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5.20 월 10:05
상단여백
HOME 모터사이클 리뷰
도로를 항해하는 독특한 즐거움, 혼다 골드윙 MT 시승기
  • 글 임성진 / 사진 임성진, 황호종
  • 승인 2018.10.23 16:50
  • 댓글 0

혼다의 오랜 자존심이자 대륙횡단 투어러로 자리매김 해 온 골드윙. 1975년 등장한 뒤로 특유의 존재감을 유지한 채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해 왔다. 오랜 시간 많은 라이더들에게 투어링 모터사이클 계의 왕으로 사랑받아온 골드윙의 새로운 변화는 DCT의 추가 뿐 아니라 일반 변속기 모델인 MT에도 효과적으로 녹아있다.

우리가 처음 시승했던 DCT 버전은 혁신적이었다. 모터사이클 전용 설계인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은 골드윙이 추구하는 품격있는 대륙횡단 투어링에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 편안하고, 부드러우며, 쾌적한 승차감에 어느 때라도 솟구치는 넘치는 토크와 출력은 과연 DCT는 처음부터 최종 병기인 골드윙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인가 싶을 정도로 궁합이 좋았다.

패니어 케이스와 대형 톱 케이스, DCT에 에어백까지 포함된 최고급 사양을 시승한 뒤로, 다음 관심사는 뉴 골드윙 라인업 중 가장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골드윙 MT에 대한 것이었다.

톱 케이스를 생략하고 낮은 윈드스크린과 도회적인 색채를 가진 골드윙 MT는 배거 스타일의 낮은 실루엣이 무척 매력적이다. 전반적인 실루엣이 밑으로 깔리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줄만큼 애초에 뉴 골드윙은 디자인 완성도가 훌륭했다. 같은 모터사이클인데 이렇게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차체 주위를 한번 둘러보니 확실히 골드윙 투어 버전 대비 시원스럽고 간결해졌다. 큰 덩치에 대한 부담 또한 한결 줄어든 느낌이다. 시트에 앉으니 여전히 넓고 안락한 쇼파같은 느낌으로 ‘럭셔리’ 모터사이클이라는 포인트를 강하게 전달했다. 막상 라이딩 자세를 취해보니 전방 시야를 가리던 높은 윈드스크린이 짧은 형태로 바뀌면서 운전자의 전체 개방감이 극대화 된 것이 크게 와 닿았다.

핸들 바를 손에 쥐면 묵직한 크기의 그립과 클러치, 브레이크 레버가 듬직하게 느껴진다. 확실히 일반 모터사이클에 비하면 두툼한 크기다. 고급 승용차보다도 멋진 조종간은 7인치 대형 TFT 디스플레이를 중심에 두고 좌우로 속도계와 엔진회전계가 아날로그 감각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 중후해 보인다. 풀 디지털로 표시할 수도 있었겠으나 역시 골드윙은 이런 아날로그 느낌이 더 어울린다.

DCT 버전에는 없던 클러치 레버를 당겨 보니 대형 모델다운 묵직한 압력이 느껴진다. 중립 상태를 확인하고 시동을 거니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의 아름다운 연주가 시작된다. 낮게 깔린 엔진과 배기구에서 흘러나오는 중후한 음색은 골드윙의 당당한 매력 중 하나다.

단지 버튼으로 중립과 주행 모드를 넘나들었던 다소 컴퓨터같은 감각과는 달리, MT 버전은 말 그대로 날것의 모터사이클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그래도 골드윙은 골드윙이다. 1단을 넣고 클러치를 조심스럽게 붙이면 스르륵하고 전방으로 차체가 밀려나간다. 스로틀 입력은 필요없다.

2단, 3단으로 기어를 차차 올리며 가속해보면 결코 재촉하지 않는 엔진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여유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채운다. 골드윙의 라이딩 모드 기본은 보통 투어모드다. 앞 뒤로 스포트 모드와 레인, 에코 모드가 있지만 투어러인만큼 일단은 투어모드를 만끽하고자 했다.

최소화한 크기의 윈드스크린 너머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눈에 담으며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는 차체 위에 올라타 있으니, 마치 잔잔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원래 골드윙을 탈 때와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넉넉한 토크와 부드러운 승차감이 버무러진 탁 트인 운전자의 개방감은 다른 모터사이클이 주지 못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했다.

기어는 6단까지 있다. 위로 올릴수록 점점 엔진 브레이크의 저항이 줄고 말 그대로 아스팔트 위를 따라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재미있는 점은 가속을 위해서 3단이나 4단으로 풀 스로틀을 해도 그 여유로운 감각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로틀을 급하게 당기면 당길수록 당연히 속도가 빠르게 붙지만, 운전자는 시트위에 여전히 가만히 앉아있는 느낌이다. 

엔진은 레드존인 6,000rpm 까지도 진동없이 매끄럽게 돈다. 생각해보면 1,833cc나 되는 초대형 모터사이클 엔진이 레드존을 진입해도 이렇게 부드럽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수평대향 엔진의 구조적인 진동감쇄 효과가 상당히 크다. 때문에 가속을 위해 아무리 고회전으로 돌리더라도 뭔가 애쓰는 느낌이 안 든다. 시종일관 여유롭다.

최대토크는 17.4kg-m(4,500rpm)에 최고출력이 126마력(5,500rpm)이다. 토크는 가공할만한 수준이며 365kg의 무게가 아무 문제가 안 되는 수준의 파워를 갖췄다. 부드러운 특성으로 체감이 안될 뿐이지 실제로는 최고출력도 충분하다. 시속 180km는 순식간에 도달한다.

스포트 모드는 주특기인 나긋나긋한 특성을 좀 더 빠릿하게 바꿔놓는다. 짱짱한 스로틀 반응은 물론 연출이기는 하지만 뭔가 좀 더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 엔진 회전이 더욱 가볍게 올라 스포츠 바이크에 준하는 느낌으로 거구의 골드윙을 휘두를 수 있게 만든다.

레인 모드와 에코 모드는 투어모드보다도 반응이 반박자 늦다. 그런데 오히려 시내 주행을 할 때에는 에코 모드가 스트레스가 적었고 그렇다고 출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여유롭게 저속으로 핸들링하기 좋았다. 상대적으로 엔진브레이크 특성도 약하게 느껴져서 앞 뒤로 몸이 쏠리는 일이 거의 없는 점이 좋았다.

무게중심이 무척 낮은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은 골드윙 기술력의 핵심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초대형 모터사이클의 움직임이 상상이상으로 가벼워지며, 누구나 다룰 수 있는 대륙횡단 투어러가 되는 것이다. 낮은 중심의 엔진 설계는 어느 속도에서도 바닥에 착 깔린 듯한 안정감을 주며,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과 함께 운용의 편의성이 큰 무기로 작용한다.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의 이러한 특징은 골드윙이 40여년 넘는 오랜 시간동안 전 세계의 나이 지긋한 베테랑 라이더들에게 사랑받아온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좌우 핸들링의 감도나 기울이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모터사이클에 전달할 수 있는 저중심 설계는, 저속으로 달릴 때나 고속으로 달릴 때, 좁고 구불구불한 코스를 주파할 때나 다소 좋지 않은 노면을 빠르게 지나갈 때 등 모든 상황에서 이점이 된다. 큰 덩치의 골드윙이 바퀴만 구르기 시작하면 한없이 친근한 느낌의 보통 모터사이클로 느껴지게 하는 핵심인 것이다.

오랜 전통적인 수평대향 엔진 설계를 지켜온 골드윙이 이번 연식에 변화를 겪으면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은 서스펜션 설계다.

모터사이클 전용 더블 위시본 프론트 서스펜션은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기능과 방향 전환기능을 분리해서 저속, 고속할 것 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서스펜션이 충분한 충격흡수 기능을 발휘하면서도 라이더의 조향성이 일체 방해받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는 이전 모델 대비 약 40kg이나 가벼워진 전체 중량과, 각 부의 강도를 높인 알루미늄 다이캐스트를 적용한 신설계 프레임과 함께 뉴 골드윙의 주행감각을 한층 세련되게 바꿔놨다. 더 이상 부드러운 주행성을 핑계로 느리고 둔한 운동성을 강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안락하면서도 스포티한 움직임이 가능해진 큰 이유는 전반적인 골격의 수정에서 비롯됐다.

톱케이스와 하이 윈드스크린의 생략으로 무게중심이 더욱 낮아진 골드윙 MT는 좌우로 핸들링을 연속해야 하는 고갯길에서 굉장히 스포티하게 움직였다. 덩치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좌우로 가볍게 선회했으며, 중량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와중에서도 도로 노면에 타이어가 밀착해 있다는 안심감이 무척 높았다.

직진 안정성을 위해 설계한 긴 휠베이스의 안정감과 기울임 각도의 한계는 분명했지만, 기존 골드윙보다 한층 가벼워진 몸놀림은 금방 느낄 수 있을정도로 젊어진 주행 감각을 발휘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혼다의 전후 연동 ABS가 적용됐고, 이에 따라 프론트나 리어 브레이크 중 하나만 사용하더라도 필요한 조건에 맞게 적절히 제동력을 분배해 쏠리는 일없이 묵직한 골드윙을 강력하게 제동시킨다. 마치 내가 제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알아서 멈춰 서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안정감이 높고 어느 속도에서 제동해도 불안감이 없다.

이밖에도 경사로에서 출발할 때 브레이크를 제어해 모터사이클이 일시로 뒤로 밀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경사로 밀림 방지 기능이나, 고급스러운 외장의 스마트 키 컨트롤 등 대형 승용차에 버금가는 기능들이 포함되어 소유감을 높였다.

DCT 버전은 엔진으로 구동하는 전후 미속 이동 기능인 워킹 모드가 있었지만, MT 버전은 안타깝게도 이전세대 버전과 마찬가지로 전기 모터를 이용한 후진만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무거운 차체를 이동하기 편리한 기능이며 특히 주정차나 경사로 이동시 심리적인 부담감을 크게 줄여준다. 정차한 상태의 골드윙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 해도 여전히 무거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이드 패니어 케이스는 양쪽으로 50리터의 공간을 확보해 총 100리터 수납을 가능케 한다. 아쉬운 점은 풀페이스 헬멧이 수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날렵한 외관을 보면 마음이 수그러들긴 하지만 수납공간이 중요한 장거리 주행을 주로 해야 하는 대형 투어러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아쉽다.

대형 스피커를 포함한 블루투스 오디오 시스템과 핸즈프리 기능이 있는 계기부는 여전히 골드윙의 높은 편의사양 수준을 유지해 주고, 추운 날씨에 유용한 그립 히터나 전동 윈드스크린 또한 기본이다. 풀 LED 헤드라이트로 꾸며진 프론트 마스크는 대향 차량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새로운 골드윙이 새롭게 보이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리터당 27km를 달릴 수 있는 엔진 효율은 운전자를 한 번 더 놀라게 한다. 21리터의 연료탱크는 1.8리터를 넘는 엔진 배기량을 떠올렸을 때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지만, 막상 시승 기간 중에는 한 번도 추가급유를 하지 못했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높은 연료효율을 제공했다.

촬영을 하기 위해 동승석에 올라타 이런 저런 코스를 달린 사진기자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여태 탔던 모터사이클 동승석 중에서 가장 안락하다고 답했다. 한눈에 봐도 시트가 워낙 넓고 푹신했으니 별로 놀랄 것은 없었지만 몸을 기댈 수 있는 톱 케이스가 없음에도 그런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신기했다. 400kg 가까운 차량 중량에 운전자, 동승자까지 포함하면 무게가 어마어마했지만 차량 정체 속에서도 컨트롤하기가 어렵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 엔진과 프레임 등의 기본 설계가 편의사양들보다도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했다.

골드윙 DCT 버전을 시승했을 때, 마치 새로운 세계의 모터사이클을 탄 것처럼 감탄사를 연발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시승의 MT 버전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감흥이 확실히 적었다. 하지만 MT는 클러치를 조작하고 매 순간 수동으로 회전수를 이용해야 하는 모터사이클다운 점에 골드윙 만의 상품성이 더해져 또 다른 제품을 만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이전세대의 골드윙을 시승했을 때 도심에서 진땀을 흘리며 운전했던 것에 비하면 새로운 골드윙 MT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컴팩트한 차체로 이해하기 쉬운 핸들링 특성을 가지게 됐다. 대형 스포츠 투어러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움직였고 바퀴만 움직이면 무게는 완전히 잊게 됐다.

어딜 가도 시선을 집중하게 하는 전투기 느낌의 세련된 최신 투어링 바이크로 보였고, 관심을 보이는 연령대는 거의 제한이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세대를 뛰어넘는 이러한 관심 속에서 기자는 새로운 골드윙의 가능성을 엿봤다. 더 이상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골드윙은 이제 누구나 잘 어울리는 모터사이클이 됐다. 그렇다고 가치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 머릿속에 있던 그 골드윙이지만 멀찌감치 바라봐야했던 옛날보다 한결 더 멋져 보이는 이유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 임성진 / 사진 임성진, 황호종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