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닉세그가 칼을 갈았다. 부가티 베이론, 시론의 기록을 깨고 코닉세그 아제라 RS가 무려 5개의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최고속 하이퍼카의 왕좌에 올랐다. 코닉세그는 아제라 RS의 최고속도 기록 수립 과정을 운전석 온 보드 카메라 영상으로 공개했다.

2017년 11월 4일, 코닉세그는 네바다 파럼프의 폐쇄 도로에서 양산차의 세계 최고속 기록 수립에 도전했다. 팩토리 드라이버인 니크라스 릴하(Niklas Lilja)가 1360마력의 괴물의 고삐를 잡았고, 최고속 타이틀 뿐 아니라 무려 5개의 신기록을 동시에 경신했다.

부가티는 얼마 전 시론의 ‘가속-정지’ 기록을 공개했지만, 아직까지 최고속 기록은 베이론이 갖고 있었다. 타이어의 한계를 이유로 들었지만, 일부러 성능을 드러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코닉세그는 이런 ‘감질나는 장난’을 치는 대신 곧바로 최고속도에 도전했다. 그것도 활주로나 소금사막이 아닌 일반 도로를 달렸다.

가속성능이 아닌 최고속도 측정이기에 스타트 직후는 느긋한 페이스로 가속이 이루어졌다. 엔진의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드라이버는 서서히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아 300km/h에 도달하면서부터 엔진을 쥐어짜기 시작했고, 5.0리터 바이터보 V8 엔진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마지막 힘까지 쥐어짠 아제라 RS가 도달한 속도영역은 450km/h에 아주 조금 못 미치는 ‘평균 최고속도’ 447.19km/h. 부가티 베이론이 리미터를 제거한 상태에서 세운 431.07km/h의 기록을 아득히 멀리 날려버렸다. 16.12km/h의 차이는 기록경쟁의 세계에서 1광년만큼이나 머나먼 차이다. 평균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도달한 최고속도는 457.94km/h에 이른다.

또한 아제라 RS는 최고속도와 함께 가속에 대한 기록을 함께 보유하게 되었다. 스타트 직후 타이어를 태우며 가속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0-400-0km/h 도달시간은 33.29초, 부가티 시론보다 약 9초나 더 빠르다.

또한 서킷과 같은 특수 환경이 아닌 공공 도로에서 1km, 1마일을 주파하는 평균 속도는 각각 445.63km/h, 444.76km/h를 기록했다. 이는 1938년 메르세데스-벤츠가 세운 것을 약 80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가장 빠른차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부가티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각인되어 있었지만, 이를 깨기 위해 코닉세그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부가티는 시론의 최고속도가 463km/h라 주장하지만, 리미터와 안전을 이유로 기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여줄 수 없는 기록이라면 인정받지 못한다. 이로서 명실공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는 코닉세그 아제라 RS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부가티 시론은 여전히 코닉세그 아제라 RS의 최고속 타이틀을 뺏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경쟁자다. 그리고 헤네시나 SSC 같은 제3, 제4의 자동차 메이커가 새로운 하이퍼카로 도전장을 내밀지도 모른다. 이미 극한의 영역에 이른 자동차 메이커들의 경쟁은 단순한 타이틀매치가 아니다. 인류의 한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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