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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F1에서 스피드테일까지, 계속되는 하이퍼카의 전설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 승인 2018.10.3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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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라는 단어만 듣고도 우리는 특별한 자동차를 떠올린다. 슈퍼카는 고성능 자동차이자 동시에 부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여겨지며, 특히 슈퍼카 메이커들이 극소수만을 생산하는 ‘슈퍼카 중의 슈퍼카’는 천문학적인 가격이 매겨짐에도 전 세계의 자동차 수집가들이 구하지 못해 안달하는 차가 되기도 한다. 

슈퍼카는 결코 편안하고 아늑하며 누구나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차가 아니다. 설령 차를 살 수 있다고 해도 유지관리에 끝없이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사람들은 이런 슈퍼카에 열광한다. 이런 차들은 자동차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며 ‘한 시대의 기술력’을 상징하며 아름다운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으로 ‘자동차의 역사’에도 이름을 남긴다. 이런 상징적인 유물을 소장하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차, 어쩌면 이것이 슈퍼카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영국의 슈퍼카 메이커 맥라렌(McLaren)은 원래 포뮬러 원 팀에서 시작된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엔지니어이자 레이서였던 브루스 맥라렌(Bruce McLaren)은 1966년 직접 포뮬러 원 레이스카를 만들어 레이스에 출전한다. 이것이 맥라렌의 시작이다. 불행히도 브루스 맥라렌은 1970년 레이스카를 테스트하던 중 사고로 사망하지만, 이후에도 맥라렌은 니키 라우다, 알랭 프로스트, 아일턴 세나와 같은 챔피언들이 함께하며 포뮬러 원의 명문 팀으로 자리를 굳건히 다진다. 이것이 슈퍼카 메이커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뿌리이며, 그 DNA에서 포뮬러 원이라는 이름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이유다.

 

맥라렌 ‘F1’ - 전설의 시작,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1993년 생산 시작, 1990년대의 가장 유명한 슈퍼카, 르망 24시 우승, 가장 빨랐던 슈퍼카, 그리고 지금도 가장 빠른 자연흡기 엔진 탑재 슈퍼카. 이 모두가 맥라렌의 전설적인 슈퍼카 ‘F1’을 가리키는 말이다.

F1은 1990년대를 상징하는 걸출한 슈퍼카지만, 명문 F1 팀이었던 맥라렌이 슈퍼카 메이커로서 출범하게 된 계기는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맥라렌 포뮬러 원 팀의 단장이었던 론 데니스(Ronald "Ron" Dennis, 전 맥라렌 그룹 회장)와 기술책임자 고든 머레이(Gordon Murray)는 이탈리아 GP 참가 후 영국으로 돌아가던 중 연착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대화하던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카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1988년 맥라렌은 포뮬러 원에서 16경기 중 15경기 우승을 기록한 무적의 팀이었고, 레이스 시즌이 끝난 12월부터 고든 머레이가 설계주임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로드카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맥라렌의 개발목표는 당시로는 고출력인 500마력 이상의 엔진을 탑재한 슈퍼카를 만드는 것이었다. 배기량 기준 리터당 100마력을 기준으로 여유를 두고, 5.3리터의 V12 엔진을 탑재할 것을 상정해 섀시를 개발하기로 했다. 당시 맥라렌 MP4/4 레이스카에는 혼다의 파워트레인이 탑재되었고, 맥라렌의 슈퍼카 역시 초기에는 혼다의 엔진을 탑재할 것을 가정했다.

그러나 혼다는 맥라렌의 V12 엔진 개발 요청을 거절한다. 혼다는 당시 최강의 포뮬러 원 V6엔진을 공급하고 있었으나 공공도로 사양의 V12엔진을, 단 300기만 생산하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 고든 머레이는 과거 브라밤-BMW 팀 시절 동료였던 BMW 모터스포츠의 기술책임자 파울 로셔(Paul Rosche)의 제안으로 BMW의 V12 엔진을 탑재하기로 결정했고, 프로젝트의 진행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맥라렌이 요구한 엔진은 당시 BMW가 보유하고 있던 어떤 엔진보다 가벼운 것이어야만 했다. 중량은 250kg 이하, 한계 회전수 7500rpm 이상, 드라이섬프 오일 공급 체제와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결국 BMW는 맥라렌을 위해 새로운 6.1리터 V12 엔진을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한편 맥라렌은 엔진개발과 별개로 차체의 개발을 시작한다. 고든 머레이는 포뮬러 원에 처음으로 카본파이버 소재를 도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맥라렌 F1은 양산차로는 처음으로 카본파이버와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미드십 엔진 레이아웃을 적용했고,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폭을 최대한 줄였다. 차폭은 1820mm, 전륜 트레드는 1568mm에 불과하다. 전방투영면적을 줄이고 또 줄인 결과 1.79 제곱미터에 불과하며, 그 결과 당시 혹은 지금 기준으로 보아도 아주 좁은 차체를 갖게 되었다.

결국 개발이 완료돼 탑재된 BMW의 6.0리터 V12엔진은 7,500rpm에서 최대출력 626마력을 냈다. 터보차저가 아닌 자연흡기 엔진으로, 이를 탑재한 맥라렌 F1의 성능은 당대 최고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공차중량은 1,149kg에 불과했다. 맥라렌은 1992년부터 XP1-XP5에 이르는 5대의 러닝 프로토타입 모델을 제작했고, 1992년 포뮬러 원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최종 양산형을 공개한다.

맥라렌 F1은 다른 차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들을 가진 슈퍼카다. 고든 머레이는 F1이 공공도로를 달리는 레이스카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탈 수 있는 차’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결코 레이스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슈퍼카의 트렁크는 짐을 싣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맥라렌은 F1을 위한 만들어진 전용 가방을 제작했고, 차량 측면에는 이를 실을 수 있는 트렁크가 있다.

운전석은 운전자용 시트가 차량 정중앙에 위치하고, 후방 좌우로 두 명의 승객이 더 탈 수 있다. 온 가족을 위한 차는 아니지만 3명이 탈 수 있고, 운전자는 도로에서 차선의 중앙을 달리며 레이스카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도어는 좌우 상단으로 열리는 버터플라이 방식으로, 낮고 좁은 운전석에 좀 더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레이스에서의 활약은 맥라렌 F1을 최강의 슈퍼카로 대중에게 각인시킨다. 맥라렌 F1의 성능을 눈여겨본 많은 팀들은 이를 바탕으로 GT 레이스카를 만들기를 원했다. 맥라렌은 결국 롱 휠베이스 버전을 포함해 28대의 GTR 버전을 생산한다.

맥라렌이 직접 워크스 팀으로 르망24시 내구레이스에 출전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95년 맥라렌 F1 GTR은 말 그대로 르망을 휩쓸었다. 맥라렌 F1은 원래 레이스카로 개발된 차량이 아님에도 최상위 GT1 클래스에 출전해 1, 3, 4, 5위를 모두 차지한 것이다. 맥라렌 F1은 이듬해에도 르망24시 우승을 차지했고 전 세계의 수많은 GT 레이스에서 활약한다.

맥라렌 F1은 원래 300대가 생산될 예정이었다. 심지어 생산예정이었던 300대 분량의 예약이 끝난 상태였지만 실제로는 프로토타입을 포함해 단 107대만이 생산된다. 포뮬러 원에서 맥라렌은 메르세데스의 엔진을 공급받게 되었는데, 경쟁관계인 BMW의 엔진을 탑재한 슈퍼카를 생산하는 것은 메르세데스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었고, 이에 맥라렌은 F1의 생산을 조기에 중단하게 된다.

그러나 전설은 계속되었다. 맥라렌 F1은 1998년에는 폭스바겐의 에라-레시안(Ehra-lessien)테스트 트랙에서 최고속도 391km/h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공인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가 되었다. 이 기록은 7년간 깨지지 않고 유지되었으며, 2005년 부가티 베이론이 최고속도 기록을 경신하였지만 여전히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가장 빠른 차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맥라렌 스피드테일, F1의 전설을 잇는가?

지난 10월 26일, ‘맥라렌 최초의 하이퍼-GT’이자 ‘최고의 맥라렌 로드카’가 공개되었다. 맥라렌 스피드테일(Speedtail)이라 명명된 이 모델은 영국 서리 워킹의 맥라렌 프로덕션 센터(MPC)에서 단 106대만이 생산되며, 175만 파운드라는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량 예약이 끝난 상태다.

맥라렌 스피드테일의 디자인은 도로주행이 가능한 GT카로 보이지 않는다. 물방울 형태의 캐노피와 항공기의 날개를 닮은 실루엣은 오히려 오벌 트랙에서 최고속도기록에 도전하는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를 떠올리게 된다. 맥라렌의 또 다른 하이퍼카 ‘P1’이나 얼티밋 시리즈 ‘세나’가 거대한 날개를 장착한 트랙용 레이스카의 실루엣을 가졌다면, 이조차도 스피드테일과는 전혀 다른 콘셉트를 보여준다.

맥라렌 스피드테일은 공식적으로 F1의 후속모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F1과 스피드테일 모두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차’를 만들겠다는 맥라렌의 목표대로 개발된 차다. 완전히 다른 외관을 갖췄지만 전면 투영면적을 줄인 좁고 긴 바디, 운전자가 중앙에 위치하고 후방에 두 명이 탑승할 수 있는 특유의 시트 레이아웃만 봐도 누구나 스피드테일이 맥라렌 F1의 후계자라 생각하지 않을까?

성능 면에서 맥라렌 스피드테일은 이미 F1을 능가하는 차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시스템 최대출력은 1050마력에 이른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원과 성능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12.8초 만에 시속 300km/h에 도달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성능을 낸다. 비교대상이 있다면 그 성능을 짐작할 수 있을까? 맥라렌의 또 다른 하이퍼카 P1의 300km/h 도달시간이 16.5초다. 이보다 4초나 빠르다. 하이퍼카의 세계에서 4초는 4광년의 차이나 마찬가지다. 최도 속도는 시속 403km/h에 이른다.

극한의 퍼포먼스를 위해 맥라렌은 파워트레인과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스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스피드테일의 디자인은 세나와 같은 맥라렌의 2세대 슈퍼 시리즈에 적용되었던 공기역학기술을 응용해 극한으로 다듬어낸 결과물이다.

맥라렌 스피드테일의 차폭은 P1보다 좁지만, 노즈에서 테일까지의 전장은 5,137mm로 좁고도 길다. 옆에서 보았을 때 바닥에 깔리듯 납작한 차체는 위에서 보았을 때 앞이 넓고 뒤가 좁은 물방울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이 또한 맥라렌이 과거 F1을 디자인하면서 도입했던 설계사상을 떠올리게 된다.

스피드테일의 외관에서 수많은 슈퍼카나 하이퍼카에서 볼 수 있는 ‘날개’를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차체 전체가 항공기의 날개 단면과 유사한 형태로 제작되었기에 별도의 날개를 달 필요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속과 제동, 코너링 시 차체 주위를 통과하는 공기 흐름을 제어하기 위한 숨은 날개가 있다.

차체의 후방 끝단, 트레일링 에지에는 두 장의 액티브 리어 에일러론이 있다. 아무것도 부착되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경첩’이 없기 때문이다. 카본파이버로 제작된 차체의 끝부분, 경첩이 있어야 할 곳의 두께를 얇게 만들어 말 그대로 유연하게 휘어질 수 있도록 제작했기 때문이다. 연결부의 틈새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조금의 난기류도 발생하지 않으며, 항력으로 인한 속도 손실 또한 제로에 가깝다.

엔진으로 유입되는 공기의 흐름은 물방울모양 캐노피 후방에서 시작되어 아래쪽으로 기울어진 한 쌍의 좁은 흡입구로 이어진다. 과거 슈퍼카의 거대한 공기흡입구와 대조를 이루는 듯한 디자인, 엔진 바로 앞쪽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실린더로 밀어 넣기에, 공기가 흐르며 만들어내는 저항을 극도로 줄일 수 있다. 라이트와 각종 전자장비를 냉각하기 위해 내부로 흡입된 공기 역시 극단적으로 얇은 라디에이터 핀을 통과하며 장비를 식히고, 최소한의 드래그만을 발생시키도록 설계되었다.

뾰족하게 디자인된 후방의 디퓨저 역시 차체의 형상과 하모니를 이루며 상단과 하단을 흐르는 공기가 차량의 끝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것을 돕는다. 이 같은 디자인으로 드래그를 최소화하며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동시에 필요한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앞서 말했듯 운전석은 차량의 중앙에 위치한다. 도로의 중앙에서 좌우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균일한 시야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넓은 시야를 제공하면서도 운전석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은 균일하게 조절된다. 전기변색기술이 적용된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가 투과되는 빛의 양을 조절하기 때문에 선바이저조차 필요 없다.

운전석 주위는 터치스크린이 적용된 디스플레이가 둘러싸고, 기존 자동차의 복잡한 버튼과 스위치를 대부분 제거했다. 후방을 바라보는 백미러는 사라졌지만, 좌우에서 팝업되는 디지털 리어뷰 카메라가 이를 대신한다.

엔진 스타트와 액티브다이내믹 패널, 도어와 윈도를 조작하기 위한 패널은 운전석 상단 패널에 있으며 스위치 하나하나까지 알루미늄을 정교하게 가공해 손끝에 느껴지는 정밀한 느낌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시트와 트림에는 카본파이버가 사용되지만, 최고급 가죽과 금속소재로 장식되며 차량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제작된다.

또한 차체 각부 또한 일반적인 슈퍼카와 다르다. 맥라렌은 이탈리아의 뛰어난 직조기술을 응용한 디지털 직조 기술과 카본소재 가공기술을 결합했고, 탄소섬유에 미크론 단위의 얇은 티타늄 층을 입히는 티타늄 증착 공정을 통해 막대한 가벼운 중량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강도를 낼 수 있도록 했고, 여기에 크롬처럼 빛나는 아름다움을 더했다. 프론트 스플리터와 사이드스커트, 디퓨저는 고밀도 1K 직조 티타늄 증착 카본소재를 사용해 제작되며, 스피드테일의 디자인을 마무리하는 맥라렌 배지 또한 금속과 카본이 결합된 형태로 방점을 찍는다.

어느 모로 보아도 스피드테일은 맥라렌이 가진 모든 기술을 쏟아내 집약한 결정체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그런 하이퍼-GT카. 비록 모습은 달라졌지만 스피드테일의 본질은 과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를 만들고자 했던 맥라렌 F1을 계승하는 차가 아닐까? 그러나 ‘트랙25’ 계획에 의하면 맥라렌은 스피드테일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18가지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전설의 탄생을 위해, 맥라렌은 이제 다시 시동을 걸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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