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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느껴지는 스포츠 크루저, 할리데이비슨 FXDR 114
  • 글 임성진 사진 편집부
  • 승인 2019.03.1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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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위압감과 힘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모터사이클이 그랬다. 할리데이비슨 FXDR은 114 큐빅인치의 강력한 트윈 엔진과 240mm에 달하는 거대한 타이어를 자신있게 드러낸다. 파워를 상징하는 드래그 머신의 향취도 느낄 수 있다.

2019년 국내 상륙한 할리데이비슨 소프테일 패밀리의 한 모델인 FXDR 114는 강력한 파워의 상징성을 드러낸다. 곳곳에서 근육질 바디의 우람함을 자랑하고, 굵직한 뒤 타이어는 모터사이클이 할 수 있는 최대치다. 시트에 앉으면 분리형 핸들과 포워드 스텝 포지션으로 완전히 바람을 맞닥뜨릴 수 있다. 여러모로 진정한 터프가이다.

FXDR을 찬찬히 살펴보면 최근 유행해 온 레트로 콘셉트에 기대기보다는 고유의 색깔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드래그 머신에서 따 온 길쭉한 스타일이나 한눈에 파워를 가늠할 수 있게 한 뒤 타이어 크기를 보면 그렇다.

헤드라이트는 심플한 투구 모양의 비키니 카울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살렸고, 실린더 헤드에서 나오는 배기파이프는 똬리를 틀어 굵은 사일렌서로 합쳐진다.

굵직한 타이어의 존재감을 더욱 크게 드러내는 짧은 꼬리 디자인은 FXDR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다. 뒷바퀴에서 느껴지는 압도감을 증폭해 표현한 것이다. 아쉽게도 일반 주행 시 노면에서 튀는 모래를 막기 위해 휀더가 설치돼 있지만 줄줄 흐르는 포스를 막기는 어렵다.

키없이 시동걸 수 있는 키리스 무선 시동 시스템으로 주머니에 키를 넣어두면 간단히 출발준비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식 환산으로 1868cc의 배기량을 가진 엔진은 우락부락하게 생겼다. 숨소리도 만만찮다.

순정 배기시스템 상태인데도 충분히 압도감이 넘치는 배기음이 인상적이다. 약 800rpm 근처에서 푸드덕거리는 엔진 고동이 리드미컬하다. 스로틀을 툭 튕겨보면 ‘두두둥’ 하며 반응한다. 거대한 엔진을 쥐고 있다는 쾌감이 손끝부터 서려온다.

핸들을 뻗어 분리형 핸들을 쥐어보면 할리답지 않게 거리가 좀 있어 보인다. 상체가 살짝 수그려지면서 적당히 긴장감을 가져온다. ‘좀 달려보겠다는 이야기구나’ 싶다. 풋 스텝도 앞으로 뻗어 있어 키가 작으면 조금 난처할 수 있다. 팻 밥과 비슷한 포지션이면서도 뭔가 좀 더 긴장감이 느껴진다. 다행히 시트가 앞 뒤로 길어서 조금 당겨 앉으면 괜찮다.

1단부터 아주 부드럽게 출발할 수 있는 엔진, 그리고 의외로 가볍게 느껴지는 차체의 무게 덕분에 도심에서 주행이 아주 즐겁다. 제원표를 들여다보니 289kg이라고 나와있는 무게인데 실제 느껴지는 것은 그 정도가 안 된다.

차체 어디에도 쓸데없는 카울류가 안 붙어있고 시야가 쾌적하며, 운전자에게 거치적거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시승차에는 작은 윈드 스크린이 달려있었는데도 개방감이 훌륭한 편이었다.

시속 80km 이하로 달리는 도심에서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며 느낀 소감은 다루기가 아주 쉽다는 것이었다. 뒷 타이어는 말했다시피 240mm/40-18로 ‘거대한’ 사이즈다. 당연히 둔할 것으로 생각됐던 움직임이 이렇게 가볍다는 것에 놀랐다. 미쉐린과 전용 설계한 타이어가 궁합이 좋았다.

앞 휠은 비교적 가느다란 120mm 너비에 19인치 구경으로 방향 전환하는 데 상당히 이로웠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방향을 바꿔서 헤비급 무게가 전혀 무겁지 않게 느껴진다. 이는 밸런스 세팅이 상당히 잘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보다 훨씬 가벼운 200kg만 되어도 만약 무게중심이 흐트러진 바이크라면 저속에서 이렇게 부드럽게 움직여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닥에 발도 잘 닿고, 약간 공격적인 라이딩 포지션만 아니라면 데일리로 써도 될만큼 다루기가 쉽다.

교외 도로로 나가봤다. 풀 스로틀할 때의 쾌감은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널찍한 뒤 타이어가 160Nm에 달하는 토크를 몽땅 아스팔트에 뿌려놓는다. ‘두두두두’ 하면서 가속하는 느낌은 아마 할리를 처음 타본다면 ‘아, 이 맛에...’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법하다. 급 가속을 해도 타이어는 높은 접지력으로 토크를 남김없이 오로지 가속하는 데 쓴다.

기어는 6단 까지 있지만 이미 4단 5단에서도 황홀할 정도로 가속이 화끈하기 때문에 오버드라이브로 달릴 마음이 없어진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투어왔다 셈 치고 6단을 넣고 2000~3000rpm 정도로 달리자 흥분이 가라앉으면 봄내음 가득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평온함 속에 달리면서도 속도는 꽤 높게 유지된다. 고속 안정성이 아주 좋다. 일반적인 크루저보다도 훨씬 감칠맛 넘치게 달리면서도 크루징할 때는 그에 못지않게 안정감이 뛰어나서 좋았다.

코너링을 시험할 수 있는 중미산 산자락을 오르며 뱅킹 한계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었다. 스포츠 특성을 살펴보려고 오긴 왔는데, 스포츠 바이크를 시승할 때처럼 오르면 풋 스텝이고 머플러고 다 갈릴텐데 말이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놀랍게도 뱅킹 한계는 일반 크루저를 뛰어넘을 만큼 충분했다.

FXDR 공식 광고 영상에서 레이스트랙을 배경으로 주행 촬영한 것이 허세가 아니었던 것이다. 보통 스포츠 네이키드 바이크를 타듯 굽이굽이 코너링을 즐기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널찍한 광폭 타이어에서 받쳐주는 안정감을 만끽하면서도 이 같이 스포티한 코너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워서였다. 트랙션 컨트롤 같은 것이 없어 주의해야 하지만 순수한 V트윈 엔진의 파워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음지가 많았던 반대편로 내려올 때는 브레이킹의 한계를 몸소 체험했는데, 앞 타이어가 ABS에 노출될 만큼 때때로 접지력이 안 나왔지만, 그 와중에도 당황하지 않고 적당하게 감속하며 핸들링했던 것은 꽤 예민하게 반응했던 프론트 브레이크 압력 때문이었다. 주행 성능이나 컨트롤성에 집중하지 않은 보통의 크루저의 둔한 브레이크와는 달랐다.

도립식 포크는 충분히 타이어를 눌러줬고 묵직한 차체 무게를 부드럽게 바닥에 붙여주며 감속을 도왔다. 개발 과정 중 가속과 감속에 있어서 충분한 테스트를 하며 조종성을 다듬었다는 의미다. 

차체 오른쪽에 설치된 오픈 에어필터는 스크리밍 이글 NHRA 드래그 머신에서 영감 받았다고 한다. 공기 흐름을 향상시키며 시각적으로도 터프한 인상을 가진다. 관계자에 따르면 오픈 형식이지만 일상 주행 환경에서의 비나 이슬같은 오염 정도로는 영향이 없다고 한다.

리어 쇽옵저버는 하드테일 디자인으로 차체 중앙에 숨겨진 형태다. 이 역시 전통적인 크루저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높은 주행 실력을 갖추고자 한 것이다. 초기하중을 공구없이 다이얼로 조절 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으며 탑승자 체중에 맞는 세팅이 손쉽게 가능하다.

계기반은 매우 작은 디지털 창으로 마무리됐다. 작지만 있을 정보는 다 들어있다. 속도계, 기어포지션, 심지어 rpm도 표시한다. 그 아래로 방향지시등이나 ABS 경고등, 엔진 경고등같은 기본 램프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확실히 아날로그 감성보다는 합리적이고 편리한 현대적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연료탱크는 16.7리터 용량으로 날렵한 디자인으로 멋지면서도 충분한 크기다. 시승 상황이 연비 주행을 할 수 없는 조건이었는데도 연료 효율이 생각 외로 좋았다. 작은 계기반 액정에는 연료계와 남은 연료로 주행 가능한 거리까지 산출된다.

제한된 직선 주로를 누가 더 빠르게 돌파하는가를 겨루는 드래그스터 머신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FXDR은 할리데이비슨이 시도한 젊고 강력한 스포츠 크루저의 완성판이다. 유서깊은 클래식한 이미지에 목메기 보다는 고성능을 암시할 수 있는 현대적인 이미지를 그려냈고, 실제 주행성능도 상당히 현대적이고 높은 수준이다. 

원초적인 이미지가 강렬하기 때문에 가볍게는 일상에서 멋 부리며 타기에도 충분하지만 그러기엔 아까울 정도로 성능 한계가 높다. 현실에서 느껴보기 힘든 파워로 심심한 직선 도로를 아드레날린으로 흠뻑 적시기에 충분하고, 스포츠 바이크들이 좋아하는 구불구불한 와인딩 코스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달리며 스포츠 라이딩을 만끽할 수 있다. 앞으로 등장할 할리데이비슨의 수십 가지 뉴 모델들이 다 이런 식으로 알짜배기라면 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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