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0km를 우습게 돌파하는 최신 슈퍼바이크를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이들에도 과거형이 있다. 과거의 스포츠 바이크는 당시의 최신 기술을 사용해서 더욱 아날로그틱한 싸움을 벌였다. 그런 스포츠 바이크 챔피언십을 재현한 경기가 유럽에서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올해 두 번째 유로피안 클래식 내구레이스 챔피언십(European Classic Endurance Championship)의 무대였던 Spa Francorchamps 레이스에는 스즈키의 오래된 스포츠 바이크도 출전했다.

영국의 인기 TT 레이서인 Guy Martin이 Pete Boast와 함께 팀 클래식 스즈키의 80년대의 도로용 스포츠 바이크, ‘카타나’를 타고 7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벨기에의 상징적인 4.4마일 서킷을 안개비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4시간 내내 달려 총 56랩을 완주했다.

선수 Guy Martin은 이 서킷을 처음 달려봤고, 팀 메이트인 Boast는 이 기회에 스즈키의 클래식 바이크를 처음 타보게 됐다. 연습과 예선 경기 동안 팀 크루들은 스즈키 카타나에 각각 다른 기어링과 서스펜션 설정을 포함한 다양한 테스트를 시도했다. 또 세밀한 연료 공급 세팅을 바꾸는 등 다양한 면에서 선수들의 취향으로 다듬었다. 그렇게 해서 점차 선수들이 편하게 바이크를 조종할 수 있도록 맞추어 나간 것이다.

하루 종일 안개비 내리던 서킷은 노면이 축축했다. 레이싱 팀은 그리드에서 12번째 그리드에서 시작했고 Guy Martin은 순위를 꾸준히 올려 9위까지 올라섰다.

바이크를 이어 받은 Boast는 전 영국, 유럽의 플랫 트랙 챔피언답게 잘 달렸다. 그의 헬멧은 습기로 가득 차서 다소 문제가 됐지만, 일관되고 경쟁적인 랩타임을 기록하며 두 번째 피트 스톱에서 8위를 차지했다.

밤이 어두워질수록 팀은 페이스를 올려 상위 10위 안을 계속 유지했고, 효율적인 피트 스톱과 연료 보급 덕분에 7위까지 올라서고 있었다.

그런데 Martin이 여섯 번째 순위를 향해 달리고 있을 때 세이프티 카가 진입했다. 바닥에 오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20분을 남기고 적기가 발령됐다. Boast는 달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팀은 그대로 7위로 굳어졌다.

가이 마틴은 말했다. "적기(Red Flag)만이 당시 유일한 결정이었습니다. 많은 기름이 레이싱 트랙 노면에 흘렀고 비가 내려 축축했습니다.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치울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이 레이스는 우리 팀과 Pete,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는 피트 스탑이 잘 작동하는지, 이 머신이 젖은 상태에서도 잘 움직이는지, 그리고 어둠 속에서 시야가 확보되는지 등 말입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이 머신을 어디까지 밀어붙여도 되는지, 한계가 어디인지 알아내야 하는 점이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문제가 생겨도 알아차리가 어려웠고, 피트로 돌아가는 길은 아주 먼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잘 해냈고, 실수도 저질렀지만 아무도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큰 일을 해냈고 잘 끝마쳤습니다“라고 평했다.

팀 메이트 Pete Boast는 "우리는 상위 20위권 안에 들 수 있다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10위 안에 들었다. 7위를 한 것이니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영국 스즈키의 팀 데이비스 (Tim Davies)는 "이 얼마나 훌륭한 이벤트와 화려한 레이스인가요? 우리는 가이, 피트 그리고 팀 모두를 칭찬할 수밖에 없습니다. 꽤 나쁜 조건 속에서도 충분한 결과를 냈습니다.“

"우리는 좋은 경기를 위해 카타나에게 충분한 성능을 세팅했습니다. 그리고 상위 10위 안에서 끝내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달렸습니다. 바로 여기에 있는 우리의 카타나는 아주 멋진 바이크입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경주를 지켜보았고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말에 내구레이스 경주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고, 내년에 다시 돌아와 참전하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추후 참전 의사를 다시 한번 밝혔다.

소비자에게 팔렸던 80년대의 도로용 스포츠 바이크 카타나는 이렇게 새로운 도전에 성공했다. 시중에 팔리는 도로용 스포츠바이크였던 카타나는 레이스를 위해 튜닝이 가해지고 유명한 레이서가 가담해서 여전한 성능을 증명해보였다.

요즘의 슈퍼바이크처럼 전자기기가 알아서 해주는 것은 거의 없었다. 단지 감각에 의한 세팅과, 그리고 경험에 의한 레이싱만이 힘을 발휘하는 아날로그 레이싱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모든 초점을 카타나에게 맞춰 움직여야 했고 프로젝트를 실현했을 때 성취감은 최신 슈퍼바이크와 함께 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었다.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케 한 올드 스포츠 바이크의 레이스, 이들의 독특한 경험을 보며 단지 빠른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님을 깨닫는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