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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르부르크링의 전설 956, 그리고 새로운 전설을 준비하는 포르쉐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 승인 2018.05.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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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첨단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자동차가 등장한다. 메이커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기존 기술을 발전시키며 더 나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 최전선이 바로 레이스고, 레이스카에는 메이커의 모든 기술과 에너지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때문에 역사에 이름을 새긴 레이스카는 단순히 빠른 차가 아니라, 한 시대의 기술력과 그 한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로서의 가치가 있다.

포르쉐는 얼마나 대단한 자동차 메이커인가? 글쎄다. 누군가는 포르쉐가 최고라 이야기 할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메이커를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포르쉐가 어떻게 전설적인 메이커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한다면, 포르쉐라는 메이커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순수하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으리라.

많은 사람들이 페라리 하면 F1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포르쉐의 무대는? 포르쉐는 내구레이스의 강자였다. 과거에도 현재도 포르쉐는 르망24시와 뉘르부르크링 1,000km 같은 초장거리 레이스에서 라이벌들을 압도하는 강세를 보였고, 더 나아가 미국의 캔암과 같은 레이스 무대에서도 괴물 취급을 받는 메이커였다. 1970년대의 명기 917은 지금도 당대 최고를 넘어 역사상 최강의 레이스카 중 하나로 회자되며, 1980년대의 명기인 956은 우승컵을 혼자 쓸어가며 르망24시를 재미없게 만들어버린 주범 중 하나다.

1987년 이후 한동안 ‘시시한’ 르망24시를 떠났던 포르쉐 웍스 팀은 1996년 911 GT1으로 복귀한다. GT1 클래스 레이스카로 르망프로토타입을 압도하는 실력을 보이며 우승을 차지한 포르쉐는 98년 다시 은퇴, 2013년 복귀해 919 하이브리드 LMP1 레이스카로 2015-2017년까지 3년 연속으로 르망24시 LMP1 클래스 우승을 차지하며 그야말로 내구레이스의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해왔다. 그리고 포르쉐는 올해도 다시 르망24시의 20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뉘르부르크링의 전설, 포르쉐 956C

“뉘르부르크링에서 누가 가장 빠르냐?”는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서킷은 엄청난 고저차와 수많은 코너로 가장 가혹한 서킷이라 불리며, ‘녹색 지옥’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에서 가장 빠른 차가 일반 도로에서도 가장 빠를 것이라는 상징성을 자동차 메이커들도 의식하고 있고, 매년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이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들고 나와 차의 빠름을 자랑한다. 하지만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의 최강자 타이틀은 1983년 이래 ‘여전히’ 포르쉐가 보유하고 있다.

1982년, 포르쉐는 F1 월드챔피언이자 르망24시에서 6번이나 우승하며 ‘르망 마스터’라 불리게 되는 전설적인 드라이버 재키 익스(Jacky Ickx)의 956B를 필두로 르망24시에서 1, 2, 3위를 독식하며 완벽한 우승을 차지한다. 그리고 1983년 5월 28일, 스테판 벨로프(Stefan Bellof)는 956C로 뉘르부르크링 1,000km 내구레이스를 위한 테스트주행 중 6분 11초 13이라는 랩타임을 기록한다. 비록 레이스 본선에서 스테판 벨로프는 사고로 완주하지 못했지만, 이 주행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뉘르부르크링의 전설로 남아있다.

스테판 벨로프는 1985년 스파-프랑코샴프에서 사고로 사망한다. 1984년 스테판 벨로프와 이몰라 1,000km 내구레이스에서 함께 포르쉐 956을 몰아 우승했던 베테랑 드라이버인 한스 요아힘 스턱(Hans-Joachim Stuck)은 벨로프와 포르쉐 956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당시 이탈리아에서의 경기는 나에게 매우 중요했습니다. 956은 나에게 새로운 레이스카였고, 스테판은 이 그라운드이펙트가 적용된 레이스카를 모는 법을 가르쳐줬습니다. 나는 그에게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내가 포르쉐에 합류했을 때, 나는 왜 그 차가 무적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어떤 변속 문제도 없었고, 브레이크는 우수했으며 엄청난 다운포스 덕분에 매우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 할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 차는 땅에 달라붙었습니다. 내게 있어 956을 노르드슐라이페에 다시 한 번 가져가는 것은 세계적 수준의 기회입니다. 정서적으로, 정말 다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입니다.”

한스 요아힘 스턱은 1986년과 1987년 포르쉐 956과 962C 레이스카를 몰아 르망24시 우승을 차지했던 드라이버다. 그리고 포르쉐는 올해 뉘르부르크링 24시에서 이 전설의 레이스카를 오는 5월 12일, 20만 명의 대중 앞에 다시 한 번 선보인다. 한스 요아힘 스턱이 운전하게 될 956C는 섀시 넘버 005번으로, 1984년 세계선수권에서 잭키 익스와 요한 마스가 몰았던 차다. 원래는 담배 회사 로스만(Rothmans)의 로고가 새겨져있었지만, 현재는 상업적인 이유로 ‘Racing’으로 대체되었다. 참고로 벨로프가 타고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기록한 차량은 섀시 넘버 007번으로, 이번에 선보일 차량과 같은 사양이었다.

 

No.1을 따르는 새로운 No.1

한편 포르쉐는 작년 르망24시와 세계내구선수권(World Endurance Championship, WEC)에 출전해 우승한 레이스카인 919 하이브리드를 베이스, WEC의 규정에서 벗어나 최고성능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919 하이브리드 에보’를 선보였다. 지난 4월 12일, 919 하이브리드 에보는 벨기에의 스파-프랑코샹 서킷에서 F1 랩타임을 능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때 919 하이브리드 에보의 기록은 최고속도 359km/h, 평균시속 245.6km/h, 1분 41초 770의 랩타임으로 작년 루이스 해밀턴이 세운 F1의 폴 포지션 랩타임인 1분 42초 553보다 빠르며, WEC 폴 포지션 기록보다는 무려 12초가 더 빠르다.

포르쉐는 오는 5월 12일,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 개막 전 919 하이브리드 에보의 데모 런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의 주행은 세이프티 카의 뒤를 따라 서킷을 도는 이벤트이기에 새로운 기록이 세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레이스 전,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다.

포르쉐 레이스카의 제킨 넘버는 과거에도 레이스의 1번을 차지했고, 지금도 1번으로 기억된다. 919 하이브리드 에보는 포르쉐의 최고속 레이스카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언젠가 훗날, 다시 한 번 포르쉐가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경신할 날을 기대해보자. 포르쉐의 진정한 맞수는 F1도 아니다. 포르쉐는 과거의 포르쉐를 능가할 때 비로소 새로운 전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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