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3 수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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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생태계를 바꿀 SUV, 코나 일렉트릭

밀림 숲에서 깜짝 등장하며 ‘SUV의 생태계를 바꾼다‘고 광고 하던 코나. 출시 후 1년 만에 코나 일렉트릭으로 우리 앞에 새롭게 나타났다. 외형은 전기차 답게 냉각용 그릴이 삭제되고, 전용 휠을 장착하는 등 소소한 변화를 줬다. 406 km 라는 긴 주행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홍보한 덕분인지, 올해 1월에 시작한 사전 예약이 한달만에 매진됐다.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렇게 인기를 끈 것일까.

 

첫 SUV 기반 전기차

시승한 차량은 150 kW모터에 64 kWh 배터리를 장착한 코나 일렉트릭 기본 버전이다. 도심 주행을 위한 코나 일렉트릭 라이트(Lite) 버전은 100 kW 모터에 39.2 kWh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차량 무게를 145 kg 감량했다. 토크는 두 모델 모두 40.3 kgf.m로 같다.

코나 일렉트릭은 코나를 기반으로 제작된 전기차다. 기본적으로 코나는 소형 SUV이지만, 다른 SUV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차고가 낮다. 코나는 휠 크기에 따라 1,550~1,565 mm, 코나 일렉트릭은 1,570 mm다. 시트에 앉아서 보이는 높이도 낮은 편이다. 차고를 일반 세단, 해치백과 비교해보면 100 mm 정도 높다. 기존 SUV와는 100 mm 정도 낮기 때문에 코나를 SUV 분류로 본다면 세단에 더 가까운 차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최저지상고는 170 mm를 확보하고, 앞바퀴 굴림 기반 4WD 옵션이 추가되는 등 확실한 SUV만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현대차가 생태계를 바꾼다는 의미는 그런 뜻이었을 게다.

코나를 전기차로 만든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 번째는 해치백형 전기차가 대부분인 현재 시장에서 SUV 전기차를 타고 싶다는 시장의 니즈를 반영했다. 두 번째는 1회 충전 후 주행할 수 있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배터리 공간의 확보라고 할 수 있겠다. 세단 또는 해치백 타입은 사용할 수 있는 공간(뒷좌석 아래, 트렁크)이 한정되어있다.

경쟁사 전기차 중에서는 해치백 형태의 재규어 I-Pace, BMW i3, 쉐보레 볼트 EV의 경우, 차고가 1,565, 1,578, 1,610 mm로 코나와 비슷할 만큼 껑충하다. 배터리 모듈이 차량 하부에 자리잡기 때문이다. 반면 차고가 높은 SUV차량은 훨씬 넉넉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수소 연료전지차인 넥소, 그리고 수소전기차의 실증모델이라 할 수 있는 투싼 ix 퓨얼셀 또한 수소탱크와 배터리 탑재공간을 이유로 SUV 형태인 준중형 투싼을 베이스로 선택한 것이다.

 

409 km가는 코나 일렉트릭, 사전 예약시 2년 동안 무료 충전

코나 일렉트릭은 올해 1월 15일부터 사전 예약접수를 시작했다. 단 3일 만에 8천여 대, 한 달 동안에는 1만 8천대의 사전계약이 체결 되었다. 현대차가 올해 코나 일렉트릭의 판매목표였던 1만 2천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올해 초, 환경부에서 전기차 구매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은 기본적으로 2만대 기준으로 책정되어있었다. 갑자기 인기를 끌자, 정부는 추경으로 8천대를 추가로 보조금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전기차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긴 주행거리와 2년 한시적인 무료 무제한 충전카드 때문으로 생각된다.

한 번 충전으로 400 km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점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현대차에서는 코나 일렉트릭 사전 예약자와 아이오닉 일렉트릭 구매자에게 2년 동안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무제한 카드를 제공한다. 충전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가 달라도 서로 연계되어 국내 전기차 급속충전기의 95%를 사용가능하다. 장점만 있을것 같지만, 기존의 전기차 구매자들에게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줄서서 무료 충전하는 무제한 카드 이용자 때문에, 유료로 이용하는 다른 전기차 구매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차는 오남용을 막기 위해 사용 횟수를 제한하거나 정해진 시간에만 사용하게 하는 등 대책을 고민중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복합 주행거리 406 km 150 kW - 64 kWh 배터리 모델과, 복합 주행거리 254 km로 도심 주행에 충분한 100 kW - 39.2 kWh ’라이트 패키지’ 두 가지 모델이 출시됐다.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코나 일렉트릭이 고속도로 359 km를, 라이트 패키지가 고속도로를 221 km 달릴 수 있다. 복합 주행거리는 13-15%정도, 고속 주행은 23-27%정도로 늘어난다. 고속도로보다 도심과 복합 구간에서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이유는 제동시 배터리를 충전하는 고효율의 회생제동시스템 덕분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측정하는 친환경차 연비테스트에서도 코나 일렉트릭이 258 마일(415 km)로 소형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를 보였다. EPA 테스트 결과에서 재밌는 점을 찾았는데 바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전비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배터리가 작아서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124 마일(199 km)로 짧지만, 시판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전비(電比)를 나타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100 마일(161 km)을 주행하는데 요구되는 에너지는 25 kWh로 가장 낮았다. 코나 일렉트릭은 28 kWh/100 mile 이였다.

국내에서 전비는 전기차의 1 kW당 주행거리를 나타내며, 미국에서는 1갤런당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 MPGe를 사용한다. MPG는 1마일을 가는데 필요한 가솔린의 양(갤런)을 말한다. 전기차를 가솔린 양으로 비교한다는게 조금 웃기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내연기관의 연비(燃比)와 비교하기 위해 EPA가 고안한 것이다. MPGe는 Miles Per gallon Gasoline equivalent의 약자이다. EPA의 정의에 따르면, 1갤런(3.78 리터)의 가솔린을 완전히 연소시킬 때 121 MJ(메가 줄)의 열량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전기 에너지로 환산하면 33.7 kWh의 전력과 같다. 전기차에 1갤런의 에너지에 해당하는 33.7 kWh를 투입했을 때 얼마나 주행 가능하냐를 따지는 것이 MPGe의 정의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비교적 소형인 28 kWh의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에 실제 주행거리는 당연히 짧지만, 같은 조건에서 33.7 kWh를 투입한다면 복합 136 마일, 도심 150 마일, 고속도로 122 마일을 갈 수 있는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기존 코나과 큰 차이 없는 외관

앞모습을 보면 기존 코나에서 강렬한 인상을 만들며 비교적 잘 어울리던 상단 얇은 그릴과 중앙의 도자기를 닮은 캐스캐이팅 그릴이 삭제됐다. 내연기관이 아닌 만큼 에어컨, 배터리와 모터 냉각은 아래쪽에 위치한 공기 흡입 홀로 충분해 보인다. 그릴이 사라진 자리에는 충전포트가 자리 잡았다. 충전 인터페이스는 2018년 신차부터 표준으로 지정된 DC콤보를 사용한다. 전방 충전포트는 측면에 있을 경우보다 방향에 구애를 덜 받는 장점이 있지만, 전방주차를 잘 못하는 기자는 무척 애를 먹었다. 윈드실드 상단에는 긴급제동시스템과 운전자 주행 보조를 위한 모노카메라가, 번호판 하단부에는 차간 거리를 측정하는 레이더가 장착됐다.

안개등은 하단에서 전조등 옆으로 이동했다. 야간 주행시 스티어링 휠 돌리는 방향으로 켜지며 코너링 라이트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한 형태로 디자인 됐다.

전폭은 기존과 1,800 mm로 동일하고 휠베이스 역시 2,600 mm로 동일하다. 다만 전장은 기존 코나의 4,165 mm에서 15 mm가 늘어났다. 차를 좀 더 공기역학적으로 다듬기 위함이였을까? 휠은 스포크간의 틈새가 적은 17인치 친환경차용 휠이다. 훨씬 멋있고, 또 연비도 잘 나올 것 같다. 타이어는 넥센 엔프리즈 AH8 215/55R17 타이어가 장착됐다. 눈길 성능을 상대적으로 높였으며, 기본적으로 승차감이 부드러우며 저소음, 타이어 마모를 줄인 연비가 좋은 타이어다. 실제 주행에서 큰 무리는 없었지만, 유턴을 하는 도중에도 타이어가 끼긱대는 소리가 났고, 급차선 변경에서는 아예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모습까지 보였다. 연비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타이어를 교체하게 될 때 좀 더 하이그립의 타이어로 바꾸는 것도 좋아보인다.

뒤쪽을 살펴보면 범퍼 형상에 물결모양의 두 줄을 넣었다. 기존 범퍼와 비교해볼 때 공기역학적인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통합형 후진등 겸 방향지시등은 노란색 방향지시등 커버를 클리어 색상으로 바꾸고 전구색을 노란색으로 바꾸었다. 기존의 격벽으로 후진등과 분리된 형상이였다면, 코나 일렉트릭은 검은 선으로 커버 구분만 되어있을 뿐, 후진등과 일체감을 주면서 ㄷ자 형태의 리플렉터를 강조했다.

 

모터룸, 무게중심을 낮추는 파워트레인

모터와 각종 부품들이 들어간 파워트레인은 커버 위치를 제외하면 상당히 낮게 장착되어있다. 모터커버 아래쪽으로는 차량 내장 충전기와, 배터리에서 오는 360V 직류를 모터가 사용하는 3상 교류로 바꿔주는 인버터, 모터 제어시스템, 모터, 감속기가 차례대로 들어있다. 모터는 배터리를 제외하고 가장 무거운 부품으로, 차축 근처에 올 만큼 낮게 장착, 무게중심을 낮춰준다. 파워트레인이 고정되는 마운트 역시 엔진을 달기 위해 높게 위치해있던 기존 코나와는 달리, 프론트 사이드 맴버 바로 위쪽에 낮게 달려있다.

내연기관 차량이라면 달려있던 운전석 브레이크 진공부스터 자리에는 iEB, 통합 전자식 브레이크 제어시스템이 장착되었다. 전자식으로 브레이크 페달의 동작에 따라 네바퀴 각각의 브레이크를 조절한다. 브레이크 페달과 브레이크 캘리퍼의 피스톤과는 iEB를 거쳐 유압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브레이크 부스터, ABS와 자세제어장치인 ESC가 통합되어있기 때문에 안그래도 엔진이 빠지면서 생긴 공간까지 더해 모터룸의 부품 배치는 무척 여유있게 되어있다. 한가지 불만인 것은 브레이크의 작동 정도를 구현해주는 브레이크 시뮬레이터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제동을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점차 강하게 밀어낸다거나 하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속도가 빠르던 느리던 강도에 차이가 없다. 작동 초반에는 푹 들어가다가 끝에서 강하게 반발이 되는데, 평소 감각과 달라 무척 어색하다. 서보모터를 부스터로 이용하는 타사의 하이브리드 차량에서는 초반 밟는 느낌만 차이날 뿐, 브레이크 동작 자체는 동일한 반응이었다. 전자식 브레이크는 확실히 장점이 많지만, 시뮬레이터로 리스폰스가 구현되지 않는 페달이라면 게임용 레이싱 휠의 플라스틱 페달과 다를 바가 없다.

차량 무게는 배터리 때문에 1,685 kg으로 늘었다. 기존 가솔린 1.6 터보 2WD 모델이 1,320 kg이고 가장 무거운 가솔린 1.6 터보 4WD는 1,460 kg이다. 수백 킬로그램 늘어났지만 출력과 토크가 껑충 뛰어올랐고, 많은 무게를 차지하는 배터리와 모터가 차량 하단부에 낮게 깔려있기 때문에 가속과 코너링 성능 면에서 모두 기존 코나보다 우위에 있다.

 

수소차 넥소를 떠올리게 하는 인테리어

일반 코나와 다른 점은 우선 변속기가 위치하던 센터 터널이 사라지고, 버튼식 변속기와 각종 조작버튼이 높게 장치됐다. 이는 넥소에서 먼저 보여준 디자인이기도 하다. 기존에 없던 디자인인 만큼 이미 미래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센터터널 하부에 위치한 두 개의 12 V 아웃렛 또한 넓직한 여유공간이 생긴 덕에 수납 외에도 휴대기기 충전 같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자식 변속 버튼은 넥소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넥소의 것은 크고 고급스러우며, 중후한 느낌이라면 코나 일렉트릭의 변속 버튼은 귀엽고 앙증맞다. 키보드 방향키를 연상시키는 4방향 전자식 변속 버튼은, 처음엔 무척 헷갈리지만, 후진과 전진을 여러번 반복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각 버튼에는 LED가 현재 상태를 표시하며, 후진 버튼은 이미 후진 상태에서 한 번 더 누를 경우 ‘삑’하는 비프음과 함께 이미 후진상태임을 알려준다. 중립(N)은 쓸 일이 많지 않으므로, 3개 버튼을 가지고 키보드 방향키처럼 동작시키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주차용 E-브레이크 역시 전자식으로 되어있다.

전자식 변속 버튼 아래쪽에는 통풍-열선 시트 제어버튼, 드라이브 모드 버튼, 스티어링 온열버튼, 오토홀드, 장애물 감지 기능 버튼이 있다. 드라이브 모드 버튼이 가장 왼쪽이 아닌 것이 좀 아쉽다. 공간이 부족한 소형차에서 버튼을 배치할만한 곳이 확실히 부족하긴 하다. 변속 버튼 옆에는 컵홀더가 두 개 있다.

공조기 부분은 온도조절을 위한 노브와 버튼들이 은색으로 바뀌고 크기가 작아졌다. 넥소의 디자인과 동일하지만, 비상등 버튼 위치는 통풍구 사이 그대로다. 공조기 상태를 표시하던 작은 LCD창은 사라지고 버튼들로 채워졌다. 내부 순환과 에어컨 동작상태를 표시하는 푸른색 LED는 깨끗하면서도 하이테크적인 느낌을 잘 살렸다. 클라이메이트(CLIMATE)버튼을 누르면 인포테인먼트에서 여러번 앱을 실행하지 않고 한 번에 공조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공조기 아래쪽에는 조수석과 뒷좌석 안전벨트 경고등이 자리잡았다.

시트는 전동시트로, 시트 8Way, 럼버서포트 2Way이다. 통풍시트는 꽤 강한 바람이 나온다. 헤드레스트는 운전석과 조수석 모양이 조금 다르다. 운전석 헤드레스트가 위아래로 더 길다. 뒷좌석은 워낙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넉넉하진 않지만, 평소 운전하는 위치로 세팅할 경우 타고갈만 하다고 느꼈다. 허리를 세우고 앉으면 괜찮지만, 장거리 주행을 하면서 엉덩이를 살짝 앞으로 빼면 소형차 수준 레그룸은 무릎공간의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헤드룸은 약간 여유가 있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는 현재 속도와 주행 보조기능 활성화 여부, 내비게이션 정보가 연동된다. 고급 차량에만 장착되던 헤드 업 디스플레이 시스템이 소형차에도 장착되다니 무척 신기하다. 시인성은 주간에 보더라도 나쁘지 않다. 평소 차량 내비게이션보다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테스트 겸 헤드 업 디스플레이를 사용해보니, 복잡한 시내 주행시 시선을 옮기지 않고, 운전에 집중하면서도 길안내를 받을 수 있어 무척 편리했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가 없는 차량들은 사제 HUD를 장착해서 달기도 하는데, 차량 구매시 옵션으로 넣을 수 있다면 꼭 장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저회전부터 압도적인 토크, 안정적인 주행

코나 일렉트릭에서 기대하는 부분은 전기차들에 기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1회 충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둘째는 높은 토크의 시원한 가속감과 조용한 실내이다. 미국 EPA는 물론, 국토교통부가 코나 일렉트릭을 타고 1회 충전만으로 서울-부산을 갈 수 있음을 공식 인정했다. 중요한 건 두 번째, 토크와 정숙성이다. 일단 통풍시트와 공조기를 끄면 조용하게 타이어 굴러가는 소리가 나지막히 들려온다. 오히려 다른 차들의 소음이 더 크게 들려온다. 모터룸을 보면 소음방지재가 씌워져 있던데, 모터소음은 억제했지만 차음은 소형차라 별로 신경쓰지 않은 듯 하다. 그래도 비가 오는 와중에 토독토독 비오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주행하고 있으니 신선이 된 기분이다.

스티어링 휠은 비교적 아담하다. 좌측에는 미디어 재생 관련버튼들이, 우측은 주행보조 관련 기능 버튼들이 있다. 계기판의 메뉴와 차량 주행보조기능 설정 또한 스티어링 휠의 메뉴버튼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는 패들버튼이 있는데, 변속기가 없는 코나 일렉트릭에서는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 버튼으로 쓰인다.

회생제동은 총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각 드라이브 모드에서 미리 설정된 회생제동 강도로 바뀌도록 할 수 있다. 설정은 인포테인먼트에서 한다. 회생제동 3단계에서는 내연기관의 엔진브레이크 못지않은 강력한 제동이 걸린다. 운전자에겐 무척 재밌지만, 동승자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으려면 항시 가속페달에 발이 올라가 있어야 한다. 왼쪽 패들을 길게 누르면 점점 회생제동 강도가 강해지고, 브레이크와 연동되어 정차 할 때까지 제동 된다. 코나 일렉트릭의 브레이크 페달을 놓으면 일반 오토매틱 차량처럼 앞으로 슬슬 움직인다. 왼쪽 패들도 브레이크 역할을 겸하다보니 굳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 오토 홀드를 설정하면 이마저도 필요 없다.

계기판은 풀LCD로 되어있다. 좌측에는 모터가 출력중인지, 충전중인지 단계별로 표시하고, 우측에는 배터리의 잔여 충전양을 알려준다. 가운데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속도계 또는 모터 출력을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량과 계기판 사이에는 운전자 보조 주행기능 동작여부와 차량 설정을 위한 메뉴가 표시된다. 이 메뉴에서는 각종 주행보조기능과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 등 여러가지 설정이 가능하다.

드라이브 모드는 4가지로 나뉜다. 에코, 에코 플러스, 컴포트, 스포츠. 에코모드에서는 가운데가 디지털 속도계로 바뀌고, 가속을 최대한 적게 하도록 페달 반응이 더뎌진다. 3단계로 조절 가능한 회생제동 기능은 2단계로 설정된다.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에코 플러스로 바뀐다. 에코 플러스는 공조기까지 꺼버리면서 최대한 전기를 아끼는 드라이브 모드다. 속도를 줄여서 회생제동에 들어가거나 하면 +4 km, 가속 페달을 밟으면 -10 km등 주행가능거리의 변화량을 알려준다. 컴포트는 회생제동 1단계가 설정되고 가운데 주행가능 거리를 표시하며 테두리에는 속도계 다이얼이 나타난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면 가운데에 숫자는 디지털 속도계로 바뀌고, 테두리는 모터 출력을 퍼센트로 나타낸다. 90-100%에는 내연기관의 레드존처럼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회생제동은 1단계로 바뀐다. 또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지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준비를 마친다. 기자는 스포티한 주행을 위해, 회생제동 스위치를 3단계로 바꿔서 좀 더 적극적인 회생제동이 걸리도록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코너를 향해 차를 몰아붙였다. 가속페달을 밟기 무서울 만큼 아찔한 토크가 차를 잡아당긴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나가는데 SUV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움직임이다. 전륜은 맥퍼슨 스트럿, 2WD모델은 후륜이 토션빔이였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코너에서 롤이 없다곤 할 순 없지만, 이정도면 꽤나 준수한 서스펜션 세팅이다. 모터와 배터리를 낮게 장착해 무게중심을 낮춘 덕분에 차량 운동성을 더욱 다이내믹 하게 만들었다.

코너를 빠져나오면서 가속페달을 밟은 발 끝에 힘을 줬다. 순식간에 50 km, 75 km, 90 km... 가속감이 너무 황당한 나머지 속도계의 숫자가 별 감흥이 없다. 고속화 도로에 합류해 최고속도로 급가속을 해보았다. 우주선을 탄 느낌마냥 머리가 밀쳐지며 차가 쭉 밀고나간다. 뒤쪽으로는 뒤쳐진 차량들이 사이드 미러에 들어왔다.

150 kW 40.3 kgf.m면 테슬라를 제외하곤 지금까지 탄 전기차중에서 가장 고성능의 모터다. 40 kgf.m 이상의 차들은 많이 타보았지만 모두 내연기관 차량들이였다. 이런 높은 토크의 전기차는 가속 성능만 놓고 따진다면 600마력 이상의 토크가 높은 고성능 차량과 비교하더라도 중 고속까지는 지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마약같은 가속성능에 중독된다면 분명, 미치고 말 것이다. 자신이 자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만 풀악셀 하길 바란다.

 

소형차에도 반자율주행이?

코나 일렉트릭에도 HDA 고속도로 운전자 보조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얼마 전 시승한 투싼 페이스리프트가 그랬던 것처럼, 코나 일렉트릭 역시 제한속도 내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보여줬다. 앞에 차량이 있다면 알아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주행하기에 출퇴근 시간이나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무척 편리했다. 이제 소형차에도 반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되다니, 무척이나 반갑기도 한 반면, 점차 구세대 차량이 되어가는 내 차를 언제쯤 처분하고 새 차를 살 것인지가 고민이 된다.

 

전기차 배터리, 주행거리의 딜레마

전기차는 적재하는 배터리가 많아질수록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어진다. 반면 차량이 무거워지고, 공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작정 숫자를 늘릴 수도 없다. 기본적으로 고효율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은 물론, 배터리의 충·방전을 관리하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의 알고리즘 최적화를 거쳐 예비용으로 적재된 배터리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등장한 이후, 약속이나 한 듯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난 차량들이 우르르 출시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테슬라는 일단 확보가 쉬운 리튬-이온 배터리를 많이 넣어서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효율이 무척 높지만 가격이 비싸다. 차량 가격의 대부분은 이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차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리튬-폴리머보다도 효율이 높으면서 저렴한 배터리는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았다.

지금 출시되는 전기차의 리튬-폴리머 배터리에서, 무게는 증가하지 않으면서도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마법이 아니다. 물론 배터리 제조사에서 지속적으로 고효율의 배터리를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리튬-폴리머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배터리가 상용화 되기 전 까지는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드라마틱하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주행거리 확장은 모터와 인버터의 효율을 얼마나 최적화 하느냐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가 처음 나온 1900년대만 해도 효율좋고 편리한 전기차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석유가 싼값에 공급되면서 내연기관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이제는 친환경, 고성능 고효율을 따지게 되면서, 다시 전기차가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다. 내연기관을 가지고 평생 살것만 같던 포르쉐와 람보르기니도 이제 전기차를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

300 km이상 주행 가능한 볼트 EV가 등장하며 주름 잡던 국내 전기차 시장에 코나 일렉트릭이라는 작은 거인이 나타났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관련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오던 현대차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수소연료전지차 넥소를 선보이며 전기+수소연료전지의 기술을 전 세계에 자랑했다. 이제는 시장에 400 km이상 주행할 수 있는 차를 내놓았으니, 기존 전기차 업체들 입장에선 고심이 클 것이다.

그러나 잘 나갈것만 같은 현대차의 상황도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해외 외신에 따르면, 배터리 수급 문제로 캐나다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판매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는 전세계적으로 배터리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라고 미국 법인 대변인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형제차인 니로 EV 역시 올해 출고분의 사전예약이 끝나고, 생산만 남은 상황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지연중이다.

올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전기차는 재규어 I-Pace가 있다. 그러나 인증이 지연되면서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닛산 리프 2세대의 경우, 금년 회계연도 내에 국내에 출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 회사 특성상 내년 3월까지가 2018 회계연도인 만큼 올해 출시는 불투명해 보인다. 같은 계열사인 르노 조에(ZOE) 역시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는 이야기 이후론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내년 전기차 시장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쏘울 EV의 배터리 용량을 40 kWh로 늘린 부분 변경모델을 출시한다. 이들은 1회 충전시 260 km를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을 목표로 한다. 만일 배터리 수급 문제가 원할히 해결된다면 현대-기아차는 세단과, CUV형태의 도심형 전기차, 긴 주행거리를 가진 코나 일렉트릭으로 탄탄한 라인업을 구성하게 된다. 앞으로 단순한 내연기관 차량은 빠른 속도로 전기차에 밀려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계속 변하다 보면 혹시 운전하는 운전자도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닐까? 그곳은 운전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무덤같은 곳일게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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