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4.16 금 10:37
상단여백
HOME 자동차 시승기
친환경과 편리함을 동시에, 혼다 CR-V 하이브리드

전기차 보급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소인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배터리 개발이나 고속 충전소 보급 등 정부와 기업 모두 노력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물려줄 미래를 위해서 친환경적인 차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사용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면 답은 하이브리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 기술도 여러 종류가 있다. 엔진 동력을 발전용으로만 사용하는 직렬 하이브리드,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를 배치하는 병렬 하이브리드, 엔진과 모터를 자유롭게 오가며 구동이 이루어지는 직병렬 하이브리드, 그리고 주 동력원인 엔진을 모터가 보조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그리고 병렬(혹은 직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에 더 큰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외부 전원 연결을 통해서도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와 내연기관을 오가며 효율을 높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전기가 엔진을 보조하는 정도에 그친다.

각각의 기술에는 장단점이 있다. 직렬 방식은 엔진의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지만, 동력 변환 과정에서의 손실로 인해 차량 전체의 효율성은 높지 않으며 기존 자동차 구조에 적용하기 어렵다. 병렬 방식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구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전기 모드 사용과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없으며,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구성이 쉽지만 전기 모드 주행이 불가능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쉽게 적용할 수 있지만 늘어난 배터리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며 늘어난 무게로 효율성도 떨어진다.

혼다는 먼저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보인 토요타의 특허(우회 특허까지)를 침해하지 않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 제품에 도입하고 있다.

그러면 답은 풀 하이브리드라고 생각하겠지만, 역시 단점이 있다. 토요타 외 자동차에는 적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관련 특허와 우회 특허까지 모두 토요타에서 보유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불가능‘했던’ 것이지 지금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혼다가 새롭게 선보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토요타의 특허 침해를 모두 피하면서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두 모델, CR-V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지난 2월 국내 시장에도 출시됐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인 만큼 서킷에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그것도 SUV를 시승하는 독특한 기회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가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은 교통 정체가 많은 도심 구간일 것이다. CR-V 하이브리드와 함께하며 혼다 하이브리드의 매력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파란색이 더해진 전용 로고가 적용된다.

지난 시승 기사를 통해 CR-V 하이브리드를 소개한 바 있지만, 미처 못 봤거나 CR-V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CR-V는 혼다의 준중형 SUV로 이번 신형은 5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추가되며 기존 2.0 터보에 2.0 하이브리드 버전이 추가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효율성을 중시한 2.0L V-TEC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 탑재되는데, 주 동력원은 엔진이 아닌 2개의 모터가 담당하고, 엔진은 모터를 보조하며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나 모터 효율이 떨어지는 고속 영역에서 개입하는 정도에 그친다. 전력을 저장하는 배터리는 1.3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되는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생각하면 그리 크지 않으나, 별도의 모드를 선택하지 않아도 차량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주행 상황에 맞춰 알아서 전기 모드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기 때문에 연비를 크게 끌어올린다.

독특한 변속기 주변을 제외하면 나머지 실내 전반은 너무 구식도, 너무 세련되지도 않은 평이한 구성이다.

계기판과 변속기 주변 하이브리드 관련 구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평이한 구성이다. 특이하다고 느껴지던 실내 구성도 두 번째 만나고 보니 점차 적응되기 시작한다. HUD는 크지 않아도 주요 정보를 선명하게 표시해 시야 분산을 막아주고, 센터 스크린은 물리 조작계가 적당히 어우러져 쉽게 쓸 수 있다. 트렁크는 바닥면 아래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배치해 공간 희생 없이 넉넉한 수납공간을 제공하며, 2열 시트를 모두 접어 내리면 최대 1,945L의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에 큰 짐을 싣거나 차박 용도로도 쓰기 좋다. 콘솔박스 위치에는 노출된 형태의 수납 공간이 배치되어 있는데, 바닥면을 뒤쪽으로 당기면 아래에 숨은 수납공간이 있어 소중한 물건을 남에게 보이지 않게 보관하는 용도로 적당하다.

주변 온도나 배터리 충전량이 충분하다면 시동을 걸어도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다.

차량에 탑승해 시동 버튼을 누르면 첫 시승 때와 달리 조용한 모습이다. 봄이 성큼 다가왔고, 엔진이나 배터리 등의 온도가 일정 이상을 유지해 굳이 시동을 걸어 온도를 높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조용해진 만큼 전기 모드 상태에서의 인공음이 더 또렷이 들려온다. 미래 우주선 느낌을 주는 이 소리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법규로 정해진 만큼 불만을 품어봐야 소용없다.

 

변속기 D 버튼을 누르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전기차의 움직임과 똑같다. 지하주차장에서 도로로 나서기 위해 오르막 진출로에 들어서면 힘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엔진에 바로 시동이 걸리면서 구동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울컥거리거나 하는 일 없이 전환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도로로 나서 신호를 받기 위해 멈춰서자 즉시 엔진의 움직임이 멈춘다. 충전량이 아슬아슬한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정지상태에서 엔진은 필요없다고 차량이 판단한 듯하다. 신호를 받고 출발할 때까지도 배터리가 여유 있는지 조용하다. 50km/h 정도를 넘어서면 다시 엔진에 시동이 걸리긴 하지만, 다시 속도가 내려가니 엔진 작동도 오래가지 않고 조용해진다. 잠시 지인과 동승할 일이 있어 느낌을 물어보니 전기차가 아님에도 상당히 조용하고 움직임이 부드럽다며 호평한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서서 가속 페달에 힘을 보태자 엔진이 다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엔진이 충전보다는 구동에 좀 더 힘을 싣는 느낌이다. 계기판 표시 내용을 변경하면 동력이나 전력의 흐름을 볼 수 있는데, 가속 초반엔 배터리의 전력까지 함께 꺼내쓰고, 점차 속도를 유지하면 배터리 충전과 전력 사용을 오간다. 가속하면서 떨어진 전력량을 보충한 후, 일정 이상 충전되면 모터가 구동을 보조하며 연료 소모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고속에서는 직결 클러치를 통해 엔진에서 구동축으로 곧바로 동력이 전달된다.

여기에 경쟁 모델과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 바로 직결 클러치의 사용이다. 기존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배터리와 구동축 모두에 동력이 동시 전달되는 구조로, 이는 엔진 모드일 때나 전기 모드일 때 전달되는 비율이 바뀔 뿐, 전달된다는 점은 그대로라 그만큼 엔진 모드에선 동력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과 구동축 사이에 직결 클러치를 배치해 엔진의 동력이 그대로 구동축으로 보내지도록 해 동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의 약점인 고속 연비까지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효율 중시형 엔진이라 가속이 호쾌하진 않다.

배터리를 충전할지, 아니면 충전된 전력을 사용할지는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에 일정 이상 속도에선 사용자가 별도로 설정할 순 없다. 다만 엔진 동력 위주로 사용하는 스포츠 모드가 있긴 한데, 효율성 중시의 앳킨슨 사이클 방식 엔진이다보니 오토 사이클 방식에 비해 가속이 부족하다. 호쾌한 가속력을 원한다면 연비를 포기하고 CR-V 터보를 선택해야 한다.

스티어링 휠 뒤 회생제동을 조절하는 패들이 있지만 제동 세기는 강하지 않다.

적극적으로 전기 모드를 오가며 개입하는 덕분에 연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연비에 도움 되는 운전 습관,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하고, 규정 속도를 지키며 최대한 정속주행하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바쁘게 일하며 알아서 연비를 올려주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 뒤 패들로 회생제동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강한 단계의 회생 제동을 걸어도 제동이 걸린다는 느낌이 크지 않다. 배터리 용량이 작기 때문에 이런 세팅을 적용한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굳이 회생 제동 단계를 나눠놨다면 가장 높은 단계에선 더 강력한 제동이 걸리게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3종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만큼 소형차부터 고성능 모델까지 라인업을 다양하게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혼다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의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8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앞으로 다양한 모델들의 하이브리드 버전이 선보일 것이다. 혼다에는 CR-V와 어코드에 탑재된 2모터 1엔진의 i-MMD(intelligent Multi Mode Drive) 하이브리드 시스템 외에도 소형차에 탑재되는 1모터 1엔진의 i-DCD(intelligent Dual Clutch Drive), 고성능 모델을 위한 3모터 1엔진의 SH-AWD(Super Handling - All Wheel Drive) 등의 시스템이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형태, 다양한 재미의 하이브리드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숙제지만, 지금의 충전속도로는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전동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아니면 충전소가 더욱 늘어나야 하나, 역시 현재의 보급속도로는 어림없다. 누구나, 편하게,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하이브리드다. SUV의 실용성에 하이브리드의 효율성을 결합한 혼다 CR-V 하이브리드라면 친환경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주목할 만한 모델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지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상단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