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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포뮬러를 준비하다! 사람과 로봇의 대결, 그 엔딩은?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 승인 2018.05.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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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이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탑재한 레이스 머신, 사이버 포뮬러의 등장은 F1을 대신한 21세기의 뉴 레이스 머신으로서 온 세계 사람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사이버포뮬러’의 오프닝 내레이션 대사다. 아직 사이버포뮬러가 현실이 된 것은 아니지만, 당시 사이버포뮬러에 등장했던 ‘미래의 자동차’는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와 기계공학도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작중 등장했던 많은 기술들이 현실세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사이버포뮬러는 허구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레이스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작중 ‘인공지능’이 사람의 운전을 보조하거나 때로는 직접 자동차의 운전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는 마치 현대의 자율주행차를 연상하게 된다. 사이버포뮬러는 스토리 중 인공지능 바이오컴퓨터가 사람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깊이 다루고 있는데, 현실 속 인공지능의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사람과 기계 중 어느 쪽의 운전이 더 뛰어난가?’에 대한 질문은 아직까지 현실에서도 명확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만드는 ‘자율주행 자동차’들은 말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애니메이션 속 인공지능과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사람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도와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물론 빠름을 겨루는 ‘레이스’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안전하게 완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는 변함없다.

 

인공지능 레이스카, 어디까지 왔나?

2015년 10월, 러시아 모바일 통신 사업체 요타의 전 CEO이자 로보레이스의 창시자인 기업가 데니스 스베르들로프(Denis Sverdlov)는 포뮬러 E 홀딩스의 알레한드로 아가그 회장과 토론하며 중국에서 유럽으로 이동 중이었다. 스베르들로프는 포뮬러 E에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지면 ‘자율 추월 모드’같은 특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 아이디어는 즉석에서 인공지능 레이스를 개최하자는 쪽으로 발전되었다.

이 ‘로보레이스’ 프로젝트는 빠르게 진행되어 2015년 11월에는 정식으로 공표되었고, 작년 2월에는 브라질에서 열린 포뮬러 E 레이스에서 두 대의 무인 인공지능 레이스카가 시범 주행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때마침 시작된 전기자동차의 레이스인 포뮬러 E와도 잘 어울린다. 로보레이스는 포뮬러 E와 함께 진행되며, 포뮬러 E 경기가 시작되기 전 번외 레이스의 형식으로 열리는 것을 목표로 현재 진행 중이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아직 레이스카가 개발되고 있었다. 영화 트론의 탈 것을 디자인했던 다니엘 사이먼(Daniel Simon)이 ‘로보카’의 디자인을 맡았다. 로보카의 개발에는 여러 기술기업의 협력이 있었는데, 엔비디아(NVIDIA)가 인공지능 시스템 구축을 위해 테그라 프로세서 기반의 DRIVE PX2 플랫폼을 제공했고, 전기/자율주행차 개발/제작 업체인 키네틱(KINETIK)이 실제 로보카 제작을 맡았다. 키네틱은 전기 트럭 메이커 어라이벌(ARRIVAL)을 운영하고 있으며, 로보카의 개발을 통해 개발된 자율주행 기술을 자사의 차량에도 탑재하는 것이 목표다. 미쉐린은 전기차 레이스용으로 개발된 파일럿스포츠 타이어를 제공한다.

로보카의 크기는 전장 4.8m, 전폭 2m, 전고 0.8m이며 차체 중량은 1톤이 살짝 안 되는 975㎏이다. 사람이 탑승하기 위한 공간은 전혀 없으며, 오직 달리기에 적합한 ‘어뢰에 바퀴를 단’ 것 같은 모습으로 디자인되었다. 300㎾ 전기모터는 4대가 탑재되며, 4개의 바퀴를 각각 굴린다. 배터리 용량은 540㎾다. 최고속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약 550마력의 시스템 최대출력으로 321㎞/h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의 대당 가격은 75만 파운드인데, AI 시스템 구축비용이 25만 파운드를 차지한다고 한다.

또 엔비디아 DRIVE PX2 플랫폼은 라이다(레이저 거리측정 센서) 5개, 레이더 2개, 초음파 센서 18개, 광학 속도 센서 2개, 360도 시야를 제공하는 카메라 6개, GPS 기술의 일종인 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가 통합된다. 약 200-350m 전방시야를 가지며, 여러 센서가 통합되어 이를 보조한다. DRIVE PX2 플랫폼은 불과 10와트의 전력만을 사용하는 단일 모바일 프로세서 구성도 가능하나, 2개의 모바일 프로세서와 2개의 GPU로 확장할 경우 초당 24조개의 딥 러닝 연산이 가능하며, 복수의 DRIVE PX2 플랫폼을 병렬 연결해 연산능력을 확대하면 자율주행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성능은? 놀라운 성능이 예상되는 하드웨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뇌’다. 애초에 로보레이스의 본질은 레이스에 참가한 각 팀이 독자적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해 실력을 겨루는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의 싸움이다. 이 로보카는 아직 다 배우지 못한 ‘어린이’와 같은 상태니, 완전한 성능을 낸다고 할 수는 없다. 2017년 2월의 시범 주행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로보카의 개발에 사용되는 ‘데봇(DevBot)’이라는 연구용 차량이 실제로 서킷을 달렸다. 

두 대의 데봇이 서킷을 달렸는데, 갑자기 코스에 뛰어든 개를 무사히 피해서 달리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한 대의 데봇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주행으로 코너에서 벽과 충돌해 차체 일부가 부서지는 사고를 내며 피니쉬 했다.

이후 알려진 사실로, 사고를 낸 데봇의 주행기록을 검토한 결과 데봇은 사고 직전까지 초당 수천 번의 센서 동작으로 전방에 벽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감지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과 달리 ‘벽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벽을 피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프로그램 버그가 발생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은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판단한다. 이 사고는 현재의 자율주행차가 어떻게 사고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 VS 인공지능, 어느 쪽이 더 빠른가?

사람과 인공지능은 싸워야만 하는 존재일까? 그럴 리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사람을 더 잘 돕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것이 로보레이스와 협력기업들이 로보카를 개발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과 로봇 어느 쪽이 더 뛰어난 실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남아있다. 물론 이것은 사람을 꺾겠다는 인공지능의 야망이 아니라, 사람 스스로가 만들어낸 궁금증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사람이 같은 레이스카를 몰아 기록을 잰다면 조건도 공평하다. 과연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로보카는 사람이 탈 수 없는 무인 레이스카지만, 연구용으로 사용되는 데봇은 사람이 탈 수 있는 차다. 영국 지네타의 LMP3 레이스카의 섀시에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했고, 인공지능과 사람이 각각 운전할 수 있다. 사람이 타지 않고 인공지능만으로 우전할 때, 드라이버의 체중만큼 가벼워지는 건 아직 덜 발달한 인공지능에 대한 배려라고 해두자. 운전석을 제외하고 섀시를 드러낸 것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냉각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데봇과 인간 드라이버의 대결, 그 결과는 어땠을까? 스포츠가 아닌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경쟁이라면 돌발 상황과 변칙적인 주행, 심지어 인간만이 가진 ‘반칙’을 전략으로 사용하는 비열함이 승패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과 인공지능은 적이 아닌 친구니까, 이 테스트는 정정당당한 승부로 서로의 실력을 알아보고 특히 인공지능의 약점을 파악해 보완하기 위함이다.

로보레이스는 지난 5월 10일, 포뮬러 E 로마 스트리트 서킷에서 데봇을 인공지능, 그리고 미국의 드리프트 드라이버 라이언 터크(Ryan Tuerck)가 운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전기 레이스카가 내는 있는 그대로의, 엔진의 폭발음이 아니라 기계 모터가 내는 특유의 작지만 날카로운 소리가 인상적이다.

테스트 주행의 결과는 라이언 터크가 더 빨랐다. 라이언 터크는 로마 스트리트 서킷에서 1분 51초 8의 랩타임을 기록했는데, 데봇의 랩타임은 2분 18초 4의 기록으로, 라이언 터크의 기록에 비해 24%가 느리다. 두 드라이버 모두 익숙하지 않은 서킷을 안전하게 달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겠지만, 그럼에도 라이언 터크는 데봇의 주행을 보고 ‘브레이킹이 너무 늦다’고 평가한다. 아직까지는 인간이 로봇을 실력으로 누를 수 있으니, 인공지능에 지배당할 걱정은 안 해도 될지도.

그러나 로보레이스는 지금도 인공지능을 개선하고 있으며, 데니스 스베르들로프는 올해 말이면 로보카가 휴먼 드라이버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의 주행실력이 작년과 비교해 놀라울 만큼 진화해 보이지는 않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축적된 기술이 모여 시너지를 일으키며 갑자기 급속도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특히 기계고장이 없다면, 로봇 레이스카는 이론상 실수 없는 완벽한 주행이 가능하다. 기계의 컨트롤이 사람보다 늦는다면, 그 지연시간까지 계산해서 반영하는 엔지니어어의 능력이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는 초당 몇 천 번의 센서 감지와 서보모터로 움직이는 레이스카가 사람 이상으로 빠르고 정확한 조작이 가능한 경지에 이르렀다.

사람이라면 운전하면서 불안감을 느낄만한 미완성의 차라도, 기계는 주변 환경을 바탕으로 계산을 통해 최적화된 운전을 한다. 속도와 관성, 노면의 마찰력을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이상적인 곡선을 그리며 코스를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작년의 사고, 벽이 있다는 알면서도 피하지 않고 달리는 모습에서 인공지능의 미완성을 본다. 이것이 기계와 사람의 차이며, 이런 오류가 100% 발생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기계에게 안전을 맡길 수 있다.

물론 언젠가 완벽에 가까운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우리는 운전을 자동차에게 완전히 맡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훌륭한 운전 실력을 가질 날이 오는 것도 머지않았다고 여겨진다. 아마 스톱워치의 1/1000초를 감지하며 스로틀과 브레이킹을 조작하는 천재 드라이버가 아니고서야 사람이 기계를 이기는 것이 수학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 ‘현실세계의 사이버포뮬러’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올해 10월, 로보레이스가 정식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10개의 팀이 20대의 로보카로 출전하게 된다. 포뮬러 E의 서킷에서, 처음에는 데모 레이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레이스의 순위보다도,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레이스 자체를 홍보하는 것이 우선이 될 것이다.

레이스에 참가하는 ‘로보카’들은 차체의 물리적인 성능이 모두 같지만, 프로그래밍 된 인공지능은 팀마다 다르다. 어느 팀의 인공지능이 모는 레이스카가 가장 빠를까? 어떠면 인간이 빠진 모터스포츠라며 아쉬움을 느끼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로보레이스는 기계의 무대가 아니다. 여전히 인간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도전과 성취의 무대다. 다만 주인공이 드라이버가 아닌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로 교체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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