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5.30 화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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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세단의 전동화에 첫 발을 내딛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흐름이 점차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테슬라가 전기차의 왕으로 군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에서 신제품을 하나 둘 선보이며 시장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밌는 건 이렇게 선보이는 전기차의 양상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것이다. 하나는 실용성에 초점을 둔 전기차로, 대부분 해치백이나 크로스오버 형태로 선보였는데 향후 SUV로의 전환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스포츠카로, 전기모터 특유의 성능을 기반으로 고성능 모터를 탑재해 내연기관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감각의 주행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런 흐름에 아직 올라타지 못한 장르가 있으니 바로 세단이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일 것이다. SUV에 밀려 판매량이 날이 갈수록 감소하는 상황에 테슬라가 꽉 쥐고 있는 이 시장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세단 시장에서 테슬라만 생존하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세단 판매량이 아직도 상당하기 때문. 지난 상반기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S-클래스가 역대 최다 판매량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보면 프리미엄 세단은 계속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고, 그렇기에 이 또한 전동화의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전기 세단을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 예상 밖의 브랜드에서 먼저 신제품이 나왔다. 바로 제네시스다. 제네시스는 지난 7월 7일 G80 전동화 모델(Electicfied G80, 이하 G80e)의 출시를 알리고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과연 G80e가 전동화 시대를 맞이하는 세단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G80e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전기차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를 시작으로 G70이나 G90 역시 전동화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SUV 시리즈인 GV 시리즈들 역시 똑같이 전동화가 이뤄지겠지만, 이쪽은 그리 문제되는 부분은 아닌 것이 이미 현대 아이오닉 5로 전동화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단에서는 이번이 처음인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진 모델이다.

그릴의 형상은 동일하나, 기능적 요소로는 필요없어 모두 막혔다.

일단 외관에선 G80 특유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지만, 다른 점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다. G80의 디자인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던 거대한 대형 크레스트 그릴이 디자인만 유지하고 완전히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열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이런 대형 그릴은 필요 없고, 공기역학적 측면에서도 필요치 않다면 꼭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 하지만 그릴 안쪽으로 충전 포트를 배치해놓아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며 실용성을 확보했다. 충전포트는 DC콤보(5+2)핀 방식으로, 400V와 800V를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급속 및 초고속 충전이 모두 가능해 현대차그룹이 국내 곳곳에 보급중인 E-pit에서 빠른 충전이 가능하며, 옵션을 추가하면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V2L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그릴 안쪽으로 충전포트를 배치했다. 800V 초고속 충전까지 지원하고, V2L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후면에는 배기구가 없어진 대신, 공기역학 성능을 높이는 디자인의 범퍼가 추가되었다. 다른 전기차들보다는 덜 폐쇄적인 휠 디자인이 적용된 점은 이채로운 부분. 실내는 거의 동일해 다른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센터 스크린에 변경점이 있다. 전기차 전용 메뉴가 추가된 것. 충전 예약 설정을 비롯해 V2L 기능 설정 등 전기차 관련 설정들이 가능하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실내 소재는 가죽과 알칸타라 등 고급 소재로 프리미엄다운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지며, 뒷좌석 역시 앞좌석 못지않은 고급스러움을 두루 보여주고 있다.

모터는 앞뒤 차축에 배치되어 370마력, 71.4kg·m의 성능을 낸다.

G80e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모터는 앞뒤 차축에 하나씩 배치되어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내고, 사륜구동이 기본에 주행모드에 따라 모터와 구동축을 분리 혹은 연결해주는 디스커넥터 구동 시스템을 전륜에 배치해 후륜구동과 사륜구동을 상황에 맞춰 전환한다고. 일단 시동을 걸면 기본적으로 에코모드가 적용되는데, 액셀러레이터의 반응이나 가속을 적당히 억눌러 부드러운 주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가속 페달을 깊이 밟아도 전기차 특유의 폭발적인 가속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가속 페달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물론이고, 가속 역시 전기차 고유의 강력한 토크를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가속이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에 섬세하게 조작해야 차체가 울컥거리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이런 조작이 피곤하다면 다시 에코모드로.

에코 모드는 울컥거림 없이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선 섬세한 조작을 요할만큼 전기차 특유의 강력한 파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배터리는 87.2kWh 용량으로 인증받은 주행거리는 427km다. 국내 인증이 상당히 인색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500km는 거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회생제동 기능도 조금이지만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도움을 주는데, 회생제동 수준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높이면 아이페달 기능이 작동해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전방 흐름, 주행 패턴,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해 가장 높은 효율의 회생제동 단계를 스스로 설정하는 ‘스마트 회생 제동 시스템 2.0’도 탑재됐다.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으로 전방 노면 정보를 파악, 서스펜션 세팅을 바꿔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민첩한 움직임보단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해야 하는 G80e인 만큼 서스펜션에는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으로 노면 정보를 미리 파악해 서스펜션 세팅을 바꿔주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코너 구간에서 각 바퀴에 최적의 토크를 분배하는 다이나믹 토크 백터링 등의 기능이 있다. 실제 주행에서 이런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 일일이 느끼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프리미엄 제품이 첨단 기능과 만나면 극상의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것을 말이다.

노면 소음 저감 기술은 적용되지 않은 차량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전기차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방음처리가 우수하지만, 여기에 능동형 노면 소음 저감(ANC-R) 기술을 더해 정숙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처음 경험해본다면 ‘여전히 소리가 들리는데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는데, 이 기능이 적용되지 않은 전기차를 타보면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기차의 특성인 정숙성으로 인해 그동안 들리지 않던 노면 소음이 꽤 도드라지는데, ANC-R 기능은 이를 상당 부분 줄여주는 것이다.

실내에서 내연기관 G80과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부분. 전기차 전용 메뉴들이 추가됐다.

편의기능 및 장비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더욱 업그레이드한 고속도로 주행보조 2, 차량 외부에서 공기청정 모드를 실행할 수 있는 원격 공기 청정 시스템 등이 있고, 아이오닉 5에서 호평받은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하는 V2L 기능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어 최대 3.6kW까지 전력을 지원해 야외 캠핑은 물론이고, 다른 전기차의 충전도 문제 없다. 선택사양인 솔라루프는 시동을 켠 상태에서는 주행용 배터리를, 시동을 끈 상태에서는 차량 내 전자장비에 사용하는 12V 배터리를 충전한다. G80e의 판매가격은 8,281만 원인데, 전기차 보조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7천만 원대로 구입이 가능하다.

제네시스의 전동화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프리미엄 전기 세단 시장에 G80e가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만큼 앞으로 출시될 경쟁자들은 G80e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을 만큼 G80e의 완성도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전국각지에 보급하고 있는 E-Pit 초고속 충전소까지 생각하면 경쟁자들은 차별화된 나름의 무언가를 내세워야만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후속으로 선보일 G70, G90 전동화 모델까지 생각한다면 쉬운 도전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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