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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과 극단으로 점철된 레이스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 승인 2018.10.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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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어쩌면 사람의 생각이나 지식도 비슷하다.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깊어지면, 자연스레 레이싱이 떠오른다. 레이싱에는 정말 많은 장르가 있다. 정점의 기술과 인간의 인지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내야 하는 F1이 있다면 그 반대쯤에는 승부가 아닌 완주가 목표며 스스로와 싸워야 하는 다카르 랠리가 있다. 어쩌면 이 전혀 다른 이 두 가지의 레이싱 경기의 중간쯤 르망 24시 레이스가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르망 24시 레이스 뿐만 아니라 24시간을 달려야 하는 레이스는 꽤 많다. 

오프로드에서 24시간을 달린다?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더해 1번 코너를 지나면 극단적인 경사로가 이어지는 벨기에의 스파프랑코르샹 서킷에서 열리는 Spa 24와 함께 레이스의 성지 중 하나인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열리는 24시간 레이스도 있다. 또한 미국의 데이토나 24시간 내구 레이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24시간 레이스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24시간을 달려야 한다는 것과 함께 경기가 끝나면 팀 관계자와 미캐닉, 선수가 한데 모여 눈물을 흘린다. 물론 그 이전에 잘 포장된 서킷에서 진행된다는게 공통점이다. 그런데 오프로드에서 24시간을 달려야 하는 경기가 있다면 어떨까? 오프로드니 속도를 많이 내지도 못할 것이고, 노면이 고르지 못하니 그만큼 체력 소모도 많고, 차량에도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어쩐지 이쪽은 다카르 랠리에 훨씬 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제 아무리 다카르 랠리라고 해도 24시간을 연속으로 달리지는 않는다. 총 주행거리는 9,000km가 넘는 다카르 랠리는 2주 동안 달리며 특별한 일(?)이 없다면 밤에는 휴식을 취한다. 

언뜻 들어도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오프로드에서 24시간을 달려야 하는 이 경기의 이름은 24h of Paris Off-Road tout terrain endurance rally다. 줄여서 TT24로 불리기도 하며 매년 파리 근교에서 열린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익스트림한 오프로드 24시간 레이스가 열리는 장소는 르망 24시가 개최되는 라 사르트 서킷에서 북쪽으로 서너 시간 거리에 있다는 것. 프랑스 사람들은 익스트림한 것을 좋아하는 걸까? 이 두가지 사실만 놓고 본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지만, 여기에 모튤이란 브랜드가 더 해지면 고개를 끄떡 거리게 될 것이다. 원래 모튤의 근거지는 프랑스며 이들이 만드는 엔진오일은 극한과 극단의 상황에서 엔진을 보호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165년의 시간 동안, 전세계의 서킷은 물론 도로, 산업현장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코스 공략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TT24는 국내에서 잘 알려진 레이싱 대회는 아니지만 대단한 대회다. 앞서 24시간을 달려야 하는 레이스들의 경우 레이서와 차량에 어마어마한 물리력이 꾸준히 가해진다. 또한 물리력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있으니 아주 빠른 속도다. 그런데 이렇게 속도를 내서 달릴 수 있는 것은 이미 해당 서킷에 대해 레이서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번 코너에서는 무엇을 주의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코너를 탈 출 하면 속도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탈출 할 수 있는지, 어떤 코너에서는 얼만큼의 속도까지 진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트레이닝 한다. 물론 이 방법과 주의사항들을 숙지하고, 날씨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부분을 연습하고 반복 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본다면 이런 환경은 서킷이 바뀌기 전에는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해마다 코스가 바뀐다면 어떨까? 

그렇다. TT24는 매년 코스가 바뀐다. 서킷(이라고 말하기도 조금 그런)의 길이는 7.5km 지만 영구 서킷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땅 위에 흙을 쌓고 구덩이를 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회가 끝나고 2주가 지나면 다시 농지가 되어 버리며, 이듬해 수확이 끝난 땅에 다시 코스가 만들어진다. 상황이 이러니 다른 24시간을 달리는 레이싱 대회나 소위 레이싱 게임처럼 ‘코스 공략’이란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세계다. 모든 선수들은 ‘일단 코스를 한 번 주행해 보고’ 스스로 공략을 위한 작전을 세워야 한다. 결국 모든 선수들에게 항상 새로울 수 밖에 없는 경기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공평한 레이스라 할 수도 있겠다. 이 레이스의 극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독 많고 강한 빛의 라이트들 

원래 농지였던 곳에 서킷을 만들었기 때문에 기존의 전용 서킷에서 볼 수 있는 야간의 환한 라이트 같은 것은 없다. 오로지 내가 달리는 차에 달려 있는 불빛에 의지해야 한다. 다카르 랠리 역시 길이 아닌 곳을 달려야 하니 불빛은 오롯이 내 차량의 것 밖에 없는 것과 비슷하다. 어쩌면 주위의 환경이 다카르 랠리 보다 우리 눈에 익숙해 보이기 때문에 이 레이스가 조금 쉬울 것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농지에 만들어진 코스기 때문에 바닥은 매우 미끄럽다. 그립이 없는 상태에서 주행을 이어가야 하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그리고 속도가 빨라지면 이 그립 유지의 어려움은 몇 배나 커진다. 

올해 처음으로 모튤의 지원을 받아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Lucas Beurois는 오랜시간 다카르 랠리에 미캐닉으로 참여 하다 직접 달리고 싶어 올해 처음으로 TT24에 참가 했다. 실제로 다카르 랠리에 참가 하기 전 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많다.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이 대회는 다카르 랠리와 규칙과 주행 환경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카르 랠리처럼 버기(Buggy) 형태의 차량이나 SSV로 참가할 수 있으며 꽤 다양한 클래스의 경기가 있다. 

Lucas Beurois는 이번 대회에 토요타의 랜드크루저로 T2 카테고리에 참여했다. 순정 차량은 4기통의 3리터 디젤 터보 차량이지만 트랜스미션 까지 대회 특성에 맞게 교체했으며, 충격을 흡수해 주는 서스펜션 역시 듀얼 서스펜션이다. 다카르 랠리에 출전하는 차량 만큼이나 거의 모든 것이 바뀌어 있다. 내년에는 총 4개의 대회로 이루어진 종합 챔피언십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올해 처녀 출전한 Lucas Beurois의 기록은 아쉽게도 주행 도중 차량에 문제가 생겨 완주는 하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포기 하지 않고 장장 4시간에 걸쳐 수리를 진행했고\ 다행히 문제가 해결 되어 다시 트랙으로 돌아갔지만 아쉽게도 경기를 끝내지는 못했다. 물론 그는 내년에 다시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모터사이클 쪽의 TT 레이스(Tourist Trophy on the Isle of Man)가 생각 났다. 

자동차의 TT24나 모터사이클이나 TT란 이름이 붙은 대회는 모두 대단한 대회다. 맨섬 TT 레이스는 섬의 일주도로를 말도 안되는 속도로 달린다. 한 바퀴의 길이는 60.7km로 국제 모터사이클 대회 중 가장 길며, 일반 도로기 때문에 복잡하고 급브레이킹과 급가속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무려 219개의 코너와 고저차는 410m다. 선수들은 끊임없이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는데 코스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코너와 속도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기 위한 것이며, 1907년 시작되어 2016년 까지 경기 중 사망자는 250명에 달한다. 매년 사망자가 있었지만 2001년 만큼은 없었는데 그 해는 섬에 구제역이 발생해 섬이 폐쇄되어 대회가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레이스의 참가자들이 대단하다는 것은 이 일화로 쉽게 설명될 것 같다. 인터뷰에서 어느 선수에게 ‘속도가 두렵지 않느냐’고 묻자, ‘나는 저승사자 보다 빠르다’라고 이야기 했다. 생각해 보니 TT24와 맨섬 TT 레이스 모두 모튤이 후원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7월, 맨섬 TT의 전설인 던롭(Dunlop) 집안의 조이 던롭과 로버트 던롭을 따라 천상의 질주를 시작한 윌리엄 던롭을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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