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3.5 금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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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율 파워트레인으로 차분한 주행감까지,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어코드는 혼다 본사 뿐 아니라 혼다코리아에서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델이다. 국내에서 혼다 자동차 부문 사업이 시작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브랜드를 견인해왔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잘 되는 집에서의 효자가 아닌,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브랜드를 이끄는, 마치 소년가장과 같은 역할이었다는 것. 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혼다의 모델들은 국내에서 여러 경쟁자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어코드의 선방으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그런 어코드이기에 2017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브랜드 전반을 살펴보면 혼다의 전동화는 늦은 편이다. 혼다보다 늦게 설립된 현대자동차가 전기차를 지나 수소전기차를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 작년에야 순수전기차인 혼다 E를 선보였으니 말이다. 물론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신중한 행보도 좋지만, 과도한 신중함은 오히려 흐름에 크게 뒤처질 수 있다.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현재 전동화되는 흐름과는 별개로 충전소 등의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는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선택지일 것이다.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처럼 충전소에 대한 고민도 필요 없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처럼 많은 배터리 탑재로 인한 상당한 가격 상승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배출가스는 줄이고 연비는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만큼 하이브리드는 전동화의 과도기 상황에서 최적의 대안인 셈이다. 등장이 조금 더 빨랐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개의 전기모터가 주 동력원을 담당하고 엔진은 배터리 충전이나 고속 영역 담당 등 보조 역할을 담당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앞서 소개했던 CR-V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있다. 2개의 모터와 1개의 엔진을 조합한 i-MMD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터가 주로 구동을 담당하고, 엔진은 배터리 전력이 부족한 경우나 모터 효율이 떨어지는 고속 영역에서만 개입하는 보조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보통 ‘1+1=2’ 방식의 최고출력을 보여주는 다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달리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개의 모터가 184마력, 2.0L 직렬 4기통 엔진이 14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지만 최고출력은 329마력이 아닌, 215마력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성능이 아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즉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러한 구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은 도심 18km/L, 고속 17km/L, 복합 17.5km/L의 우수한 연비를 달성하는 것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 답게 CO2 배출량도 91g/km에 불과하다.

계기반 회전계 자리에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탑재해 어떤 동력원을 주로 사용하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배터리는 1.3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다. 일정 속도 영역까지는 전기 모드로만 가속이 이뤄지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처럼 오래 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모자란 전력량은 엔진 구동이나 회생제동을 통해 보충하게 되고, 스티어링 휠 뒤쪽의 패들로 회생제동 정도를 변경할 수 있는데 마치 엔진브레이크를 세게 걸 것인지, 약하게 걸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변속은 센터 콘솔의 버튼을 이용해 이뤄지며 별도의 수동모드는 없는데, 그만큼 자동 변속기(e-CVT)지만 수동 못지않은 높은 효율의 변속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인 셈이다. 물론 스포츠 모드를 선택해 엔진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효율성 위주의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라 밀러 혹은 오토 사이클을 선택한 엔진들처럼 호쾌한 가속감을 경험하기엔 무리가 있다. 고성능을 원하면 시빅 같은 모델로 가는 쪽이 옳다.

안전 시스템인 혼다 센싱은 전 트림에 기본 탑재된다.

혼다의 안전기능인 혼다 센싱 역시 탑재되며, 일부 기능은 개선을 통해 더욱 향상된 성능을 보여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차선 유지 보조(LKAS), 후측방 경고, 오토하이빔 등 일반적인 주행 상황을 보조하는 기능 외에도 후진 시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알려주는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 저속으로 전‧후진 시 장애물과 부딪히는 상황을 막아주는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 등의 기능도 있어 초보 운전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엠블럼과 블루컬러가 더해진 H 로고, 19인치 휠 등 전용 사양이 더해진다.

하이브리드 모델만의 특화 사양으로는 우선 전용 TFT 디지털 계기판이 탑재된다. 회전계 자리에 파워트레인의 효율 상태를 보여주는 계기를 배치해 동력 흐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연비 주행을 할 수 있는지를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당연히 전기모드, 이코노미(ECON) 모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도 변속 버튼 아래쪽에 배치되어 있다. 외관에선 하이브리드를 상징하는 블루컬러가 덧입혀진 혼다 H 로고와 하이브리드 엠블럼, 크롬 장식을 더한 프런트 그릴, 19인치 휠 등이 더해진다.

로고나 엠블럼을 빼면 외관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알아보긴 쉽지 않다.

이를 다르게 이야기하면 기존 어코드와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신제품은 마이너 체인지 정도의 변화여서 하이브리드 특화 사양을 제외하면 다른 점을 찾기 쉽지 않다. 가늘고 긴 헤드라이트와 입 벌리고 웃는 듯한 표정의 그릴, 쿠페 스타일로 떨어지는 루프 라인, 측면 하단부를 장식하는 크롬 장식 등 거의 같은 요소들로 눈썰미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구분하기 힘들 것이다.

인테리어도 계기판과 변속기 등을 제외하면 내연기관 어코드와 동일하다. 이번 신형에서는 스마트폰 관련 무선 기능이 추가됐다.

실내 역시 일부 요소를 제외하면 큰 변경점이 없다.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보조 기능 조작 버튼을 산업 표준에 맞춰 아이콘을 변경했다는 정도만 다를 뿐 전과 동일하다. 실용적 느낌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는 그대로라는 얘기. 다만 새로 추가된 일부 편의사양들, 무선 연결(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도입하고 10 스피커 시스템, 뒷좌석을 위한 추가 USB 단자, 프런트 와이퍼 결빙 방지 장치, 뒷좌석 안전벨트 리마인더, 후진시 자동으로 하향 조절되는 사이드미러 등 변의사양이 이번 하이브리드 출시에 맞춰 더해졌다.

차분한 성격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세단과 잘 어울린다.

소비자들이 SUV와 세단에 기대하는 감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효율성을 중시한 CR-V 하이브리드라고 하지만, 승차감에 있어서는 CR-V보다는 어코드 쪽이 하이브리드에 더 잘 어울린다. 어코드가 먼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것도 이유일 수 있지만, 차분함과 안정감을 특징으로 하는 세단이 효율성을 중시한 부드러운 특성의 i-MMD 시스템과 더 궁합이 잘 맞는다는 느낌이다.

주행모드를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지만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저속에서 고속까지, 계속해서 주행모드가 전기모드(EV)와 엔진모드(스포츠)를 오가지만, 틈틈이 충전을 위한 엔진 가동까지 더해지니 이게 하이브리드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전기차의 극단적일 정도의 정숙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방음처리가 잘된 덕분인지 엔진 소음이나 외부 소음은 거슬리지 않을 정도다. 주행모드는 변속기 옆 버튼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차가 판단하는 것보다 효율을 높이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동력 흐름은 계기판 좌측의 하이브리드 동력계 표시 내용을 변경하면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승차감과 운동성능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잡았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구성의 서스펜션은 차분한 승차감에 일조한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기착지까지 이동하는 좁은 도로는 많은 과속방지턱과 좋지 않은 노면상태로 승차감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생각보다 어코드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시종일관 안정적인 움직임으로 주행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푹신하다’던가 ‘안락하다’는 느낌까지는 아니다. 딱 필요한 수준까지만 승차감을 확보해놓은 건 차량의 민첩함과의 사이에서 딱 정중앙에 균형을 맞춰놓은 듯하다.

CR-V의 반사판 방식이 아닌, 윈드스크린 직접 반사식을 선택해 선명도는 조금 낮지만 시야가 개방된 점이 좋다.

주행 보조 기능, 특히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의 개입 정도는 살짝 높은 수준으로, 차선을 넘어갈 상황이 되어야 슬쩍 바로잡는 소극적인 것보다는 높으며, 마치 자동차가 주행을 주도하는 것처럼 개입하는 수준에 가까운 편이다. 하지만 차선 표기가 좋지 않은 일부 도로에서도 무리해서 기능을 작동시키지 않는 점은 ‘기술의 혼다’지만 그보다 우선에 두는 것이 바로 안전임을 느끼게 한다.

조금 늦은 출발, 금세 속도를 붙여 경쟁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늦긴 했지만, 혼다에도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보급이 시작됐다. 물론 혼다가 그동안 보여줬던 것처럼 서서히, 빠르지 않은 속도로 퍼져나갈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의 길로 나아가는 것 자체는 크게 박수받을 만하다. 특히 모두가 어려워하며 피했던 길을 선택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난관을 극복하고 친환경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혼자 떠받쳐온 브랜드를 함께 이끌어 나갈 CR-V라는 동반자도 있다. 이번 어코드와 CR-V 두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로 혼다 브랜드가 수입차 시장에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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