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서울 모터쇼 혼다 부스 한쪽에는 예상치 못했던 CB650F가 서 있었다. 비록 혼다 부스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무척이나 반가운 모습이었다. CB650F는 국내에서도 제법 인기를 누렸던 CBR650F의 네이키드 버전이다. 페어링이 없는 네이키드 버전이 인기가 없는 국내에서는 CBR650F의 존재 때문에 라인업에서 제외되었지만, 올해 마이너 체인지와 함께 등장하게 된 것은 주목해볼 만하다. 더 이상 혼다가 소극적인 기종선택만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흥행 면에서도 기대해볼 만하다. 아무리 네이키드 모델이 인기 없고 동일한 구성의 풀 페어링 모델이 존재하지만 네이키드 바이크만을 찾는 팬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다른 기종도 아닌 'CB'이름을 가진 CB600F 호넷의 계승작이니 말할 것도 없다. CB650F는 CBR650F와 마찬가지로 올해 상품성이 증가되고 ABS가 추가되어 국내에 등장하게 되니 네이키드, 특히 CB를 사랑하는 라이더라면 한 번쯤 눈길이 가는 모델이 아닐 수 없다. 

650F 형제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요약해본다면 혼다의 4기통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기종이다. CBR600F 시절부터 명성을 쌓아온 혼다의 수랭 4기통 엔진은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마이너 체인지와 함께 흡기와 배기 시스템에 변화를 줘 5,000RPM 이상에서의 체감 성능이 크게 향상됐고 기존 유로3 기준을 충족하던 83마력의 엔진은 유로4가 적용됐음에도 4마력가량 증가해 이제 11,000RPM에서 약 87마력을 보여준다. 부드럽고, 매력적인 사운드를 가지고 있고 적당한 출력과 펀치력을 보여준다. 또한 ‘혼다’다운 내구성을 가지고 있으리라 익히 짐작할 수 있다.

특출난 출력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이 기종의 용도를 생각해봐야 한다. 흔히 비교되는 CBR600RR과는 달리 트랙에서 빨리 달리기 위한 기종이 아니다. CB/CBR650F는 공도에서 부담 없이 즐기기 위한 기종으로 부드러움과 무난함이 장점이다. 와인딩, 투어링, 출퇴근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즐기기 위한 기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기종대비 낮은 출력은 다소 아쉬운 상황, 혼다에서도 출력에 대안 보완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보다 짧아진 2에서 5단 기어비 덕분에 기존보다 가속력이 훨씬 빨라진 것이다. 동시에 크루징을 위한 6단 기어까지 간편하게 도달할 수 있게 돼 본래 콘셉트인 다목적성도 함께 잡았다. 탑 기어에서는 어느 RPM 구간에서나 부드러운 가속이 가능해 편리한 크루징을 할 수 있다. 

새로운 41mm 쇼와 듀얼 벤딩 밸브(SDBV) 포크는 기존보다 한 단계 진화한 서스펜션으로 더 탄력적인 컴프레션과 리바운드 댐핑력을 갖춰 승차감과 핸들링이 개선됐다. 아름다운 알루미늄 포크 캡으로 운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덤이다.

기존 CBR650F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을 뽑아본다면 대부분 ABS의 부재를 생각할 것이다. 올해 체인지 모델은 2채널 ABS가 기본 장착되며 국내에도 ABS사양만이 들어오기로 해 더욱 매력적인 구성이 되었다. 프론트 브레이크도 개선된 니신 캘리퍼가 사용되어 제동성능에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 방식의 계기반은 구형 CB/CBR의 듀얼 계기반의 영향을 받은 듯 두 개의 화면으로 나뉘어 있다. 좌측 화면은 RPM, 속도 게이지 역할을 하는 반면 우측 화면은 오토미터와 연료상태, 시간 등 각종 정보가 표시된다. 고급스러운 모습은 아니지만 실용적인 구성이 혼다답다.

CBR650F의 디자인은 제법 날카로워 보이는 페어링과 의외로 커다란 덩치, LED 테일라이트 까지 전년식과 거의 동일하다. 유로4 적용과 효율성을 위해 배기시스템이 변경됐을 뿐이다. 하지만 헤드라이트 쪽은 할로겐 벌브를 사용했던 전 연식과 달리 풀 LED로 변경되어 훨씬 현대적인 인상이 되었다. 헤드라이트가 꺼진 상황에서도 매서운 느낌이다. 또한 헤드라이트 밑에 흡기를 위한 통로가 추가되었다. 이는 언급했던 것처럼 최대 출력향상 및 5,000RPM 이상에서의 성능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반면 CB650F는 이전 연식과의 차이가 명확하다. 마찬가지로 헤드라이트가 풀LED 타입으로 변경됐고 서브프레임 쪽의 슈라우드도 세련되게 변했다. 측면에서 보자면 네이키드 바이크 장르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Z형 사이드 패널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엔진의 조형미가 더 드러나게 됐다. 헤드라이트와 사이드 패널의 변경으로 인해 전체적인 실루엣의 느낌도 변화가 생겨 스트리트 파이터 스타일의 느낌이 물씬 난다. 

두 기종의 하이라이트는 시원스레 뻗어 나온 매니폴드다. 엔진부터 나와 머플러 바로 앞까지 이어지는 4-1배기 시스템은 파이프 오르간처럼 아름답다. 혼다에서도 이 점을 포인트로 내세우는지 어느 방향에서 봐도 4개의 파이프가 보이도록 절묘한 각도로 배치를 해놓았다. CBR650F도 배기관이 최대한 보이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언더 카울로 인해 아름다운 매니폴드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쉽다. 

최근 국내 혼다 라인업이 부실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X-ADV를 비롯해 CRF250랠리, CB1100RS, CBR1000RR SP를 선보이는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명성을 떨쳤던 CB400과 호넷 시리즈로 대표되는 미들 4기통 네이키드 라인업을 채워주는 CB650F의 의미는 몹시 크다. 

CB600F 호넷의 계승작으로서 CB650F가 과연 혼다 비어있던 부분을 완벽히 메워줄 구원투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CB650F가 혼다의 새로운 출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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