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라고 하면 여성적이고 섬세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어지간한 자동차 광이 아닌 이상에야 모터스포츠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는 많지 않을듯한데,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했던 프랑스차들을 보면 역시나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마치 마지막 자존심인양, 그것까지는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인것 처럼 아름다움의 요소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프랑스 메이커 DNA에 녹아있는 일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알피느(ALPINE)’가 그랬다. 1955년 세워진 프랑스의 작은 자동차 메이커였던 알피느는 ‘A106’을 시작으로 유럽의 모터스포츠에서 명성을 떨쳤다. 특히 1962년 공개되었던 ‘A110 베를리네타’는 수많은 랠리에서 우승하고, 심지어 1973년 알피느를 제조사 부문 월드 랠리 챔피언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전설적인 모델이다. 레이서 마니아 중에서는 아직도 A110 베를리네타 얘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커지는 사람들이 있다. 알피느는 이처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골수라고 할 정도의 애정 깊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메이커다.

이후 안타깝게도 알피느는 르노에 인수되었고, 1991년 이후 명맥이 끊어지며 한때 사라진 전설로 취급받기도 했다. 모터스포츠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안타까운 역사가 어디 한둘인가. 하지만 알피느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존재감이 사라진 알피느를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아쉬움을 잘 알고 있었다는 듯 르노가 알피느의 재건에 나섰다. 르노는 전설이었던 알피느 A110의 부활과 함께, 알피느를 모터스포츠 분야의 서브브랜드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2012년 공개된 알피느 A110-50 콘셉트를 시작으로 르노는 알피느 브랜드의 부활을 선언했다. 2013년에는 르망24시 내구레이스에 참가해 LMP2 클래스 우승으로 알피느 브랜드의 모터스포츠 복귀를 선언했고, 작년에는 알피느 A110의 양산 모델을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하기에 이른다. 알피느의 전설을 아쉬워했던 알피느 팬이라면 환소성을 지르고도 남을 디자인과 존재감이다.

고성능 스포츠카 알피느 A110은 르노가 전설의 부활을 위해 작심하고 만든 미드십 스포츠카다. 전설의 부활이라는 콘셉트답게 선대 알피느 A110을 똑 닮은 얼굴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는 쿠페로, 클래식한 외관에 섀시와 보디패널은 최신의 알루미늄 아키텍처를 사용한 매력 있는 반전을 보여준다.

과거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할 때 포르쉐와 라이벌 구도를 그렸던 알피느, 새롭게 태어난 알피느 A110의 경쟁자로는 포르쉐 카이맨이 거론된다. 2인승 쿠페라는 점을 빼면 완벽하게 닮은 라이벌은 아니다. 알피느 A110에는 최대출력 252마력을 내는 1.8리터 터보엔진이 장착되며, 알피느 전용으로 개발된 게트락의 7단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이 장착된다.

알피느 A110은 포르쉐 카이맨보다 엔진 최대출력에서 약 100마력이 뒤진다. 그러나 스피커의 크기까지 줄여가며 경량화에 집착한 덕에 공차중량은 1,080kg에 불과하며 이는 포르쉐 카이맨보다 무려 260kg이 더 가볍다. 덕분에 0-100km/h 도달시간은 4.5초에 불과하고, 그야말로 랠리카의 혈통을 이은 놀라운 핸들링 성능을 이끌어냈다.

올해 제네바 모터쇼를 위해 르노는 알피느 A110의 새로운 버전을 준비했다. 작년의 한정판 프리미어 에디션과 달리, 이번에는 양산모델을 위한 트림으로 흰색으로 칠해진 트랙중심의 모델인 ‘퓨어’, 인테리어를 카본과 가죽으로 꾸민 보다 화려한 GT스타일 모델 ‘레전드’가 등장할 예정이다. 또한 아직 정확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르노가 기존 모델보다 50kg 더 가벼워지고 엔진 출력은 300마력을 더 높인 스포티한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알피느 A110은 다시 한 번 모터스포츠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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