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8 금 13:50
상단여백
HOME 자동차 시승기 자동차 영상
6세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시승기, 하이브리드의 고정관념을 깨다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 승인 2017.04.25 08:30
  • 댓글 0

현대차가 그랜저 하이브리드 시승회 행사장에서 공식일정을 시작하며 기자들에게 새로운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특장점을 자동차와 사람이 가상으로 대화를 서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만든 광고였다. 약간 오글거리는 대사가 있기는 했지만 영상에서 말하고 싶은 점은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흥미로운 광고였다.

현대차는 이 광고에서 이번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사실 기자의 귀에는 차보다 사람이 말하는 대사가 귀에 더 쏙쏙 들어왔다. 광고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의 대사를 모아보면 대략 이렇다. “연비는 좋겠네”, “하이브리드니까 힘은 좀 모자랄 거고”, “코너링이나 반응속도에서 오는 재미는 떨어지겠지?”, “그렇게 잘 달리면... 하이브리드 치고는 좀 시끄럽겠네?”, “배터리를 채우느라 트렁크 공간이나 제대로 나오겠어?”, “아무리 그래도 연비 높이느라 많은걸 포기 했을거야, 안 그래?”, “그럼 내가 알던 하이브리드가 아닌데?”

이 광고에서 남자의 대사는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단점과 사람들의 인식을 거의 그대로 표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몇 년 전 기자의 친구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것과 비슷한 질문을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단어와 표현은 좀 달랐지만 대게 광고에서 나왔던 것과 비슷한 질문이었고, 어떤 질문은 광고 속 대사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사람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광고에서 현대차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리 그래도 연비 높이느라 많은 걸 포기 했을 거야, 안 그래?”라고 물어보는 사람의 질문에 자동차가 “그건 옛날 얘기고” 라고 대답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직접 경험해 봤다. 현대차가 말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의 현재를 말이다.

행사장 지하에 줄지어 서있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일반 그랜저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휠과 블루드라이브라고 새겨진 엠블럼. 그 둘만 제외하면 일반 그랜저와 딱히 차이점을 찾기는 힘들다. 당연히 주행 중에는 더 그렇다. 달리는 도중에 휠은 돌아가고 엠블럼은 크기가 작아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디자인이 일반 모델과 차별화되지 않은 모습은 요즘 대부분의 메이커에서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고 있다. 예전처럼 굳이 범퍼 같은 부분에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를 넣는다던지 엠블럼에 파랗거나 녹색 컬러는 넣는 것 자체가 촌스럽다거나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많아서일까. 이제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디자인을 달리하는 모델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행사에서 제품 설명을 담당한 현대차의 박상현 이사의 설명에서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디자인이 일반 모델과 동일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내에서도 하이브리드라고 차이점을 둔 부분은 찾기 어렵다. 물론 하이브리드의 특성상 계기판 같은 곳에서는 차이점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차이점은 크지 않다. 현대차가 실내 인테리어에서 강조한 부분 중 하나는 진짜 코르크 소재로 만든 도어트림이다. 역시나 하이브리드라는 사실, 친환경적인 느낌을 감성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최초나 세계 유일 같은 단어를 강조하기 보다는 운전자에게 친환경이라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서 이런 소재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실내는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소재와 느낌을 전달한다. 만일 그랜저가 현대차의 모델 라인업에서 예전의 위치에 있었다면 좀 더 고급스러워질 필요가 있다고 썼겠지만 지금이야 그랜저 위로도 더 고급모델이 존재하니 지금보다 더 고급스러워져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그랜저가 예전 쏘나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도 이 정도의 퀄리티면 충분히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역시나 출시하자마자 무섭게 팔려나가는 현대차의 최고 베스트셀러 모델답게 누가 운전하더라도 쉽고 적응하기 쉽게 만들어졌다. 이 정도면 감성적인 만족감과 실용적인 만족감도 충분히 적정선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랜저라는 이름을 들으면 꼭 뒷자리도 앉아보고 싶어진다. 그래도 한 때는 한국을 대표하는 성공의 아이콘이자 말 그대로 사장님차를 대표하는 모델이 아니었던가. 물론 쇼퍼드리븐 모델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랜저에서 뒷자리를 앉아보지 않으면 중요한 뭔가를 빼먹은 것 같은 찜찜한 느낌이다. 뒷자리는 쇼퍼드리븐이라 불리는 모델과 비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안락하고 여유롭다. 신장 175cm 이상의 사용자가 앉더라도 앞좌석에 무릎이 닿아서 불편하지 않다. 이 정도라면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충분한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내를 둘러보다가 꼭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 바닥 밑으로 들어갔다는 배터리의 위치를 눈으로 보고 싶었다. 이런 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뒷자리 시트에 당당하게 스키스루까지 만들었다. 행사장 한편에 서 있던 그랜저 하이브리드 트렁크에는 커다란 골프백이 하나 가득 들어 있었다. 이런 사이즈의 골프백이 4개가 들어가고도 보스턴백이 2개나 더 들어갔다고 강조하는 현대차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니 여유있는 트렁크 공간을 어지간히 자랑하고 싶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동을 걸었다고 해야 할까 전원을 넣었다고 해야 할까. 차를 깨우고 비오는 시승구간을 달리기 시작했다. 사실 시승이 진행되는 행사날 비가 오면 장점과 단점이 있다. 단점은 아무래도 노면이 젖어있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평소보다 높아 주행 중 다양한 시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장점은 타이어나 브레이크 등 몇 가지 요소를 보다 다양한 환경에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시승은 촉촉한 봄비를 맞으며 시작됐는데 처음 미끄러지며 달리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점은 바로 정숙성이었다. 하이브리드니 당연히 초반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동안은 조용할 수 밖에 없다. 엔진이 구동되지 않으니 조용한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실내는 더욱 정숙했고 더욱 놀라운 점은 속도가 올라가 엔진이 작동하고 동력이 넘어가고 혼합되는 과정에서의 정숙성이다. 

사실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동력이 전기모터에서 엔진으로 어떻게 옮겨지는지 그 과정을 운전자가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알 필요가 없는데도 알게 되는 모델이 많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이 부분에서 매우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다. 운전자가 알지 못하도록 매끄럽게 동력을 배분하고 또 부드럽게 옮겨간다. 사실 이것이 바로 하이브리드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세련됨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어떤 힘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고 싶으면 계기판에 동력 배분 상황을 띄워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 운전자는 그저 편하고 조용하고 연비가 잘나오면 그만인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시승감은 무척이나 부드럽다. 요철을 넘어보면 그 특성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골격도 서스펜션도 부드러운 세팅이다. 그렇다고 너무 과하게 무른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아직도 본인 소유 TG를 가지고 있는 기자로서는 이런 변화가 참으로 흥미롭다. 같은 그랜저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변화하고 진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약간은 신기할 정도다. 안정적이고 또 편하지만 과하지 않은 이런 세팅은 그랜저가 아반떼와 쏘나타와 더불어 가장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태어났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랜저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승차감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민을 했을지 생각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파워트레인은 기아차의 K7 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2.4 4기통 앳킨슨사이클 엔진은 최고출력 159마력에 최대토크 21.0kgm를 발휘하고, 함께 장착된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38kW, 최대토크 205Nm(20.9kgm)를 발휘한다. 이 둘의 조합이 보여주는 연비는 공인연비 16.2km/L으로 비가 내리는 시승 코스에서 진행된 주행 동안에는 이보다는 적게 나왔지만 크루즈 모드로 놓고 탄 일부 시승차에서는 이보다 더 높게 나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정도라면 일반적인 운전자의 데일리카로서는 부족함이 없고, 현대차를 대표할 만한 플래그십 하이브리드라고 해도 큰 결격사유는 찾기 힘들어 보인다. 

다만 행사 중 기자에게 보여줬던 프리젠테이션처럼 렉서스 하이브리드 ES300h 모델과의 단순 수치 비교만으로 판단이나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히 숫자로 파악되는 데이터만으로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지을 만큼 단순한 재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도 가격이 싸다고, 기계적인 스펙이 높다고 무조건 지갑을 열고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소비자의 자동차에 대한 평가와 선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여기에는 가격과 성능, 브랜드 인지도, 그리고 감성적인 요소까지 더해져야 결정되는 무척이나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시승기를 마무리 지으며 글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현대차가 광고에서 말한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얼마큼 와 닿았는지, 그리고 몸으로 느낄 수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아마도 광고에서 말했던 거의 대부분의 요소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을 정도였다고 본다. 물론 시승 구간이 짧고 비까지 오는 상황이었는지라 판단을 하고 평가를 내리기에는 조금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잘 만든 차라는 사실을 판단하기에는 큰 부족함이 없었다. 기존 그랜저의 명성을 이어나가기에 부족하지 않은 상품성과 현재 내수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이유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시승을 마치고 일반 그랜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비가 오지 않는 날 다시 마음껏 비교하며 시승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시승해보길 권한다. 아마도 직접 시승해본다면 이제 하이브리드가 특정 메이커의 특정 브랜드가 더 이상 우위에 있는 기술이라고 말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드매거진 편집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상단여백
Back to Top