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개된 아우디 e-트론 GT.

e-트론을 통해 전동화에 첫발을 내디딘 아우디가 두 번째로 순수 전기 그란투리스모 ‘e-트론 GT’를 지난 2월 9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했다. 2018년 LA 모터쇼를 통해 처음 콘셉트카를 공개한 이후 프로토타입 등을 통해 개발 과정을 알려왔으며, 이번에 소개한 양산 제품은 RS e-트론 GT(이하 RS 사양)와 e-트론 GT 콰트로(이하 콰트로 사양) 두 가지로, 올봄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e-트론 GT 발표 현장

온라인 영상에서 참석자들은 ‘진보(progress)’를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프리미엄 세단과 전기 파워트레인을 적당히 조합시킨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진 못해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느껴졌다. 성능 측면에 있어서 포뮬러-E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정도라고 자랑했지만, 제원표 상 제로백(0→100km/h) 시간은 3.3초로 대표적인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와 비교해도 뒤처지는 수준(모델 S: 2.3초, 모델 3: 3.1초)이며, 항속거리 역시 WLTP 기준으로 488km 정도다. 사륜구동 시스템이나 ADAS 등 첨단 기능들 역시 최신 아우디 내연기관 모델에 탑재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공기역학적 설계로 0.24Cd의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

외관은 효율성을 높이는 공기역학적 설계로 0.24Cd에 불과한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 크기는 길이 4.99m, 너비 1.96m, 높이 1.41m에 휠베이스 2.9m로, 클래식 그란투리스모와 비슷하고, 풀사이즈 클래스 모델에 적용되는 것과 유사한 긴 휠베이스와 넓은 트랙, 큰 휠, 평평한 실루엣을 갖추고 있으며, 먼저 선보인 e-트론의 디자인 요소를 사용해 ‘GT’라는 목표에 맞게 다듬었다.

아우디 최신 모델에 탑재되는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적용(콰트로 사양 옵션)된다.

전면부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건 역시 헤드라이트다. LED 기술에 기반한 헤드라이트와 방향지시등이 기본 제공되지만, 아우디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를 선택할 수도 있으며, RS 사양은 레이저 라이트가 더해진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로 보다 긴 조사범위를 확보할 수 있다. 측면에선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과 큼직한 에어로 휠이 인상적인 모습을 만든다. 스포티한 모델답게 후면의 리어 스포일러가 주행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확장된다.

실내는 외관과 다르게 아날로그 구성을 이어가고 있다.

실내는 디지털화로 인한 급진적 변화 대신 기존 구성 방식을 유지하며 프리미엄다운 안정감을 추구한 모습이다. 다만 듀얼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단일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된 건 의외인 부분이다. 콰트로 사양은 대시보드 트림에 호두나무 소재를 사용해 고급감을 더하며, RS 사양은 카본으로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실내에 적용된 소재들은 대부분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지속가능성을 보여줬으며, 가죽 대신 인조가죽과 다이나미카 극세사 소재를 혼합해 적용했다.

앞뒤에 위치한 전기모터는 순간적으로 강력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게 설계됐다. 뒤쪽 모터는 2단 변속기를 통해 효율성과 성능을 모두 구현한다.

탑재된 전기모터는 총 2개로, 콰트로 사양은 최고출력이 앞 175kW(238마력), 뒤 320kW(435마력)인 모터가 탑재되고, RS 사양은 뒤쪽 모터가 335kW(456마력)으로 좀 더 강력하다. 론치 컨트롤 사용시 부스트 모드에서 콰트로 사양은 최대 390kW(530마력)을, RS 사양은 475kW(646마력)에 달하는 강력한 파워를 2.5초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뒤쪽 모터는 2단 변속기가 적용되어 평소에는 2단 기어를 사용하고 론치 컨트롤 등 강력한 토크가 필요한 상황에서 1단 기어를 사용한다.

e-트론 GT에 적용되는 콰트로 시스템은 기존 기계식보다 5배 빠르게 작동한다.

아우디 고유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는 전기 장치를 통해 구현되어 기계식 콰트로보다 5배 빠르다. 회생 제동은 스티어링 휠 뒤편의 패들을 통해 단계를 조절할 수 있으며, 효율성 예측 보조장치의 기능을 사용할 경우 내비게이션 경로와 온보드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과 회생 제동 단계를 조절한다. 콰트로를 보완하는 디퍼렌셜 락이 기본 제공되며, 세팅을 변경할 수 있는 리어 액슬 디퍼렌셜 락을 옵션으로 선택(RS 사양은 기본)할 수 있다.

뒷좌석 발 부분은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아 공간을 확보했다. 빠진 배터리는 뒷좌석 시트 아래에 배치된다.

전기차의 핵심 중 하나인 배터리는 차축 사이에 위치해 공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낮은 무게중심, 차축 사이 이상적인 무게 분포를 제공한다. 배터리의 용량은 86kWh로, 12개의 파우치 셀로 구성된 배터리 모듈이 총 33개 탑재되며, 뒷좌석 발 공간 아래쪽의 배터리는 뒷좌석 시트 밑에 배치해 탑승자가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배터리는 4개의 냉각수 회로를 통해 최적의 온도가 유지되며, 고전압 부품의 폐열로 내부를 가열하는 히트펌프가 더해졌다.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탑승 전 미리 내부 온도를 조절하고 충전을 관리할 수 있다.

이상적인 조건 하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23분이 걸리지 않는다. 최대 항속거리는 488km(콰트로 사양)다.

충전은 교류와 직류 모두 가능하며, 직류용 포트는 우측편에 마련되어 있다. 11kW 교류(AC)로 충전하는 경우 하룻밤 정도면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22kW 옵션 충전기를 사용하면 5분 만에 최대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력을 충전할 수 있고, 이상적인 조건 하에서는 5%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23분이 걸리지 않는다. 1회 충전으로 콰트로 사양은 최대 488km, RS 사양은 최대 472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사륜 조향 기능은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방향으로 회전해 민첩성을,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회전해 안정성을 높인다.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스포티한 움직임을 위해 서스펜션은 더블 위시본 구조가 사용되며, 주행 상황에 따라 스스로 높이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콰트로 사양은 옵션, RS모델은 기본 사양이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륜 스티어링은 최대 2.8˚까지 뒷바퀴를 회전시키며, 50km/h까지는 앞바퀴와 반대방향으로 회전해 민첩성을 높이고, 그 이상에선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해 안정성을 높인다.

아우디 최첨단 ADAS 기능을 대거 투입했다. 일부 기능은 패키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아우디 최첨단 ADAS 기능이 다수 투입된다. 프리센스 프런트와 프리센스 베이직,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이 기본 사양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포함한 투어 패키지, 파크 어시스트 플러스 기능을 포함한 주차 패키지, 시티 패키지 등으로 세분화된 옵션을 선택할 수 있고, 나이트 비전 어시스트와 서라운드 뷰도 옵션이다. 모든 기능은 센서 데이터를 사용해 주변 상황을 파악, 계산하는 중앙 운전자 지원 컨트롤러를 적용했다.

탄소 발자국이 제로인 독일 볼링거 호페 공장에서 e-트론 GT가 생산된다.

아우디 e-트론 GT 전 제품은 독일 볼링거 호페에서 만들어지며, 친환경 제품답게 제작 과정 역시 100% 친환경 전기와 바이오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열병합 발전소의 난방 등으로 탄소 발자국이 없다. 또한 자원 절약형 제조에 심혈을 기울여 종이와 포장의 사용을 피하고,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공급 업체에 반환해 이를 개량한 제품을 아우디가 재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e-트론 GT의 가격은 독일 현지 기준으로 콰트로 사양 99,800유로(약 1억 3,000만 원)부터, RS 사양 138,200유로(약 1억 8,000만 원)부터 시작한다.

e-트론 GT는 기술을 통한 진보를 외치는 아우디의 두 번째 전기차 결과물이다.

전기차 시장을 테슬라가 꽉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이 자사만의 차별화를 통해 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팬들도 그것을 원하고 있어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e-트론 GT는 그동안 공개한 개발 과정을 통해 불러일으킨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라 아쉬운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개 직후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준 평가도 많았지만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슬로건에 맞춰 혁신적인 아우디만의 무언가를 제대로 보여주길 원한 사람들의 아쉬움의 반응들도 눈에 띄었다. 물론 시장에서의 반응과 판매대수 등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아우디가 선보인 두 번째 전기차가 올 봄 소비자들에게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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