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0.19 금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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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운전자입니까, 보행자 입니까

왕복 6차선 도로로 진입하면서, 우회전을 하기 위해 앞차 뒤에 서서 깜빡이를 넣고 보행자 신호등이 꺼지기를 기다렸다. 이미 신호가 바뀌어서 다른 방향 차량이 들어오려고 하는데도 앞에 있는 SUV는 움직일 기미가 없다. 요즘 스마트폰 하느라 정신줄 놓은 운전자가 많다는데, 그런 부류가 아닐까. 기다려도, 기다려도 도저히 움직이지 않는다. 참다못해 클락션을 “빠앙-!” 하고 울렸다. 앞차가 놀랬는지 살짝 움찔 했는데, 그 사이로 흰 백발의 어르신 한 분이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내 앞에있는 높은 SUV가 시야를 가려서 횡단보도 보행자가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앞차는 약자인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내가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앞차와 할머니에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이번 경우는 기자가 가해자(?)가 된 경우지만, 평소에 신호등에서 사람들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다 보면 영업용 차량들이 뒤에서 빵빵 거리는 경우가 무척 많다. 때로는 앞에서 대량으로 차가 지나가는 중이라 우회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뒷차는 무조건 빨리 가라며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빤히 못 가는 것이 눈에 보일텐데, 무조건 비키라고 경적을 울린다. 신호를 지키고, 법규를, 또 보행자를 지키면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

골목길 주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에 시야가 불분명한 주택가에서는 언제든 제동할 수 있도록 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좁은 길에서도 빠른 속력을 내며 지나가는 차들이 종종 있다. 만일 내가 그 차 앞에 주행하고 있다면, 경적 세례는 기본에 욕도 한다. 자신과 차를 동일시하는 사람들은, 도로 위에 자신이 가는 길을 뭔가 막고 있다면 불편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항상 차만 타고 다닐까? 자신이 보행자가 되지 않을 거라 착각하고, 배려심 없게 굴면, 언젠가 배로 되돌려 받는 수가 있다.

이런 안전에 관한 사항을 앞으로는 법적으로 규제한다. 이미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학교 주변에 30 km/h 이하로 속도를 제한하고 과속 방지턱을 설치했다. 이어서, 아이들과 우리 가족이 살고 있을 주택가 주변에서도, 아예 제한 속도를 확 줄여서 사고를 덜어내겠다는 취지다. 이전까지 서행하라고 권고만 했던 것에 비하면 강력한 정책을 이제라도 펼치는 것이 무척이나 반갑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자 사망 사고는 하루 4.8명이며, 집앞 이면도로에서만 하루 2.5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보행자 사고의 대부분인 62.7 %가 이면도로에서 발생한다. 사람 입장에서 바라볼 때는 1톤이 넘는 흉기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보행자는 그 어떤 보호장치도 없는 상황. 차대 차 사고에 비해, 무척 높은 사망률과 중상 입을 확률로 나타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인체모형을 이용해 보행자 충돌실험을 한 결과 충돌속도가 60 km/h에서 30 km/h로 줄어들면, 중상 가능성은 92.6% 에서 15.4 %로 확 감소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는 '도시부 속도하향 50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주행 속도를 도시부 도로는 50 km/h, 이면도로와 어린이보호구역은 30 km/h로 제한속도를 하향하는 정책이다.

물론 속도가 50 km/h로 낮아지면 도착시간이 늦어질테니 운전자 입장에선 반길 리가 없다. 그러나 그 차이는, 도심에서 주요 교통포인트까지 걸리는 시간을 실험한 결과, 60 km/h로 주행한 경우와 전체 주행시간의 3.7 %인 평균 2분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 차이보다 사고율이 훨씬 낮아지므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당연히 왈가왈부할 건덕지가 없는 강제적인 법규가 좋지만, 그보다는 운전자들이 먼저 의식을 바꿔야한다. 나부터 정지선을 지키고, 보행자 신호등에서는 사람이 없더라도 뛰어오는 보행자들이 있을 수 있으니, 먼저 배려하고 보호해야 한다(물론 횡단보도에서 뛰면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걸어야 한다). 또 앞차가 움직이지 않고 있어도 노약자가 건너고 있을 수 있으니 경적을 울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뭘 하면 되고, 하면 안 되는 지 어렵다고? 일일이 기억할 필요가 없다. 가장 약자인 보행자를 보호하는 것만 머릿속에 넣고 있다면, 사고 없는 안전한 운전이 가능할 것이다. 당신도 차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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