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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신사,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 글라이드
  • 글 임성진 사진 편집부
  • 승인 2018.11.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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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들려오는 엔진 소리만 듣고 모터사이클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은 가능하다. 대형 V트윈 크루저의 투박한 목소리를 여전히 내기 때문이다. 밀워키 에이트 엔진을 장착한 투어링 패밀리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할리데이비슨의 매력을 다 가졌다.

V트윈 엔진을 품은 크루저의 대명사 할리데이비슨은 얼마 전 엔진 라인업을 대 변혁하면서 특히 소프테일과 투어링 라인업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그 중에서 투어링 패밀리는 고동감과 스릴보다도 장거리 여행의 안락함과 여유를 상징하기에 새로운 엔진과 궁합이 더 좋다.

스트리트 글라이드의 배거 스타일 실루엣은 완전히 전매특허가 됐다.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떠올리면 쉽게 연상되는 디자인이 되어 버렸다. 옆에서 바라본 실루엣은 정말 아름답다. 낮게 바닥에 깔려있는 전반적인 안정감은 기본, 앞에서부터 뒤로 떨어지는 라인이 우아하다.

대형 프론트 페어링은 낮은 윈드스크린과 잘 어울린다. 높은 윈드스크린보다 날렵해 보이며 밸런스가 좋다. 백 미러는 페어링 안쪽에 잘 숨겨져 있다. 거대한 눈물 방울 모양의 연료탱크와 푹신한 감촉의 시트, 그리고 허전한 뒷부분을 메워주는 패니어 케이스까지 일체감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수평으로 연결된 배기 파이프의 번쩍이는 크롬 재질도 멋지다.

하지만 진가는 역시 타봐야 안다. 시트에 앉으면 거의 고급 쇼파 수준의 밀착감을 느낄 수 있다. 푹신한 것은 둘째치고 엉덩이를 감싸오는 느낌이 모터사이클에 앉았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동승자 시트도 쿠션감이 대단해서 장시간 여정에도 불편이 없을 듯하다.

핸들바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팔을 뻗으면 금방 닿는다. 스텝은 넓은 발판으로 되어 있어 발을 스텝에 걸친다는 느낌대신 올려놓는다는 기분으로 편하게 거치할 수 있다. 차체를 일으켜 세우면 육중한 철마를 일으키는 기분이긴 하지만 시트가 워낙 낮고 핸들바도 가까운 느낌이라 버겁지 않다.

할리데이비슨 최신 모델답게 키리스 시스템을 갖고 있다. 키는 주머니에 소지한 상태로 시동을 켤 수 있다. 대형 LCD 액정에는 할리데이비슨 방패 로고가 반겨준다. 셀프스타터로 시동을 켜면 존재감있는 대형 V트윈 엔진이 ‘두둥둥’ 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순정 머플러답게 시끄럽거나 거슬리는 음색은 전혀 없고, 시트위에 앉은 나만이 즐길 만큼만 고동감을 준다.

하지만 스로틀을 슬쩍 당기니 감탄사가 나올 만큼 생동감이 느껴진다. 밀워키 에이트 엔진의 효능이 얼마나 될지 가속을 시작해 봤다. 클러치를 붙이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 ‘부드럽다’는 감정. 하지만 스로틀을 왈칵 제치면 짐승처럼 달려드는 모습이 여전히 할리데이비슨답기도 하다.

기어는 6단까지 있다. 차례로 속도에 맞게 변속하며 회전수를 다양하게 써보니, 역시 밀워키 에이트 엔진은 고효율 고성능, 그리고 안락함과 정숙성이 포인트다. 특히 투어링 패밀리 라인업인 스트리트 글라이드에는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콘셉트다.

시내에서는 3단, 4단으로 다닐만큼 저속 토크가 부드럽고 힘이 좋다. 덩치가 크고 무겁지만 의외로 바퀴만 구르면 무게중심이 잘 잡혀있어 그런지 컨트롤하기가 어렵지 않다. 게다가 왠만한 신장을 가졌다면 발이 바닥에 잘 닿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저속에서 여유롭다.

서울 한복판을 지나 진땀 흘리지 않고 도심을 빠져나갔다. 넓은 국도에 들어서자 투어링 패밀리다운 여유가 조금씩 묻어나온다. ‘여기야 말로 진짜 무대구나’ 싶다. 마치 저공 비행하는 프로펠러 비행기처럼 ‘두두두두’ 낮게 깔린 아스팔트에 반사되는 묵직한 배기음과 함께 도로 위를 흘러나간다. ‘흘러나간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5단과 6단을 오가며 도로를 누빈다. 시속 80km로 달리다가도 급가속이 필요하면 그대로 스로틀을 당겨 속도감을 맛볼 수 있다. 조금 급하다면 5단으로도 충분하지만, 4단까지 내려도 좋다. 왜냐하면 고회전에서도 부드러운 엔진이 바로 밀워키 에이트이기 때문이다. 보통 생각하는 대형 V트윈 엔진들의 필링과는 달리 굉장히 유순하고 섬세하다. 다양한 장면에서, 특히 급가속에서 라이더의 스트레스를 많이 없앤 엔진이다.

6단 80~100km/h로 달리고 있노라면 2,000rpm 주변에서 rpm이 맴돈다. 극저회전에서 느껴지는 엔진의 여유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다. 엔진브레이크도 거의 없고 도로 흐름따라 그저 유유히 나그네처럼 흘러갈 수 있다.

한층 나아진 서스펜션 세팅 덕에 고속으로 달리다가도 방향을 바꾸기가 수월해졌다. 낭창거리는 움직임 없이 바닥에 착 붙어 돌아간다. 어디까지 눕혀지나 궁금할 정도로 핸들링이 부드럽고 예측된다.

브레이킹도 나쁘지 않았다. 헤비급 바이크를 시승할 때는 브레이킹 성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데,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듀얼 디스크 브레이크가 전반적으로 훌륭한 제동력을 보여줬다. 급제동에도 앞이 푹 주저앉는 현상이 거의 없었고, 리어 브레이크와 적절히 연동해 써 주면 더욱 안정적이다. 

패니어 케이스는 날렵하지만 내부 용량이 생각보다 크다. 소소한 짐을 충분히 넣고도 남는다. 하루 이틀 투어링을 떠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대형 톱 케이스가 없는 것이 아쉬울 수 있지만 대신 멋진 실루엣과 가벼운 무게를 얻었다.

버튼류의 질감은 할리데이비슨답게 고급스럽다. 묵직한 느낌의 플라스틱 조작감이 맘에든다. 4개의 동그라미가 펼쳐진 계기부는 각각 연료계, 속도계, 엔진회전계, 전압계로 나뉜다. 흰색 바탕에 살짝 기울어진 숫자들이 클래식하게 느껴진다.

프론트 페어링에 짧게 달려있는 윈드스크린은 방풍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바람을 정류해주는 역할은 탁월하다. 설계 시 의도한 적정 속도로만 달리면 헬멧 위로 바람을 흘려보낼 수 있고 가슴 쪽으로는 거의 직접적인 주행풍을 받지 않는다. 기온이 떨어져 해가 질 즈음에는 가만히 서있기에 쌀쌀한 날씨였는데, 막상 달리니 주행풍이 직접 들이치지 않아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위풍당당한 차체로 어딜가나 집중받는다. 배기음이 시끄럽거나 화려한 조명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딜가나 주목받았다. 심지어 주차할 때도 마찬가지.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이 가진 고유의 존재감뿐 아니라 ‘아름다운 탈 것’이라는 의미로도 시선을 묶어두기 충분했다. 

자동차에 육박하는 1800cc대의 배기량을 가진 엔진으로 시속 100km 전후를 슬슬 달리다 보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가끔 스피드를 즐기는 친구들이 ‘그럴거면 뭣하러 오버리터 대배기량 바이크를 타느냐’고 묻는다. 125cc로 내는 100km/h와 오버리터 엔진으로 내는 100km/h는 완전히 다르다고 답해도 이해하는 표정이 아니다.

그 답은 사실 타보면 안다. 여유라는 관점에서 추구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그 여유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다. 할리데이비슨이 고성능 바이크를 때때로 선보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스트리트 글라이드에는 할리데이비슨 특유의 여유와 멋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정중하게 올라타서 여유있게 즐기고 조용히 내릴 수 있는 모델이다. 누군가 봐주지 않고 공감하지 않아줘도 괜찮다. 아무나 못 올라탄 구름에 올라탄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지평선을 따라 멍하니 엉덩이 아래에서 묵직하게 숨 쉬는 철마를 타고 달리면 작고 시끄러운 일상이 스르륵 잊어진다.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오랜만에 그런 여유로움을 선물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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