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의 모델이 된 버트 먼로. 그의 삶은 ‘꿈을 좇지 않으면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다‘는 영화 속의 대사로 축약이 가능할 만큼 진취적이었다. 그의 꿈을 향한 도전은 평생에 이르는 것이었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속도광의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15세부터 모터사이클을 타기 시작했으며 20대에는 본격적인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시작해 다양한 장르의 레이스를 경험했다. 1920년에 운명적인 모터사이클인 1920년식 인디언 스카우트를 구입하게 되었고 개조에 착수했다. 하루 16시간 동안 차고에서 작업하는 날도 있었고, 새로운 부품을 직접 개발해 자신의 인디언에 적용했다. 

본래는 최고속도 90km/h가 채 되지 않는 스카우트지만 10여 년을 개조한 끝에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스트림라이너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1938년에 첫 뉴질랜드 기록을 수립한 것에 이어 1950년대에는 그가 살던 뉴질랜드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되었다. 너무나도 빨라진 버트 먼로와 그의 인디언은 더 이상 뉴질랜드에서 최고속도를 측정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까지 가기로 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곳, 본네빌 소금 평야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다른 고난이었다. 그동안 모아둔 돈과 후원금을 모두 사용했지만 미국에서 활동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본네빌에서 달리기 위한 열망만으로 미국으로 가는 배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돈을 충당해야 할 정도였다. 천신만고 끝에 그는 인디언을 운송할 90달러짜리 낡은 왜건 차량을 사서 본네빌로 향했다. 이번에는 대회 사전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이 발목을 잡았지만, 먼로와 친구들의 노력으로 결국에는 대회 출전권을 얻게 되었다.

1962년, 그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대회에 참가하게 됐고, 개막전에서 1920년식 인디언으로 시속 288km/h의 속도를 기록하면서 883cc 미만 클래스 세계기록을 수립하는 데 성공한다. 당시 그의 나이 64세였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 만족할 버트 먼로가 아니었다. 그는 인디언 스카우트를 끊임없이 개조했고, 매년 신기록 수립을 위해 도전했다. 1966년에는 920cc로 보어 업 된 인디언으로 1000cc 미만 세계 기록을 경신했으며 이후에는 950cc까지 배기량이 올라갔다. 

영화 속의 명대사 ‘때로는 평생을 사는 것보다 5분을 빠르게 달리는 것이 더 소중할 때가 있다.’는 말처럼 1967년에 그는 최고의 5분을 보냈고 시속 295.453km이라는 공식기록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다. 비공식적 기록까지 포함하면 시속 331km라는 놀라운 기록 달성까지 성공하면서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 된 것이다. 

이후로도 비공식적인 활동은 계속됐지만 건강의 문제를 이유로 1975년에 경주용 라이선스가 취소되었고 곧이어 1978년에 사망한다. 하지만 도전으로 가득 찬 그의 삶은 사후에도 꾸준히 회자되었으며 2006년에는 AMA 명예의 전당까지 오르게 된다.

놀랍게도 그는 사후에도 세계신기록을 또 다시 경신하게 된다. 바로 그의 아들 존이 2014년에 기록 측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증명해낸 것이다. 이로써 버트 먼로의 1967년 기록은 사후 36년 후에 최고속도 296.2593km(184.087mph)로 수정됐고 본네빌에서의 ‘S-AF 1000cc' 클래스 기록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먼로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의 고향은 뉴질랜드의 관광지로도 개발되었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에서도 버트 먼로의 정신을 기리고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그의 머신의 정신적인 계승작인 ‘Spirit of Munro' 커스텀 바이크를 선보이기도 했고, 올해에는 먼로와 관련된 한정판 라이딩기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8월, 먼로의 기록 50주년을 맞아 본네빌 스피드 위크에는 특별한 라이더가 참가할 예정이다. 버트 먼로의 고향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척인 리 먼로(Lee Munro)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버트 먼로 챌린지를 비롯해 뉴질랜드 GP, 인버카길, 그레이마우스 등 뉴질랜드 내의 많은 대회에서 우승경력을 가지고 있다. Isle of Man TT에도 참전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이번 도전을 통해 버트 먼로의 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리 먼로는 버트 먼로를 기념하기 위해 인디언 모터사이클에서 제작한 ‘Spirit of Munro'를 타고 출전할 계획이다. 이 머신 역시 스카우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먼로의 머신을 재현하는 동시에 보다 완벽한 스트림라이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1131Ccc의 선더스트로크 엔진을 1350cc 수준까지 확장해 더욱 강력하고 완벽히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갖춘 스트림라이너가 완성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Spirit of Munro'는 마침내 버트 먼로의 혈육인 리 먼로를 만나 또다시 본네빌을 달릴 수 있게 됐다. 그 전에 리 먼로는 최근에 열렸던 엘 미라게의 경기에 겸해 참가했다. 기록 달성의 의미보다는 워밍업과 테스트를 겸한 것이다. 하지만 이 경기의 MPS-G 1350cc 클래스에서 우승하면서 이미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제 본네빌의 기록에 도전하는 것만 남았다. 리 먼로는 본네빌에서 MPS-G 1350cc 미만 클래스의 새로운 기록에 도전할 예정이고 계획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우선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함께하고 있고 리 먼로도 머신에 대한 만족감이 아주 크다. 아직까진 기존의 기록과 다소 격차는 있지만 이 역시 단단한 소금바닥에서는 엘 미라게에서보다 더 빠른 기록이 나올 것이다. 

영화의 흥행 덕에 인디언 하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이라는 수식어 떠오르지만 인디언에게 어울리는 말은 무엇보다 열정과 도전이 아닐까. 버트 먼로의 이야기도 그렇다.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우리가 그의 이야기에 끌리는 것은 놀라운 기록보다는 기록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 열정적이면서도 감동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언제나 꿈을 따르는 사람이었고 도전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세대를 뛰어넘어 리 먼로에게까지 전해졌다. 8월 12일에 펼쳐질 그의 도전을 응원해본다.

 

 

"힘들면 더 열심히 하고, 불가능하다면 더욱더 열심히 해라.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해내라. "- 버트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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