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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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웨이에서 만나본 럭셔리 SUV 벤테이가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가 ‘벤테이가 트랙데이’를 진행했다. 벤틀리는 일반 도로에서도 자주 보기 힘든 차량인데, 이런 고가의 럭셔리 차량으로 트랙데이를 진행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벤테이가로 오프로드 코스와 서킷에서 달릴 수 있는 기회는 더욱 흔치 않은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벤틀리라는 메이커에 대해 잘 파악해보면 벤틀리가 모터스포츠에 대한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자부심 또한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일반 도로에서 시승하지 않고, 서킷에 달리면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하는지 대략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에 가장 빠른 속도의 SUV 타이틀을 가졌던 벤테이가가 오프로드 코스를 달린다니, 오프로드에서는 또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또 다른 기대감이 들었다.

 

긴장과 함께 무사히 통과한 오프로드 코스

오프로드 코스는 이러했다. 실제 산으로 들어가지 않고, 가상의 구조물을 설치해 그 위를 저속으로 통과하는 코스였다. 첫 번째는 1~2개의 바퀴가 허공에 있도록 깊고 울퉁불퉁하게 설계한 코스이다. 등산할 때 계곡의 험난한 바윗길을 지나가는 체험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운전석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언덕을 좌우 롤 방향으로 기울어진 채 전진하는 코스이다. 마지막은 30도의 인공 경사면을 올라가는 것이다.

벤테이가는 가변적으로, 차체 높이를 4단계로 조절 할 수 있다. 오프로드를 체험하기 위해 차고를 최대로 높였다. 드디어 첫 번째 코스를 진입했다. 바퀴가 옆으로 빠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언덕의 높낮이가 차이가 무척 커 보여서, 실내가 많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흔들림이 적었다. 여기에 주행모드에 따라 변화되는 추종성 좋은 서스펜션이 작동하는 모습은, 센터페시아의 LCD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코스는 첫 번째 코스에서 너무 긴장한 탓인지 생각보다 가볍게 통과했다.

마지막 코스인 30도 경사면은 인스트럭터와 운전을 교대했다. 인스트럭터가 주행하면서 코스 주행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급경사 코스는 오프로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코스다. 바로 진출입 각도와 미끄러지지 않고 어느 각도 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를 말하는 차량의 ‘등판 능력’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벤테이가는 기울기가 35도인 경사까지 주행 가능하다고 한다. 수치상으로 30~35도를 보면서 ‘이게 경사야?’ 하고 웃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을 해보니 차량이 뒤로 뒤집히는 줄 알았다. 앞을 보니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고, 하늘만 보였다. 어라운드 뷰를 통해 전방 상황을 확인하면서 조금씩 전진했다. 등판이 시작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스트럭터가 차량을 경사 중간에 세웠다. 30도 경사도에서도 차량이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멈춰섰다고 한다. 차중이 2.5톤이 넘는 무거운 차체가 ‘조금은 밀릴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상시 4륜구동 덕분에 차량이 뒤로 밀리지 않고 서 있다가 부드럽게 오르막 경사를 올라갔다. 내리막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힐 어시스트 기능만을 이용해서 내려갔다.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앞쪽으로 쏠린 무게 때문에 전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려가면서 놀라웠던 건, 불안하지 않게 저속으로 정주행하면서 타이어가 바닥에 부드럽게 터치다운을 한 점이다. 그리고 귀에 거슬리는 도그기어의 위이잉 거리는 회전소리라던가,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급격하게 풀었다 잡았다하는 듯한 불쾌한 느낌은 전달되지 않았다.

 

트랙에서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부드러움과 강인함

온로드 서킷은 기자 3명과 인스트럭터 1명으로 한 조를 이뤄, 총 4명이 한 차량에 탑승하여 주행했다. 기자 한 명당 서킷을 각기 3랩씩을 돌았으며, 마지막에는 인스트럭터가 스티어링 휠을 잡아 트랙을 빠르게 도는 서킷 택시 드라이브의 순서로 이어졌다. 3랩 중 첫 번째 랩은 컴포트 모드로 주행하고, 이어 두 번째 랩에는 스포츠 모드로 주행을 하여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서스펜션 댐핑과 좌우 롤의 차이를 느껴봤다. 마지막은 쿨링 랩이었다. 쿨링 랩은 원하는 대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주행풍으로 엔진이나 브레이크 등을 식히는 랩이다.

정지 상태에서부터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4초대인 벤테이가의 성능을, 스피드웨이 트랙 위에서 느껴 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 벤테이가는 6리터 트윈 터보 W12 엔진을 후드 아래에 품었으며, 최고 출력은 608마력에, 1,350rpm에서부터 최대토크 900Nm를 내뿜는다. 벤테이가의 운전석에 앉은 순간, 오프로드 때 보다 더욱 긴장감이 돌았다. 운전석 시트를 조절하면서 ‘이런 괴물 같은 스펙의 차량을 서킷에서 제대로 다룰 수 있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로의 주행은 각기 코너를 돌 때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컴포트 모드는 그야말로 편안한 주행이었다. 서킷 위에 고귀한 귀족이 운전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연상케 했다. 스포츠 모드는 컴포트 모드일 때 보다 가속 페달과 스티어링의 반응 속도가 빨라졌다. 코너에서도 확실하게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으며, 롤 억제력이 증가하면서 코너를 이전 랩보다 빨리 빠져나간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눈앞에 직선 구간이 보이자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엔진 소리가 바뀌며, 벤테이가가 부드럽게 치고 나갔다. 얌전했던 괴물의 목줄을 풀어주는 순간, 야성을 마구 내뿜는 것 같았다. 스포츠 모드일 때는 거칠어진 차량의 거동 때문에 충돌사고를 내지 않으려고 스티어링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웠으면 차량 안에서 대화하는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마지막 랩에서 정신을 차리면서 벤테이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벤테이가는 최고 속도 301km/h를 낼 수 있다. 그리고 동력 배분은 전륜 60, 후륜 40으로 하며, 전기모터를 이용해 앞뒤 바퀴의 동력배분을 제어한다. 좌우의 바퀴는 차동 제한 디퍼런셜(LSD)을 통해 헛도는 바퀴로의 동력 전달을 즉각적으로 차단한다. 한편 차체는 48V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 시스템으로 롤링을 제어한다. 48V 다이내믹 라이드 서스펜션이 양산차에 적용된 것은 벤테이가가 처음이다. 벤틀리의 창업자인 월터 오웬 벤틀리는 빠른 차를 만들기 위해, 좋은 차, 동급에 최고인 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그 목표 중에는 벤테이가가 포함되어 있다.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 보여줬던 벤테이가. 럭셔리한 내외관을 포함하여 창업자의 목표에 달성한 차라고 본다.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의 패트릭 키슬링 매니저는 “여러 트랙에서 많은 차를 타봤을지라도 벤테이가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실제로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벤테이가라는 하나의 차량에서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느껴 볼 수 있는, 벤테이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정말 특별한 시승행사였다. 참고로 벤틀리 벤테이가의 판매 가격은 3억 4,9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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