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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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SUV가 가격을 무기로 국산과 경쟁한다? 폭스바겐 티록
폭스바겐 티록

수입차를 사치품으로 보던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다간 자칫 ‘원로’를 넘어 ‘화석’ 취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수입차가 대중화된 지는 오래됐다. 그렇다고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수준은 아니어서, 어느 정도 직장생활을 하고 수입이 늘어난 후에야 한 번 고민해볼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물론 상황은 바뀌기 마련이다. 수입 브랜드의 제품도 국산 브랜드의 동급 제품과 경쟁하는 것,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 말이다. 놀라운 건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브랜드의 국적이 ‘독일’이라는 점이다.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그룹의 대표 대중차 브랜드, 폭스바겐이 주인공이다.

폭스바겐 제타

이러한 상황의 시작을 알린건 폭스바겐의 준중형 세단 제타였다. 2330만 원부터 시작하는, 동급의 국산 모델과도 경쟁할 수 있을만큼 파격적인 가격을 무기로 삼아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폭스바겐 전략의 최전선에 섰고, 그 결과 순식간에 매진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티록 출시현장에서 5T 전략을 바탕으로 수입차 대중화를 선포한 폭스바겐코리아 슈테판 크랍 사장

이에 폭스바겐은 여세를 몰아 5T 전략을 발표한다. 티록, 티구안, 티구안 올스페이스, 투아렉, 테라몬트에 이르는 5종의 SUV 신차로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발표한 것이 오늘 소개할 소형 SUV 티록으로, 독일 현지보다 최대 1500만 원 저렴한 가격에 감각적인 컬러와 개성 있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조금 사그라드나 싶었던 소형 SUV 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렸다.

6월 한달간 적용되는 혜택. 수입 SUV를 3000만 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살 수 있을거라 누가 생각했을까?

이런 티록이 더 강력해졌다. 가장 큰 무기인 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초강수로 국산 브랜드에까지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차량 가격에서 최대 18%를 할인하고, 여기에 기존 차량 반납 보상으로 100만 원 추가 할인을 더하면 스타일 트림은 2842만 2000원에, 프리미엄 3116만 1000원, 최고사양인 프레스티지는 3196만 60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동급 국산 모델이 2000~3000만 원대로 가격이 형성돼있으니 사회초년생도 고민해볼 수 있을법한 수준이 됐다.

여유있는 성능과 함께 높은 연비를 갖춰 유지비 부담이 덜하다.

그렇다고 갖춰진 것 없는 소위 ‘깡통’이라 불리는 기본형 모델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선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에 7단 DSG 변속기를 더해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성능을 갖췄다. 디젤다운 시원시원한 가속감은 고속도로뿐 아니라 코너가 이어지는 오르막 와인딩 코스에서도 재밌는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전륜구동 기반의 MQB 플랫폼은 높은 유연성으로 푹스바겐 뿐 아니라 그룹에 속한 여러 브랜드 모델들의 기반이 되고 있다.

티록의 기반이 되는 MQB 플랫폼은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많은 모델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폭스바겐 내에서도 아테온, 아틀라스, 골프 7세대와 8세대, 파사트, 폴로, 제타, 티구안 등 탄탄한 기본기로 호평받는 모델들에 적용되어 있다는 점은 티록의 주행감각을 짐작케 한다. 실제 주행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그대로 녹아들어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승차감과 주행감을 선보였다. 직선에서는 차분한 주행감으로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주고, 코너에서는 탈출과 함께 높은 차체로 인한 좌우로의 흔들림(롤)이 나타나긴 하지만 금방 바로잡아 다음 코너에 빠르게 대비할 수 있다. 핸들링은 가볍지만 움직임을 예측하기 쉬워 빠르게 다음에 대응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높은 연비와 낮은 구입 부담의 조합으로 사회 초년생도 접근할 수 있을만큼 문턱이 낮다.

디젤답게 연비도 우수해 공인연비 복합 15.1km/L, 고속도로 17km/L, 시내 13.7km/L로 에너지효율 2등급을 달성했다. 실제 주행에선 고속도로 주행에서 20km/L 이상, 시내에 접어들고 나서는 17~18km/L를 오가다가 와인딩 코스에서의 격렬한 테스트가 더해졌음에도 15km/L 선을 방어할 수 있었다. 장거리 주행이나 고속도로 주행이 많은 사람이라면 유지비를 상당히 아낄 수 있다. 물론 유류비 면에선 하이브리드가 더 낫겠지만, 초기 구입비용이 부담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어지간한 가솔린 모델보다 CO2 배출량이 적다.

디젤이라 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CO2 배출량이 가솔린 모델보다 적은 124g/km다. 이렇게 말하면 ‘디젤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겠지만, 폭스바겐은 실수를 다시 반복할 만큼 어리석은 회사는 아니다.

다양한 안전 기능이 전트림에 공통으로 적용됐으나, 차선 이탈 방지나 유지 보조 등의 기능이 빠진 건 아쉽다.

안전에 대해선 차별하지 않겠다는 것일까, 티록은 기본형인 스타일부터 프레스티지까지 다양한 안전사양이 공통으로 적용된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사각지대/후방 트래픽/보행자 모니터링,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운전자 피로 경고,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 등이 갖춰졌다. 주행보조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있어(스타일은 미적용) 장거리 주행에서 유용하지만, 차선 이탈경고나 차선유지보조 기능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 물론 대중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이해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가격 인상을 감수하더라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경쟁하기에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디지털 계기판, 터치스크린, 무선충전패드, 무선 연결 기능 등도 전 트림 공통사항이다.

후한 인심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8인치 터치스크린을 중심으로 한 MIB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전 트림에 공통으로 적용되며, 무선 충전 패드,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등 무선 앱 커넥트 기능 역시 공통 사양이다. 탑승공간은 B세그먼트 SUV에 기대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뒷좌석에 성인이 장시간 탑승하기엔 어려운 정도의 수준인데, 탑승공간과 적재공간을조절할 수 있도록 2열 시트에 슬라이딩이나 리클라이닝 기능을 더하면 낫지 않을까 싶다. 기본 적재공간은 445L에 2열 시트를 접어 최대 1290L까지 늘릴 수 있다.

패밀리룩 스타일에 곳곳에 각을 세운 디자인으로 남성미가 느껴진다.

실외에서는 패밀리룩 스타일의 전면부와 각을 세운 차체 곳곳의 디자인으로 남성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지만, 여기에 빨간색과 파란색 등 강렬한 느낌의 색상을 추가한 다양한 컬러 라인업을 앞세워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시트나 스티어링 휠, 페달, 몇몇 편의 기능에서 트림 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트림별로 차별화하는 요소가 없는 것일까? 그렇진 않다. 일단 프리미엄 이상 트림에는 비엔나 가죽 시트와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패들 시프트, 스테인리스 스틸 페달 등이 내장에 적용되고, 2존 자동 에어컨, 스마트키 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 등을 추가했다. 프레스티지에는 18인치 휠(나머지는 17인치), 후방 카메라, 전동식 파워 트렁크를 더했다.

터치 스크린의 반응 속도도 좋고, 무선 연결 기능과 무선 충전 패드가 갖춰져 있어 깔끔한 실내 유지에 도움이 된다.

풀 디지털 계기반은 깔끔한 디자인과 우수한 시인성으로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잘 전달하고, 터치스크린도 적당한 반응 속도와 앱 커넥트 기능 등을 갖추고 있어 쓰기에 편했다. 제스처 컨트롤의 경우 스크린에 지문이 묻는 것을 싫어하는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에겐 만족스러운 기능이겠으나, 적응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해야겠다.

아무리 대중 브랜드라고 해도, 성능이나 품질에 있어 결코 부족함 없는 폭스바겐이 국산 브랜드와 국내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곤 그동안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폭스바겐이, 수입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는 매우 달라졌다는 뜻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폭스바겐은 제타와 티록을 시작으로 점점 더 국산 브랜드와 경쟁하는 모델의 숫자를 늘려갈 계획이니, 여기에 영향을 받은 다른 수입 브랜드들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다양한 신제품들을 선보여주길 바란다. 기자 입장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시장이 더욱 더 확대되고 선택지가 더욱 넓어질수록 그만큼 좋은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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