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에는 평소보다 바닥이 미끄러워진다. 눈이 노면과 타이어 사이에서 윤활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차가 여러번 밟고 지나가 다져진 부분은 얼음이 되어, 마찰력이 0이 된다. 이 부분은 일반 타이어로 정상 주행이 불가능해진다. 대설 주의보같은 반 재난상황에서는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운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누구나 두려운 눈길 운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잘 할 수 있을까?

먼저, 도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고가 빈번한 만큼, 잘못 들어선 도로는 적설량에 따라 통행이 불가능해지는 구간이 있다. 라디오 등을 통해 도로 교통상황에 대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아는 것만큼 대비도 할 수 있는 것이고, 가장 당황스러운 것이 사전정보 없이 도로에서 폭설을 만나는 것이다. 도로에서 이것 만큼 당황스러운 것도 없다.  

뭐든 급하게 조작하는 것은 나쁘겠지만, 눈오는 날은 특히 더 심하다. 급제동, 급가속, 급 스티어링 휠 조작은 자칫하면 차량의 제어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 온도가 상대적으로 더 낮고 그늘이 지는 산모퉁이, 저수지 부근, 해안도로, 터널이 끝나는 지점 등은 도로 표면이 코팅한 것처럼 얼음막이 생기는 ‘블랙 아이스’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한 번 녹았던 눈이나 비가 도로 표면에 매연, 먼지와 뒤엉켜 얼면서 검은색으로 보인다.

운행 중 미끄러짐을 감지했다면 스티어링 휠을 차가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조작한다. 갑작스레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론 대응하기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미끄러짐을 경험해보지 못한 운전자라면 본능적으로 운전자는 차체가 미끄러지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트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오히려 더욱 미끄러짐을 가속시켜 차량이 회전하는 ‘스핀’현상을 겪게 된다. 일반적으로 보통 노면에서는 ‘오버스티어’라 부르는 현상이다. 이때는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타이어 그립을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 조작도 좋지 않다. 스티어링 휠만 가지고 회복해야 한다. 다만 이때도 급조작은 위험하다. 스티어링 휠에서 양 손을 떼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스티어링 휠을 돌려 차량 제어권을 되찾는다.

브레이크 조작은 한번에 밟기 보다는 2-3단계로 나눠서 감속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의 제동력은 최종적으로 타이어와 노면과의 마찰계수, 소위 ‘그립력’이라 부르는 수치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겨울철은 노면 온도가 낮아 고무가 여름철보다 단단해 마찰력이 떨어지며, 겨울용 타이어라고 해도 절대적인 마찰력 수치는 여름용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여기에 눈까지 타이어와 노면 중간에 걸쳐 마찰력을 떨어뜨린다. 눈길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드르르륵’ 하는 ABS 동작소음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타이어 그립이 떨어져 스핀하기 시작하면 ABS 모듈은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았다 놨다 하면서 최대한 조작성과 노면 마찰을 살리기위해 동작한다. ABS가 없는 차는 브레이크가 잠겨서 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미끄러지면 타이어와 노면 사이가 정지마찰력으로 동작하지 않고, 운동마찰력으로 작동하면서 훨씬 더 낮은 마찰력 상태가 된다. 그러므로 바퀴가 잠길 정도로 강한 브레이크는 피하고 나눠서 작동해야 한다.

또 눈길 코너에서는 진입전 미리 제동하고, 코너를 주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고 코너에서 제동시 차체 뒤편이 앞쪽으로 나오면서 오버스티어 상태로 전환되어 위험하다.

정차후 재출발 하려고 할 때 타이어가 얼음, 또는 눈 위에 있어서 갑자기 차가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타이어가 눈 위에서 혼자 신나게 공회전을 하는 경우다. 이때 탈출하는 방법이 있다면, 차를 조금만 움직여서 미끄럽지 않은 부분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바닥이 미끄러워서 사람 힘으로는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 이때는 차량 가속페달을 밟았다가 떼었다가 하면서 차를 앞뒤로 흔들면 미끄러지지 않고 탈출 가능한 경우도 있다. 실패할 확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냉정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탈출을 시도하는 것.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마찰력이 줄어들어 평소보다 제동거리가 늘어난다. 앞차가 갑작스레 멈춰서게 될 경우, 뒤에 바싹 붙었다가는 제동이 되지않아 연쇄추돌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눈길에서는 평소보다 차간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좋다. 금방 눈이 내린 경우에는 되도록 앞차가 통과한 바퀴자국을 따라 달리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바퀴자국에 일정량 눈이 제거되면서 차가 옆으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돕기 때문이다.

빙판길 출발시, 2단으로 출발하는 것이 1단보다 토크가 감소하기에 수월하다. 수동차량은 케이블식 사이드 브레이크라면 살짝 잡아당긴 상태에서 2단 반클러치로 출발하면 미끄러짐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쉽다.

일반적으론 국내에서 사계절(A/S, All Season)타이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독일에서는 여름용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를 따로따로 쓰는 경우가 많다. 독일은 스노우타이어 구매시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사용하지 않을 경우 벌금뿐만 아니라 사고시 보험처리도 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봄, 여름, 가을에는 경량 알루미늄 합금 휠에 여름용 UHP타이어를 사용하고, 겨울철에는 철로 된 작은 휠에 윈터타이어를 끼워서 쓴다.

스노우체인은 시속 30km 이하에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마찰력이 증대되어 신나게 가속하다보면 체인이 파손되고, 이는 차량 하체부품의 파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폴리우레탄 재질 등의 다양한 비금속 스노우체인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경우에도 50km/h 이하로 주행할 것을 권장한다. 또 눈길이 아닌 곳에서 사용하면 파손가능성이 커지므로, 정상도로 주행시 바로 탈거하는 것이 좋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눈길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평소 맑은날에 비해 1.6배나 높다고 한다. 특히 눈길 교통사고중에서 사망자가 많은 중앙선 침범 사고가 13.7%를 차지한다. 특히 올해 12월에는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확장되면서 지역적으로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상 사고가 안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예방하느냐가 아닐까 싶다. 윈터타이어를 끼우는데는 확실히 큰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겨울철에 피치못할 운행이 많다면, 그정도 투자하는 것도 겨울철 카라이프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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