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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 폴란드에서 일본까지 친환경 여행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 승인 2018.07.3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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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내에서도 전기차가 달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여러 장점이 많다. 정숙성과 함께 더 빠른 가속력에 공해물질도 나오지 않는다. 반면 아직 주행거리는 내연기관 자동차 만큼 길지는 못하다. 그렇기에 연료 주입에 해당하는 배터리 충전에 대한 걱정도 존재한다. 이런 현실에서 전기차의 대명사인 닛산 리프를 타고 폴란드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까지 여행을 한 탐험가가 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과연 이 여행이 가능했을까를 질문했겠지만, 이젠 즐거운 여행이었나를 물어보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왜 하필 전기차였을까? 
사실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물론이고 대형마트, 관공서 등 다양한 곳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전기차 도입 초기에는 충전 공간을 주차 공간으로 생각하던 몰지각한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다. 또한 이는 전세계적인 추세기도 하다. 폴란드, 러시아, 몽골, 중국과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까지 여행한 폴란드인, 마렉 카민스키(Marek Kaminski)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이 폴란드인에 대해 소개를 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이미 그는 1995년 세계 최초로 남극과 북극을 혼자서 그리고 아무런 지원 없이 횡단한 기네스 기록 보유자다. 또한 2004년 장애를 가진 폴란드 청소년의 남북극 횡단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이미 탐험가들 사이에서는 유명 인물이다. 그가 전기차 여행에 도전한 것은 전기차로 먼 거리를 여행하는 것이 가능할지를 테스트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여행의 목적이 ‘No Trace Expedition‘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식으로 따지면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의미. 

내연기관 자동차라면 배출가스가 그 지역에 남았을 것이지만 전기차는 배출가스가 없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여행이 가능하다. 물론 타이어 자국은 남겠지만, 이는 바람이 불면 자연스레 사라져 버릴테니 남기는 남지만 또 남지는 않는 셈. 조금 선문답 같은 이야기라고? 맞다. 마렉 카민스키는 과거 불교의 참선에 심취 했었고, 참선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 중 No Trace란 것이 참 좋았다고 했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비슷할까? 남극과 북극의 눈 위를 이동하면서 눈 위에 발자국을 비롯한 여러 자국이 남았는데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 여행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고민이 전기차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최고의 충전 인프라를 가진 나라 
여행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하다. 이 변수들이 누군가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고 스트레스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재미였던 것 같다. 그는 러시아가 전기차를 타기 좋은 나라 중 하나가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고. 그가 여행한 여러 나라들 중 러시아가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충전소가 아니어도 전기를 빌려 쓰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가장 충전 인프라가 안 좋은 나라로는 몽골을 꼽았다. 일단 전기차 충전소를 보기가 힘든 데다가, 주유소에서 전기를 빌려 충전을 하고 따로 돈을 지불하기도 했다고. 또한 중국은 충전 방식이 달라 조금 힘들었으며, 제일 쉽고 좋았던 나라로는 리투아니아를 꼽았다. 닛산 리프에 잘맞는 차데모 방식을 지원하는 충전기가 곳곳에 있었고 모든 충전이 무료였단다. 이렇게 각 나라들 마다 정해진 전기차 충전소라고 해도 충전 방식에 차이가 있고(실제 그의 차에는 정말 다양한 충전 케이블들이 가득 했다), 카드 결제 방식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는 혼선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스마트폰 케이블이 통일되는 것처럼 충전 방식도 통일되지 않을까란 예측을 했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시점은 마감이 한창인 7월 말이었다. 그는 5월 24일 폴란드를 출발했고, 서울에 도착했을 때의총 주행 거리는 12,000km 언저리였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나날이었기에 닛산 리프의 에어컨 성능과 함께 에어컨 작동시 배터리 소모율에 변화가 있는지를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차 안에서 에어컨이나 히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달리는데 필요한 에너지 외에는 소모하고 싶지 않고, 북극과 남극의 생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온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에어컨의 배터리 소모율이 궁금했는데 답을 얻지는 못했다. 

 

12,000km를 넘어 서는 롱텀 시승
그가 주행한 거리가 12,000km 이상이니 이 정도면 롱텀 중에서도 롱텀 시승기일 것이다. 게다가 두 달 만에 만들어 낸 숫자니 차량에는 꽤 많은 스트레스를 준 셈이다. 또한 깔끔한 아스팔트 도로는 물론이고 이런저런 환경에서 주행을 할 수 밖에 없었으니 국내에도 출시될 2세대 리프에 대한 사전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러시아와 시베리아, 몽골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타이어와 서스펜션에 무리를 줄 수 밖에 없는 오프로드 였고, 몽골의 경우에는 도로 곳곳에 패인 곳이 많아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또한 우리나라에 오기까지 별다른 문제는 없었는데, 고장이라도 나게 되면 고칠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이기에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기도 했었지만 타이어가 펑크 나거나 경고등이 들어 온 적도 없었다고. 타보니 정말 기본기를 제대로 갖춘 차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한 여행 내내 뒷좌석을 폴딩하고 차 안에서 잠을 잤는데 이 과정이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넓었다(그의 신장은 188cm나 된다)고. 게다가 몇 개월을 여행해야 하니 이런저런 물건들이 많은데, 내부의 수납 공간들이 꽤 있어 알차게 수납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겉 모습은 별로 안 커보이는데 내부 공간은 꽤나 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으며 트렁크를 열어 그늘막 텐트를 만들 수도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가끔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자율주행 기능인 프로파일럿의 도움이 꽤나 고마웠다고 한다. 또한 2세대 리프에 실려 있는 모터의 힘이 꽤 좋아 언덕이 많은 지역에서도 별 무리 없이 주행을 할 수 있었다고. 한참 이야기를 하는데 그가 에어컨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 그래도 달려 있는 에어컨이니 작동을 시켜 보기는 했는데 언덕 주행을 하거나 에어컨을 켜면 남은 주행거리가 급격히 줄어들어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내리막길에서 탄력 주행을 하니 다시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주행성능이나 연비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기술과 자연은 공존할 수 있을까? 
마렉 카민스키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이었다. 그는 대뜸 “리프가 대표적인 예지 않을까요”라며, “차에서 소리가 나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으니 길가의 야생동물을 더 잘 볼 수 있가 있었다”며 “이거야 말로 기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습”이란 멋진 답변을 들려줬다. 리프와 같은 전기차는 소음이 없고, 제로 에미션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처럼 공기를 오염시키지도 않는다. 게다가 그가 했왔던 것처럼 주유소가 아니라 더 다양한 곳에서 충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전기차의 효율은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대체 에너지 조차 소모율은 더 줄어들 것이다. 

일본에 도착하고 난 후의 계획을 묻자 엄청난(?) 답변을 들여주었다. 원래는 배를 타고 돌아가는 계획이었는데 다시 2세대 리프를 타고 돌아가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겨울에 맞춰 시베리아를 가고 싶고, 한 쪽 길로 전기차를 타고 왔으니 돌아 갈 때도 그렇게 가고 싶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혹독한 시베리아의 겨울을 전기차로 이동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 배터리의 힘이 떨어지는 것은 역시 겨울이니 말이다 .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전기차도 흔적은 남는다. 전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어 낸다면 어떨까? 이미 닛산은 영국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전기차를 충전하거나 가정의 전기를 충당할 수 있는 시스템을 판매 중이다. 어쩌면 저기 깊숙한 연구실에서는 태양광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이미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렉 카민스키 역시 “태양의 빛이나 열로 전기차를 충전해 여행을 하는 ‘흔적 없는 여행’을 또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어쩌면 조만간 우리 모두 그런 차를 타고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운전의 즐거움만은 남겨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물론 닛산은 그렇게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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