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2 수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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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술과 추억의 만남, 캐논데일 헤리티지 F-Si 하이모드 프레임세트
 
모두가 최신 기술에 열광한다. 자전거도 예외는 아니다. 기어 단 수가 늘고, 림브레이크는 디스크브레이크로 바뀌고, 서스펜션 트래블은 길어졌다. 과거 최상급 부품에 적용됐던 기술은 요즘 입문용 자전거에 쓰인다. 당연히 최신 기술을, 그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신 제품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와 과거의 추억이다. 유명한 선수가 탔던 프레임이나 팀 컬러 모델은 낡아도 버리지 못하거나, 웃돈을 주면서까지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 라이딩을 하기는 어렵다. 바뀐 부품 규격 덕분에 맞는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혹시 구한다고 해도 최신 자전거만큼의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 창고나 방 한쪽에 잘 모셔두고 스스로 만족하거나 사진으로 자랑하는 게 실상이다.
 
 
하지만 우리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컬러를 최신 제품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캐논데일은 볼보/캐논데일 팀 창단 25주년을 기념하는 캐논데일 헤리티지 F-Si 하이모드 프레임세트를 출시했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사용된 레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사용된 블루 두 가지 컬러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캐논데일 MTB 레이싱 팀은 레드 컬러를 사용했다. 1995년 F2000은 캐논데일 2.8시리즈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 프레임과 캐논데일 헤드샥 서스펜션 포크로 구성돼 있다. 브레이크는 센터 풀 방식 캔틸레버 브레이크다. 지금 일반적으로 MTB에 쓰이는 디스크브레이크는 물론 그 이전의 리니어 풀 브레이크(일명 V-브레이크)보다도 제동력이 떨어지지만, 캘리퍼 브레이크가 주를 이루던 당시에는 꽤 강한 제동력을 보여줬고, 파워브레이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블루 컬러는 CAAD3, CAAD4, CAAD5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쓰였다. 2000년의 F3000은 CAAD4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리니어 풀 브레이크가 장착되는 한편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도 달려 있다. 지금은 싱글 체인링과 큰 스프라켓이 일반적이지만, 당시의 스프라켓은 11-32T, 11-34T 정도였고 반대로 앞쪽에 22-32-44T나 24-34-46T 3단 체인링을 장착했다. 포크는 여전히 캐논데일 헤드샥이다.
 
 
헤드샥은 다른 서스펜션 포크와 달리 니들베어링을 사용한다. 부싱 방식과는 달리 브레이크를 잡거나 자전거를 측면으로 기울인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동작한다. 또한 부싱에 비해 스텐션튜브와 로워레그의 접촉면이 넓어 안정적이다.
 
 
그런 장점이 있지만, 어느 순간 한계가 찾아왔다. 긴 트래블을 필요로 하면서, 헤드튜브 아래에 서스펜션을 장착하기가 어려워졌다. 단순히 서스펜션 트래블만 늘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지오메트리 수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티어러튜브만으로는 해당 트래블을 감당하기 어렵다. 2000년, 캐논데일은 좌우에서 바퀴를 잡아주던 헤드샥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한쪽에 스프링과 댐퍼를 모두 놓는 레프티 포크를 만들었다.
 
 
2000년에 처음 등장한 후 레프티는 꾸준히 개선됐다. 다양한 트래블의 제품이 만들어졌고, 카본 소재를 활용해 무게를 줄였다. 1.5 헤드튜브가 아닌 다른 자전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교체용 스티어러튜브도 만들었고, 정확한 서스펜션 동작을 위해 스프링 시스템을 개선했다. 이런 개선과 발전 뒤에는 캐논데일 MTB 레이싱 팀의 피드백이 있었다.
 
 
캐논데일 MTB 레이싱 팀에서는 앨리슨 사이더(Alison Sydor)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볼보/캐논데일 팀에서 활약한 캐나다 출신의 여자 선수다. 1999년 캐논데일 카탈로그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그녀의 활약은 대단했다. 이전의 캐논데일 팀은 레이스에 주력하지 않았으나, 볼보/캐논데일 첫 해인 1994년에 MTB XC, DH 1위를 차지한 후 레이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앨리슨 사이더는 1994년부터 1995년, 1996년까지 3년 연속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보다 좋은 기록을 내는 여자 선수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당시에 남녀 통합 1위도 해낼 만큼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그녀의 활약이 없었다면, 이후의 캐논데일 팀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할 정도로 큰 업적을 이뤘다.
 
 
당시 캐논데일 팩토리 레이싱 팀이 사용하던 오버사이즈 알루미늄 프레임과 헤드샥 서스펜션 포크는 혁신적이고 진보한 기술력의 상징이었다. 그런 자전거에 힘입어 전설적인 라이더 팅커 후아레즈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월드챔피언, 월드컵 타이틀, 내셔널 챔피언십, 올림픽 메달 등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팅커 후아레즈는 헤리티지 F-Si 프레임이 수많은 추억을 상기시킨다고 말했고, 당시를 기억하는 캐논데일 팬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빨강과 파랑 이후 레프티의 발달은 초록색과 함께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까지 캐논데일은 녹색을 상징색으로 쓰고 있으며 최상급 모델에는 당연하다는 듯 녹색이 들어간다. 마르코 아우렐리오 폰타나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캐논데일 팩토리 레이싱 팀에서 활동하면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최신 제품인 레프티 오초에는 아직까지 캐논데일 팩토리 레이싱 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피드백이 반영됐을 듯하다. 마누엘 퓨믹과 엔히크 아반치니 두 선수는 2019년에도 계속 캐논데일 팩토리 레이싱 팀에서 활동한다. 이 둘은 2인 1조로 참가하는 MTB 스테이지 레이스인 2018년 케이프 에픽 당시 스테이지 1, 2까지 1위를 유지했고, 2019년에는 레프티 오초와 함께 레이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레프티가 등장했던 2000년, 사람들은 싱글사이드 포크에 의문을 보냈다. 전과 다른 형태이기에 의심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균형과 안정성 모두 기존의 포크에 비해 뛰어나다는 캐논데일의 발표는 사실로 밝혀졌다. 그리고 올해, 최초의 싱글크라운 싱글사이드 포크인 레프티 오초가 등장했다. 의심은 한 번으로 족하다. 시승해 본 레프티 오초는 높은 강성과 민첩한 반응을 보여줬다.
 
 
F-Si 프레임에는 비대칭구조를 활용해 체인스테이를 얇게 만들거나 앞 디레일러를 포기하지 않고도 체인스테이 길이를 줄일 수 있는 Ai(Asymmetric Integration) 기술, 헤드튜브 각도는 지면에 가깝게 해 안정성을 높이면서 포크 오프셋을 늘여서 민첩성을 확보하는 아웃프론트 스티어링 지오메트리 등이 적용돼 있다. 게다가 이전 F-Si보다 무게도 80g 줄었다. 경주에 이기기 위한 프레임이다.
 
 
캐논데일 헤리티지 F-Si는 경주에 이기기 위한 F-Si 프레임과 믿어도 되는 레프티 오초 포크, 그리고 우리의 추억과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는 컬러의 만남이다. 컬러뿐 아니라 각 부분의 디테일이 살아 있다. 멀리서 바라볼 때보다 가까이서 살펴볼 때 더 잘 느낄 수 있다.
 
 
세계선수권 우승 모델의 상징인 ‘World Championship Proven’ 마크가 시트튜브 앞, 탑튜브 위에 그려져 있다. 탑튜브 위쪽에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그렸고, 핸드메이드 인 USA를 강조하던 당시 캐논데일을 떠올리게 한다.
 
 
포크 안쪽에는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눈썹 아래와 눈썹 위의 비율이 거의 1:1인, 머리가 긴 사람 얼굴이다. 머리를 강조한, 헤드샥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1995년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패티 샥(Fatty Shock) 로고다. 당시에는 그림 위쪽에 HEAD, 아래쪽에 SHOK라고 쓰여 있었던 반면 지금은 위쪽에 LEFTY, 아래쪽에 OCHO가 쓰여 있다.
 
 
캐논데일 헤리티지 F-Si 두 제품은 헤드튜브 앞쪽과 다운튜브 아래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레드 컬러는 헤드튜브에 삼각형 캐논데일 로고를 사용하고 다운튜브 아래는 가운데에만 캐논데일이라고 쓰였고, 블루 컬러 헤드튜브에는 C를 형상화한 원형 로고를 쓰고 다운튜브 아래에는 양쪽으로 캐논데일이라고 썼다. 사이즈는 S-XL까지 있고, 가격은 499만 원이다.
 
 
캐논데일 헤리티지 F-Si는 프레임세트로 판매된다. 어떤 부품을 쓸지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다양한 부품 규격 때문에 준비한 부품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산바다스포츠는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고 최적의 구성을 추천할 전국의 전문 대리점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선수로 활동한 팅커 후아레즈지만 SNS에서 발견한 그의 헤리티지 F-Si 사진은 자전거를 조립한 숍에서 올린 것이다.
 
 
뛰어난 기술이 적용된 최신 제품의 성능이 뛰어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추억을 자극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건 오히려 낡아서 사용하기 어려운 옛날 물건이다. 캐논데일은 헤리티지 F-Si로 공존하기 힘들다고 생각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켰다. 문제는 두 가지 컬러가 동시에 나왔다는 점이다. 레드를 고르자니 블루가, 블루를 고르자니 레드가 눈에 밟힌다. 아무래도 둘 다 사는 게 정답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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