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8.14 화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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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만 잘 해도 F1 팀에 들어갈 수 있다?

우리가 운동장에서 축구나 야구를 직접 하지 않고, 경기를 시청하는 이유가 뭘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그럴듯한 대답은 ‘내가 해서 저런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 가 아닐까. ‘리그 오브 레전드’, 또는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효율적인 게임운영 방법은 선수들이 피나는 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것이다.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있자면 아마추어 선수가 따라가기에는 힘든,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며 멋진 한판을 보여준다. 마음만은 그들과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하면 할수록 그 깊이를 이해하게 되며, 결국은 프로 선수의 뛰어난 실력을 인정하고, TV 앞에 앉아서 보는 것이, 직접 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 훨씬 재미있다.

자동차 레이서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자동차 경기는 르망24시, WRC, 투어링 카 챔피언십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높은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레이스는 단연 포뮬러 1(Formula 1)이다. F1 레이서들은 어릴 때 카트(Kart)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F4, F3, F2를 거쳐 올라온 엘리트 중에 엘리트 들이다. 모든 프로레이서에게는 경의의 대상이자,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지구상에서 자동차로 가장 빠른 20명이다. 직접 이들이 되기에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F1 레이싱 게임이나 ‘모터스포츠 매니저’ 같은 게임을 즐기면서 마치 내가 루이스 해밀턴이나 샤를 르클레르가 된 것처럼, 혹은 팀 감독이 되어 팀을 운영하는 간접 체험을 한다. 현실에선 불가능 하겠지만, 가상세계에서는 현실세계의 프로선수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F1에서 공식 인정한 F1 e스포츠(Esports) 시리즈는 F1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으로 실제 F1 시리즈처럼 경기를 펼치는 FIA 인증 레이스 시리즈이다. 총 상금은 20만 달러, 우리 돈으로 따지면 약 2억 2천5백 만 원이다. F1처럼 드라이버는 최소 2명, 최대 3명(리저브 드라이버)이 참가하고, 일정 기간 내에 로스터를 선정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또한 F1 프로팀에서 선수를 선발하는 프로 드래프트 시스템 등 F1을 좋아하는 레이싱 팬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F1 e스포츠 시리즈에 참가하는 프로 팀은 반드시 한 명 이상을 드래프트에서 선발해야 한다. 드래프트에서 선발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게임 내의 예선을 거쳐서, 최종적으로는 가상세계에서 가장 빠른 30인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후 선발된 인원들은 프로 팀에 속해서 ‘프로 시리즈’ 라는 별도의 레이스를 치르게 된다.

F1 프로팀인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을 운영하고 있는 메르세데스-AMG에서는 F1 e스포츠 팀 ’메르세데스-AMG F1 페트로나스 e스포츠’ 팀을 창설했다. 이 팀은 F1 e스포츠에서 최고의 선수들 4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올 10-11월 열리는 2018년 F1 e스포츠 시리즈에 출전한다.

브렌던 레이는 1999년 생으로 영국인이다. 작년 F1 e스포츠 시리즈를 우승한 전력이 있다. 2012년부터 F1 레이스게임을 시작해, 2017년에는 6만 6천 여명과 겨뤄 우승했다. 공격적인 성향이고, 스티어 성향을 언더스티어로 세팅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의 동료인 해리 잭스는 같은 영국인으로 1993년 생이다. 1997년부터 게임을 시작해서 2011년부터 온라인에서 경쟁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리그에서 타이틀을 획득했다. 부드럽고 정확한 조작의 드라이빙이 특징이다.

패트릭 크루티는 1995년 생으로, 폴란드인이다. 액션 게임인 ‘GTA’와 ‘콜 오브 듀티’에서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으며, 레이싱에는 관심이 없었다. 우연히 F1 경기를 보게 되고, 그 뒤로 빠져들어 팀 CEO인 토토 올프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대니 베레즈나이는 헝가리인으로 같은 1995년생이다. 2018년 F1 e스포츠 시리즈 프로 드래프트를 통해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e스포츠 팀에 합류했다. 2017년에 시작한 루키이지만, 금새 포디움에 오를 만큼 실력있는 게이머다. 적응력이 뛰어나고 주의력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다들 20대 초 중반 즈음의 나이이다.

게이머들을 영입한 것은 비단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뿐만이 아니다. 맥라렌, 알파 로메오-자우버, 르노 스포츠, 애스톤 마틴 레드불 레이싱 등 모든 F1팀이 최소 1명의 F1 e스포츠 시리즈의 선수들을 영입했다. 아쉽게도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F1 e스포츠 시리즈에 참가하지 않는다. FCA의 수장 세르지오 마르치오네가 타계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e스포츠 팀의 훈련 센터는 영국 브래클리에 있는 메르세데스-AMG F1 페트로나스 팀 시뮬레이터 건물에 마련됐다. 이들은 F1 e스포츠 시리즈에 출전하는 것은 물론, 시뮬레이터를 이용해서 개발중인 F1 차량으로 주행을 하고, 피드백을 주는 테스트 드라이버 역할을 한다. 또한 드라이버들이 사용하는 식사와 체력관리실 등도 함께 사용한다. 실제 전장이 오프라인이 아닌, 가상의 온라인 트랙일 뿐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F1 e스포츠에서는 실제와 비슷한 물리 엔진뿐만 아니라 F1 시리즈와 똑같은 룰이 적용된다. 게이머들은 다른 차들과 경쟁하는 와중에도, 연료소비율이나 트랙션 컨트롤 등을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e스포츠에서는 운전할 때 가해지는 코너링 포스만 없다 뿐이지, F1 드라이버 수준에 버금가는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된다. 게임이라고 우습게 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그란투리스모를 잘 하면 투어링 카 선수가 될 수 있다

레이싱 게이머가 프로팀에 들어가는 방법이 여기 또 있다.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를 해본 독자라면 이미 아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운전 해본 사람들이 하는 말로는, “실제 운전과 게임 속 운전은 전혀 다르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어느날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 제조사인 소니에서 닛산과 협업하여, 그란투리스모 게이머를 게임 바깥의 실제 레이스카를 주행할 수 있게 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게이머는 그란투리스모 게임만 해봤을 뿐, 실제 레이스카를 운전해본 적이 없음에도, 무척 좋은 랩타임을 냈다. 게임 실력이 곧 레이스 능력을 키운다는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이 이벤트 덕분에, 레이서가 꿈인 많은 사람들이 그란투리스모를 하기 위해 게임 장비를 구입했다.

닛산 측은 이 행사를 아예 정기 프로그램화 해서, 매년 교육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그란투리스모 게임 내에서 이벤트를 열고, 그 이벤트에서 가장 빠른 게이머를 실제 차량으로 훈련시킨 후 세계적인 레이스 대회에 출전시킨다. 자동차 회사인 닛산과 플레이스테이션 제조사인 소니의 합작, ‘GT 아카데미’이다.

닛산의 레이스, 고성능 모델을 담당하는 니스모(NISMO)는 매년 GT 아카데미를 통해, 레이서의 꿈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를 훈련시킨다. 최종적으로는 두바이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내구레이스는 정해진 시간동안 ‘누가 가장 많은 랩을 도느냐’로 우승자가 결정되며, 빠르게 도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경기다. 운전자 교대와 급유, 타이어 교체, 차량 정비 등 긴 시간동안 달리면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끝나는 레이스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이들이 출전하는 클래스는 완성차로는 르망24시 기준으로는 프로토타입 레이스카 다음으로 두 번째 고성능 차량인 GT3 클래스이다. 370Z NISMO를 타고 출전한다.

GT 아카데미에서는 ‘레이싱 드라이버 구함, 무 경험자 가능’이라는 문구를 걸어놓고 있다. 이들은 국가별, 대륙별로 실제 차량을 가지고 예선을 거쳐 레이서 20명을 선발한다. 출전하는 인원은 전 세계적으로 약 40만 명 정도. 선발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게임에서 날고 기는 2만 명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GT아카데미에 선발되면 체력, 주행훈련, 시뮬레이터 등을 거쳐 20명 중, 가장 빠른 4명만이 NISMO의 드라이버로 소속되어 레이서로써 활동하게 된다.

많은 돈을 주고, 실력이 좋은 선수를 스카웃 하면 훨씬 편하게 레이스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럼에도 닛산이 GT 아카데미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재능을 가진 원석(슈퍼 루키)을 발굴하고, 그들을 다듬어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아닐까.

세계적인 레이스에서 상위 클래스인 GT3 클래스 내구레이스에 출전하여 완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레이싱 커리어가 없는 이들이, 일반 아마추어 레이서도 출전하기 어려운 GT3라는 상위 레이스에 출전했다. 게임을 잘하면 그냥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레이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멋지게 증명한 셈이다. 뭔가 몰입해서, 꾸준히 한다면 무엇이든 그 정점에 서게 될 수 있는 것 같다.

GT 아카데미의 훈련 과정은 무척 힘들고 괴로워서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레이서가 되거나, 레이스와 관련된 회사에서 들어가는 경우 또한 무척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항상 레이스에 대한 열정과 관심, 차량에 대한 이해, 그리고 랩타임을 위한 끝없는 훈련을 거듭한다면 분명 길이 열릴 것이다. 당장 레이서가 되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면 일단 게임도 좋고, 실제 차량의 움직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카트도 도움이 된다. 오늘 저녁에는 집에 들어가 다음번 F1 경기 코스인 스파-프랑코르샹 서킷을 돌면서, 랩타임을 줄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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