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9.20 금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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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지는 자전거의 영역, 그에 맞는 장비는?
기술이 발전하면 문화가 바뀐다. 반대로 문화가 바뀌면 그에 맞는 기술이 생긴다.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디스크브레이크가 등장한 후 자전거 문화는 많이 바뀌었다. 림브레이크와 달리 노면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진흙 밭이나 얕은 물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지날 수 있다. 게다가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는 케이블 방식에 비해 큰 힘을 주지 않아도 강한 제동력을 얻을 수 있어서 장시간 라이딩을 해도 손의 피로가 적다.
 
 
MTB에서는 림브레이크가 사라질 정도로 디스크브레이크 대중화가 이뤄졌지만 로드바이크에 있어서는 아직 초기 단계다. 림브레이크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고 림브레이크의 장점도 있는 만큼 MTB처럼 림브레이크가 사라질 확률은 낮지만,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를 써 본 사람은 다시 림브레이크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로드바이크에 디스크브레이크가 적용되면서 타이어 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같은 무게일 경우 폭이 넓은 타이어가 공기저항이 적다는 사실은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몇 년 전까지 23c가 많이 쓰였던 반면 요즘에는 25c가 표준으로 여겨진다. 프레임의 허용 타이어 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타이어 폭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전거가 갈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
 
 
사이클로크로스와 그래블바이크는 로드바이크를 닮았지만 타이어가 넓어서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같이 얘기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엄연히 다른 장르임을 알 수 있다. 사이클로크로스는 장애물을 넘기 위해 BB가 높고, 상체를 많이 숙이는 레이싱 지오메트리인 반면 그래블바이크는 로드바이크와 BB 높이가 비슷하고 좀 더 편하게 탈 수 있도록 상체를 세우는 지오메트리다.
 
 
 
그래블 라이딩의 필수 요소, 유압 디스크브레이크
 
 
사이클로크로스나 그래블바이크가 디스크브레이크 덕분에 생긴 건 아니다. 캔틸레버 브레이크 시절에도 사이클로크로스는 있었다. 그래블바이크는 자신이 원하는 라이딩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고민한 결과물로 나온 것이지 특정 부품 때문에 생겼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두 가지 장르는 공통적으로 디스크브레이크를 사용한다.
 
 
사이클로크로스나 그래블 라이딩에서 디스크브레이크를 쓰는 이유는 코스 환경 때문이다. 진흙이 얼굴까지 튀어 올라오는 코스에서는 림에도 진흙이 묻을 수밖에 없다. 그래블 라이딩에서 물을 지날 때도 림에 물이 묻는다. 당연히 림브레이크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고 브레이크패드와 림 사이에 흙이 끼어서 림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디스크브레이크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지만, 디스크브레이크를 사용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자전거를 완성하려면 케이블 방식 디스크브레이크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쉽게 손이 피로해지는 만큼 권하고 싶지 않다.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를 사용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시마노 구동계를 사용하는 게 좋다.
 
 
국내에 수입, 판매되는 그래블바이크 완성차 대부분이 시마노 105 구동계를 사용한다. 비용을 생각하면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실제로 라이딩을 하다 보면 자전거를 들거나 메는 상황이 생긴다. 잠깐은 괜찮지만 거리와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전거의 무게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를 생각하게 된다.
 
 
부품 업그레이드 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자전거의 용도와 업그레이드 목적에 맞게 선택하자. 그래블 라이딩인 만큼 가벼운 핸들바나 휠세트는 부담스럽다. 이왕 업그레이드를 한다면 가벼워지면서 성능도 향상되면 좋겠다. 상급 브레이크 캘리퍼를 장착하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105 캘리퍼 스펙에는 무게가 표시돼 있지 않다. 경량 부품 무게는 공개해서 홍보 목적으로 활용하는 점을 생각하면 105 캘리퍼가 그리 가볍지는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울테그라는 138g, 듀라에이스는 123g이라고 무게를 밝히고 있다. 시마노 유압 시스템끼리는 호환이 되기 때문에 레버를 바꾸지 않고 캘리퍼만 바꿔서 쓸 수 있다. 이후에 욕심이 나거나 금전적인 여유가 있으면 레버를 비롯한 다른 부분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걷기와 페달링을 동시에 만족시키다
 
 
디스크브레이크와 넓은 타이어가 달린 자전거라면 그래블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다만 그래블 라이딩의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기자가 해외에서 경험한 그래블 라이딩은 우리나라에서의 로드 라이딩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블 로드는 그저 포장되지 않은 도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곳을 찾기 힘들다. 도로는 잘 포장돼 있고, 심지어는 산에도 콘크리트 포장이 된다. 아무래도 비포장도로는 산에 가야 만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그래블 라이딩을 하려면 라이딩 도중에 걷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딱딱하고 미끄러운 로드바이크용 신발은 걷기 불편하고, 잠깐만 걸어도 바닥이 긁히는 등 손상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평페달과 운동화를 사용하면 도로에서 효율이 떨어지고 페달에서 발이 미끄러질까 걱정도 된다. 클릿을 사용하고 걷기도 편한 신발과 페달이 필요하고, 시마노에서는 이미 그런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SH-RT5는 로드 투어링 신발이다. 로드바이크용의 넓은 SPD-SL 클릿 대신 MTB에 주로 쓰이는 SPD 클릿을 사용하고 신발 바닥도 강성보다는 유연함을 강조해 걸을 때 크게 어색하지 않다. 뒤꿈치에는 굽이 있고 앞에는 거의 없는 로드바이크 신발과 달리 발 앞쪽에도 굽이 있어서 걸을 때 자연스럽고 아웃솔의 손상이 적다. 또한 아킬레스건 부분과 스트랩에는 눈에 잘 띄도록 반사 처리를 해서 사고 위험을 낮췄다. 42사이즈 기준으로 무게는 300g이며 포장도로 비중이 높거나 비포장도로라도 잘 관리돼 요철이 적은 곳에서 사용하기 좋다.
 
 
조금 더 본격적으로 거친 길을 걸어 다닐 생각이라면 로드 투어링보다는 마운틴 투어링 신발이 적합하다. SH-MT7은 시마노 마운틴 투어링 신발 중 최상급 모델이며 보아 다이얼을 적용해 신고 벗기 편하다. 인조가죽과 망사 소재를 적절하게 조합해 통기성과 내구성을 확보했고, 충격을 흡수하는 EVA 미드솔, 잘 미끄러지지 않는 형태의 고무 아웃솔을 적용해 편안함과 접지력을 모두 만족시킨다.
 
 
투어링 슈즈의 쿠션과 편안함보다 가벼운 무게가 더 중요하다면 크로스컨트리 MTB용 신발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에스파이어 XC9은 크로스컨트리와 사이클로크로스 레이싱 슈즈다. 힘 전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성지수 11의 딱딱한 미드솔을 활용했고, 보아 다이얼로 조이는 방식이다. 발 앞쪽에는 보아 다이얼 와이어를 특별한 구조로 연결해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바닥은 카본 미드솔과 미쉐린 아웃솔로 구성돼 있다. 타이어와 같은 재질로 상당히 높은 접지력을 보여준다. 무게는 42사이즈를 기준으로 MT7이 376g, XC9이 330g이다. 울테그라와 듀라에이스 캘리퍼 무게 차이가 15g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큰 차이다. 다만 투어링 슈즈에 비해 바닥이 딱딱하므로 걷는 비중이 적을 경우에 더 좋다.
 
 
너무 딱딱한 미드솔이 불편하다면 XC7을 추천한다. 보아 다이얼과 미쉐린 아웃솔 등 많은 부분이 XC9과 비슷하지만 미드솔의 강성지수는 9로 XC9에 비해 조금 유연하다. 특이하게도 42사이즈의 무게가 326g으로 XC9에 비해 가볍다.
 
 
SH-XC5는 끈 방식의 전천후 오프로드 신발이다. 대부분의 끈 방식 신발이 끈이 통과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이는데 XC5는 중간 부분에 좀 더 아래쪽까지 조일 수 있는 미니 파워 스트랩이 적용돼 있어 발등의 통증을 줄여줄 수 있다. 42사이즈 무게는 301g으로 RT5와 1g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강성지수는 7로 투어링 모델에 비해서는 조금 높지만 다른 XC 제품에 비해서는 유연한 편이다. 오프로드에서의 내구성과 페달링 효율, 가벼운 무게까지 그래블 라이딩이 요구하는 조건을 두루 갖춘 전천후 신발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천후 신발에 어울리는 페달은?
 
 
로드바이크용 SPD-SL 클릿이 아닌 SPD 클릿을 사용하는 만큼 페달 역시 SPD 호환 페달을 사용해야 한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MTB용의 SPD 페달이다. 이미 특허 기간이 만료된 만큼 여러 제조사에서 페달을 만들고 있지만, SPD는 시마노 페달링 다이내믹(Shimano Pedaling Dynamics)의 약자인 만큼 시마노가 원조다.
 
 
다른 시마노 부품들과 달리 페달은 PD-M959까지 등급이 붙지 않았다. 2006년 즈음 등장한 PD-M970이 최초의 XTR 페달이다. 그 후로 진화를 거듭해 지금의 XTR 페달은 크로스컨트리용 PD-M9100과 트레일용의 PD-M9120으로 분류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블 라이딩에는 트레일용보다는 가벼운 크로스컨트리용이 좋다. PD-M9100은 양쪽을 합친 무게가 310g이다.
 
 
최상급인 XTR이 너무 과하다고 느낀다면 XT도 좋다. PD-M8000은 이전 버전인 PD-M780에 비해 플랫폼은 0.5mm 낮고, 페달 플랫폼이 2.8mm 넓어지면서 페달과 신발 접촉면이 7.7% 증가했다. 가격은 XTR의 60% 수준이지만 무게는 10% 정도 늘어난 343g이다.
 
 
포장도로 위주의 그래블 라이딩이라면 로드바이크와 비슷한 페달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한쪽 면에만 클릿이 장착되고, 반대쪽은 공기저항을 줄이는 형태로 디자인된 PD-ES600은 로드바이크 페달과 닮은 형태의 SPD 호환 페달이다. 무게는 279g으로 XTR PD-M9100보다도 가볍다.
 
 
클릿을 한쪽 면에만 장착하는 것이 그쪽으로만 페달을 밟을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대편에 운동화나 평페달용 신발을 신고 페달링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적용한 페달도 있다. PD-EH500과 PD-T8000이 그렇다. PD-EH500은 클릿 주변을 감싸는 형태의 그다지 크지 않은 플랫폼이 있고 8개의 핀으로 미끄럼을 방지하고, 무게는 383g이다.
 
 
PD-T8000은 XT 등급에 해당한다. 플랫폼은 PD-EH500에 비해 넓은 편이고 핀 개수는 8개로 동일하다. 넓은 플랫폼에 비해 소재 덕분에 무게 증가는 그리 크지 않다. PD-T8000의 무게는 392g이다. 라이딩용 신발이 젖었을 때나 편한 신발로 갈아 신은 상태에서 가까운 곳을 다녀올 때 이런 페달은 매우 유용하다.
 
 
기술이 발달하고 자전거가 변하면서 자전거가 갈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 라이더들 역시 더 많은 곳을 가고 싶어 한다. 어느 정도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자전거의 용도는 정해져 있지만, 그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각각의 라이더다. 자신이 갈 곳은 어디인지, 어떤 신발과 페달이 어울릴지 선택해 보자. 신발, 페달, 브레이크 등 시마노 제품에 대한 추가 정보는 시마노 홈페이지(https://bike.shimano.com/k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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