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제대로 즐기다보면, 거기에 맞는 복장을 갖추게 된다. 자동차 레이스라면 불길을 막아주는 방염 슈트를, 자전거는 공기저항을 줄이고, 체온조절과 근육의 원활한 움직임을 위해 통기성이 좋고 몸에 착 달라붙는 져지와 안장 패드가 달린 빕숏(어깨끈이 달린 반바지)을 입는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슈퍼스포츠 바이크에서는 등을 부드럽게 말아서 연료탱크에 밀착했을 때 편안하면서도, 낙차시 어깨,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레이싱 슈트를 입는다.

일반적인 레이싱 슈트는 공산품이기에 사이즈가 정해져 있고, 맞는 사이즈를 골라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 체형이 다 똑같지는 않다. 다리가 긴 사람, 어깨가 좁은 사람, 상체가 넓은 사람 등 그 형태는 가지각색이다. 또 사람마다 타이트해서 꽉 잡아주는 것을 좋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헐렁해서 움직임이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라이더들 각각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두카티는 다이네즈(DAINESE)와 협업하여 제작하는 맞춤형 슈트, 수미수라(SuMisura)를 선보였다. 수미수라는 이탈리아어로 주문 제작, 맞춤이란 뜻이다. 개개인의 신체치수와 바이크, 라이딩 취향 등을 모두 종합해 하나뿐인 나만의 슈트를 제작한다. 고를 수 있는 모델은 투피스 타입에 두카티 Corse C4 Lady, 두카티 Corse C4 두 가지다. 원피스 타입에는 레이싱 슈트 두카티 Corse C4, 두카티 Corse Racing D AirⓇ, 두카티 Corse K1, 두카티 코스 D AirⓇ K1까지 네 가지이다. 두카티 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에어백 전파인증 때문에 AirⓇ 모델 수입에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한다.

두카티 코리아에서는 파니갈레 V4 R 신규 런칭 기념으로 구매 고객들에게 수미수라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에서 다이네즈 레이싱 부문 커스텀 웍스 코디네이터 알렌 존스(Allan Jones)가 직접 한국을 찾았다. 현재는 이탈리아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미국 다이네즈에서 오랫동안 두카티와 협업해 왔다고 한다. 10일 서울 성동구, 두카티 코리아 서울점에서 열린 이번 이벤트에는 하루 동안 8명이 신체지수를 측정하여 나만의 수미수라를 만들어본다.

알렌은 처음에 어떤 바이크를 타는지, 어떤 주행을 좋아하는지 물으며 측정을 시작했다. 발바닥에서부터 사타구니까지의 높이 - 인심을 비롯, 손목이 꺾여서 스로틀을 당기는 도중(전완근), 코너링 중(상완근) 근육이 팽창했을 때 둘레까지 측정해 시트에 기입했다.

수미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다. 하지만 단순히 편안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알렌은 몸이 편안해야 바이크를 다루기 편해지고, 이는 퍼포먼스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레이싱 DNA를 품은 두카티 다운 철학이다.

이렇게 측정된 수치는 PC에 입력하면 실제로 슈트 제작이 가능한지 여부가 녹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첫 번째 고객의 경우, 비슷한 체형의 남성보다 어깨가 넓어서 노란 불이 들어왔지만, 알렌이 수치를 1cm 정도 조정하자 녹색불이 들어왔다. 고객과 계속 대화하며 원하는 착용감(타이트, 루즈) 또는 불편한 부분, 식사를 한 후 늘어나는 복부까지 감안한 허리 둘레 등이 가감될 수 있다. 측정이 끝나면 실제 체형의 정면, 측면, 후면부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해서 측정 데이터 수집이 끝났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면 맞춤 슈트의 의미가 떨어진다. 두카티는 15개 이상의 세세한 선택사항으로 나만의 슈트를 꾸밀 수 있다. 각 부분과 두카티 로고의 색상은 물론, 목 근처와 배쪽 앞판, 뒤쪽 등판, 엉덩이에 자수로 문구 또는 이미지를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문구나 이미지를 넣더라도 라이딩 자세를 취했을 때 신축을 방해하면 안된다. 이미지 또는 문구를 업로드 하면 이 문구가 신축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사용 가능 여부를 두카티 슈트 제작팀에서 확인해 알려준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스케치가 완성된 나만의 슈트는 두카티 본사로 업로드 하거나, PDF 파일로 두카티 코리아 측에 전달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두카티와 수미수라 슈트 제작에 협업하고 있는 알렌은 수미수라 슈트가 다른 맞춤슈트보다 디자인 적인 면에서 훨씬 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일반 다이네즈 슈트와 달리 안쪽에 안감이 여러 가지 재질도 덧대어져 있고, 많은 부분에서 더욱 세세하게 인체공학적으로 제작해 높은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점이 두카티 수미수라만의 장점이다. 알렌은 제작과정이 모두 이탈리아에서 진행되므로 품질 또한 믿을 수 있다면서 맞춤 슈트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