 조금 더 유리한 서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상승세에 있는 KTM도 타이어만 만족스러운 그립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상위권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실버스톤 그랑프리의 가장 큰 변수는 바로 날씨입니다. 이번 그랑프리는 비 예보가 없지만 예보와 상관없이 수시로 비가 내리는 곳이기 때문에 팀이나 라이더들은 웨트 컨디션에 대비해야 합니다.

 

타이어 공급사 미쉐린

미쉐린 파워 슬릭 프런트는 소프트, 미디엄, 하드 전부 좌우 대칭 컴파운드이며 리어는 우 코너가 10개로 더 많기 때문에 우측면이 하드 한 소프트, 미디엄, 하드는 좌우 비대칭 컴파운드를 공급합니다. 프런트 타이어의 경우 좌우 비대칭 타이어의 단점인 컴파운드의 큰 격차로 인해 라이더들이 선호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좌우 대칭 컴파운드 타이어를 공급합니다.

 

연습주행, 예선

금요일 마크 마르케즈와 파비오 쿼타라로는 큰 위기를 맞닥뜨렸습니다. 먼저 마르케즈는 T2로 진입하면서 로우 사이드로 전도했는데 전도 당시 속도가 무려 274km/h였습니다. 또한 쿼타라로는 T8에서 하이사이드로 전도했는데 당시 속도는 75km/h 정도였지만 바이크가 공중으로 뜨면서 그의 왼쪽 발목이 좀 꺾이면서 잠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마르케즈는 가벼운 타박상과 눈에 모래가 조금 들어가 침침해지는 현상이 있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쿼타라로는 약간의 통증은 있지만 골절 부상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로서 만약 골절 부상이었다면 월드 챔피언 타이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천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요일 모토GP 클래스에서는 FP 세션에서는 다섯 번의 전도가 있었는데 전부 좌측 전도였습니다. 현지 날씨는 14℃, 노면 온도 19℃로 상당히 낮고 차가운 노면이었기 때문에 타이어의 예열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서킷은 우 코너가 더 많기 때문에 좌측면이 충분히 예열되기 위해서는 2랩 이상 주행해야 그립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온도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낮은 온도에서는 브렘보 카본 디스크의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브레이킹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디스크의 가열된 열기를 최대한 가둬두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디스크 덮개 등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FP1 세션에서는 마크 마르케즈가 2분 00초 941로 1위, 알레익스 에스파가로 2위, 파비오 쿼타라로가 3위를 했습니다. 2019년 FP1 세션의 랩 타임은 쿼타라로가 가장 빨랐는데 1분 59초 952였습니다. 2년이 지났고 노면 아스팔트가 바뀐 데다 노면 온도까지 낮은 상황에서 거의 1초 정도의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 FP2 세션에서는 전도에도 불구하고 쿼타라로가 1위를 유지했는데 랩 타임은 1분 59초 317로 FP1 세션의 2분 01초 301보다 약 2초 정도 단축한 랩 타임을 기록했습니다. FP2 세션은 FP1 세션보다 노면 온도는 4℃ 정도 높아졌고 충분하지는 않지만 랩 타임 향상이 가능한 데이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금요일 세션에서 리어 하드 컴파운드를 테스트한 라이더들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그립이 거의 없었다고 할 정도로 그립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으며 노면 온도가 타이어와 브레이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렙솔 혼다 팀의 폴 에스파가로가 상당히 인상적인 주행을 했는데요. FP1, 2 세션에서 각각 4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두카티의 잭 밀러는 안정적으로 랩 타임을 기록했고 호르헤 마틴은 쿼타라로보다 평균적인 랩 타임은 느렸지만 상당히 일관적인 페이스를 보여줬습니다. ​이제 몇 그랑프리 남지 않은 발렌티노 로씨는 FP2 세션에서 10위, FP3 세션에서 7위로 지난 시즌과 합치면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요일 FP3 세션에서는 잭 밀러가 1분 59초 288로 1위, 알레익스 에스파가로 2위, 호르헤 마틴 3위로 두카티 라이더 중에서는 밀러와 마틴이 가장 빠른 페이스였습니다. 바냐이아는 5위를 했지만 요한 자르코는 10위권 이내에 들지 못하고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9년 극적인 역전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알렉스 린스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15위에 머물렀습니다.

​레이스 시뮬레이션을 하는 FP4 세션은 노면 온도가 낮은 이번 그랑프리에서 타이어의 그립과 내구성을 테스트하는데 매우 중요한 세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쿼타라로는 프런트, 리어 미디엄 컴파운드로 12랩 가운데 2분 0초대를 8랩이나 주행할 정도로 매우 일관성 있는 페이스를 보였습니다. 2위 폴 에스파가로는 13랩 가운데 두 랩에서 2분 0초대를 두 번 기록했기 때문에 일관성 면에서 보면 쿼타라로에 훨씬 미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3위를 한 두카티의 바냐이아는 12랩 가운데 5랩을 기록했고 7위 알레익스 에스파가로가 4랩에서 2분 0초대를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FP3 세션만 본다면 레이스에서 가장 우승할 가능성이 큰 라이더는 쿼타라로이며 바냐이아, 에스파가로의 페이스도 상당히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

Q2 세션에서는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는데요. 바로 프라막 레이싱의 호르헤 마틴이 두 번째 타임 어택에서 1.5초 이상 랩 타임이 빨랐는데 바로 T8의 정상적인 레이싱 라인이 아닌 직전 거의 숏컷 비슷하게 진입하면서 랩 타임이 완전히 취소된 것이었습니다. 사실 호르헤 마틴은 지난 레드불링 그랑프리에서 연속 폴 포지션을 차지했고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FP 세션에서 빨랐기 때문에 엄청나게 빠른 페이스를 보인다고 착각할 수 있었습니다. ​레이스 디렉션도 랩 타임과 순위를 수정하지 않고 Q2 세션이 종료되었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랩 타임을 취소하며 최종적으로 마틴은 4위를 했습니다. 레이스 디렉션이 늦게 취소한 이유는 서킷 내의 CCTV가 해당 코너에 집중되지도 않았고 이미 모든 시선은 마지막 코너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레이스 디렉션이 호르헤 마틴의 숏컷 영상을 찾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예전에 아주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카탈루냐의 T12 레이아웃을 안전상의 이유로 바꿨을 때 잭 밀러가 수정된 코너가 아닌 직전의 원래 코너로 진입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마틴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고 폴 포지션의 랩 타임이었지만 기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의 숏컷 랩 타임은 1분 58초 008로 2019년 마르케즈가 기록한 통합 최고 기록인 1분 58초 168보다 빠른 랩타임이었습니다. 마지막 타임 어택에서 1분 59초 074를 기록했고 역시 상당히 빠른 페이스를 보였습니다.​

가장 일관적이고 빨랐던 파비오 쿼타라로는 1분 58초 925로 3위를 했으며 두카티 팀의 페코 바냐이아는 폴 포지션에 0.022초라는 간발의 차이로 2위, 팀 메이트인 잭 밀러는 7위, 요한 자르코가 9위로 두카티 라이더 네 명이 탑 10 안에 들었습니다.

​호르헤 마틴에게 모든 시선이 쏠려있을 때 렙솔 혼다 팀의 폴 에스파가로는 1분 58초 889로 마틴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마틴의 랩 타임이 취소되면서 폴 에스파가로가 폴 포지션을 차지했고, 이는 자신의 모토GP 커리어 세 번째 기록이었습니다. 사실 렙솔 혼다 팀과 계약할 때 전문가들은 폴 에스파가로가 빠르게 RC213V에 적응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 예측은 크게 빗나갔습니다. 에스파가로는 라이딩 스타일 변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변화가 이번 실버스톤에서 빛을 본 것입니다.

마르케즈를 위해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RC213V는 모토GP 바이크 중에서도 가장 컨트롤이 어려운 바이크입니다. 폴 에스파가로는 시즌 내내 고전했지만 사실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습니다. 그만큼 RC213V는 체력 소모도 많고 까다로운 바이크이기 때문입니다. 에스파가로는 라이딩 스타일 가운데 RC213V에서는 리어 브레이크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HRC는 이 부분을 강조했지만 리어 브레이크를 코너에서 사용하던 라이더가 갑자기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에스파가로는 호르헤 로렌조와는 거의 정반대의 라이딩 스타일로 리어 브레이크를 125cc 때부터 적극적으로 사용한 라이더입니다. 10년 이상 리어 브레이크를 사용했던 에스파가로는 올 시즌 RC213V를 타면서 그 습관을 버려야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흐트러졌고 고스란히 처참한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아직 폴 에스파가로가 RC213V에 완벽히 적응한 것은 아니지만 시즌 후반기에 들면서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는 무척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요일 레이스에서는 레이스 페이스로 볼 때 쿼타라로가 가장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웨트 컨디션 또는 낮은 노면 온도에서 YZR-M1의 성능은 많이 뒤처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두카티는 단 한 번 우승밖에 하지 못한 서킷이지만 대체적으로 잭 밀러, 바냐이아, 마틴의 페이스가 좋은 편입니다. 또한 예상 불가능하고 의외의 페이스를 보이는 호르헤 마틴이 기대가 됩니다.

결승

이번 그랑프리에서 모토GP 라이브 스트리밍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해서 레이스 시작 10분 전부터 시청을 할 수 없었습니다. TV 방송은 문제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모토GP 홈페이지의 라이브는 정확히 모토GP 클래스만 볼 수 없었습니다.

레이스는 기온 17℃, 노면 온도 24℃ Dry 컨디션에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미쉐린 파워 슬릭 프런트 타이어는 16명이 미디엄, 5명이 소프트, 리어 역시 16명이 미디엄, 5명이 소프트 컴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노면의 온도가 낮았기 때문에 그립 확보가 어려운 하드 컴파운드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1랩에서 마크 마르케즈와 호르헤 마틴의 접촉으로 두 라이더 모두 전도 리타이어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먼저 호르헤 마틴은 T7에서 다소 위험하게 마르케즈를 추월했고 이어지는 T8에서 코너를 조금 넓게 돌아나갔는데 T9에서 다시 인코너를 주행하던 마르케즈가 바깥으로 밀리면서 호르헤 마틴과 전도한 것입니다. 첫 번째 마틴은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느 추월과 다를 바 없었지만 마르케즈는 레이싱 라인에서 벗어났고 그로 인해 마틴과 함께 전도했는데요. 마르케즈도 T7에서 자신의 레이싱 라인을 벗어나면서 코너의 속도, 스로틀링 등 모든것이 흐트러지면서 실수가 나왔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는 마틴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했고 마틴도 마르케즈의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마르케즈나 마틴은 충분히 포디엄 경쟁을 할 수 있던 페이스였기 때문에 전도는 두 라이더 모두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호르헤 마틴은 “오늘은 실망스러운 하루다. 나는 확실히 포디엄에 오를 수 있는 속도와 페이스를 가지고 있었다. 마르케즈가 나에게 사과를 하러 왔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나의 챔피언십을 망친 것이고 그는 자신의 챔피언십을 망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챔피언십을 망칠 수는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마틴은 FP 세션에서 22랩을 주행했을 때의 랩 타임이 다른 라이더들은 10랩을 주행한 타이어로 기록한 만큼 레이스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마르케즈가 조금만 침착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었는데 확실히 부상 복귀 후에 마르케즈의 타이어 선택, 임기응변, 레이스 운영 등 모든 것이 이전과는 다릅니다.

레이스 스타트 폴 포지션의 폴 에스파가로가 T1에서 홀샷으로 가장 먼저 진입했고 4랩까지는 선두로 주행했습니다. 렙솔 혼다 팀 이적 후 레이스를 주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인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의 파비오 쿼타라로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었고 쿼타라로는 2위와 2.663초 차이로 단 한 번도 추월을 내주지 않고 실버스톤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이번 시즌 5승, 모토GP 클래스 통산 8승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FP 세션에서 가장 일관적이고 빠른 라이더가 쿼타라로였기 때문에 그의 우승이 드라마틱 하지는 않았습니다. 프런트 소프트, 리어 미디엄 컴파운드를 선택한 쿼타라로는 프런트, 리어 홀샷 디바이스에 대해 걱정했지만 잘 작동했고 2021년 YZR-M1이 향상된 것에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현재의 M1은 엔진 개발 동결 규정에 의해 2020년형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9년형 M1이 2020년형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와 라이더의 만족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2021년형 M1은 최대한 2019년형에 가까워지도록 했습니다. 스펙상으로는 2020년형과 거의 동일하지만 섀시 강성이나 기타 부분에서 사소하지만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쿼타라로 역시 2021년형 M1에 대한 만족도가 정말 높고 거의 주행과 페이스는 무척 안정적입니다.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월드 챔피언 후보이지만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그의 레이스 운영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승부욕이라 하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마르케즈와 같이 지나친 승부욕이 아닌 적절한 승부욕과 챔피언십을 길게 보고 포인트를 쌓아가는 것은 그의 운영 능력에서 돋보이는 것입니다.

또한 그의 큰 강점 가운데 하나는 전도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올 시즌 12회의 그랑프리 레이스에서 단 한 번도 전도 리타이어가 없었고 레이스뿐 아니라 FP, QP 세션 등에서도 다른 라이더들에 비해 훨씬 적은 전도로 안정적인 페이스로 챔피언십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쿼타라로는 25점을 추가하며 206점으로 챔피언십 포인트 2위 후안 미르에 65점 앞서 있습니다. 7회의 그랑프리가 남아 있는 시점에서 65점은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9년 실버스톤 그랑프리 우승자인 팀 스즈키 엑스타의 알렉스 린스가 포디엄에 오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예선 10위로 1랩에서 8위, 7랩에서 4위까지 순위를 올린 린스는 12랩부터 2위로 주행 결국 포디엄에 올랐는데요. 이번 그랑프리 FP 세션에서 그가 보여준 페이스는 결코 포디엄 페이스가 아니었습니다만 스즈키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된 그랑프리이기도 합니다. GSX-RR의 FP, QP 세션에서의 부진은 아직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바이크의 밸런스가 워낙 좋아 레이스에서 성능이 제대로 발휘됩니다. 타이어 관리 면에서도 다른 바이크를 앞서기 때문에 고질적인 FP, QP 세션 고전만 아니라면 현재 두카티 만큼의 활약을 할 수 있는데 조금 아쉬운 바이크입니다.

이번에 린스의 활약도 그의 능력과 바이크의 성능이 적절하게 조화가 되었기 때문인데요. 2020년 월드 챔피언 팀인 스즈키는 팀 보쓰가 갑자기 F1으로 떠나고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큰 향상 없이 그냥 그렇게 2021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능력 있는 팀 보쓰의 부재가 얼마나 팀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스즈키입니다.

팀 메이트인 후안 미르는 디펜딩 월드 챔피언이지만 올 시즌 아직 우승 없이 2위 1회, 3위 3회를 기록했을 뿐입니다. 또한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9위로 챔피언십 포인트 7점을 획득하는데 그쳤습니다. 올 시즌 특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도 없는 미르가 아이러니하게도 챔피언십 포인트 2위에 올랐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지난 12회의 그랑프리에서 쿼타라로, 잭 밀러, 호르헤 마틴, 비냘레스, 브라드 빈더 등 우승을 차지했던 라이더들은 엄청난 이슈의 중심이었고 언론에 그만큼 많이 노출되었습니다. 하지만 스즈키는 그런 라이더들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는데요. 그런 팀의 후안 미르가 챔피언십 2위라는 것입니다. 2020 시즌의 데자뷔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사실 65점은 이변이 없는 한 뒤집기 어려운 포인트입니다만 지난 시즌을 돌이켜보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의아하고 흥미롭습니다.

이번 그랑프리에서 베스트를 꼽으라면 아프릴리아 레이싱 팀 그레시니의 알레익스 에스파가로입니다. 아프릴리아는 2003년을 끝으로 모토GP에서 철수했다가 CRT 규정이 폐지된 2016년 모토GP 클래스에 다시 참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복귀한 이후 무려 6년 만에 포디엄에 오른 것입니다.

아프릴리아는 RS-GP의 엔진을 V4 90° 각도로 변경하고 그저 그런 바이크가 아닌 경쟁력 있는 바이크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시즌 초반 테스트에서도 상위권의 랩 타임을 꾸준히 기록할 정도로 어떻게 보면 올 시즌 이제서야 포디엄에 오른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RS-GP 성능과 에스파가로의 페이스가 좋았습니다. 사실 현재 알레익스 에스파가로와 로렌조 사바도리, 특히 사바도리는 모토GP 클래스에 참전할 재능을 갖춘 라이더가 아닙니다. 테스트 라이더로 아프릴리아와 계약을 했는데 RS-GP의 성능이 뒤처지는 상황에서 다른 라이더와의 계약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테스트 라이더가 풀 참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비지오소도 이런 아프릴리아의 러브콜을 거절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이전의 아프릴리아가 아니며 비냘레스도 곧바로 계약을 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모토GP 매뉴팩처러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고 현재도 그레시니가 위탁 운영하는 팀이기 때문에 100% 팩토리 팀이 아니지만 투자의 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에 비냘레스가 바이크에 적응만 한다면 더 훨씬 경쟁력 있는 팀이 될 수 있습니다. 알레익스 에스파가로의 이번 포디엄은 재 복귀 후 6년 만의 우승이기도 하지만 아프릴리아의 마지막 포디엄인 2000년 9전 영국 도닝턴 파크 이후 무려 21년 만의 포디엄이었습니다.

매버릭 비냘레스는 8월 31일과 9월 1일 미사노 서킷에서 아프릴리아 RS-GP 테스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냘레스는 스즈키 GSX-RR, 야마하 YZR-M1과 같이 직렬 4기통 엔진 바이크만 탔었습니다. V4 엔진은 처음이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또한 규정상 올 시즌 와일드카드 참전은 불가능하지만 부상 라이더의 대역이라면 참전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번 그랑프리 결과에서 야마하, 스즈키, 아프릴리아, 두카티, 혼다, KTM 여섯 개 매뉴팩처러가 6위 안에 모두 들었습니다. 바이크의 성능 평준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가 하면 2002년 4스트로크 바이크를 도입하면서 모토GP라는 명칭을 사용했는데 처음 있는 일입니다. 또한 모토GP 역사를 보더라도 1972년 6전 유고슬라비아 오파티야 그랑프리에서 MV 아구스,타, 야마하, 쾨니히, 스즈키, 허스크바나, 가와사키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다음 그랑프리는 스페인 Arag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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