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신형 기아 K3가 최초로 공개됐다. 기아차가 K3를 발표하면서 여러가지 이슈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는데 람보르기니와 K3가 대결하는 2분짜리 영상을 소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제목만 놓고 보면 오래 전, TV광고에 나온 포르쉐 911을 아우토반에서 가볍게 눌러버리는 국산차 같은게 아닐까 의심부터 든다. 이번에도 허위광고를 보여줄까 두려웠지만 다행히 서구식 개그 스타일로 밝혀졌다. 기아차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실용성을 기준으로, 자사의 세단 K3(북미명 포르테)와 슈퍼카 아벤타도르를 재미있게 비교했다.

기아차가 아무 이유 없이 아벤타도르를 선정한 것은 아니다. 북미시장에서 토크밴드가 크고 넓은 머슬카가 사랑받는 것은 아메리카 대륙을 좀더 편하고 실용적으로 횡단하기 위함이다. 배기음이 좋거나 높은 마력의 엔진으로 속도만 빠른 불편한 차를 원치 않는다. 만일 닷지 바이퍼나 머스탱 GT500 같은 차량을 비교했다면, 자존심 상한 사람들이 행사장에서 엄청난 야유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실용성으로 비교한 람보르니기 아벤타도르는 신형 K3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일단 레이스 트랙에서 둘을 ‘세워놓고’ 비교하기 때문이다. 아! 어째서 돈 셀레스티노의 미친 투우 소를 경기장에 데려와서는 가만히 묶어만 놓는가.
(※돈 셀레스티노: 돈 셀레스티노 쿠아드리 비데스, 유명 투우 소 아벤타도르의 주인)

영상에서 첫 번째로 비교하는 것은 승하차 편의성이다. 아벤타도르는 열었을 때 위로만 움직이는 시저 도어(Scissors: 가위) 두 개가 달려있다. 상당히 좁은 국내 주차장 사정에서는 이보다 좋은 도어 방식이 없겠다. 하지만 몸이 통과할 공간이 생각보다 좁다. 그에 비해 K3는 바깥으로 밀면 넓직하게 열리는 전통적인 도어가, 무려 두 배나 많은 4개가 있다. 점수는 1대 0으로 K3의 첫 승리다.

두 번째 비교는 적재공간이다. K3의 뒤쪽에는 키를 가지고 접근하면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가 적용되어 있는 반면, 아벤타도르는 미드십 차량이라 뒤쪽에 커다란 V12 자연흡기 6.5리터 엔진뿐이다. 아, 앞쪽에 트렁크가 있긴 한데, 작은 가방밖에 들어가질 않는다. K3는 요가매트를 비롯한 많은 물품이 들어가고도 트렁크 용량이 넉넉하다. 두 번째는 2대 0으로 또 K3의 승리!

인테리어쪽으로 가보면 K3는 센터페시아에 외장형으로 된 8인치 터치스크린이 장착되었다. 반면 경쟁자 람보르기니는 스크린에 직관적으로 터치가 안 되고, 조작하는 버튼들이 엄청나게 많다. 또한 K3는 센터페시아 아래쪽에서 휴대폰 수납공간이 있고, 여기서 무선충전이 된다. 이에 비해 람보르기니는 휴대폰을 편하게 놓을 자리조차 없다. 점수는 3대 0으로 K3가 세 번째 승리했다.

신형 K3의 운전석은 전동식 조절 시트이다. 또 사람이 타고 내리는게 쉬우며 온가족이 탈 수있는 좌석이 아벤타도르에 비해 3개나 많다. 반면 아벤타도르는 딸랑 좌석이 두 개밖에 없다. 아벤타도르에 부모가 타고나면, 자녀들은 탈 곳이 없어 각자 짐을 챙긴 채 멀뚱멀뚱 서있다. 이윽고 아벤타도르가 아이들을 뒤로 한 채 떠난다. 자녀들이 전부 성장해서 자립하지 않는다면 람보르기니는 1인 1가구 차량으로 절대 구입해선 안될것 같다. K3가 네 번째 승리하면서 점수는 4대 0이 된다.

그런데 K3가 아벤타도르를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었으니, 바로 속도. 차량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짐을 나르는 도구이건만... 여기에 시간이라는 자원을 넣으면 K3가 명백하게 불리하다. 나레이션은 “사실, 람보르기니는 조금 빠르다. 원래 빨리 달리는 차이다”라며 경쟁자 람보르기니를 인정하는 쿨함을 보였다. 점수는 4대 1로 아벤타도르가 1점을 가져간다.

자원을 사용함에 있어서는 항상 효율을 생각해야만 한다. 700마력을 내는 아벤타도르의 차량 가격은 무지 비싸지만, K3는 미국 기준, 단지 40만 불이면 살 수 있다. 대략 계산해서 아벤타도르를 사는 대신 신형 K3를 15대는 살 수 있다는 뜻이다. 5인 가족이 한 대씩 몰고 다녀도 무려 10대가 남는다. 이처럼 신형 K3는 람보르기니보다 훨씬 좋다. 최종점수는 5대 1로 K3의 완벽한 승리이다. 여기까지 거짓말은 하나도 없다. 모두 진실이다. 물론 판단이야 결정하는 사람의 몫이지만 말이다.

오토쇼라는 곳이 이전에는 어마어마한 고성능 슈퍼카와 콘셉트 카들이 널린 살벌한 경연장이기도 했다. 단순한 준중형 세단의 신형 모델 발표에서 관람객들의 흥미를 잃지 않게 자신들의 강점을 홍보한 기아차의 방식은 재치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노련하다. 영상을 기획한 사람은 북미시장의 이해와 실 사용자들의 용도를 잘 이해했다고 판단된다. 국내에선 잘 보여지지 않는, 서구식 자학개그 광고는 북미에서 비단 자동차 뿐 만이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제품, 바이크 등 여러 가지 제품에서 볼 수 있을만큼 흔하다. 앞으로 이런 재치있는 광고영상을 국내에서도 만나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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