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의 겨울은 큰 추위도, 큰 눈도 없이 흘러간 느낌이다. 그리고 이제 봄이 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나들이 철이고 조만간 산과 들을 향해 달리게 될 것이다. 이런 시절을 위해 미리미리 자동차의 묶은 때를 벗겨내고, 차량 점검을 해두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그래서 준비한 봄맞이 차량 대점검 리스트다. 내용 중간중간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이를 알고 있다면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첫단계는 내외부의 꼼꼼한 세차
큰 눈이 없이 조용히 지나 가기는 했지만 눈이 아예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니 제설작업이 진행되기는 했었다. 다들 알고있는 것처럼 제설작업에는 염화칼슘이 필수다. 염화칼슘은 겨울철 도로에 쌓인 눈이 얼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제설제로 환경 오염과 함께 차체의 부식을 초래한다. 그래서 첫 단계는 염화칼슘 성분이 묻어 있는 차량 하부와 외관의 세차다. 흔히 차체 아래쪽만 생각하기 쉽지만, 달릴 때는 차량의 옆면에도 염화칼슘이 묻는다. 만약 도장이 벗겨진 부분이 있다면 이곳에서 부식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차체 아래쪽은 물론이고 차량 위쪽까지 꼼꼼하게 고압수로 세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겨우내 차량 안에 쌓여 있던 먼지를 깔끔히 털어내고, 환기를 시켜 주는 작업도 병행되어야한다.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먼지가 꽤 많다.

기본 중의 기본인 엔진오일
세차 다음은 차량 점검의 기본 중 기본인 엔진오일이다. 딥 스틱(Dip stick)을 이용해 엔진오일의 양을 살펴보고, 엔진오일에 쇳가루나 기타 불순물이 섞여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물론 엔진오일의 양이 부족하다면 보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엔진오일 보충시 과도한 양의 엔진오일을 넣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사실 정비사들 조차 엔진오일이 과하게 들어 가는 것에 대해 큰 경각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엔진오일은 딥스틱을 뺐을 때 L(ow)과 F(ull) 사이에 와야 한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만, F 이상을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를 삼지 않는 경우도 많다. 타다 보면 엔진오일양이 줄어들기도 하니 넉넉히 F에 맞추거나 그거보다 조금 더 넣어야 한다는 정비사도 있다. 하지만 F선 이상을 넣어도 된다면, 굳이 L과 F 사이를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엔진오일이 딥 스틱 기준으로 F선 이상으로 들어가는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규정치 보다 더 주입된 엔진오일은 크랭크 축의 회전에 저항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바로 출력 저하다. 몸으로 가속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며, 엔진이 움직이는데 저항이 생긴 만큼 연비 또한 떨어지게 된다. 또한 규정치 보다 더 주입된 오일은 거품이 되기도 한다. 거품이 된 엔진오일은 제대로 순환되기 어렵다. 따라서 엔진오일이 해야 하는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기에 다양한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엔진 내부의 각종 센서 등에 엔진오일이 흘러 들어가 오동작이 생길수도 있다. 엔진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일부 엔진오일이 실린더 내부로 들어가 함께 연소되는데, 늘어난 엔진오일의 양 때문에 이렇게 연소되는 엔진오일의 양이 많아지게 되면 연료의 이상 폭발을 의미하는 노킹 현상을 불러 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엔진오일의 양이 많아지면 그만큼 엔진오일이 식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엔진오일의 변질을 초래할 수도 있다. 

차량 관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부 사이트에서는 봄/가을용 엔진오일로 교체하라는 이야기도 있다. 봄/가을은 분명 다른 계절과 다른 특성이 있겠지만, 외부기온으로 보자면 연속성을 가진 구간 중 하나일 뿐이다. 모튤도 그렇지만 대다수 엔진오일 제조사들은 봄/가을용 엔진오일을 따로 만들지는 않는다. 물론 오래전 단점도 오일(Single Grade Oil)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여름에는 점도가 높은 오일을 주입하고 겨울에는 점도가 낮은 오일을 주입하는 것이 필요하긴 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OW OO으로 표시되는 다점도 오일(Multi Grade Oil) 시대에는 이런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대다수의 차량 제조사가 권장하는 5W 20 / 5W 30 / 5W 40 이라면 사계절 모두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냉각수 보충. 생수는 안된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동안 끊임없이 열과 싸울 수 밖에 없다. 이 싸움의 최전방 수비수는 냉각수다. 냉각수는 리저브 탱크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를 보고, 직접 라디에이터 뚜껑을 열어(엔진이 뜨거울 때 뚜껑을 열면 화상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 불순물이 섞여 있는지를 봐주면 된다. 만약 리저브 탱크에 냉각수가 부족해 보인다면 냉각수를 보충해줘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적당한 비율로 부동액을 섞은 냉각수를 보충해 주는 것이지만,  주행중 갑작스럽게 냉각수 경고등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이제 냉각수와 부동액의 비율이 달라진다고 해서 냉각수가 어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테니, 수돗물 혹은 증류수를 넣어주면 된다. 물론 시간이 있으면 정비소에 방문해 상황을 이야기하고 부동액과 냉각수의 비율을 맞춰줘야 한다. 

만약 차를 아끼는 마음에 생수를 보충한다면 생수 속 미네랄 성분이 냉각계통의 부식을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아직 겨울타이어로 주행 중이라면 여름타이어 혹은 사계절 타이어로 교체해야 할 시기다. 정확히는 외부온도가 영상 7도 이상이 되면 완전히 여름 타이어의 계절이 시작된 것으로 보면 된다. 타이어 교체 후에는 적정 공기압을 맞춰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당연히 공기압이 낮으면 연비가 떨어지고 타이어의 마모가 심해지며, 고속에서는 스탠딩 웨이브 현상을 타이어가 파손 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높으면 통통 튀는 승차감과 함께 펑크가 날 위험이 있다.

에어필터로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을까?
조만간 날씨가 따뜻해지다 못해 더워지게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최근 몇 년 간 5월 말 정도만 되어도 차량 내부 온도가 꽤 높아져 에어컨을 틀었던 기억이 난다. 이를 대비해 미리 점검이 필요하다. 에어컨 작동시 진동이나 소음이 들린다면 파워벨트(구동벨트, 외벨트라고도 불리는)의 교체나 장력 조정이 필요하다. 파워벨트는 발전기와 파워스티어링 모터, 에어컨 컴프레서의 구동을 담당한다. 에어컨 작동시 풍량은 정상인데 바람의 온도가 미지근하다면 에어컨 냉매를 살펴봐야 한다. 반대의 경우라면 에어컨에서 만들어진 찬 공기가 내부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먼지를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에어컨 필터(항균필터, 실내필터, 캐빈필터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에 먼지가 많이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에어컨 필터의 경우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역할도 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까지 막아 주겠다는 제품들이 꽤 많은데, 나름 효과가 있는 제품들도 있다. 또한 에어컨 작동시 냄새가 난다면 이 에어컨 필터가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에어컨 필터의 교체 주기는 보통 6개월에 한 번, 혹은 1만 키로 정도 주행 후다. 또한 황사의 계절인 봄이 지난 후, 여름이 되기 전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와이퍼와 안개등의 점검
겨울은 사람과 자동차에게 가혹하지만 와이퍼에게도 그렇다. 겨울에 얼어있는 상태에서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경우 와이퍼의 블레이드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유리창에 떨어진 물이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다. 또한 워셔액도 많이 사용했을 테니 보충이 필요하다. 이제 발수코팅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워셔액도 많은데, 일부 수입차량의 경우 - 센서로 워셔액 용량을 감지하는 방식의 - 발수코팅 기능이 센서를 코팅해버려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봄과 가을에는 기온차가 심해져 안개가 자주 낀다. 안개가 끼는 경우는 안개등을 켜주는 것이 좋다. 사실 안개등을 켜고 주행하는 운전자들이 많지만, 안개등은 말 그대로 안개가 낀 경우에 작동 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봄을 맞아 점검해야 할 것들을 살펴 보았다. 이제 날씨는 더 따뜻해지고 춘곤증과 함께 운전을 하면서 졸음과 싸워야 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졸음은 실내의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환기를 시켜주거나 외기 순환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모두들 안전 운전 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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