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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으면 어때? 재밌으면 그만! 혼다 2019 X-ADV
  • 글 임성진 사진 편집부
  • 승인 2019.03.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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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는 장르에 귀속되지 않고 오히려 뛰어넘어 융합하는 것을 말한다. 모터사이클 업계에는 각 장르의 장점을 버무린 모델도 꽤 있지만 X-ADV처럼 기대 이상의 큰 시너지를 내는 모델은 흔치 않다.

혼다가 X-ADV를 개발하며 외친 구호는 진정한 크로스 오버였다. 즉,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사실 말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쉽지만 구현하기 위해서는 실존하는 기술이 곳곳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거대 모터사이클 기업 혼다를 다시 보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모터사이클 전용 개발의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이었다. 자동차 세계에서는 이미 보편화 되었지만 크기나 무게 등 여러 걸림돌이 많았다. DCT를 모터사이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소형/경량화는 물론 모터사이클 특유의 운동성과 직결감 등을 고려해야 했다.

혼다는 그런 난제들을 해결하며 모터사이클용 DCT를 개발해 적용했고, 결과는 인테그라를 비롯해 NC시리즈 등 새로운 공용 플랫폼에 나타났다. 세계는 주목했고 DCT와 모터사이클링의 조화가 가져오는 이점들에 집중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였다.

이어 베스트셀링 듀얼스포츠 바이크인 아프리카 트윈이 부활하면서 다시 한 번 DCT를 개량한 2세대 시스템을 적용했다. 직결감이나 운동성, 반응성이 중요한 오프로드 라이딩이 꽤 큰 비중을 차지했기에 더욱 첨예해져야만 했다. 나름 호평을 받으며 선전한 아프리카 트윈 DCT에 이어 크로스오버 모델 X-ADV와 뉴 골드윙에도 DCT가 적용됐고, 퓨어 스포츠를 제외한 스트리트 분야 대부분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 중 X-ADV는 전에 없던 독특한 성격을 가진 모터사이클로, 외형은 터프한 빅 스쿠터답지만 실제 성능은 일반 레저용 대형 모터사이클에 준하며, 오프로드 주행도 가능한 설정으로 장르의 한계를 없앴다. 

시승차량은 2019년형으로 업데이트 된 모델로 매트 그린 컬러를 입었다. 기존 1세대 X-ADV와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못 보던 버튼이 생겼다. 바로 HSTC(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 버튼이 좌측 핸들부에 추가됐고, 계기반 아래로는 아프리카 트윈에서 볼 수 있던 G(그래블)모드 스위치도 추가됐다.

기대감을 안고 시동을 걸어봤다. 여전히 스마트 키 시스템은 편리했고 별도로 키를 찾아 꼽을 필요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었다. 엔진은 수랭 4스트로크 OHC 직렬 2기통 형식이다. 낮은 엔진음이 둔탁하게 울려 마치 드럼 소리같다. 순정 사일렌서는 소음기능이 충분해서 소리가 울릴 수 있는 지하 주차장에서도 크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다.

시동을 걸면 DCT 답게 일단 중립으로 기어가 빠져있다. DCT의 특징은 모든 기어 조작을 핸들 버튼으로 한다는 것인데, 어찌보면 약간 콘솔 게임 패드같기도 하다. D/S 버튼을 누르면 철컥하는 소음과 함께 1단 기어가 맞물린다. 출발 준비가 된 것이다. 이 상태에서 스로틀만 당기면 ‘두두둑’ 하면서 가속할 수 있다.

클러치 레버 조작이 없으니 느낌 상 스쿠터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스로틀을 당겼을 때 차체가 움직이는 반응을 살펴보면 스쿠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직결감이 높다. 일반적인 스쿠터는 CVT 구동으로 아무리 파워가 좋고 배기량이 크더라도 가속 시 타이밍이 슬쩍 늦을 수밖에 없는데, DCT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D모드는 드라이브 모드로 평소에 부드럽게 운전할 수 있는 상태다. 그렇다 해도 가속력 자체가 무척 좋고 파워가 충분해서 그다지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스로틀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며 6.9kgm의 최대토크를 언제라도 끌어낼 수 있다.

D모드도 가속은 충분하지만 아무래도 효율과 승차감을 우선하다보니, 기어를 빨리빨리 올린다. 속도를 80km/h까지 올리기도 전에 6단이 스윽 들어간다. 좋았던 점은 집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변속 타이밍이다. 그만큼 변속 충격이 적고 부드럽다. 

급 가속하고 싶으면 스로틀만 왈칵 당기면 ECU가 판단해 기어를 필요한만큼 내려서 충분한 회전력을 확보한다. 토크 중심으로 세팅된 엔진답게 어차피 최대 회전수가 얼마 되지 않아 한계는 분명하지만, 저회전에서의 토크가 묵직하고 펀치력이 좋아서, 굳이 방방 돌리지 않아도 여유롭다.

보통의 모터사이클은 작은 배기량으로 회전수를 높여서 출력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지만 X-ADV 플랫폼의 엔진은 철저히 토크 중심으로 라이딩 스타일이 다르다. 일반 자동차로 따지면 가솔린 차에서 디젤 차로 바꿔 탄 기분이다.

스위치를 한 번 더 눌러서 D모드를 S모드로 바꾸면 계기반에 ‘S'가 표시되면서 변속 타이밍을 늦춰 스포츠 라이딩에 유리하게 만든다. 3단계로 변속 패턴을 조절할 수 있는 S모드는 계기반을 보며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단계를 높일수록 변속 타이밍을 늦게까지 끌고, 엔진 브레이크도 강하게 들어 와인딩 로드에서 브레이킹 없이도 속도를 유지하기 좋게 만든다.

물론 수동 조작 모드도 있다. 이 역시 검지 손가락으로 스위치를 누르면 오토매틱 모드에서 수동모드로 바뀐다. 핸들 왼쪽의 +,- 버튼을 눌러 기어를 조작할 수 있다. 좋은 점은 일반 오토매틱모드로 달리다가도 필요할 때 +,- 버튼을 눌러 원하는 순간에만 기어를 조작할 수있고, 조작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다시 오토매틱 모드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X-ADV를 시승하면 DCT의 편리함과 멋진 크로스 오버 스타일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특징이 있다. 중량 240kg의 압박을 희석시키는 차체 무게의 저중심화가 바로 그것이다. X-ADV와 같은 플랫폼을 쓴 NC시리즈나 인테그라 모두 이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X-ADV가 그 중에서는 본격적으로 오프로드나 트레일 라이딩을 염두에 뒀다는 것을 감안하면 역시 저중심화 설계가 무척 빛을 발한다.

사실 저중심화에서 오는 이점은 많지만, 한 마디로 줄이자면 ‘타기 편하다’는 것이다. 방향을 바꿀 때, 차체를 기울였을 때, 무게중심이 아래 깔려있으니 거동이 예민하지 않고 부드럽다. 움직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로써 자신감이 들고 통제력이 올라간다. 

고속으로 달리는 직선 도로에서는 큰 직진안정성을 선사하고, 코너링이 많은 와인딩 구간에서는 가볍게 방향을 바꿀 수 있어 마치 레일을 깔고 달리는 기차처럼 안심감이 높다. 가벼운 오프로드도 달려봤다.

터프한 이미지만 놓고 보면 어디라도 주파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반적인 듀얼스포츠 바이크처럼 지상고가 높지 않기 때문에 아무데나 들이대기는 어렵다. 그래도 와이어 스포크 휠과 부드럽게 움직이는 서스펜션을 믿고 앞 바퀴를 들이대보면 의외로 쉽고 또 쉽다.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에 차체가 비틀거리고 한계가 와도 알기 쉽게 반응하고 무엇보다도 매사 반응이 나긋나긋하다. 앞 뒤 바퀴가 다 흘러도 덤덤하게 수습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큰 돌멩이를 밟고 차체가 슬쩍 떴다 가라앉아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 타이어는 듀얼 스포츠 타입이라기 보다는 거의 투어링 타입에 가까울 정도이지만, 미끄러운 편이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루기가 쉽다.

게다가 시트는 790mm로 높이가 낮은 편이고, 빅 스쿠터 형태의 안락한 시트형상 덕분에 널찍하지만 173cm 키로도 양 발이 바닥에 잘 닿는다. 핸들과 시트 사이에는 연료탱크가 없고 무릎을 안쪽으로 넣으며 중심을 잡기도 편하다. 외형적으로 스쿠터 형태를 따랐기 때문에 가능한 장점이다.

G모드 스위치를 눌러봤다. 아프리카 트윈을 탔을 때처럼 두근거리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 장점을 그대로 이어온 것은 맞다. 스로틀은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구동력이 필요한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잡아준다. DCT의 직결감과 어우러져서 무척 재밌게 탈 수 있다.

HSTC는 일종의 트랙션 컨트롤 기능으로 이해하면 편한데, 2단계로 조절하거나 끌 수 있다. 버튼을 길게 누르면 해지되는데, 길게 누르는 텀이 짧아서 맘에 들었다. 대신 이그니션을 껐다가 다시 켜면 다시 원래의 세팅으로 돌아오는 혼다 안전제일주의는 여전하다.

사실 서스펜션 작동 폭은 오프로드에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다. 앞 107mm, 뒤 120mm 스트로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댐핑 세팅이 부드러워서 일반적인 뒷동산 임도(트레일)나 자갈길정도는 무난하게 가속하며 달릴 수 있다. 사실 무난한 정도가 아니라 부담감 없이 재밌게 달릴 수 있다.

시트 아래 수납공간은 21리터 용량으로 풀페이스 하나를 수납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충전기능을 위한 아웃렛도 설치돼 있다. 빅 스쿠터 관점으로 보면 작은 공간이지만 주행 성능 면에서 스쿠터와는 전혀 비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별로 섭섭하지 않다. 오히려 뒤 휠 사이즈를 약간 작은 15인치로 설정하고 나름의 공간을 확보한 것에 박수치고 싶다. 주행성을 우선한 같은 플랫폼의 인테그라와 차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연료탱크는 13.1리터로 조금 작다. 대신 연비가 리터당 40km(공인연비 기준)으로 훌륭하다. 시승할 당시에는 워낙 엔진을 혹사했기 때문에 연비가 안 나와 주유를 꽤 많이 했지만, D모드로 적당히 달리기만 해도 상당히 효율이 좋을 것 같은 저회전 중심 엔진이다.

기본상태의 윈드스크린은 바람을 거의 그대로 맞을 수 있지만 간단하게 수동 조작해 높이를 최대로 올렸을 때와 차이가 크다. 최대높이에서는 헬멧 위로 바람이 스쳐가는 수준으로 방풍력이 상당히 좋았다. 다만 승차위치가 낮은 편이라 그만큼 시야를 좀 방해받는 기분이어서 네이키드 바이크 타듯이 끝까지 내리고 상쾌하게 달리는 편이 좋았다.

오른쪽 핸들 아래 있는 레버식 수동 파킹 브레이크는 언덕에 주차할 때 중립 기어에서 차가 안 밀리도록 돕는다. DCT는 주차 시 기어가 빠져있기 때문에 파킹 브레이크가 없으면 불안하다.

1세대 X-ADV를 처음 봤을 때는 사이버틱한 변종 이륜차처럼 느껴졌다. 섞어도 너무 섞었다는 인상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런 장르를 본 적도 없고 가뜩이나 몇 없는 DCT와의 조화가 신기하면서도 어색했다. 하지만 좀 익숙해진 상태로 2세대를 다시 타보니 이 장르가 추구한 것이 단지 선도적인 기술력 자랑이 아니라 ‘타는 즐거움’에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현재로서 일상의 커뮤터와 레저용 바이크로서 필요한 모든 기술력을 집결했고, 아무나 타도 재밌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놨다. 모터사이클을 잘 타고 잘 알아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운전만 할 줄 아는 정도면 누구나 이륜차의 즐거움에 입문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기술력을 제대로 썼다는 생각이다. 특유의 운전자 친화적인 라이딩 철학과 거대한 자본력을 배경삼아, 혼다라서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X-ADV의 시도는 지금 시점에서 다시 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 또 타고 싶은 모터사이클이다. 성인용 장난감 같기도 하다. 레저용 바이크로서 타고 놀기에 꽤 재밌고, 스쿠터처럼 다루기 쉬워서 평소에 타기도 편하다. 둘 사이에서 좋은 점만 잘 버무렸다. 크로스 어드벤처(X-ADV)라는 이름이 좀 과한 것도 같지만, 아무튼 혼다 역사에 당당하게 이름을 남길만한 제품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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