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1 목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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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MotoGP 1라운드 QAT Doha 리뷰

개막전과 같은 서킷에서 2전이 개최되기 때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도하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변수로 작용하게 됩니다. 특히 모래를 동반한 강한 바람은 라이더와 팀을 무척 힘들게 합니다.

​모토GP는 2016년 Spec ECU를 도입하고 미쉐린이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며 비용 절감과 바이크의 성능 평준화 작업이 이루어져 실제 바이크 간의 성능 격차는 크지 않습니다. 두카티 데스모세디치의 장점이라면 최고속과 가속 성능이며 야마하 YZR-M1의 장점은 올바른 세팅이 되었다는 가정하에 빠른 코너 속도와 타이어 그립을 살리면서 레이스를 리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카티가 야마하를 따라 하려면 타이어 관리가 어렵게 되고 연료도 더 사용해야 합니다.

개막전 우승자인 매버릭 비냘레스는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빠른 페이스를 보였습니다. 특히 야마하가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리어 그립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비냘레스의 개막전 세팅과 해당 데이터를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야마하의 M1은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라이더의 꿈이었고 라이더 친화적이며 코너 속도와 안정성, 최고속 등 큰 단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바이크였습니다. 하지만 2016년 Spec ECU 도입으로 리어 그립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이전만큼의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Spec ECU는 매뉴팩처러가 직접 개발한 ECU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이크의 최고 성능을 이끌어내는 세팅이 쉽지 않습니다. 혼다도 이로 인해 고전한 바 있습니다.

​지난 개막전에서 발렌티노 로씨를 비롯하여 잭 밀러도 타이어 그립이 끔찍했다고 할 정도로 비냘레스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라이더가 그립 부족으로 상당히 힘든 레이스를 했습니다. 더군다나 모든 라이더가 프런트, 리어 모두 소프트 컴파운드를 선택했기 때문에 동일 조건에서 대부분 라이더들이 고전한 것인데요. 모토GP는 바이크의 성능을 최대로 이끌어내야 하며 프레임, 스윙암, 페어링, 전자제어, 연료, 지오메트리 등 모든 구성 요소의 한계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타이어의 한계 역시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에게 동일하게 좋은 타이어를 공급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1960년~1970년대가 바이크의 파워에 집중했다면 1980년대에는 파워가 비슷해지면서 섀시와 핸들링이 더 중요해졌고 1990년대에는 프레임 강성, 지오메트리가 랩 타임 향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하면서 효과적인 동력 전달과 파워를 가속으로 전환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2002년 4스트로크 엔진이 도입되고 Spec ECU와 Spec 타이어까지 도입되면서 바이크는 평준화되었고 큰 변화를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공기 역학이 다시 중요해졌습니다. 여기에 컨세션 포인트 룰의 도입으로 조금 성능이 떨어지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팀에게는 혜택을 주어 평준화를 가속화 시켰습니다.

​최근 아프릴리아의 RS-GP가 V4 90°로 엔진 형식을 변경하면서 이제는 6개의 매뉴팩처러 바이크 가운데 특히 성능이 떨어지는 바이크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평준화 프로젝트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예전의 모토GP는 타이어의 성능, 그립 등이 지금처럼 문제가 되거나 중요하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바이크의 성능은 거의 비슷해졌고 다른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다 보니 바이크와 노면의 유일한 연결점인 타이어의 성능이 부각되는 것입니다. 특히 엔진 개발이 동결된 2021 시즌은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다 보니 두카티는 획기적인 페어링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또한 타이어의 성능과 그립, 마모 등이 변화를 줄 수 없는 상황에서 더 큰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며 그만큼 이제 타이어 성능은 모토GP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QUALIFYING

2전에서는 미쉐린이 지난 개막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타이어를 다시 공급해 라이더들의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타이어를 예열하고 냉각하게 되면 성능이 떨어지고 라이더들의 타이어 신뢰도 역시 낮아지기 때문인데요. 라이더들은 항상 다른 서킷에서 완전히 새로운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번에는 동일한 서킷이기 때문에 미쉐린이 개막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타이어를 공급한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라이더들이 재공급된 타이어를 대충 사용하고 새로운 타이어로 타임 어택을 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타이어 할당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타이어 선택권이 줄어들어 불만이 생긴 것입니다. 쉽게 말해 재공급된 타이어는 그냥 버리는 타이어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입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후안 미르로, 재공급된 타이어로 랩타임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하고, 다시 완전히 새 타이어로 교체했을 때는 세션이 끝나가는 시점이어서 결국 Q2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FP1 세션은 노면이 뜨거운 낮이기 때문에 랩타임이 빠르지 않지만, FP2 세션은 적어도 로자일 그랑프리에서 가장 중요한 세션입니다. FP2 세션에서 Top 10 안에 들어야 Q2에 직행하는데요. 토요일 FP3 세션은 FP1 세션과 동일한 상황이기 때문에 유럽의 그랑프리처럼 랩타임을 향상시킬 수 없습니다.

​금요일 FP2 세션에서는 두카티의 저력을 보여주었는데, 잭 밀러, 바냐이아, 자르코가 1, 2, 3위를 휩쓸었고 호르헤 마틴이 5위를 했습니다. 쿼타라로가 그 사이의 4위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페트로나스 야마하 SRT의 프랑코 모비델리는 개막전 홀 샷 디바이스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1점도 획득하지 못하고 하나의 그랑프리를 손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불운은 끝나지 않고 FP1에서 엔진에 문제가 발생해 하얀 연기를 내뿜어 바이크를 바꿔탔는데, 두 번째 타고 나온 YZR-M1도 다시 하얀 연기를 내뿜어 다시 피트인해야 했습니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끔찍해 보이던 모비델리의 바이크는 지난해처럼 밸브 문제로 엔진이 망가진 것은 아니었고, 그의 말에 의하면 대시보드에 경고 표시도 없었다고 합니다. 연기는 오일이 엔진에 유입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간혹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두 바이크가 전부 그런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요. 엔진 오일을 실수로 많이 넣거나 리턴 밸브를 제대로 장착하지 않은 경우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는데, 다행인 것은 엔진이 망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공식적이지 않지만 2전이 끝나고 모비델리의 엔진 사용 수를 보면 실제로 엔진에 문제가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두카티

2008년 호르헤 로렌조는 모토GP 데뷔 전인 카타르 로자일 그랑프리에서 폴포지션을 차지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루키로서 두 번째 그랑프리에서 폴포지션을 차지한 라이더는 케이시 스토너, 마크 마르케즈가 있습니다.​

폴 포지션을 차지한 프라막 레이싱의 호르헤 마틴은 루키로서 두 번째 그랑프리에서 폴 포지션을 차지한 역대 세 번째 라이더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마틴은 지난 개막전에서 예선 14위를 했지만 레이스에서 4위까지 순위를 올리기도 했고 페이스 역시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라이더가 고전했던 그립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챔피언십 포인트 1점을 획득하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마틴은 인터뷰에서 상당히 겸손하게 솔직한 심정을 밝혀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는 “자신의 첫 모토GP 클래스 시즌이고 신인이기 때문에 우승 가능성도 없고 그만큼 큰 압박감도 없다. 나의 목표는 집중하고 노력하며 레이스에서 꾸준한 속도를 유지하고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선에서 1번의 랩타임이 빠르다고 레이스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우승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충분히 준비된 후에 우승을 기대해 보겠다”고 인터뷰를 했는데 이렇게 겸손하고 솔직한 인터뷰는 처음 보는듯합니다.

​또한 마틴은 특별히 두 명의 라이더를 거론하며 감사의 표시를 했습니다. 바로 비냘레스와 알레익스 에스파가로인데요. 마틴이 어릴 때 바이크 살 돈이 없었는데 비냘레스와 에스파가로가 바이크를 지원해 줘서 훈련할 수 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지금의 자리까지 왔기 때문에 그들에게 가장 감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를 보면 이 호르헤 마틴이라는 라이더가 진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마틴도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난 라이더이기 때문에 큰 고생하지 않고 모토GP 클래스까지 스텝 업 한 라이더입니다. 2018년 모토3 클래스 월드 챔피언인 그의 인터뷰는 순수하기까지 합니다.

​개막전에서 2위를 차지한 팀 메이트 요한 자르코가 예선에서 2위를 차지했는데, 호르헤 마틴이 마지막 타임 어택이 끝나기 직전 자르코의 랩 타임이 가장 빨랐지만 마틴에게 폴 포지션을 넘겨야 했습니다. 하지만 마틴의 말대로 루키가 한 바퀴가 빨랐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르코는 다릅니다. 레이스 운영 능력은 우승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며, 두카티에서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자르코는 레이스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FP4 세션에서 1위를 차지했고 마틴은 8위, 바냐이아 9위, 밀러가 18위를 했습니다. 아마 이 결과는 레이스에 비슷하게 반영될 것 같습니다.

​팩토리 팀의 잭 밀러와 지난 그랑프리 폴 포지션을 차지했던 바냐이아는 각각 4위, 6위를 했습니다. 밀러는 FP2 세션에서 1분 53초 145로 1위를 했지만 페이스가 꾸준하지 않습니다.

야마하

두카티의 강세 속에서 개막전 우승자인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의 매버릭 비냘레스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비냘레스는 예선에서 바이크의 성능에 만족했고 그립도 좋았으며 자신이 강하게 밀어붙인 만큼 랩 타임이 나왔다고 했는데요. 개막전과 마찬가지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팀 메이트 쿼타라로는 지난주와 거의 비슷한 세팅을 했지만 코너에서의 세팅을 조금 변경했고 그 결과는 매우 일관되었고 랩 타임에 상당히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개막전에서는 그립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지만, 이번엔 적어도 예선 세션까지는 만족스러워했는데요. 불확실성이 크지만 쿼타라로의 선전도 기대됩니다.

FP1 세션에서 위기에 몰렸지만 FP2 7위, FP4 5위, 예선 10위를 한 모비델리는 팩토리 라이더들과 부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바이크에 대한 느낌도 좋지 못했고 특히 리어 부분에서 좋은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팀메이트 발렌티노 로씨는 데뷔 이후 역대 최악의 예선 성적인 21위를 했는데, 그립과 가속도도 부족했지만 자신감도 없었고 특별한 해결책도 없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난해 페이스와 다르게 이번 2전은 팩토리 팀의 라이더가 인디펜던트 팀보다 더 나은 페이스를 보일듯합니다.

아프릴리아

아프릴리아 레이싱 팀 그레시니의 알레익스 에스파가로가 두카티, 야마하 라이더를 제외하고 가장 좋은 예선 7위를 했습니다. 에스파가로는 테스트부터 2 전 예선까지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아프릴리아가 V4 엔진을 90°로 변경하면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성능의 평준화를 몸소 보여주고 있지만 그 역시 그립이 부족해서 고전했다고 했습니다. 아프릴리아 RS-GP의 성능은 분명히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아직 포디엄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습니다.

에스파가로가 우승이 한 번도 없지만 모토GP에 남아 있는 것은 그의 잠재력과 능력이지만 조금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크호스로서의 역할은 충분하기 때문에 아프릴리아 최초의 포디엄을 기대해 봅니다.

스즈키

팀 스즈키 엑스타의 알렉스 린스와 후안 미르는 각각 8위, 9위를 했는데 이는 스즈키의 매우 평범한 예선 순위입니다. 둘은 세 번째 줄에서 스타트하게 되는데 이것만 고치면 레이스 우승과 포디엄은 매우 높은 확률로 가능하지만 이 부분 개선이 정말 어렵고 아쉽습니다. 다시 한번 개막전과 같은 스즈키의 힘을 볼 수 있을까요?

혼다

혼다의 테스트 라이더인 스테판 브라들이 유일하게 Q2에 진출하여 11위를 했는데 혼다는 마르케즈의 부재와 폴 에스파가로의 적응 때문에 지난 시즌에 이어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혼다의 이런 결과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습니다.

적어도 대니 페드로사가 있을 때는 마르케즈가 리타이어 하거나 순위가 뒤처져도 페드로사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면서 기본 이상은 했습니다. 하지만 마르케즈에게 완전히 올인한 혼다로서는 마르케즈가 빠지면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RC213V 역시 마르케즈만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을 뿐 굉장히 어려운 바이크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마르케즈에 포커스를 맞추고 개발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알렉스 마르케즈가 팩토리 팀인 렙솔 혼다 팀으로 1년간 참전하면서 1회 포디엄을 기록했지만 이 역시 올바른 계약은 아니었고 마크 마르케즈의 입김으로 계약이 되었다는 루머도 돌았습니다. 그 자리에 마르케즈를 왜 앉혔을까요? 이것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알렉스 마르케즈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 가능했습니다.

그러면서 렙솔 혼다 팀은 올 1년을 완전히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것입니다. 마크 마르케즈가 복귀한다 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전투력과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혼다의 2021 시즌은 어둡습니다.

KTM

KTM의 라이더 가운데 레드불 KTM 팩토리 레이싱의 미구엘 올리베이라의 15위가 가장 좋은 예선 성적일 정도로 KTM의 라이더들은 로자일 서킷에서 상당히 부진합니다. 두 번의 로자일 그랑프리는 기대할 수 없지만 3전인 포르투갈 포르티망에서 KTM 라이더들의 반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포르티망은 지난해 올리베이라가 압도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곳입니다.

 

RACE

기온 21℃, 노면 온도 22℃로 토요일만큼의 강풍과 모래는 없었습니다. 지난 개막전 로자일 그랑프리는 모든 라이더가 프런트, 리어 소프트 컴파운드를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리어는 전부 소프트 컴파운드로 지난번과 같았지만 KTM RC16을 타는 페트루치, 브라드 빈더, 이커 레쿠오나, 미구엘 올리베이라는 프런트 미디엄 좌우 비대칭 컴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지난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비냘레스와 15위와의 랩 타임 격차가 16.422초로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고 우승자와 10위의 랩 타임 격차는 역대 2위인 9.288초였습니다. 1위 기록은 2018년 체코 브루노 그랑프리에서 안드레아 도비지오소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10위와 8.326초 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2전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파비오 쿼타라로와 10위 알레익스 에스파가로의 랩 타임 격차가 불과 5.382초로 역대 가장 격차가 적은 랩 타임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종전 기록 8.326초를 거의 3초 가까이 단축한 것으로 이는 모토GP 클래스가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15위 미구엘 올리베이라와는 8.982초로 이 역시 종전 기록인 2019년 안드레아 도비지오소의 로자일 그랑프리 15.093초를 무려 7초 정도 단축한 것입니다. 레이스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랩 타임 격차를 0.몇 초가 아닌 단번에 3초, 7초 이상을 줄였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야마하

사실 지난 시즌 2019년형 YZR-M1을 탄 프랑코 모비델리를 제외하면 세 명의 야마하 라이더들은 희망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개막전과 2전에서 보여준 팩토리 라이더들의 저력은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몬스터 에너지 야마하 모토GP의 파비오 쿼타라로가 노련한 레이스 운영으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레이스 랩 타임은 42분 23초 997로 개막전 매버릭 비냘레스의 랩 타임 42분 28초 663보다 5초 이상 빠를 정도로 최고의 페이스를 보였습니다. 쿼타라로는 레이스 중반까지 8위권에서 주행했고 11랩을 남겨놓고 페이스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쿼타라로는 이제 3년 차 라이더로 지난 시즌 M1의 지독한 문제점을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M1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고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무리하지 않고 타이어 관리를 위해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우승까지 만들어낸 것입니다. 지난 개막전에서 타이어 그립 때문에 포디엄에 오르지 못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타이어 관리에 특별히 신경 썼고 작전은 맞아떨어졌습니다. 사실 지난 개막전에서 비냘레스의 타이어 관리와 속도를 칭찬했는데 이번 쿼타라로는 비냘레스를 넘어서는 능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번 2전에서 쿼타라로는 바이크에 대한 신뢰가 높았고 확실히 지난 개막전은 그립이 부족해서 로씨와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본인도 이번 그랑프리 우승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승리라고 할 정도로 스스로도 대단히 큰 만족을 주는 우승이었습니다. 모토GP 3년 차 쿼타라로는 모토GP 클래스 통산 4승, 11회 포디엄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팀 메이트인 매버릭 비냘레스는 두 경기 연속 우승을 기대했지만 5위로 챔피언십 포인트 11점을 획득하는데 그쳤습니다. 사실 5위도 선방한 성적이지만 비냘레스 본인은 이번 그랑프리에서 상당히 실망했는데요. 우선 스타트부터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3번 그리드에서 11위까지 순위가 밀렸고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평소 페이스보다 더 밀어붙여야 하기 때문에 타이어 관리는 포기해야 합니다. 11위에서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것만 보더라도 페이스가 나쁘지 않았는데 출발이 문제였고 특별히 그립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

​페트로나스 야마하 SRT의 프랑코 모비델리는 FP1 세션에서 바이크 두 대가 전부 문제가 있었고(오일) 지난 개막전에서는 홀 샷 디바이스 문제 때문에 챔피언십 포인트를 1점도 얻지 못했습니다. 자꾸 불운한 모습이 연출되는 가운데 2전 레이스에서 반전의 결과를 노렸지만 아쉽게도 12위에 머물렀습니다.

모비델리의 부진은 바이크의 최고 속도도 좋지 않았고 타이어의 성능이 레이스 내내 유지되지 않은 데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발렌티노 로씨는 팩토리 라이더들과 같은 바이크를 타기 때문에 직접적인 데이터 비교가 가능하지만 2019년형 M1을 타는 모비델리는 그것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때 빠른 해결이 어렵다는 겁니다.

2019년형 M1을 타는 이유는 지난 시즌과 같은 경쟁력을 갖기 위함이었는데 오히려 상황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후안 미르와 함께 가장 강력한 월드 챔피언 후보였지만 두 번의 그랑프리에서 보여준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없을 정도입니다. 야마하가 문제를 속히 해결하는 팀도 아니고 과연 유럽 그랑프리에서 다시 이전의 페이스를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발렌티노 로씨는 1996년 데뷔 이후 최악의 예선 성적을 보일 정도로 2전의 페이스는 좋지 않았고 레이스 결과 역시 실망을 줬습니다. 로씨는 적어도 Top 10 안에는 들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특히 리어 소프트 컴파운드의 그립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로씨는 하드, 미디엄, 소프트 세 가지 컴파운드 가운데 유독 소프트 컴파운드의 그립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이제 발렌티노 로씨가 은퇴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불과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두카티

두카티 팩토리 입장에서는 인디펜던트 팀의 활약이 반갑기만 하진 않습니다. 이는 다른 팩토리 팀도 같은 입장일 텐데요. 최고의 스펙, 최대의 지원을 하는 팩토리 팀이 독립팀보다 못하면 자존심이 무척 상합니다. 그런데 올 시즌 두카티가 그렇습니다.

프라막 레이싱 루키 호르헤 마틴이 폴 포지션을 차지하고 요한 자르코가 두 경기 연속 2위를 차지하면서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의 자리까지 올라섰습니다. 우선 호르헤 마틴은 엄청난 재능을 뽐냈습니다. 토요일 예선 폴 포지션을 차지하고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1랩이 빠를 것이지 현실적으로 포디엄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그의 능력은 우승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마틴은 스타트부터 무려 18랩을 선두로 주행할 정도로 우승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높은 페이스였습니다.

쿼타라로에게 선두를 내주긴 했지만 마지막 랩 자르코에게 추월을 허용하기까지도 2위는 가능해 보였지만 T15에서 자르코에게 추월을 허용하고 맙니다. 하지만 T16에서 충분히 추월이 가능했지만 마틴은 무리하지 않고 추월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만약 자르코가 아니었다면 나는 추월을 시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타이틀을 목표로 하는 라이더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는 위험한 상황보다 스로틀을 닫기로 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얼마 전 코로나 합병증으로 사망한 파우스토 그레시니를 언급했는데 “그레시니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 왜냐하면 나의 커리어에서 너무 중요한 결과이고 그가 위에서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요, 마틴이 모토3에서 참전할 때 그의 팀 보스가 바로 그레시니였습니다.

​저는 호르헤 마틴이 폴포지션에서 보여준 태도와 레이스 마지막 코너에서 팀메이트 또는 팀을 위해 무리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루키이지만 생각이 깊고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이 무척 성숙해 보입니다. 그리고 인간적인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할까요?

위에도 언급했지만 마틴은 모토3 월드 챔피언 출신으로 줄곧 상위권에서 경쟁하던 천재적인 라이더입니다. 모토GP에서 상위권 라이더들은 겸손, 인간적, 배려와는 먼 인성을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만 마틴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신선할 정도입니다. 후안 미르와 함께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라이더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팀 메이트인 요한 자르코는 테스트에서 두 번이나 최고속 기록을 경신하면서 이슈 몰이를 제대로 했는데 개막전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모토2 클래스 2년 연속 월드 챔피언인 그는 2016년 야마하 M1으로 로자일 데뷔 전에서 선두로 주행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KTM RC16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즌 중반에 본인이 계약을 해지하자고 할 정도로 라이더 생명에 큰 오점을 남기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 시즌 두카티 바이크로 포디엄에도 오르면서 구사일생했습니다. 그리고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의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사실 자르코가 우연히 운이 좋아 포인트 리더가 된 것이 아니라 충분한 능력을 갖춘 라이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전범기 문양의 헬멧 때문에 한국에서는 그의 능력은 고사하고 그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었지만 이제 전범기 문양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해 포스팅을 해도 조금은 부담이 적어졌습니다.

자르코의 연속 2위도 중요하지만 두 명의 프랑스 라이더가 모토GP 클래스에서 우승과 함께 포디엄에 오른적이 없습니다. 1983년 7월 31일 영국 실버스톤 그랑프리 250cc에서 세 명의 프랑스 라이더가 포디엄을 독차지한 적이 있었는데 자크 볼레가 우승, 티에리 에스피에 2위, 크리스티앙 사론이 3위를 한 것이 마지막입니다. 1983년 이후 전 클래스를 통틀어 두 명의 프랑스 라이더가 포디엄에 오른 것도 처음이며 모토GP 클래스에서 두 명이 오른 것 역시 최초의 일로 프랑스로서는 매우 역사적인 날이 된 것입니다.

팩토리 팀인 두카티 레노보 팀의 잭 밀러는 FP2 세션에서 1위를 했지만 페이스 기복이 심했는데 레이스 결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지난 그랑프리 폴 포지션이었던 페코 바냐이아는 6위를 했습니다. 이번 그랑프리에서 잭 밀러와 스즈키의 후안 미르는 두 번의 접촉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큰 이슈가 되었는데요. 10랩을 남겨둔 시점 T10에서 후안 미르가 잭 밀러를 추월 시도하다 접촉이 있었고 여기에서 미르는 곧바로 오른 다리를 들어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T16 마지막 코너에서 밀러와 미르가 다시 접촉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미르는 인터뷰에서 “잭 밀러가 고의적으로 자신을 아웃으로 밀었고 이것은 조사해야 하는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밀러는 “전혀 고의적이지 않았고 자신의 레이싱 라인을 주행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접촉이 있었다”고 했는데요. 분개한 미르와 스즈키는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의 판단은 어떻습니까?

루키 Avintia Esponsorama의 에니아 바스티아니니는 지난 그랑프리 10위에 이어 이번에는 11위로 꾸준히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내고 있고 루카 마리니는 아직 바이크 적응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카티는 세 명의 루키와 함께 하는데 호르헤 마틴과 바스티아니니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스즈키

팀 스즈키 엑스타의 알렉스 린스의 주행을 보면서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웠습니다. 아쉽게 포디엄에 오르지 못했지만 모토GP 클래스에서 그가 보여준 가장 강한 전투력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스즈키의 단점은 바로 예선 성적입니다. 이번에도 린스와 미르는 예선 8위와 9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부터 불리한 입장에서 시작해야 하고 앞선 여러 명의 라이더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하고 이로 인해 타이어 관리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두카티 바이크에 힘없이 무너지기 때문에 또다시 코너에서 추월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너무 어렵게 추월을 하지만 너무 쉽게 추월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예선에서 그리드를 앞쪽에 얻을 수 있다면 좀 더 쉽고 수월하게 포디엄 또는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능력과 바이크 성능이 뒷받침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예선도 어렵게 레이스도 어렵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스즈키의 저력이야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힘들게 레이스를 풀어나가는 것이 보이니 아쉽습니다.

KTM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KTM은 그나마 브라드 빈더가 8위로 조금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고 미구엘 올리베이라는 로켓 스타트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선두권까지 갔지만 15위로 아쉽게 레이스를 마쳤습니다.

혼다

폴 에스파가로는 갈 길이 멀고 크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알렉스 마르케즈는 두 경기 연속 전도로 챔피언십 포인트는 0점이며 지난 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타카키 나카가미 역시 17위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1점도 얻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혼다는 그랑프리 역대 최악의 시즌으로 단 한 번의 우승도 없이 시즌을 마쳐야 했는데 올 시즌 마르케즈가 복귀하지 않는다면 지난 시즌보다 더 암울한 시즌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그랑프리에서 우승자인 쿼타라로의 천재적 재능이 제대로 나타난 레이스였다고 생각합니다만 최고의 라이더는 호르헤 마틴이었습니다. 루키인 마틴은 테스트와 레이스를 포함해 데스모세디치 GP21을 불과 열흘 남짓 밖에 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레이스를 주도하고, 그 와중에 자르코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고 판단하는 인성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호르헤 마틴 앞으로도 감동 스토리라를 계속 이어나가기를 바랍니다.

다음 그랑프리는 본격적으로 유럽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4월 18일 포르투갈 포르티망에서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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