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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일상 속에 짜릿함을 추구하다. 혼다 CB650R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 승인 2020.06.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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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는 모터사이클 개발에 있어 어떠한 성향의 운전자에게 다가가더라도 친근하고 쉬우면서도 모터사이클 라이딩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기술이 있다. CB650R도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은 모델이다.

CB-R 네이키드 라인업은 혼다가 제시한 네오 스포츠 카페 콘셉트의 스트리트 네이키드 바이크로서 아래로 125부터 위로는 1000 클래스까지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갖춰 널리 사랑받고 있다. CB650R은 그 중에서 가운데에 위치한 미들클래스 머신이다.

이 모델은 윗 급 CB1000R과 비교하기 쉽다. 일단 단기통인 아랫 모델들과는 확실히 구분되고, 4기통인 윗 급과 비교하기 좋은 것이다. 거의 같은 디자인에 디테일이 다르긴 하지만, 대/중/소로 구분해도 무리 없을 만큼 닮은 CB-R 패밀리 중 가장 예쁘고 멋지다. 사이즈 대비 전반적인 디자인 밸런스가 좋다는 말이다. 

 

심플 앤 시크

사이드 라인을 살펴보면 단순한 실루엣이 무척 단호하게 느껴진다. 네이키드 바이크의 상징인 원형 헤드라이트가 납작하게 포크에 붙어있고, 낮은 연료탱크 라인과 4기통의 반짝거리는 매니폴더가 아래로 깔리고, 짧은 뒷 꼬리부분이 당당한 180mm 사이즈 타이어를 돋보이게 한다.

블랙 컬러 베이스의 시승차는 더욱 심플한 느낌을 주면서도 굵직한 선들이 모여 현대적으로 해석한 전통적인 모터사이클 디자인이라는 것이 와 닿는다. 휠이나 포크를 은은한 골드나 황동색으로 꾸민 것도 잘 어울린다. 세월이 지나도 멋이 날 것 같은 컬러 매치다.

 

‘우리 알던 사이인가?’ 친근한 포지션

라이딩 포지션을 잡아보면 일단 시트의 갸름한 폭에 놀란다. 시트 앞쪽이 아주 가늘게 성형되어 있어서 양발을 내리면 어디하나 걸리적거리지 않고 노면에 발을 딛을 수 있다. 신장 173cm 기준으로 양 발 뒤꿈치가 바닥에 모두 닿는다. 시트높이는 810mm이지만 시트 형상 덕에 착지성이 더 좋게 느껴진다.

핸들바는 스포츠 네이키드 보다는 조금 가깝게 위치해있어 부담이 적다. 상체가 슬쩍 수그려지긴 하지만 멀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시트와 핸들 사이에 있는 연료 탱크가 낮게 깔려있는데다 전후 길이가 짧아서 운전자 팔 길이가 짧거나 신장이 좀 작더라도 부담이 없겠다. 풋 포지션도 보통 네이키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라이딩 자세만 놓고 보면 요 앞에 편의점 쇼핑을 가도 될 만큼 부담 없고 편안하다. 

무게는 실제 수치상 205kg이다. 하지만 아래에 쏠린 듯한 질량감 덕분에 좌우로 슬쩍 흔들어 봐도 200kg 이하로 느껴진다. 연료를 가득 채워도 마찬가지로 부담이 없다. 게다가 모터사이클 폭 자체도 4기통 치고 품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라서 뭔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 안심감이 크다.

 

진중한 듯 짜릿한 4기통 엔진

엔진음은 4기통답게 부드럽게 울려 퍼진다. 옆에서 들으면 조용하지만 시트에 앉은 운전자만 알 수 있는 울림이 있어서 듣기 좋다. 출발을 부드럽게 하면 스로틀웍 없이도 나아갈 수 있다. 12000rpm에서 최고 출력이 나오는 엔진이지만 의외로 저회전인 3000rpm 부근에서도 괜찮은 힘이 나온다. 조금 지나서 5000rpm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4기통다운 맹렬한 가속감이 살아나, 레드존까지 쭉 이어진다. 토크는 8500rpm에서 최대치를 뿜기 때문에 그 쯤에서 변속하면 더 활기차게 달릴 수 있다.

슈퍼스포츠가 탑재하는 전자식 스로틀처럼 예민하진 않지만 스로틀 워킹이 꽤 직접적이고 맘먹고 달리기에도 재밌다. 콘셉트가 네오 레트라라고 해도 그저 느슨하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저속을 유지해야하는 3~4000rpm 부근에서는 반응이 아무래도 부드럽고 무디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피곤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스쿠터 탄 듯 홀가분한 움직임

아담한 차체는 좁은 길이나 도심 정체구간에서도 스트레스를 한결 줄여주었다. 미들클래스 정도 되면 장르에 따라 부담스러운 차체크기로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생길법도 한 도심 구간 주행인데도 마치 스쿠터를 타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홀가분하다. 신호가 바뀌면 쏜살같이 달려 나갈 수 있는 저력을 품고 있음은 언제든 마음먹으면 짜릿하게 달려줄 수 있는 고회전 엔진이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는 엔진 파워(95마력)에 비해 충분한 수준이고 조작성도 준수하다. 날카롭지는 않지만 스트리트 바이크로서는 충분한 반응성이다. 리어 브레이크도 꽤 말을 잘 듣는다. 도심 정체구간에서 부드럽게 쏠림없이 제동하기도 좋고 가다 서다하는 교통 흐름 속에서 저속으로 속도 조절하기도 좋다.

 

어떤 환경이라도 부담없이 스포티하게

기어체결감은 깔끔하며 중립도 손쉽게 빠진다. HSTC는 일종의 트랙션 컨트롤 기능인데 On/Off만 된다. 별 다른 상황이 아니고서야 켜놓고 주행하는 편이 맘 편하다. 앞 서스펜션은 고급스럽게 도장된 도립 포크인데 조절이 불가한 타입이란 점이 아쉽다. 모노 리어 쇽은 느낌이 단단하다. 일상 주행 용도도 있지만 약간 스포티하게 세팅된 듯 하다. 스트로크도 짧아 노면이 좋은 곳에서 최적이다.

투어링을 떠나 스포츠 라이딩을 즐기고 싶을 때도 만족감을 준다. 특히 가볍게 움직이는 차체는 작은 덩치를 무기삼아 좌우로 가볍게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차체가 아담하다보니 숏 코너에서 특히 즐겁다. 단 순정 타이어가 전문 스포츠 모델만큼 접지력이 나오진 않으므로 뱅킹 한계까지 타는 것보다는 접지력을 살피면서 그 안에서 즐기는 것이 좋다.

액세서리가 풍성한 것도 장점 중 하나인데, 기자라면 20만원 언저리인 퀵 시프터를 1순위로 추천하고 싶다. 다른 액세서리는 멋을 위해 취향대로 선택하면 되지만 미들급 4기통 바이크라면 역시 퀵 시프터만큼 가성비 좋은 아이템이 없다. 가속을 더 빠르게 해주는 것은  부수효과라 치더라도, 일단 순수하게 가속하는 즐거움 측면에서 효과가 좋다.

 

‘인기에는 다 이유가 있어’ 기대 이상의 소유 가치

사실 이번에 시승한 CB650R을 제외한 모든 CB-R 시리즈를 오래전에 다 시승해 봐서 그런지 처음 시승 계획을 세웠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이 모델이 없어서 못 파는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소문이 많아서 왜 그런지 직접 경험해보고자 한 것이다. 결론은 ‘역시’ 였다. 1060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놀라울 만큼 상품성이 충분하며, 구매하고 몇 달을 기다려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모터사이클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두루두루 즐거움을 주며, 어느 한 구석 모나지 않아서 오래 알고 지내고 싶은 괜찮은 친구를 소개받은 느낌이다. 어디 가서 자랑할 만한 화려한 모터사이클은 아니다. 수더분하게 생겨서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원할 때 즐거움을 주고, 짜릿함을 원할 때 짜릿함을 주는 착한 모터사이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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