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5.24 금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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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시행되는 레몬법, 원조 미국에서는?

내년 1월 1일 부터는 국내에서도 레몬법이 시행된다. 레몬법은 미국에서 시행되었으며, 하자가 있는 차량의 교환, 환불을 쉽게 한 소비자를 위한 법이다. 국내에서는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하는 법규와 달리, 미국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2019년 1월 1일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레몬법이 시행된다. 레몬법은 미국에서 1975년 제정된 법이다. 시장에서 오렌지라고 알고 구입했는데 농장의 오해로 레몬을 구입했다면? 레몬은 너무 신 나머지, 그냥 먹기가 힘들다. 달콤한 오렌지를 상상하며 한입 배어 물었던 구매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당장 바꿔달라고 할 것이다. 미국의 레몬법은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를 위해 동일한 증상으로 차량을 여러 번 수리하거나, 생명 또는 재산의 가치를 저감시킨다면 환불, 교환, 현금 등으로 보상케 한 소비자를 위한 법이다.

 

소비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미국의 레몬법

국내 시행되는 레몬법은 강제성이 없다는 의견도 많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제조사가 차량에 명백한 하자를 만들어 판 경우 해당된다. 타카타社의 에어백이 좋은 예다. 생명을 위협하는 제품을 공급한, 세계 최대의 에어백 회사는 하루아침에 파산에 이르렀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일반적인 손해액의 수십-수백배를 징수해 대기업에 엄청난 재정적 압박을 만든다. 디젤게이트로 문제되었던 회사들도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해당되어 어마어마한 금액을 배상했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다면 대기업 기준에선 얼마 안되는 벌금만 내면 모두 면죄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그만큼 차량 제조사가, 만드는 차량에 대해 신경쓰게 한 것이다. 반면 국내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다. 그래서 한국형 레몬법으로 진행한다 하더라고 결국 민사소송으로 진행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쪽짜리 법규라는 평도 많다. 미국에서는 레몬법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A씨는 8개월 전, I사의 차량을 구입했다. 주행거리 2천마일에서 엔진 경고등이 들어와 차량 메이커 정비소에서 수리를 마쳤다. 그런데 같은 문제가 7월과 9월에 걸쳐 두 번이나 더 발생했다. 세 번째 수리에서는 정비소에서 문제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나보다. 해외에서 부품을 받아, 차량을 2주 걸려 수리했다. 정비소에서는 명확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결책을 찾던 A씨는 레몬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10월 레몬법 전문 변호사와 연락한 A씨는 서류를 준비해서 변호사에게 보냈다. 11월 경,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접수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12월에는 자동차 회사로부터 보상 조건을 전달받았다. 같은 연식의 차량으로 교환하거나, 7천 달러 지급과 무상 수리 5년, 또는 환불 진행이었다. A씨는 환불을 진행했다. 몇일 뒤, 제조사 소속 담당자가 정비소로 찾아와 차량 불법 개조, 파손부위를 확인했다. 확인이 끝난 담당자는 그 자리에서 A씨에게 차량 등록때 지불한 세금을 포함, 주행거리를 차감한 차량 대금을 돌려줬다. 환불을 받은 A씨는 그대로 A사 매장에 가서 맘에드는 다른 차량을 샀다.

미국은 주 마다 법이 조금씩 다르다.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에는 1년 6개월, 또는 1만 8천마일(2만 9천km) 이내 차량이 대상이다. 뉴욕은 신차 기준, 차량의 가치를 현저히 감소시킨다면 해당된다. 또 4회 이상 같은 증상을 수리했는데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보상 대상이다. 기간은 2년으로 조금 더 길다. 중고차의 경우, 15일 이상 입고하거나 3회 수리해도 해결되지 않았을 때 보상받을 수 있다. 대신 차량 소유자는 반드시 품질보증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중고차뿐만 아니라 리스 구매도 이용요금을 환불받을 수 있다.

레몬법이 적용되는 경우는 총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차량이 2번 이상 안전과 관련된 심각한 위험으로 수리할 경우이다. 두 번째는 동일한 증상의 일반 고장으로 4회 이상 수리를 하는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수리 기간이 모두 합해서 30일 이상 차량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이다. 단, 소유자가 가혹행위를 하거나 불법 개조를 통해 망가뜨린 것은 워런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레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레몬법에 차량이 해당된다면 소유자는 차량의 교환 또는 환불, 현금보상 등을 요청할 수 있다. 만일 딜러에서 손을 놓고 도와주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제조업체에 직접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교환 환불을 거부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지연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재위원회의 중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소송으로 진행한다. 레몬법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서 보상을 진행한다. 레몬법 전문 변호사 수임료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부담한다.

보상은 차량의 주행거리, 연식등을 감안해 정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차량을 일정기간 사용한 사용료를 제외하고 보상한다. 사용료는 처음 수리가 발생한 주행거리를 12만 마일로 나눈 다음 최초 구매가를 곱한다. 예를 들어 첫 수리가 1만 2천마일에서 완료됐고, 최초 구매가는 5만 달러라면 (12,000/120,000) x 50,000 = 5,000달러가 사용료로 빠지고, 4만 5천달러를 환불받을 수 있다.

 

강제성 부족한 한국형 레몬법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국내에서는 차량을 인도받은 후 1년 이내의 차량이 해당된다. 안전에 관한 중대한 문제로 같은 증상의 수리를 2번 하거나, 일반 고장으로 3번 수리한 차량이 다시 고장이 재발한 경우, 보상받을 수 있다. 또 1번 수리하더라도 수리기간이 30일을 넘을 경우 해당된다. 보상 방법은 교환, 환불이 있다. 이때 새 차량으로 교환받더라도, 등록때 필요한 세금은 이미 납부한것으로 간주한다. 인도 후 6개월 이내의 하자는 제작사가, 이후 하자는 소유자가 하자를 입증해야 한다. 하자차량 소유자는 국토부 자동차 안전 하자 심의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면 된다. 위원회의 중재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중재위의 중재가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면, 소송으로 진행하여도 된다. 그러나 중재가 진행중인 동안에는 소송할 수 없다는 점, 수많은 하자가 접수되어 위원회의 처리가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내 레몬법은 결국 중재에 불복한 차량 소유자가 재판으로 판례를 계속 쌓아가는 수 밖에 없어보인다. 한국형 레몬법이 당장에 소비자의 권리를 즉각적으로 향상시킬 수는 없겠지만, 이제 겨우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내딛은 셈이다. 제대로 정착하기 까지는 무수한 장애물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을 넘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시간이 걸리지만 차근차근 입법해야 할 것이다. 당장에는 제조사의 수익을 감소시키고 불합리한 제도라고 판단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내수 차량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내실을 다져, 오히려 자동차 산업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기업 위주로 굴러가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언젠가 단숨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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