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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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 지프 감성에 마음껏 취하는 날 '지프 캠프 2017'

FCA코리아가 2004년부터 꾸준히 개최하고 있는 지프 캠프(Jeep Camp)는 올해로 13회째 맞이하며, 단일 메이커 이벤트 중에서는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쌓아오고 있는 이벤트 중 하나다.

지난 6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강원도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진행되었던 지프 캠프 2017에 1,000여 팀이 참가하며, 저마다 새로운 추억을 쌓았다. 특히, 이번 지프 캠프는 처음으로 지프 오너가 아니어도 참가할 수 있었던 만큼, 좀 더 다양한 사람이 지프의 맛을 느껴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말발굽을 해제한다

지프(Jeep)를 정의한다고 하면, 컨버터블 + 스페어 휠을 차체 뒤 쪽 또는 트렁크 문에 부착 + 4WD의 조건을 만족하는 SUV 차량을 ‘지프(Jeep)’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자동차 중에서는 상품명이 일반명사로 자리 잡은 유일한 모델이며, 예나 지금이나 SUV를 '짚차!'라고 얘기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프 이름이 가진 힘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이러한 지프의 힘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된 챌린지 파크는 웰리힐리파크의 슬로프를 이용해 만든 오프로드 코스다. 이미 길이 아닌 곳에 열어둔 부지이기에 지프가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장소였다. 아스팔트 위에서 운전하는 시간이 대부분인 사람에게는 어지럽고도 남을 만한 다채로운 코스지만, 어느 정도 안전을 확보하고 재현해뒀기에 지프 드라이빙 스쿨을 수료한 지프 오너라면 문제없이 즐길 수 있는 코스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참가자를 위해서 전문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다양한 종류의 지프 차도 준비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오프로드와 지프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지프의 여러 차종 중 '랭글러'는 지프의 정의에 가장 잘 맞아떨어진다. '더 오리지널 지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모델답게 지프 캠프에 마련된 모든 코스를 굴러 넘길 수 있는 모델이다. 뭐든 처음 접하는 것은 오리지널을 느껴봐야 한다. 주저 없이 올라탄 모델은 '랭글러 루비콘 2도어' 하드톱 프레임에 방수포가 씌워진 모델인데, 날이 좋아 시원하게 벗겨낸 상태였다.

코스의 첫 장애물은 사람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계단'이다. 기어를 드라이브 넣어두고, 록-트랙(Rock-Trac) 4륜 시스템은 '4륜 로우' 기어에 걸어둔 상태로 출발한다. 전자동이 아닌 기어봉을 손으로 집어넣어야 하는 이 시스템으로 랭글러가 평소에 신고 있던 말발굽을 벗어 던져 제 무대에서 뛰어놀 준비를 시킨다. 인간이 고상하게 걸어 다닐 계단 정도는 가속페달조차 건들 필요가 없었다. 인스트럭터도 별다른 조언이 없었다. "그냥 가시면 됩니다." 그래서 그냥 갔다. 그저 브레이크 페달만 살살 달래며 쿵덕쿵덕 리듬 타며 올라가면 그만이다. 가솔린 엔진이지만, 3.6L V6 펜타스타(PENTASTAR) 엔진은 넉넉한 배기량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여유로운 감각으로 바퀴를 굴린다.

다음은 위아래로 꿀렁꿀렁한 구간이다. 하지만, 인스트럭터는 바로 옆에 마련된 좌우로 번갈아 가며 꿀렁꿀렁한 구간으로 몰아가자고 한다. 마찬가지로 가속 페달 조작은 필요 없었다. 별다른 느낌 없이 약간 좌우로 흔들흔들하며 통과하는 중에, 스웨이바를 해제해 본다. 간단히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차체의 좌우 흔들림을 잡아주던 스웨이바를 풀어 줄 수 있다. 서스펜션의 동작길이가 길고, 높은 차체를 가진 만큼 포장길에선 스웨이바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필요 없다. 발이 자유롭게 풀린 랭글러 루비콘은 매우 무심하게 코스를 통과하고 있을 뿐이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통나무다리, 옆으로 기울어지는 코스 정도는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랭글러에게는 아무 감흥도 없는 곳이다. 약간의 흙먼지를 일으키며 슬금슬금 코스를 따라가니, 돌더미가 보인다. 코스 한가운데 지프 얼굴을 그려둔 돌이 쌓여 있기에 '분위기 잘 살리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그 돌더미 위로 손짓하는 수신호를 보았다. 수신호에 맞춰 앞 휠을 돌더미에 툭 올려두고 브레이크 페달을 놓았을 뿐인데, 커다란 바위 위를 쿵덕쿵덕 잘도 올라탄다. 다른 모델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스릴이 넘쳤을까 모르겠는데, 4륜 로우와 스웨이바가 해제된 랭글러 루비콘은 참으로 별다른 감흥 없이 코스를 통과해 어리둥절하면서도 순간, 십수 년 오프로드를 헤쳐온 베테랑 오프로더가 된 느낌마저 들지만, 그냥 랭글러가 너무 좋아서 그런 것이니 자만심을 항상 경계 할 필요가 있다.

슬로프 중 가운데에 위치하며, 똑바로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코스의 이름은 메가 트랙션. 겨울에는 슈퍼파이프 구간으로 쓰이는 곳을 거꾸로 기어 올라가는 구간이다. 이곳의 최대 경사도는 25.8도로 올라가는 지프의 의자에 올곧게 붙어 있으면, 시야에는 온통 파란 하늘만 들어온다. 그래도 이전 코스와는 달리 여기서는 가속페달을 눌러줘야 한다. 좌우로 방향을 돌리면 전복될 수 있으니 하늘을 바라보며 지긋이 3.6리터 6기통 엔진을 돌려주면, 너무도 쉽게 정복할 수 있다.

오프로드에서 유들유들함과 넉넉한 기어비로 만들어지는 토크로 여유롭게 장애물을 넘나들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당연하게도 프레임바디 형태의 차량이다. 모노코크 형태의 차체에 비하면 강성이 강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축거도 짧은 2도어 모델이라 포장길에서는 예상과 다르게 다소 뻣뻣한 모습을 보여준다. 짧은 포장길에서도 타이어 소리와 진동이 올라오는 것을 보아하니 데일리카로 함께 하기 위해서는 이해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가 뛰노는 곳은 역시 흙과 돌, 진창, 풀과 나무가 우거진 길이다. 이번에는 슬로프 사이에 우거진 나무 그늘로 인해 항상 습한 상태를 유지하는 구간을 지난다. 바퀴가 진창 속으로 쑥쑥 파고 들어가며 스티어링 휠에도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지지만, 록 트랙(Rock-Trac) 4륜 시스템의 크롤비는 무려 73.1:1 이기에 별다른 가속페달 조작 없이도 통과 할 수 있다. 크롤비란, 간단하게 타이어가 1회전을 완료하기 전에 엔진이 만들어내는 회전수 비율이다. 로우 기어가 존재하는 SUV의 크롤비가 30-40대 정도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73.1:1이라는 수치는 무시무시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차이가 가속페달 조작 없이도 바위를 쿵덕쿵덕 오르내리며, 진창길도 무심하게 지나 갈 수 있게 만든다. 

조금 더 진행하다 보니 웬 흙벽으로 돌진하라고 한다. 전방 접근각이 42.2도에 이르니 걱정은 없었지만, 앞바퀴를 올리고 나니 정말 하늘만 보인다. 진흙도 가미되니 더 오리지널 지프도 제자리에서 바퀴만 굴려댄다. 운전석 왼쪽 대시보드에 위치한 트루-록(Tru-lok) 디퍼렌셜 기어 잠금 스위치를 한 번 누르면, 뒤 쪽 디퍼렌셜 기어부터 잡아매기 시작한다. 스위치만 눌렀을 뿐인데, 랭글러 루비콘은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뒤로 밀리지 않고 버티고 서있다. 가속페달에 발을 슬쩍 올려 1,500rpm을 유지하니 이곳도 무심하게 통과할 뿐이다. 앞 디퍼렌셜 기어는 언제 써먹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포장된 아스팔트 위에서 기본 4륜 하이로 걸어볼 차례였다.

랭글러 루비콘은 전자동 4륜구동 시스템이 아니다. 구동 방식을 선택하는 레버는 트랜스퍼 케이스에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운전자가 직접 기어를 넣고 빼야 한다. 트랜스퍼 케이스의 기어는 상당한 토크가 전달되는 부분인 만큼 레버를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팔 근육이 갈라지도록 움켜잡자. 하지만, 기어가 걸리면 아무리 힘을 줘도 변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살짝 움직이는 상태에서 기어를 밀어 넣으면 비교적 쉽게 변속할 수 있다. 포장된 아스팔트에서는 역시나 단단한 프레임과 생각보다 단단한 편인 서스펜션으로 구름 같은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시원한 시야와 여유로운 스티어링 휠 조향각, 조절하기 쉬운 브레이크 페달의 움직임으로 미세하게, 부드럽게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 구간은 흙탕물을 뒤집어쓰면 된다. 비록 그 날은 새하얀 셔츠를 입었지만, 물이 튄다 한들 삶으면 되는 것. 펄쩍 뛰어들어 차체를 흙탕물에 담그고 올라오니 더 오리지널 지프의 본 모습, 날 것의 모습이다. 이런 비포장길은 군대에서도 느껴보지 못했기에 글로 표현하기 오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재미는 당연히 있을 뿐더러 다른 종류의 성취감도 대단했다. 인간의 정복욕을 채우면서 그에 따라오는 성취감일지도 모르겠다. 오프로드의 매력에 씌면 평생 간다던 한 지프 오너의 말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행사 기간 동안 챌린지 파크를 경험하고 돌아간 참가자가 상당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아이들 모두 한 차량에 탑승해 지프와 오프로드를 느끼고 온 가족 모두 너무나 즐거워하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이 모두 지프 캠프 2017에서 만들어 낸 것. 지프 랭글러 루비콘 이라면, 산과 들로 나가는 오프로드 드라이빙이 나 혼자만이 아닌, 가족 모두와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레저스포츠로 다가온다.

 

새로운 자동차 문화의 한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13년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자동차 행사가 몇 가지나 있을까? 지프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 용도가 사실, 절대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데다 레저문화의 역사가 깊지 않기에 분명 지속하기 쉬운 분야가 아니다. 13회를 맞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지프에 빠진 오너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날이 갈수록 규모는 커질 것이고, 이번처럼 지프 고객이 아니더라도 참가할 수 있도록 개방된 것은 앞으로 이쪽 문화를 이끌어 가겠다는 포부가 느껴지는 결정이라 생각한다.

이 후로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꾸준히 이어간다면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 이라는 것은 의심이 들지 않는다. 한정된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지 선택하는 것은 모두 우리의 몫이다. '짚차'를 타고 산과 들판을 누비는 것. 인생에 한 번은 해봐야 하는 일 중 하나라고 꼽으려 한다. 그것이 랭글러를 통하든 그랜드 체로키를 통해서든, 혹은 다른 SUV를 통하든 크게 상관은 없다. 이미 단순히 차를 가리키는 의미를 넘어선 '지프'가 얘기하고 싶은 것. 언제나 새로운 일에 도전 하는 삶. 이를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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