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4.16 금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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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의 오프로드… 픽업트럭?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랩터
포드 레인저 랩터

포드코리아에서 새로 출시한 픽업트럭 레인저 시리즈의 미디어 시승회를 진행한다고 연락이 왔을 때, 시승을 진행한다는 장소가 영종도 인근의 개활지인 걸 확인했을 때까지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일반 도로뿐만 아니라 오프로드 같은 곳을 다니며 작업에 사용하는, 우리네로 치자면 ‘경운기’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모델이니 이런 비포장 구간에서의 시승도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

그런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 일정을 확인해보니 공도 시승 없이 오로지 오프로드 시승만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에 포크레인과 덤프트럭까지 코스 조성을 위해 동원된 모습에 그동안의 시승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인저는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에선 군용 차량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랩터의 경우 악명높은 극한의 레이스 다카르 랠리 출전에 멕시코 바하 1000 경기에선 여러 차례 우승 경험이 있을 정도로 오프로드 특화 모델이다. 결코 만만하게 볼 녀석이 아니었던 것.

포드코리아 데이비드 제프리 대표

이런 거친 성격의 레인저 시리즈가 국내에 들어온 것도 사실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포드가 2002년 한국 시장에 처음 발을 디딘 이후 선보였던 모델은 대부분 세단이나 SUV 등 일상용의 모델이 대부분이었지, 이렇게 레저 성격이 강한 모델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드의 레인저나 F 시리즈 등의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높았던 부분을 감안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여기에 새로 포드코리아의 수장으로 자리한 데이비드 제프리 대표의 추진력도 한몫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처음 마주한 레인저는 ‘힘’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를만큼 파워풀한 인상을 갖췄다. 랩터의 그릴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포드 레터링부터 높은 벨트라인, 큼직한 휠 하우스 등이 오프로드 성능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다. 와일드트랙은 온로드에서의 주행을 위해 공기역학에도 신경썼다고. ‘세련된’, ‘잘빠진’과 같은 단어는 조금 어렵지만, 근육질의 떡 벌어진 차체가 잊고 있던 야생성을 꿈틀거리게 한다.

적재함이 좀 작다는 느낌이 드는데, 레인저는 픽업트럭 중에서도 컴팩트 사이즈(그 위로는 미드 사이즈, 풀 사이즈, 헤비 듀티 등이 있다)에 속하기 때문이다. 컴팩트라고 해도 전장이 5.5m 정도니, 더 큰 사이즈는 국내 여건 상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적재량이 와일드트랙 600kg, 랩터 300kg이나 되니 아웃도어 활동에 필요한 짐들을 싣는 데는 전혀 문제없다. 좀 더 실용성을 원한다면 와일드트랙을, 오프로드에 특화된 성능을 원한다면 랩터를 선택하면 된다.

시범주행차량에 탑승한 데이비드 제프리 대표(왼쪽)

시승에 앞서 인스트럭터의 퍼포먼스 주행 시범이 진행됐다. 출발 전 동승자석에 낯익은 사람이 탑승을 준비한다. 바로 포드코리아의 데이비드 제프리 대표. 시승 행사 내내 함께하고 있다는 그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서 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음이 느껴졌다. 차량은 마치 랠리 경기를 연상케 하듯 거침없는 질주를 선보이는가 하면, 강력한 파워로 휠스핀을 일으키며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45˚ 이상 돼보이는 급경사 오르막을 거침없이 오르며 성능을 자랑했다. 어떤 튜닝도 이뤄지지 않은 순정상태의 차량만으로 이 정도 오프로드 성능이라니! 빨리 시승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시승에 앞서 차량에 대한 소개가 진행됐다. 레인저 시리즈는 모두 오프로드를 소화할 수 있는 모델이지만, 오프로드에 좀 더 특화된 랩터의 경우 세팅을 달리했다. 대표적인 것이 차량의 진입각과 탈출각으로, 와일드트랙은 진입각 29.4˚에 탈출각 21˚인 것과 달리 랩터는 진입각 32.5˚, 탈출각 24˚로 세팅을 달리해 오프로드 주파성에 힘을 실었다. 프레임에도 더 많은 부하를 견딜 수 있도록 사이드 레일을 강화하고 서스펜션에 폭스사의 댐퍼를 채택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고. 이쯤되니 레인저 랩터의 경쟁모델을 픽업트럭에서 찾아야 하는지, 본격 오프로더를 표방하는 모델에서 찾아야 하는지 아리송해진다.

와일드트랙도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일정이상 갖춘 모델이고, 랩터는 오프로드 성능을 그보다 더 강화한 모델이다.

이러한 하드웨어 외에도 소프트웨어를 통한 주행보조 기능도 갖추고 있다. 와일드트랙은 온로드 주행에 초점을 맞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차로 유지 보조, 전방 센싱 시스템, 힐 스타트 어시스트, 액티브 브레이킹 등을 탑재했다. 랩터는 오프로드 모델에 걸맞은 전복 방지 시스템과 주행 모드가 추가된다. 관련한 기능들에 대해선 추후 온로드 시승때 더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우선 와일드트랙 시승이다. 온로드 쪽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랩터’와 비교할 때 그렇다는 것이지, 갖춰진 구성은 과하지 않은 정도라면 오프로드 시승도 문제없을 정도다. 실제 주행도 그러했다. 코스는 사륜구동 시스템의 성능, 오프로드 주파성능을 경험할 수 있는 코스들로 구성됐다. 단순한 흙길로 이뤄진 것처럼 보이는 코스 곳곳에는 자갈보다 굵은 돌이 깔려있어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많았다. 우선 웨이브 구간. 아주 높은 과속방지턱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구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최저지상고가 낮은 차라면 자칫 차량 바닥 부분이 코스 상단에 걸려 옴짝달싹할 수 없겠지만, 레인저라면 이 정도는 거뜬하다. 다만 속도가 빨라 서스펜션이 압축된 상태에서 진입하게 되면 차량 하부와 코스가 부딪히게 되어 손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위아래로 흔들리며 정신이 없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속도를 조절하며 방향을 유지하는데 집중하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범피 구간에선 위아래로 흔들리는 차체에 스티어링 휠까지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공간에도 여유가 있으니 최대한 자연스럽게 힘을 풀어 알아서 흔들리게 놔두면서 최소한의 방향 유지만 하면 의도한 대로 무사히 코스를 탈출한다.

경사로 구간이 이어지는데, 사실 오르막에서는 그리 무서울 게 없다. 아까 시범 주행에서 레인저의 우수한 등판력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리 겁내지 않고 손쉽게 올라갔다. 문제는 내리막인데, 의외로 보닛쪽이 두툼해 전방 시야 확보가 어렵다. 진입 전 내리막길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자칫 큰 바위로 돌진해 어디 한 군데쯤은 망가질 수도 있었겠지 싶다. 그래도 최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주행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건 경사로 주행을 보조하는 HDC(Hill Descent Control, 내리막 주행 보조) 덕분이다. 설정한 속도대로 내리막을 내려가기 때문에 운전자는 조향에만 신경쓰면 된다.

와일드트랙도 일정정도의 도강까지 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물웅덩이 코스다. 시원하게 물을 가르며 달리는 주행은 정말 몇 cm 되지 않는 낮은 수위에서나 가능한 얘기지, 바퀴가 일정 이상 잠기는 물에 고속으로 뛰어들었다가는 예상치 못한 급제동에 당황하는 건 물론이고 아무리 오프로더라고 해도 높은 곳에 설치한 흡기계 쪽으로 물이 유입될 경우 엔진이 꺼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다. 최대한 속도를 줄여 서서히 물속으로 들어가 바닥면을 확인하고 다시 가속 페달을 조금씩 밟아 꾸준한 가속으로 배기구를 통해 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하며 웅덩이를 빠져나온다.

랩터는 '거침없이 달린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여기까지는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와일드트랙의 실력을 봤다면, 다음은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는’ 모델인 랩터의 차례다. 인스트럭터의 도움으로 차량 설정을 맞춘 후 본격적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설명에 따라 가속페달을 깊이 밟자 한없이 넓어보이던 개활지를 60km/h의 속도로 순식간에 가로지르며 잠시나마 랠리 기분을 만끽해본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모델이니 오르막이나 내리막, 울퉁불퉁 바위가 깔린 락 크롤링(Rock Crawling) 구간은 겁도 나지 않는다. 속도를 조절해가며 가뿐히 통과한 다음은 사면로 구간. 속도를 줄여 천천히 지나가려고 하는데 속도를 올리라는 인스트럭터의 설명에 당황하고 말았다. 평지가 아닌데? 언뜻 봐도 30˚ 이상은 되어보이는 사면로에서 속도를 낸다는 것에 본능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성으로 이를 무시하고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여나갔다. 잘 포장된 트랙이 아닌, 흙길에서 이렇게 경사로를 안정적으로 달리는 랩터의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사면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강코스와 웨이브, 범피 정도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고속구간에서 다시 한 번 질주본능을 뿜어내며 마무리하려는데 인스트럭터가 시간이 남았다며 시범주행을 선보여주신단다. 이렇게 반가울 데가. 서킷에서의 택시 주행은 몇 번 경험이 있었지만, 오프로드는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안전벨트를 꽉 조여주고 잡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단단히 몸을 고정하자 랩터가 총알처럼 튀어 나간다.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일이 없어 미처 신경 쓰지 못했지만, 신형 레인저는 2.0L 바이터보 디젤엔진이 최고출력 210마력, 최대토크 51.0kg‧m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신형 레인저의 실력을 너무 얕본 걸까. 강력한 토크가 몸을 찍어누르며 맹렬하게 가속하자 한 대 얻어맞은 듯 띵해진다. 거친 노면 탓에 차체와 몸은 맹렬하게 흔들리지만 랩터의 주행은 거침이 없다. 짧은 시범 주행이지만 레인저의, 랩터의 진정한 실력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레저용 차량 시장에 포드 레인저 시리즈가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픽업트럭은 짐과 사람 모두 함께 이동할 수 있게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의 픽업트럭은 원래의 목적과는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 이는 시대상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여가생활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며 단순히 이동수단, 운송수단으로 활용하던 것에 레저를 위한 수단이라는 새로운 목적이 추가된 것이다. 이번 뉴 레인저는 오프로드 주행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으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레저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 시장에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포드 레인저 시리즈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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